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학과 진화론자가 졸업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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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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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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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휴학 신청을 낸 다음 날.

용호는 며칠 전에 졸업하고 길드에 들어간 성현을 불러 같이 점심을 먹었다.


"그래서 휴학을 하게 된 이유가 뭔데?"

"뭐긴. 졸업 논문 뭘 써야 할지 주제가 생각 안 나서 그렇지."


추가로 졸업이 늦어져 얻게되는 불명예에 대한 불이익도 이번 슬라임 논문으로 어느 정도 상쇄가 됐다는 점은 용호가 휴학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슬라임 논문으로 얻은 명성 정도라면 고작 5학년이 되어 졸업이 늦어진 정도로는 흠집이 날만한 명성이 아니었으니 향후 연구소에 들어가거나 대학원에서 뭐라 들을 일은 없어진 것이다.


사실 이번 슬라임 논문만큼의 파장력이라면 굳이 대학 졸업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지만, 역시 몬스터학과를 졸업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학회 정보나 헌터 협회를 향한 협조 요구를 할 수 있기에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서 용호는 여전히 졸업을 목표로 해야 했다.


"너 저번에 논문 쓰고 있지 않았냐?"


식사 자리에서 휴학 신청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성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용호를 바라봤다.

분명 자기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슬라임의 진화라는 그럴듯한 논문 주제가 있지 않았나?


"그 논문 헌터 협회한테 빼앗겼어."

"뭐? 논문을 빼앗겼다고? 그게 사실이야?"

"그래. 논문을 빼앗겨서 강제로 발표해야 했지. 내 졸업 논문을 말이야!"

"...으응? 잠깐. 협회한테 빼앗겼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발표했다고?"

"어! 졸업 논문으로 제출해야 할 논문을 강제로 제출하게 해서 졸업 논문이 아닌 협회의 일반 논문으로 발표됐지! 덕분에 내 졸업 논문 하나가 사라졌고 말이야!"


용호는 그 자리에서 성현과 헤어진 이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해줬다.

자신의 졸업 논문이 반려된 것은 이미 전에 알려줬으니 넘어가고, 협회장이 용호의 집을 습격한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엘릭서 슬라임에 관한 이야기는 제외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뭐,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내 억울함은 조금도 공감해주지 않는구나."

"대신 돈 많이 받았다며. 대충 얼마 받았는데?"

"2억 정도?"

"와 2달 동안 일하고 2억이면 와..."

"지금 그게 중요해?"


돈이 있으면 뭐하겠냐고.

졸업을 못하는데.


"그런데 있잖아."

"이번에는 또 뭐가 궁금한데?"

"사실은 너 오늘 만났을 때부터 계속 궁금했는데 네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그 골-든 슬라임은 대체 뭐냐...?"


성현의 질문에 용호는 그제서야 자신의 양어깨에 달라붙어 있는 두 마리의 엘릭서 슬라임을 바라봤다.


"아, 이거. 국가 기밀."

"치사한 놈. 비밀이면 비밀이지, 국가 기밀까지 가냐?"

"아니 진짜로 국가 기밀이라니까."

"뉘에~ 뉘에~ 그런데 국가 기밀이라면 왜 바깥에 데리고 나오는 건데."

"몰라. 그냥 항상 이렇게 데리고 다니라는데."

"그러니까 누가?"

"있어. 그런 사람이."


정확히는 협회장이 그렇게 말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뭐,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더 묻진 않겠는데."


묻지 않겠다고 말은 했지만 솔직히 저렇게 몸에 슬라임 두 마리를 붙이고 다니면 관심을 주고 싶지 않으려고 해도 관심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가게 안에 있는 모든 손님들의 시선이 용호의 머리와 어깨에서 튀어오르고 있는 슬라임을 향해 있고.


그나마 최근 일부 부자나 연예인들이 게이트 안의 몬스터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모습이 SNS와 방송에서 자주 나와 소란이 안 나서 다행이지, 만약 5년 전만 하더라도 게이트 안에서 몬스터가 나오면 사람들은 기겁하며 도망치기 바빴다.


"테이머..."

"응? 뭐라고?"

"아니 왠지 그냥 너를 보니 떠올라서."

"테이머면 그거 아니냐? 게임에서 몬스터 길러서 대신 싸우게 하는 거."

"지금 네 모습 보면 그런 얘기 안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뭐래. 슬라임 두 마리 갖고 테이머는 무슨. 테이머도 몬스터 진화론이랑 비슷할 정도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 받는 가상의 직업이잖아."


테이머.

그것은 한때 일부 헌터들이 제시했던 탱커계, 딜러계, 마법계, 지원계, 탐사계 등과 같은 새로운 헌터의 역할군이었다.

주 역할은 몬스터를 조련하며 조련한 몬스터에 따라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

당연하게도 처음에 제시됐을 때부터 무엇을 하는 역할군인지 제대로 정해진 것도 없고 그저 '몬스터를 조련한다'는 개념만 있어서 줄곧 비판의 대상이었으며, 정작 게이트 안에서 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는 이유로 사장된 역할군이다.


