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학과 진화론자가 졸업을 못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크란토
작품등록일 :
2024.09.05 13:31
최근연재일 :
2024.09.18 18:2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33
추천수 :
34
글자수 :
69,238

작성
24.09.12 18:00
조회
18
추천
4
글자
14쪽

8화

DUMMY

"부웅!"


거대 호박벌의 단체 습격에 멘탈이 나갔던 것도 잠시.

수많은 벌들의 날갯소리에서 유독 특이한 날갯소리를 가진 벌 한 마리가 텐트 앞에 나타났다.

텐트 한 장을 너머로 보이는 그 작으면서도 벌 치고는 커다란 그림자의 등장에 용호는 무시할까 싶다가도 '공격을 했으면 벌써 하지 않았을까?'라는 초긍정 회로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다시 들려오는 날갯소리.

언제까지고 이렇게 버틸 수는 없는 법이었다.

빠르게 선택을 내려야 했다.

이 상태로 저 모여든 벌을 공격하든 아니면 텐트를 열고 상황을 확인할지.


"...에휴. 내 팔자야."


선택의 기준은 단순했다.

어쩌면 저 벌들이 공격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안전 정도는 마법으로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벌들을 당장 공격하는 것보다는 먼저 문을 열고 상황 파악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하게 했다.


찌이이익


굳게 닫혀 있던 지퍼를 내린다.

지퍼를 열리자마자 들려오는 벌들의 날갯소리에 다시금 소름이 돋아 반사적으로 지퍼를 올릴 뻔 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내며 일단 상황을 살펴봤다.


지퍼를 내렸음에도 벌들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다.

역시 싸우거나 적대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닌 듯 한데...

그렇다면 더욱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없다.

대체 왜 찾아온 거지?


"부웅!"


그때 벌의 무리를 대표해서 앞으로 나온 한 마리의 거대 호박벌.

그 특이한 날갯소리는 기억에 남아 있는 녀석이었다.


"너는... 아까 침 주워먹던 벌이지?"


말랑이가 바닥에 뱉은 침을 허겁지겁 주워가던 녀석.

워낙 특이한 현상이었기에 기억에 남아 있다.


'응? 이거 설마.'


도저히 떠오르지 않던 벌들이 찾아온 이유를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말랑아. 너 설마 아까 뱉은 거 침이 아니라 엘릭서였니?"

"부르르!"


드디어 밝혀진 진실.

눈앞의 거대 호박벌이 괜히 말랑이가 뱉은 침에 눈이 뒤집혀진 채로 달려든 게 아니었다.


"몬스터가 엘릭서에 환장한다는 건 처음 듣는 정보인데."


물론 엘릭서란 것 자체가 기밀 취급이기에 알려지지 않은 게 당연하지만.

만약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이 귀한 것을 사람이 아닌 몬스터에게 주면서까지 실험할 사람은 없을 테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절대로 알아내기 어려웠을 정보이긴 했다.


"그런데 벌들이 엘릭서를 왜 원하는 거지?"


거대 호박벌들이 무리를 지어 찾아온 이유는 알았다.

벌들이 엘릭서를 원하는 것도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벌들이 엘릭서를 원하는가는 아직 의문이 남아 있었다.


'여왕이 다쳐서 치료약이 필요했나? 엘릭서가 무엇인지는 아는 건가? 본능적으로 요구하는 것인가?'


학자라면 당연히 가질 학문적 호기심이 들었다.


알고 싶다.

궁금하다.

저 녀석들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다.


슬라임 진화를 끝으로 잠시 잊고 있던, 졸업에 쫓겨 잊고 있던 학자로서의 본능이 서서히 자극되기 시작했다.

현장에 나오는건 여전히 질색이지만, 이렇게 흥미로운 연구대상과 주제를 눈앞에 두고 아무것도 못 느낄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비록 이 모든 계기가 국가 기밀인 엘릭서와 연관되어 있기에 논문으로 쓰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지식이란 것은 논문으로 쓰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남들에게 알리지 않는다고 지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의 용호가 졸업 논문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애초에 졸업을 하려던 이유가 이런 식으로 몬스터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였잖아.

비록 진화와 관련 없는 일이라 한들 남들이 모르는 지식을 스스로 조사해서 알게 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따라오라는 거야?"

"붕! 부웅!"


거대 호박벌이 O자 모양으로 둥글게 비행한다.

이건 긍정의 뜻이라고 봐야 하나?


"그럼, 잠깐만 기다려봐. 짐만 정리하고..."

"붕! 붕!"


이번엔 X자 모양으로 비행하는 거대 호박벌.

다른 건 몰라도 이 녀석들이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의사 표현을 할 줄 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O자고 X자고 저렇게 특이한 비행을 할 리가 없었을 테니까.


흔히 몬스터의 지능이 얼마나 뛰어난가에 대해서는 학자들끼리 논쟁이 있는 부분이지만 용호가 보기에 몬스터들은 확실히 동물 이상의 인간보다는 못하더라도 소통은 가능한 정도의 지능은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건 거대 호박벌의 재촉에 텐트를 정리하지도 못하고 가방만 챙겨서 자리를 뜨게 됐다.

거대 호박벌들은 죄인을 호송하는건지, 귀빈을 보호하고 안내하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용호와 슬라임 주변을 자신들의 몸으로 감싸며 길을 안내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넘게 걸었을 쯤이었을까?

주변을 감싼 거대 호박벌들 때문에 어디를 어떻게 가고 있는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바닥에 찐득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전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어딘가로 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부웅! 부웅! 부웅!"


위이잉잉!


