S급 헌터의 혼령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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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잼
작품등록일 :
2024.09.0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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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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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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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동 (2)

DUMMY



헌터에게는 늘 논란이 있다.


그들이 받는 어마어마한 계약금에 비해, 실제 헌터의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는 논란이다.

적어도 몇백억, 많게는 천억 이상도 계약금을 받으니 그런 논란이 필시 따라붙을 수밖에 없기는 하다.


현대 화기만으로 처치할 수 있는 괴수가 그리 많지 않으며, 특히 우두머리 개체를 상대하려거든 반드시 각성자 헌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협회에서 누누이 강조해도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 받는 계약금이 워낙에 큰 까닭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단 한 번도 제기된 적 없는 헌터가 있는데, 바로 정이현이다.

그녀의 각성 능력, 세간에서는 ‘게이트웨이’라고 불리는 능력 때문이다.


“처음 통과하면 좀 어지러워요, 참고해!”


그녀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못했다.


내 발밑에 생겨난, 맨홀 뚜껑 정도 크기의 구멍 때문이었다. 검푸른 빛을 내뿜는 그 신비로운 구멍은 단숨에 나를 빨아들였다.

그리고 정이현이 경고한 것처럼,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구토감까지 느껴졌다.


[으아아아아악, 씨바아아알, 뭐야아아아아아, 우웨에에엑─?!]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김준호의 목소리는 왜곡되어 있었다. 혼령이라고는 하나 김준호도 정이현의 능력, 게이트웨이의 영향으로 어지럼증을 느끼는 모양인지, 헛구역질하는 소리도 들렸다.


눈을 뜨자 자연스레 탄식이 흘렀다.


“아······.”


눈 깜짝할 사이 우리는 현장에 와 있었다.

정이현, 하서연, 오건우 씨, 그리고 나와 김준호까지 전부.


이게 정이현의 능력, 게이트웨이였다. 흡사 웜홀과도 같은 포탈을 열어, 사람이든 물건이든 원하는 공간에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


외국에서는 히어로영화에서 이와 유사한 능력을 쓰는 캐릭터의 이름을 가져다가, 정이현을 아예 ‘닥터 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댔지. 그 결과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더 많다던데, 과연 그럴 만한 능력이다······.


그러나 이렇듯 넋 놓고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눈앞의 현장이 너무나 처참한 까닭이었다.

뒤늦게 게이트 위험 등급을 확인해 보니 2급이었다.

1급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2급도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게이트였다. 3개 스쿼드 출동이 권장되는 규모니까.

실제로 건물 몇 개는 이미 무너졌고, 몇 개는 무너지는 중이었다. 불길과 분진이 휘날렸고, 괴수들은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처럼 사방에 들어차서 성큼성큼 전진하고 있었다.


저 멀리 게이트가 붉은빛을 내뿜었고, 그 게이트를 지키듯 거대한 우두머리 개체가 그 앞에 서 있었다.


우두머리 개체의 모습을 보건대, 이 게이트는 ‘벌레형’인 것 같았다. 위험하고 까다롭기로는 ‘신화형’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던.


지상은 물론이고 헬리콥터 같은 소리를 내며 하늘까지 까맣게 메운 거대 벌레들을 보며 나는 숨이 막혔다. 진짜 저것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우측 건물에 갇힌 사람 다수. 잔해 때문에 계단이 막혀서, 6층에 갇혀 못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좌측에 보이는 빌딩은······ 이미 괴수들이 점령했고, 생존자 다섯 정도가 숨은 채 살아 있습니다.”


내가 겁에 질린 사이 하서연이 침착하다 못해 냉소적인 투로 말했다.

그녀의 각성 능력, 음파를 통해 사람의 기척이며 건물의 구조 따위를 읽어내는 그것으로 파악한 듯했다.


“우측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많아서 다 못 셀 정도. 서른은 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일단 우측 건물 구조부터······.”


정이현이 중얼거리던 중에, 우리 옆에 차 한 대가 서더니 네 사람이 우르르 내렸다.


그 중 두 명의 얼굴이 익숙했다. 이소민과 한철.

한철 스쿼드에 이소민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이소민도 나를 알아본 듯했지만, 한가롭게 인사나 나눌 때가 아니었으므로 우리는 대충 눈인사만 했다.


“어떤 상황입니까?”


한철이 정이현에게 다가오더니 물었다.


“우측 건물 6층에, 잔해로 계단이 막혀서 갇힌 사람 다수. 좌측 건물은 괴수가 이미 점령했고, 생존자 다섯 명 정도······.”

“저희가 우측으로 가죠.”

“잔해는 어떻게 치우게요?”

“제가 치울 수 있습니다!”


대답한 것은 이소민이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덩치가 더 커진 듯한 그는, 과연 건물 입구를 막고 선 잔해를 능히 치울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정이현은 이소민을 흘긋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우리가 좌측으로.”

“예, 그럼.”


