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학과 진화론자가 졸업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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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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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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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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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게이트.

그것은 50년 전부터 갑자기 나타난 아직 그 어떤 것도 설명되지 않은 미지의 문이다.

그 문은 다양해서 정말로 문처럼 생긴 것도 있고, 포탈처럼 공간의 일렁임처럼 생긴 것도 있는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안은 다른 세계라 불릴만한 장소와 연결되어 있으며,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


게이트가 생기며 지구에는 마나가 생기고, 마나에 각성하는 이들이 생겼고 이들을 바탕으로 인류는 게이트 너머에서 무한에 가까운 자원을 채취하고 포획하며 문명을 더욱 찬란하게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런한 게이트의 출현이 반드시 인류에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게이트가 생긴 이후 문제점이 여럿 생겼지만 그 중 대표적인 재난 중 하나는 게이트가 생성됨과 동시에 그 주변 사람을 빨아들여 강제로 게이트에 들어가게 만드는 '게이트 생성 납치'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는 게이트 생성에 휘말렸다고 표현되는 그 재난은 게이트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게이트가 나타날 장소 근처에 있는 헌터와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게이트 안으로 사람을 납치하는 단순한 현상이다.

게이트는 어디든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우연히 게이트가 만들어지는 곳에 사람이 지나가면서 납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을 맞는 사람도 있는 마당에 길을 걷다가 생성되는 게이트에 휘말려 운없이 끌려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 현실.


최용호는 그런 운없는 부류에 속하는 한명이었다.

5년 전에 국가 사업에 의해 게이트 생성 위치 감지 시스템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최용호가 게이트에 휘말리게 된 것은 중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하필이면 휘말렸던 게이트가 A등급이라 하더라. 어쩐지 더럽게 춥더니."

"뭐? A등급 게이트? 그거는 나오는 몬스터도 몬스터지만 환경이 더 문제일 텐데."


게이트의 등급은 그 안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의 등급에 의한 것이 가장 크지만 게이트 내부 환경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나오는 몬스터들은 죄다 C등급이지만 환경이 독늪인 경우에는 B등급으로 판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응. 진짜 겨우 살았다니까. 외눈박이 거인이랑 술래잡기도 했지."

"그게 그렇게 태평하게 말할만한 썰은 아닌 거 같은데...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여우형 몬스터가 도와줬어. 아니 날 도와줬다기 보다는 그냥 외눈박이 거인을 사냥해서 결과적으로 나를 도와준게 된 거지만. 어쨌든 그래서 말이야. 날 도와주던 여우 몬스터가 외눈박이 거인을 처리하더니 갑자기 덩치가 커지면서 진화하더라고."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외눈박이 거인을 단숨에 제압하고 목덜미를 물어뜯는 여우 몬스터가 갑자기 하늘 위에 뜬 달을 본 순간.

여우는 몸에서 빛을 내며 전혀 별개의 존재로 진화했다.


은빛의 털은 달빛을 흡수한 것처럼 달빛으로 빛났다.

덩치는 세배 정도 커졌으며, 녀석의 몸에는 문양 같은게 새겨져 신비함을 자아냈다.


"직접 안 보면 몰라. 그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 진화하는 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서 몬스터학과를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니까?"

"그렇게 몬스터 진화가 보고 싶으면 그냥 헌터 활동하는게 볼 확률이 높지 않아?"

"헌터는 위험하잖아."

"?"


헌터는 위험하다는 용호의 말에 머릿속으로 물음표를 수백개 정도 띄우는 성현.

아니... 몬스터가 진화하는 건 보고 싶지만 헌터는 위험해서 싫다는 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


"내가 그날 게이트에서 헤매면서 느낀 게 있다. 바로 헌터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직업이라는 거지. 내가 아무리 내가 몬스터 진화에 미쳤어도 목숨을 내다버리는 미친짓은 하고 싶지 않아."

"듣는 미친놈 기분 나쁘게 뭐라는 거야. 너 그런말 바깥에서는 하지마라 진짜."


용호는 성현의 말에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럼에도 헌터란 직업이 위험하고 언제든 죽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네가 직접 몬스터 진화하는 모습을 봤다면 구조됐을 때 말하면 됐던 거 아님? 왜 이제 와서 뒷북이야?"

"에이, 그때도 말했지. 그런데 찍은 영상이 없다고 내 말을 신경도 안 쓰더라. 오히려 안에서 몬스터에게 정신 공격 당한거 아니냐고 묻던데."


증인의 말이란 결국 제대로 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용호 자신도 누군가가 말만으로 몬스터가 진화하는 모습을 봤다고 하면 믿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은 영상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렇게 카메라와 카메라맨까지 구해서 게이트에 들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몬스터 진화를 확인할건데?"