비록 현재 애완 몬스터라는 개념은 있지만, 그것은 드물게 게이트 안에서 발견되는 몬스터의 알을 주워와 야생성을 철저하게 없애고 길들인 몬스터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생성을 잃고 안전한 인간의 손 안에서 자라기에 그 강함은 실제 게이트 안에 머무르는 원본 몬스터들에 비해 아득히 약했으니, 사람들과 같이 살아도 될 정도로 안전하긴 하지만 반대로 같이 게이트를 돌 정도로 강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네 슬라임은 게이트에서 나온 슬라임을 그대로 길들인 거 아냐? 그러면 사실상 테이머가 맞는 거 같은데."

"...그런가?"


용호는 성현의 말대로 지금 자신의 모습이 한때 몇몇 사람들이 말하던 테이머의 모습과 비슷하다 생각했다.

비록 데리고 다니는 녀석이 슬라임이긴 했지만, 분명히 게이트 안에서 살던 슬라임을 그대로 길들였으니 말이다.


"몬스터 진화론자에 테이머라. 이거 완전 힙스터 중에서도 진짜 힙스터네. 내 친구지만 조금 부끄러울지도."

"너 뒤진다. 진짜."

"F급 헌터인 네가 A급 헌터인 나를 어떻게 이기려고?"

"내가 F급 헌터여도 마법은 제대로 배웠거든? 네 머리카락 다 태울 정도의 힘은 있다. 말만 해."

"와, 악마 새끼. 어떻게 사람으로 태어나서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할 수 있니?"


성현이 몸을 벌벌 떨면서 무서운 척을 하자 용호는 식은 눈으로 한심하게 그를 바라봤다.

물론 이게 평소 나누는 장난의 하나라는 건 잘 알고 있는 용호지만 저런게 헌터계의 유망주라 불리는 A급 헌터라 생각하면 정말 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고 안타깝다.


"뭐, 그래서 휴학하면 너는 뭐하려고?"

"나는 일단 E급 헌터 자격부터 얻으려고. 이번에 슬라임 연구하면서 현장에서 얻는게 생각보다 많다는걸 느꼈거든. 이번에 제출하게 된 논문도 사실상 게이트 안에서 지내다가 우연히 쓰게 된 거잖아."

"그렇긴 하지."

"그러니 내가 생각을 해봤다. 그냥 게이트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또 저번처럼 새로운 논문 주제가 떠오르는 게 아닐까 하고."

"...그냥 저번처럼 슬라임 게이트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냐? 이왕 하는 김에 "

"너 지금 슬라임 게이트 상황 몰라?"

"모르는데. 뭐 사고라도 났어?"


용호는 뉴스 하나 보지 않고 다니는 자신의 친구를 한심하게 바라보고는 친절하게 핸드폰으로 한 뉴스 기사를 보여줬다.


"지금 슬라임 게이트에 사람 몰려서 통제중이야."

"진짜로? "

"내 논문 발표 직후에 협회가 연이어 논문 발표했잖아. 그 이후로 협회가 꽤 좋은 가격으로 슬라임 생포 의뢰를 걸었나봐. 그래서 시간 많고 돈 필요한 사람들이 쌓인 거지."


심지어 F급 게이트는 일반인들도 신청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폐지를 줍고 다니는 노인들조차 산책 삼아 들어가 슬라임 10마리 내외 정도만 잡으면 협회가 폐지나 고물보다 괜찮은 용돈벌이가 될 정도로 매입해주니 한국에 있는 슬라임 게이트는 전부 용돈벌이 목적의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됐다.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F급 게이트는?"

"슬라임이 아닌 F급 게이트는 기껏해야 복슬토끼 정도잖아. 그런 거로 뭔 실험을 하겠다고."


애초에 용호가 F급 게이트를 들어간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만약 E급 헌터 자격증을 취득할 시간이 있었다면 E급 자격증부터 딴 다음에 곧바로 E급 게이트에서 연구를 진행했겠지.


"야, 그러면 이왕 헌터 등급 올리는 김에 B급까지 올려서 차라리 졸업 논문 대신에 헌터 자격증 쪽으로 졸업하는 건 어때?"

"...그거 본말전도 같은데."


몬스터학과를 졸업할 때 졸업 논문 대신 B급 헌터 자격증을 취득하면 졸업 요건이 채워지긴 했지만, 그것은 영 마음에 드는 길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높은 헌터 등급을 취득할 생각도 없고 말이지.


"학자로 이름을 알릴 사람이 졸업 논문도 안 쓰고 헌터 자격증으로 졸업했다고 하면 무슨 소리 듣겠냐?"

"글쎄... 사람들이 졸업 논문까지 신경쓸까?"

"신경쓰지. 평범한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지만 유명해지면 트집을 잡기 위해 온갖 것들을 들먹인다고. 당장 정치인, 연예인, 유명인들 졸업 논문 논란 뉴스로 많이 나오잖아."

"거기까지 유명해질 필요가 있어?"