한철 스쿼드가 우측 건물로 향하고, 우리는 좌측으로 가기로 한 마당이었다.


차 한 대가 더 와서 인근에 멈추더니, 사람 한 명이 내렸다.

이번에도 아는 얼굴이다. 서재호.


위험도 2급 게이트라는 심각한 상황에도 어김없이 고프로를 들고 온 그는 이쪽을 흘깃 쳐다보기만 했다.

말은커녕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그는 터벅터벅 앞으로 걸었다. 거대 벌레가 점령한 도로를 향해.


“저건 그냥, 무시를 해버리네······.”


퉁명스럽게 말하는 오건우의 목소리에서, 그 역시 서재호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동질감 따위를 느낄 시간은 없었다.


“또 열게요. 게이트웨이.”


정이현의 목소리와 함께 검푸른 원이 나를 빨아들였다.


이번에도 어지럼증이 일었으나, 처음보다는 나았다. 그새 적응한 걸까.

눈을 뜨자 건물 안이었다. 아까 하서연이 브리핑한 좌측 건물, 이미 괴수에게 점령당했으며 생존자 다섯이 숨어서 살아 있다는 그곳.


“생존자 위치, 정확히.”

“4층에 셋, 그리고······.”


하서연이 말하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6층에 하나. 원래 둘이었는데 방금 죽었어요.”


정이현의 표정이 굳은 순간이었다.


나는 우리가 서 있는 층이 7층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저 멀리 엘리베이터에 ‘7F’라고 적힌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즉 한 층만 밑으로 내려가면, 생존자가 있는 6층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6층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정이현의 각성 능력, 게이트웨이를 이용하는 것.


[구멍 뚫어, 밑으로!]


다른 하나는 김준호의 각성 능력, 무형 검을 이용하는 것.


서거거걱!


나는 무형 검을 든 즉시 바닥을 사각형으로 베어냈다. 단숨에 6층으로 연결되는 커다란 사각형 구멍이 생겨났다.


별도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정이현을 포함한 팀원들은 내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이미 깨달은 듯했으니까.


우리는 그 구멍을 향해 뛰어내렸다. 단숨에 6층에 다다랐다.

환호하거나, 기뻐하거나, 내 기지에 감탄하는 사람은 없었다. 6층 바닥을 밟은 순간 우리는 일곱 마리 괴수에게 둘러싸였으니까.


투캉!


그 순간 울려 퍼진 총성이 내 정신을 깨웠다.


옆을 보니, 오건우 씨가 산탄총을 들고 있었다. 총구에서 연기가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오건우 씨가 쏘아낸 산탄은 괴수에게 유의미한 피해도 주지 못했다. 벌레형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의 갑피는 놀라울 만큼 단단해서, 근거리에서 쏘아낸 산탄으로도 상처만을 겨우 입힐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효과가 없지는 않았다.


벌레형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괴수들은 개체 수가 많은 데다가 심지어 하나하나가 위협적인 몸뚱이를 갖고 있지만, 지능이 높지는 않다.


그러므로 저들은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누구인지 판단하지 못한다.

저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단연코 정이현이지만, 저들은 멍청한 탓에 산탄총을 쏜 오건우 씨를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판단하고 마는 것이다.


오건우 씨는 그런 벌레형 괴수의 습성을 이용했고, 성공했다.


일곱 마리 괴수의 손톱이 일제히 오건우 씨를 향해 쇄도했다. 사마귀의 그것과 닮은 손톱. 저 손톱이 오건우 씨의 몸에 닿는 순간, 오건우 씨는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손톱은 오건우 씨의 몸에 닿지 못했다.

온몸의 털이 오소소 솟는 듯한 한기가 드리웠다. 하서연의 빙결 능력이 사마귀의 팔뚝을 얼려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성빈 씨!”


오건우 씨가 그리 외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무형 검을 쥐고, 오른발로 땅을 박찬 뒤 왼발로 땅을 단단히 밟으면서 온 체중을 검에 실었다.


그리고 휘둘렀다. 가로로 크게.

이 한 번의 휘두름으로 일곱 마리 괴수를 전부 처치할 셈이었다.


보통은 불가능하지만, 김준호의 무형 검이라면 가능하다.

무형 검은 그야말로 모든 걸 베어버리는 검이다. 대상이 얼마나 단단하든, 얼마나 많든 상관없이.


서거거거걱!


무형 검이 지나가는 순간 괴수의 몸이 숭덩숭덩 잘렸다. 깔끔하게 반으로 잘린 괴수의 사체가 그 자리에 널브러졌다.


그리 여섯 마리를 베었으나, 생각한 대로 일곱 마리를 전부 베지는 못했다.


한 마리, 딱 한 마리를 베지 못했다. 심지어 그 남은 한 마리의 팔뚝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서연의 빙결 능력이 효과를 다한 모양이었다.


[그대로, 다시!]


김준호의 지시를 따를 수가 없었다.


