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의 혼령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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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잼
작품등록일 :
2024.09.03 12:39
최근연재일 :
2024.09.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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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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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동 (4)

DUMMY



“지금 여기 찍은 거 맞죠?”


하서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와중에도 폭발 능력과 신체 강화 능력으로 화려하게 괴수를 처치하고는, 앞장서 길을 뚫어가고 있는 서재호를 노려보면서.


“저거는 어째 하는 짓마다 싸해. 딱히 뭐 나쁜 짓을 한 건 아닌데······.”


오건우 씨도 거들었다.


“실수로 잠깐 이쪽 비춘 거겠죠. 아니면 시청자가 미션이라도 걸었든가.”


정이현만이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저쪽은 신경 쓰지 말고 계획이나 짜죠. 빨리 우두머리 개체 처치하고 게이트 닫아야 괴수들도 더 안 나올 테니까.”


정이현은 다소 신경질적인 투로,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설명하길, 게이트웨이로 우두머리 개체 앞까지 단숨에 이동한다.

이때 하서연은 빙결 능력으로 사방에 냉기를 흩뿌리는 한편, 빙벽을 세워서 괴수들의 접근을 저지한다. 오건우 씨는 이를 돕는다.

그러는 사이 정이현은 게이트웨이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성빈 씨도 다가오는 괴수를 저지해 줘요. 오건우 헌터님이랑 같이.”


정이현은 나와 오건우 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두머리 개체를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대형 게이트웨이를 조직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두 사람이 시간을 열심히 끌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서연도, 오건우 씨도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그 계획이 최선이었고, 또한 안전했으니까.


그리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우리는 게이트웨이에 빨려 들어갔다. 눈을 떠보니 적진 한 가운데, 정확히는 우두머리 개체 앞이었다.


벌레형 괴수의 우두머리 개체는 소위 ‘여왕벌’이라고 불렸다. 실제로 여왕벌과 닮은 그것은 공격성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데, 여왕벌의 역할은 공격이 아니라 휘하의 괴수를 지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배운 대로, 여왕벌은 우리는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주변을 호위하듯 지키고 있던 벌레형 괴수들이 우르르 이쪽으로 몰려왔다. 수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 모양이다.


쩌저저저적!


이에 하서연이 빙벽을 세워, 괴수의 돌격을 막았다. 내뿜은 냉기로 괴수의 움직임을 늦추기까지 했다.


오건우 씨는 능숙하게 산탄총을 장전하고는, 끝내 빙벽을 넘어선 괴수에게 쏴댔다. 그 단단한 갑피 때문에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움직임을 저지할 정도는 됐다.


정이현은 눈을 감고 게이트웨이를 조직했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했던 게이트가 차츰 커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저 게이트웨이는 여왕벌조차 능히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해질 것이다.


모두가 전투에 집중하는 와중에 나만은 그러지 못했다.


서재호, 그놈의 고프로가 나를 향했다는 사실이 뇌리에 깊게 박힌 까닭이었다. 지금 놈의 방송에서는 나를 두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건물 안에서라면 모를까, 콘크리트 웜과 싸울 때 내 모습은 솔직히 그리 영웅적이지 않았다. 영웅적이기는커녕 제대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으리라.


게다가 콘크리트 웜을 처치하고 나서, 나는 지친 것처럼 거친 숨을 토하기까지 했다. 그건 몸값 550억짜리 A급 헌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나는 계약금으로 몇백억을 챙기고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A급 헌터를 보고 혀를 차고는 했다. 나였으면 저렇게는 안 했을 텐데, 나라면 더 잘 싸웠을 텐데······. 그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타인을 향해 그리 엄격했던 잣대는 이제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550억을 받아먹은 A급 헌터였고, 그 돈값을 해야만 했다.


돈값을 하자면, 정이현이 게이트웨이를 만드는 걸 보조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우두머리 개체를 직접 사살한다든지, 그 정도의 공을 세우는 게 아니고서야······.


“어, 어어······!”


그때 오건우 씨의 외침이 귀에 닿았다. 당황을 넘어 당혹스럽다는 듯한 그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오건우 씨가 끌려가고 있었다. 거미처럼 생긴 괴수에게.