"몬스터 진화론을 세상에 증명하면 그 정도는 유명해지지 않겠어?"


성현은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는 굳이 묻지 않았다.

굳이 쉬운 길을 방치하고 저렇게 어렵게 돌아서 가겠다는데 누가 저걸 어찌하겠어?

설득이란 것도 들을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나 의미있는 거지 저렇게 귀를 닫아두고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은 입만 아플 뿐이다.


"뭐, 그러면 마음대로 하시고. 난 간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때 현성의 몸에 가해지는 평소보다 무거운 중력.


중력 마법.

무려 중력이라는 난해한 것을 다루기에 다루는 것만으로 A급 마법계 헌터 취급을 받는 고난이도 마법이 현성에게 핀포인트로 작용해 그를 억눌렀다.


"어딜 도망가?"

"야이, 밥 다 먹었잖아! 볼일 없잖아! 나 내일 출근이야!"

"야, 갈때 가더라도 E급 시험에 뭐 나오는지는 알려주고가."

"네가 검색해!"

"검색보다는 역시 경험자의 말이 더 귀에 잘 들어오는 법 아니겠어?"

"넌 그냥 보면 된다고! 애초에 너 마음만 먹으면 A급 금방 따잖아! 그냥 보라고!"

"꿀팁 내놓으라고!"


현성은 결국 용호에게 자신이 아는 꿀팁들을 다 털리고 나서야 용호의 중력 마법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하여튼 저 미친놈.

저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그냥 눈 감고도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데, 엄살만 많아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니까.

어쩌다가 저런 놈이랑 친구가 됐는지 현성은 한숨과 함께 그저 몬스터 진화론이란 터무니없는 낭설과 졸업에 미쳐버린 자신의 친구를 안타깝게 바라보고는 그와 헤어졌다.



***



"이게 E급 자격증인가."


E급 헌터 승급 시험을 보고 2주가 지났다.

E급 헌터 승급 시험은 용호가 호들갑을 떨며 성현에게 꿀팁을 얻어낸 것에 비해 정말 별거 아니었다.


첫째날 기본 상식을 묻는 필기 시험.

둘째날은 정신 상태와 도덕성을 체크하는 면접 시험.

셋째날부터 다섯째날까지 실제 E급 게이트 안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실전 시험까지.

단계를 나눈 것을 보면 어려워보이지만 실제 감상은 운전면허 시험이 더 어려웠다.


"어렵지 않은 게 당연하긴 했지."


E급 헌터란 것은 사실상 각성자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F급 헌터 자격증에서 한 등급 더 위로 올라간 헌터계의 인턴이었다.

말만 E급이지 사실은 정신적, 인격적으로 문제없는 사람을 거르는 등급.

실제 헌터계의 등급 분포를 살펴보면 S급과 A급을 합해서 5%, B급이 15%, C급이 20%, D급이 30%, E급이 3%, F급이 27%로 가장 적은 분포를 차지하고 있는 각성한 일반인과 헌터를 구분짓는 거름망 정도의 등급이었으니까.


"이왕 하는거 D급까지 딸 걸 그랬나?"


이왕 따는김에 D급까지 따두는 게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필요하면 나중에 승급 시험을 보면 그만이니 깔끔하게 미련을 버렸다.


"그러면 E급 자격증도 왔고 이제 연구할 게이트를 찾아야 하는데..."


당장 지도앱을 켜서 집 근처에 있는 E급 게이트 목록을 검색해봤다.

검색된 E급 게이트 중 약 30분 거리 안에 있는 게이트의 수는 총 5개였다.


"고블린, 코볼트, 스켈레톤, 구름여우, 거대호박벌."


부상 위험은 있지만 사망 위험은 없는 수준의 게이트들이다.


"이중에서 스켈레톤은 우선 제외."


언데드 몬스터가 진화를 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진화 연구하는데 있어 언데드는 그리 적합한 종족은 아니었다.


"흠, 고블린이나 코볼트는 상위호환되는 명확한 존재가 있는 녀석들이지만. 어설프게 지능이 있어서 다루기 힘들어. 반면 구름여우와 거대호박벌은 명확한 상위호환은 없지만 지능은 딱 동물과 벌레 수준이라 비교적 다루기 쉽지."


스켈레톤 게이트를 제외하면 각 게이트마다 장단점이 뚜렷한지라 어느쪽 게이트를 선택할지 꽤 고민됐다.


"끄응... 아, 모르겠다. 너네가 정해봐."


결국 어느 게이트로 갈지 결정하지 못한 용호는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두 엘릭서 슬라임을 모니터 앞에 내려두고 둘에게 게이트를 선택하게 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정할 수 없다면 결국 남은 수는 남에게 대신 골라달라고 하는 일뿐.


"부르르!"

"푸르르!"


슬라임들은 용호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부르르, 푸르르 몸을 떠는 두 슬라임의 젤리가 가느다랗게 모니터를 향해 뻗어졌다.


우연의 일치일까?

두 슬라임이 가리킨 곳은 정확히 일치한 장소.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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