"좋아! 아주 좋은 질문이군. 조수여."

"으으 기분 나쁘니까 그런 건 그만하면 안되냐?"

"쯧. 재미없는 녀석."


혀를 차면서도 용호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다 총 3장으로 이뤄진 자신의 실험 개요를 성현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네가 궁금하다던 몬스터 진화 실험 개요."

"직접 짠 거야?"

"그야 당연하지. 기존에 했던 실험들은 전부 실패한 거잖아. 그러니 아예 새로운 실험을 기획할 수밖에."


지금 당장 용호에게 필요한 것은 몬스터를 어떻게든 진화시켜서 몬스터 진화론이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이론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증명을 위해 기존의 실패했던 논문들과 연구 결과를 가지고 와봤자 같은 실패를 반복할 게 뻔했다.


"어디 보자... 실험 내용이 여러가지네? 몬스터들끼리 서로 싸워서 잡아 먹게 하기... 신체 일부 먹이기... 뭐야 이게? 뭔 몬스터 투기장이라도 열려고?"

"무슨 소리.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실험들이거든?"

"이유가 뭔데."

"재현 실험. 내가 몬스터 진화를 봤을 때 당시 상황을 재현해보는 거야. 간단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실험인 거지."


비록 그 방법이 많이 원시적이라고는 하지만.현재 용호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 이것보다 최선인 실험은 없었다.


"그래... 거기까진 인정. 그런데 왜 하필 슬라임이야? 몬스터 진화를 연구한다고 해도 좀 진화할 거 같은 애들을 하지. 하필 제일 약한 F급 몬스터인 슬라임을?"

"그건 있잖아..."

"응."

"당연히 내가 갖고 있는 헌터 자격증이 F급이라서 그렇지."

"응?"


순간적으로 할말을 잃은 성현.

하지만 용호는 말을 이어갔다.


"나도 할 수 있으면 A급, B급 몬스터 가지고 실험해보고 싶지. 그런데 그러려면 연구소에 들어가거나 최소 B급 게이트에 들어가야 하잖아? 그런데 연구소에 들어가려면 지금의 내 학위로는 부족한데다가 진화론을 연구하는 곳도 없거든. 다 개인 연구지. 헌터 자격증은 시간이 부족하고."


지금보다 한 등급 높은 E급 게이트를 가기 위해서는 E급 헌터 자격증이 필요했는데, E급 자격증은 본격적인 헌터로 활동을 하겠다는 기준점이나 다름없어서 약 5일동안 시험을 보고 그 일주일 뒤에 자격증이 발급됐다.


당장 논문 마감이 3주 뒤고, 하루가 아까운 지금 이 시점에서 그걸 따면 몬스터가 진화하는 모습을 찍을 시간은 고작해야 일주일밖에 안 남게 되지 않는가.

결국 용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어떻게든 슬라임이 나오는 F급 게이트에 기어들어가 어떻게든 슬라임이 진화하는 모습을 찍어내는 모습을 찍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성현아. 내가 지금 웃고는 있지만 일주일만 지나면 그때도 여전히 웃고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

"나 5학년 되기 싫어..."


5학년이 되기 싫다.

그 말에 담겨 있는 진득한 감정을 성현도 느낀 걸까.

그제서야 성현은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고 용호의 실험을 도와주기로 했다.



***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아무것도 없던 F등급 슬라임 던전, [끈적이는 점액] 안에는 이전에 없던 텐트 하나가 생겼다.

숨길 것도 없이 실험 5일차부터 용호가 집에서 챙겨와 게이트 안에 설치한 게이트용 텐트였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또 실패인가..."


이유는 단순했다.

단순히 그 어떤 결과물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분명 3주 안에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없을 것이 뻔했기에 결국 이동 시간조차 아끼고자 결국 게이트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게 됐다.


"야, 햄버거 사왔는데 연구는 잘 되냐?"

"전혀."

"에휴, 너도 독하다 독해. 게이트 안에서 잔다고 할때는 농담인줄 알았는데 진짜 집에 안 돌아가고 여기서 하루종일 연구만 해?"


성현이 텐트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에는 점액과 젤리 같은 수많은 슬라임들이 터져나간 흔적들이 보였다.


"성현아."

"왜."

"나 왜 다른 사람들이 슬라임으로 연구 안 하는지 알 거 같아."

"뭔데?"