거미 괴수는 렉카마냥 두꺼운 흰색 거미줄로 오건우 씨를 잡아다가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저런 괴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

그러므로 저것은 돌연변이 개체일 것이다. 벌레형 괴수 사이에서만 관측된다는 특수 개체. 저들끼리 번식하며 진화를 거듭한 끝에,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특성을 갖게 된 놈이다.


그러므로 하서연도, 정이현도 빠른 대처가 어려웠다.

뒤늦게 하서연이 냉기를 뿜어 거미 괴수의 몸통을 얼려 속도를 늦추고, 정이현은 게이트웨이를 열어 괴수의 다리 하나를 제거했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거미 괴수의 다리가 8개였기 때문에. 다리 한두 개쯤은 없어져도 이동에 지장이 없었다.


“버려요! 나는 그냥 버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오건우 씨는 끌려가면서 그렇게 외쳤다. 아까도 정이현 대신 죽으려고 몸을 던졌던 남자다웠다. 자신을 구하면서 불필요한 수고를 하느니 그냥 자신을 포기하라고, 오건우 씨는 외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무형 검은 근접전에 특화된 각성 능력이었고, 내가 뭔가 하려면 벌레형 괴수들이 득시글대는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야 했기에.


아무것도 없다. 할 수 있는 게, 정말이지 아무것도······.

작은 활약만 해도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던 오건우 씨가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딴 게 내가 바라던 각성이었나?


[씨발, 야!]


그 순간 김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난 목소리.

정신을 차린 순간, 나는 달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고 있었다······.


거미 괴수는 냉기로 움직임이 느려진 상태였으므로 따라잡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서걱!


나는 달려가서는 오건우 씨를 묶고 있던 거미줄을 잘라냈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정이현을 향해 달려들던 괴수는 이제 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하서연의 냉기로 움직임이 느려졌음에도 그들은 무서울 만큼 빨랐다. 나는 순식간에 벌레 괴수들에게 둘러싸였다.

무형 검을 무작정 휘둘렀다.


서거걱!


괴수 네댓 마리가 무형 검에 썰려 죽으면서 퇴로가 열렸다. 그곳으로 무형 검을 마구 휘두르며 달렸다.


그리 퇴로라고 생각한 길은 사실 퇴로가 아니었다. 눈앞에 여왕벌이 보였다.

그러니까, 나는 퇴각한 게 아니라 여왕벌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패닉에 빠져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로.


[야, 이 개미친 새끼야―!!]


김준호가 외쳤으나,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이미 멈추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미 적진 한 가운데에 있었으며, 괴수들은 나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패닉에 빠졌다.


나는 여왕벌을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뾰족한 계책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방향을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므로 내게 칼날 발톱이며 뾰족한 이빨 따위를 들이밀며 달려드는 괴수들을 어떻게 제압할 건지도 당연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 순간, 김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찔러!]


생각할 겨를 따위는 없었다. 나는 그 지시를 따라 무형 검을 오른쪽으로 세차게 내뻗었다.


푹!


그러자 괴수 한 마리가 죽었다. 마치 무형 검에 괴수가 저 스스로 머리를 들이밀러 찔린 꼴이었다.


[오른쪽으로 굴러서 피해! 그리고 왼쪽으로 크게 휘둘러!]


무형 검을 내뻗은 방향 그대로 몸을 내던졌다. 두 개의 칼날 발톱이 내가 있던 자리에 휘둘러졌다. 김준호의 지시를 따라 피하지 않았더라면, 저 칼날 발톱에 내 몸은 산산조각이 났으리라.


안도할 새도 없이, 나는 곧바로 무형 검을 왼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서거걱!


그러자 괴수 두 마리가 죽었다. 이번에도 아까와 같은 꼴이었다. 내가 휘두른 검에 괴수들이 머리를 들이밀어서 죽는 듯한······.


[앞으로 쭉 달려! 지금 물러서면 뒤진다!]


그리 김준호의 지시를 따르며, 나는 조금씩 여왕벌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김준호는 여태 가만히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성빈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콘크리트 웜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을 때 짧게 조언만 했을 뿐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한성빈이 생각보다 잘 싸웠기 때문이었다.