나는 첫 번째 일격에 모든 힘을 다 실었다. 무형 검을 두 번이나 휘두를 것을 상정하지 않았기에,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무형 검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때는 이미 늦은 듯했다. 괴수의 서슬 퍼런 칼날 발톱이 오건우 씨의 몸뚱이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으니까.


“아······.”


탄식만을 흘리던 그때, 괴수의 머리 위로 검푸른 원형 통로가 생겨났다.

게이트웨이다. 정이현의 각성 능력,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온 그 편리한 능력.


저걸로 뭘 어쩔 셈인가 싶었는데, 그 게이트웨이는 괴수의 머리통만을 쏙 빨아들였다.

머리 잃은 몸뚱이는 그 자리에서 파르르 경련하더니 이내 쓰러졌다.


그리하여 이 층에 있던 일곱 마리 괴수를 모조리 쓰러뜨렸다.


“이제 나와도 됩니다. 정이현 헌터 스쿼드입니다.”


하서연의 그 말에, 책상 밑에 숨어 있던 한 여성이 엉금엉금 기어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얼굴은 공포로 얼룩져 있었는데, 그럴 만했다. 이 층에는 괴수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죽은 시체가 여럿이었다. 전부 저 여자의 동료일 것이다.


“······게이트웨이로 근처 대피소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정이현이 그리 말하더니, 검푸른 원형 통로가 여자를 빨아들였다.


“다시 갑니다. 게이트웨이.”


다음은 우리였다. 쉴 틈도 없이 게이트웨이에 빨려 들어간 나는, 이윽고 눈을 떴을 때 4층에 와 있었다.


4층도 아까 6층과 마찬가지로 괴수에 점령당한 채였다. 찢긴 시체와 날카로운 칼날 발톱을 든 괴수가 가득했다.


심지어 아까보다 많았다. 일곱 마리에 불과했던 방금과 달리, 지금은, 둘, 넷, 여섯······.


[아홉 마리!]


다 세기 전에 김준호가 외쳤다.

그러나 그 수가 많아졌다고 해서 전투의 양상이 바뀌지는 않았다. 우리는, 정확히는 오건우 씨는 벌레형 괴수의 낮은 지능은 철저하게 이용했다.

투캉, 투캉! 오건우 씨가 괴수를 향해 산탄을 흩뿌렸고, 괴수들은 오건우 씨를 향해 칼날 발톱을 휘둘렀다.


하서연이 빙결 능력을 사용하여 저들을 얼렸고, 그다음은 내 차례였다.

무형 검을 휘둘렀다.


서거거걱······.


이번에는 다섯 마리만을 베었다. 남은 네 마리는 정이현이 어떻게든 처치하겠거니 하고.


실제로 그랬다. 순식간에 생겨난 검푸른 원형 통로, 게이트웨이가 죽지 않은 괴수의 머리를 빨아들였다. 머리 잃은 괴수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가운데, 나는 헛숨을 집어 삼켰다.

아직 한 마리가 남아 있었다.


놈은 천장에 매달려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든 벌레형 괴수의 지능이 낮은 건 아니었다. 가끔 돌연변이처럼 머리를 쓰는 개체가 있다고 한다.

저놈이 그런 모양이다. 곧바로 공격해오지 않고, 저리 천장에 매달려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걸 보니.


그리고 놈이 보건대, 우리 중 가장 위협적인 사람은 이제 오건우 씨가 아닐 것이다. 나 아니면 정이현이겠지.


놈은 정이현을 골랐다. 칼날 발톱을 날카롭게 세운 채 정이현에게 달려들었다.


다들 반응이 늦었다. 하서연이 뒤늦게 빙결 능력을 써서 냉기를 내뿜고 있기는 했지만, 당장 정이현에게 달려들고 있는 저놈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터였다.


비각성자인 오건우 씨는 재빠르게 달려오더니 정이현의 앞을 막아서려고 했다. 아마 정이현 대신 죽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S급 헌터가 죽느니 비각성자인 자신이 죽는 편이 나으니까.

비각성자 헌터 교본에도 실려 있는 내용이다. ‘각성자 헌터가 위험하면, 몸을 던져서라도 지켜라’. 저걸 진짜로 행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나는 정이현이 죽는 꼴도 볼 수 없었고, 오건우 씨가 그녀 대신 죽는 것도 보기 싫었다.

내가 뭐라도 해야 한다.


푹!


나는 무형 검을 곧게 세워서, 달려드는 저놈의 머리통을 찔렀다. 지금껏 베는 동작만 했지, 찌르는 동작은 처음이라 어색했다.


그러나 김준호의 무형 검은 무엇이든 베고 찌르는 검이었다. 엉성한 꼴로 내뻗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무형 검은 착실하게 놈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나이스, 성빈 씨!”


오건우 씨가 나를 보고 외쳤지만, 그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지금 나는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정말, 너무나도 절실하게 집에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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