"이 망할 슬라임이 구하는 건 쉬운데 내구성이 너무 약해. 톡 만지는 정도는 괜찮은데 발로 밟는 정도에서는 터지고, 마나를 조금만 주입해도 터지고, 불에 닿게 해도 터지고, 온도를 내리면 얼어버리네?"


대학교에서 슬라임의 특성에 대해 안 배운 것은 아니지만, 체감하는 까다로움은 감히 범상치 않은 개같음을 선사해줬다.


"이거 보라고. 이 슬라임 녀석들은 몬스터인 주제에 싸울 의지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 어떻게든 서로 싸우게 시켜보려고 했지만 다 실패했어. 이 녀석들은 그저 무해하게 뽈뽈거리는 녀석들일 뿐이었다고..."

"그런 거 치고는 슬라임들이 널 좋아하는 거 같은데."


성현은 머리를 제외한 온몸에 슬라임을 붙이고 있는 용호를 식은눈으로 바라봤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슬라임들이 용호의 몸을 감쌌다는 표현이 올바르겠지만, 용호가 굳이 슬라임들을 떼어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가 용인하고 의도한 행위나 다름없었다.


"얘네 전부 밥때문에 붙어 있는 거야."

"밥? 아, 그러고보니 슬라임은 물하고 마나만 먹었지. 그런데 왜 너한테..."

"그야 내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마나때문이지. 이제 슬라임을 하나하나 주워오는 것도 귀찮아서 얘네가 직접 찾아오도록 마나를 주변에 흘려서 유인하고 있거든."


슬라임은 불순물이 거의 없는 순수한 물과 마나만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몬스터다.

본능적으로 마나가 많은 곳으로 움직이는 것은 먹이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생물의 습성상 아주 당연한 행동이었다.


물론 그 당연한 말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슬라임들이 모일 수 있도록 넓은 범위에 퍼트릴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양의 마나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많은 마나양이라는 조건에 한해서 용호는 그러한 제한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여간 마나양은 옛날부터 괴물 같다니까. 마나양과 질만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면서 왜 헌터를 안 하겠다는 거야?"

"말했잖아. 난 학자 체질이라고."

"진짜. 내가 네 마나의 절반, 아니 절반의 절반의 절반만 있었어도 마법사로 A급 헌터는 찍었는데."


성현은 진심으로 저 넘치는 마나를 갖고 있는 용호가 부러웠다.

성인이 되어 각성한 순간부터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S급 헌터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마나를 몸에 품고 있어 한때 세간의 주목받고 칭송받았던 차기 대마법사이자 S급 헌터...


일 뻔 했으나 현실은 그 자리에서 자신은 헌터는 하지 않을 거라며 당당하게 몬스터학과에 지원해버린 미친놈.

덕분에 당시 최용호의 검사를 담당했던 헌터 협회 직원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오열했고, 당시 한국 헌터 S급 랭킹 3위 대마법사조차 제발 헌터를 하라고 일주일동안 네번을 넘게 찾아왔으나 거절해버린 놈이 바로 용호라는 녀석이었다.


그때부터 녀석이 괴짜인건 알아봤지만 어쩌다 이런 녀석이랑 친구가 되어서는...


"응? 그런데 주변에 마나 뿌린 거 맞아?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마나양 조절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마나양을 조절해? 왜?"

"얘네가 마나를 먹긴 한데 너무 많이 먹이면 터지더라고. 그래서 0.1마나 이하의 마나만 먹여야해."

"0.1마나 이하라니..."


그게 사람이 조작 가능한 마나인가?

애초에 마나라는 단위는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최소의 마나를 1마나로 설정해둔 단위다.

사람이 움직이고 제어할 수 있는 최소 단위보다 더 작은 양의 마나를 조작하는게 정말로 가능한 일이라고?


"그게 말이 되는 일이야?"

"뭐가 어렵다고. 그냥 하면 되지."

'...꿀밤 마렵네.'


현성은 순간 용호의 기만질에 진지하게 탈주를 고민했지만 친구라는 이유로 일단 한번 참았다.

참 신도 불공평하시지.

어째서 저런 놈에게 저런 재능을 준 건지.


"다른 사람은 엄두도 못낼 재능과 능력으로 왜 슬라임 밥이나 주는건지 참..."

"시끄러! 지금 잡담 나눌 시간이 없어. 어서 다음 실험으로...! 앞으로 졸업 논문 마감까지 2주 남았다고! 어서 빨리 진화하는 모습을 찍지 못하면 내 졸업이..."

"..."


아니, 어떻게 보면 신은 공평하긴 한건가?

신은 최용호에게 누구보다 찬란한 재능과 능력을 줬지만 졸업은 허락하지 못했으니 과연 공평하긴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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