헬스 트레이너였던 만큼 체력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반응 속도와 센스도 좋았다. 천장에 잠복해 있던 괴수를 찌르기로 처치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김준호마저 꽤 놀랐더랬다.


게다가, 굳이 조언하지 않고도 한성빈은 이 현장에서 살아남을 것 같았다.


스쿼드 리더, S급 헌터 정이현의 각성 능력이 워낙에 사기적인 까닭이었다.

‘게이트웨이’라고 했나? 아군의 전투를 보조할 수도 있으며, 공격과 방어마저 가능한 만능 능력이다.

저것이 있는 한 한성빈은 어지간해서는 위험할 일이 없을 것이었다. 돌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그리 생각하는데 한성빈이 갑자기 여왕벌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 미친 새끼가?


정말 말도 안 되는 돌발 행동이었다. 이 와중에 팀원들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들 놀라서 상황에 맞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비각성자 헌터인 오건우 씨만이 한성빈을 엄호하듯 산탄총을 쏘아댔을 뿐이었다.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찔러!]


이 와중에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김준호는 한성빈을 도와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김준호의 입장에서도 한성빈은 죽으면 곤란했다.

한성빈은 김준호가 끝내 이루지 못한 목표를 이뤄줄 그의 화신이었으며, 동시에 김준호의 유일한 벗이었다. 혼령이 되어버린 김준호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한성빈 아닌가?


한성빈이 죽거든 김준호는 과거 그 새까만 공간에 다시금 갇히게 될 것이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쭉, 계속 달려! 내 지시 듣고 그대로 따르기만 해. 혼자 뭐 하려고 하지 말고!]


김준호는 한성빈이 죽지 않게끔 지시를 내렸다.


김준호는 한때 의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무형 검과 더불어, 초감각 같은 능력을 가진 게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그만큼 김준호의 전투 감각은 뛰어났다. 어지간한 신체 강화 각성자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좌로 휘둘러. 피하지 말고 맞대응해! 어차피 다 벨 수 있으니까!]

[위로 벌레 하나 날아온다. 신호하면 위로 찔러! 3, 2, 1······!]


김준호는 긴박하게 지시를 내렸고 한성빈은 이를 착실하게 따랐다. 그나마 한성빈이 김준호의 지시를 따를 만한 정신머리와 운동 신경을 갖추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 씨발······?]


그때 김준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성빈을 향해 6개의 칼날 발톱이 쇄도하고 있었다. 발톱은 사방에서 뻗쳐 오고 있었는데, 김준호가 보기에는 피하거나 막는 게 불가능한 공격이었다. 맞대응하는 것조차.


지능 낮은 벌레형 괴수들이 이런 공격을 어떻게?


김준호는 저 멀리, 아니, 이제는 그다지 멀리 있지도 않은 여왕벌을 응시했다. 저놈이 지시를 내린 모양이다.

도무지 어찌할 방도가 없어 절망감이 스치던 와중이었다.


키이이잉!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게이트웨이가 열리더니, 한성빈을 향해 쇄도하던 칼날 발톱을 집어삼켰다.


정이현의 도움이었다. 그녀는 우두머리 개체를 처치하기 위한 거대 게이트웨이를 조직하는 것을 멈추고, 한성빈을 보조하고 있었다.


역시 S급 헌터는 S급 헌터인 모양이다. 죽게 둬도 됐을 한성빈을 어떻게든 살리고자 게이트웨이를 열어주는 것을 보니.


[······쭉 달려!]


어쨌거나 잘된 일이었다. 정이현이 도와준다면 한성빈의 생존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테니.


그리고 어느덧 한성빈은 여왕벌 앞에 당도했다.

빌라 한 채와 거의 유사한 크기의 거대한 여왕벌이, 새까만 눈동자로 한성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한성빈이 거미줄을 자르면서 오건우가 더는 끌려가지 않게 된 순간, 정이현은 잽싸게 게이트웨이를 열어서 오건우를 이쪽으로 이동시켰다.


“성빈 씨, 성빈 씨! 아니, 왜······!”


그렇게 구해진 오건우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저 멀리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어서 하서연도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깜빡거렸다.

두 사람의 시선은 저 멀리 수많은 괴수를 헤치며, 여왕벌에게 나아가는 남자를 향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한성빈이라는 걸 알아본 정이현이 눈을 부릅떴다.


오건우 씨를 구하러 나간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왜 갑자기 여왕벌에게 돌격을?


그 돌발 행동보다도 당혹스러웠던 건, 한성빈이 생각보다 잘 싸웠기 때문이었다.


베고, 찌르고, 때로는 구르면서 그는 나아갔는데, 그가 검을 들면 괴수들이 거기에 머리를 들이밀어 죽었다. 정이현이 보기에는 정말 그렇게 보였다.


“생각보다······.”


오건우가 눈을 깜빡이며 감탄 아닌 감탄을 할 때였다.


키이이잉!


정이현은 게이트웨이를 만들어, 한성빈을 향해 날아들던 칼날 발톱을 막았다.


한성빈 자체를 게이트웨이로 빨아들여서 이동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한성빈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이트웨이로 이동시킬 수 있는 대상은 필시 정지한 상태여야 한다.

움직이는 대상은 게이트웨이로 온전히 이동시킬 수 없었다. 괴수들에게 하듯, 그 신체 일부를 게이트웨이로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게 최선이었다.


한성빈의 돌격을 저지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정이현은 아예 한성빈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칼날 발톱이며 이빨을 들이미는 괴수들을 게이트웨이로 빨아들여 처치하는 방식으로.


솔직히 다른 헌터가 이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돌발 행동을 벌였다면, 그냥 죽게 두었을 것이다. 살리려고 노력은 하되, 애써 무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성빈이어서 정이현은 그를 죽게 둘 수 없었다.

과거의 인연도 있고, 무엇보다 궁금한 것이 있었다.


한성빈은 4년 전에 배달 일을 잠깐 했다는데, 그 무렵에 한성빈은 정이현에게 이별을 고했더랬다.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했다.


‘가령, 생활고로 어쩔 수 없이 헤어지자고 말했고, 그러면서 동시에 배달 일을 시작해야 했다거나······?’


상상의 나래를 길게 펼치지는 못했다. 정이현은 지금 한성빈에게 달려드는 괴수를 신경 쓰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에.


정이현의 호위를 받으며 돌격하던 한성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여왕벌 앞에 도착했다.


여왕벌에게 다가가는 과정은 그리도 화려했건만, 막상 여왕벌을 향해 검을 휘두를 때는 동작이 화려하지 않았다.

외려 담백했다. 그냥 평범하게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동작은 간결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여왕벌의 배에 일순간 실선이 그어지는가 싶더니, 그 선을 따라 배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푸화아아아악!


갈라진 배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피가 사방에 튀었다.

푸르게 빛나는 액체가 분수처럼 이리저리 뿜어져 나오는 모습은 기괴하기도 했지만, 사뭇 아름답기도 했다. 그것이 우두머리 개체, 여왕벌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으므로 더더욱.


흩날리는 푸른 피를 맞으며 한성빈은 거친 숨을 토하고 있었다. 몹시 지치고 피곤한 얼굴로.


“······.”


그런 그의 모습을 정이현, 하서연, 오건우는 빤히 쳐다보았다.


한편 괴수들의 움직임은 잠시 멈춘 상태였다. 여왕벌이 죽으면서 지휘 체계가 망가졌고, 그 결과 잠시 움직임을 멈추게 된 것이었다.


어째서 한성빈이 돌발 행동을 벌였는지, 계획이 마음에 안 들거든 사전에 말할 것이지 왜 말도 없이 혼자 행동한 건지······. 당장 묻고 질책하고픈 것이 많았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잔당을 소탕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지금, 스쿼드 리더의 의무를 떠올리며 정이현은 휴대폰을 들었다. 게이트 콜 어플을 켜서 ‘우두머리 개체 사살’ 신호를 보냈다.


이것으로 한철 헌터 스쿼드와 서재호는 우두머리 개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협회에서도.

그리고 정이현은 외쳤다.


“잔당 소탕합시다!”


여왕벌이 죽으면서 허수아비가 되어버린 나머지 괴수, 이른바 잔당을 소탕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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