그리고 동시에 흩어지는 거대 호박벌들.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은 육각형으로 이뤄진 구조물이 있었고, 그 구조물에서 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아니 확실하게 지금 있는 장소가 벌집이라는 증거들이 곳곳에 흘러 넘쳤다.

이제까지 헌터가 벌집으로 초대됐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엘릭서라는 물건이 거대 호박벌들에게 있어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야 하는 걸까?


"설마 이렇게 싶은 곳까지 데리고 올 줄은 몰랐는데."

"부웅!"

"알았어. 빨리 가면 되잖아."


벌의 재촉에 하는 수없이 끈적이는 바닥을 어떻게든 움직이며 힘겹게 더 깊은 안쪽으로 들어간다.

아니, 이렇게 안쪽으로 들어가도 되는 게 맞나?


이 벌의 독단...일 리는 없을 것이다.

벌이란 생물은 독단 행동을 하는 생물은 아니니까.

여왕벌이라는 절대적인 상위 개체가 있는 벌이 도대체 어떻게 독단을 한단 말인가.


만약 벌이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그건...


"비이잉!"


아마 여왕벌이 시켜서 그런 거겠지.


"진짜 여왕벌이네?"

"비이잉! 비잉!"


용호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50cm 크기의 여왕벌을 보고 흠짓 놀랐다.

나름 여왕이라고 다른 거대 호박벌들과 날갯소리가 다른 건 특징이라면 특징이지만, 애초부터 크기부터 다른 거대 호박벌들보다 상당히 큰데다가 머리에 왕관이라도 되는 듯 달고 있는 저 특수 기관을 보면 여왕벌임을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가 우리를 부른 거야?"

"비이잉!"


그래도 나름 여왕벌이라 그런지 아까 봤던 거대 호박벌과는 다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여왕벌.


"우리를 데리고 온 이유가 이걸 원해서지?"

"비이잉! 비이잉! 비이잉!"


오는 길에 빈 병에 담아뒀던 엘릭서를 꺼내서 보여주자 미친듯이 고개를 흔들기 시작하는 여왕벌.

슬쩍 여왕벌의 상태를 보니 여왕벌의 몸에 잔 상처도 없는 것을 보면, 상처나 병때문에 엘릭서가 필요한 상황이 아님은 유추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

이 엘릭서라는 액체를 벌은 본능적으로 강하게 원하며, 또한 어떻게 작용하든간에 여왕벌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라는 것.

저렇게 여왕벌이 체면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 봐도 엘릭서란 것이 얼마나 여왕벌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엘릭서 원하는만큼 줄 수 있어."

"비이잉?! 비잉! 비이잉!"


엘릭서를 줄 수 있다는 말에 마치 '정말로?! 줘! 당장 줘!'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여왕벌.

하지만 용호는 다가오는 여왕벌의 움직임에 맞춰 들고 있던 엘릭서를 여왕벌의 반대쪽으로 빼냈다.


"비잉?"


고개를 갸웃하는 여왕벌.

여왕벌이 다시 엘릭서를 향해 움직이지만 마찬가지로 엘릭서가 들어 있는 병은 여왕벌에게 닿지 못했다.


"맨입으로 먹게?"

"비이잉! 비잉!"


용호가 순순히 엘릭서를 주지 않자 어린애처럼 떼를 쓰는 여왕벌.

하지만 떼를 쓴다고 해도 엘릭서를 그냥 주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서로 오고 가는게 있어야지. 내가 이걸 너한테 주면 너는 나한테 뭘 줄 수 있어?"

"비이잉? 비잉..."


뭘 줄 수 있냐는 물음에 여왕벌이 잠시 멈칫했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여왕벌.


"비잉!"

"부우웅!"


여왕벌이 용호를 데리고 왔던 거대 호박벌에게 뭐라 말하자 거대 호박벌은 어디론가 가더니 잠시 뒤.

다시 돌아온 벌은 다른 벌들과 함께 벌꿀이 가득찬 벌집을 가져왔다.


"비이잉! 비잉!"


마치 '이건 어때? 이거 좋아하는 거 맞지?'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뚱뚱한 몸을 당당하게 펴는 여왕벌.

세상에 벌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도 잠시.


"미안하지만 우리는 딱히 그게 필요없어."

"부르르!"

"푸르르-!"

"비잉-!"


여왕벌의 포동포동한 몸집 뒤로 '쿠궁!'하는 효과음이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묘하게 감정 표현이 풍부한 녀석이었다.


뭐, 벌이 갑자기 벌꿀이 가득 들어 있는 벌집을 가져온 이유는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이제까지 수많은 헌터들이 여기 E급 게이트 [달콤한 꿀벌의 집]을 찾아오면서 벌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인간에 대한 관찰을 했을 것이다.


[달콤한 꿀벌의 집]과 같은 인간에게 중립적인 성향을 가진 몬스터들이 나오는 게이트의 경우에 헌터들은 사냥을 자제하고 돈이 되는 것들만 채취하는 것이 상식이다 보니 벌들은 헌터들이 자신들의 벌꿀만 채취해가는 모습을 봤겠지.

그러니 거대 호박벌은 인간들이 하나같이 벌집을 떼어가고 그 안에 있는 벌꿀을 가져갔으니 벌들에게 있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벌꿀과 벌집이라는 인식이 생겼을 거다.


"이것도 인간에게 귀하긴 한데 좀 부족하지."


무려 엘릭서다.

전 세계에서 한국만이 유일하게 S급 게이트에서 구해온 기적의 액체.

고작 평범한 벌꿀과 비교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비잉... 비잉!"


벌꿀과 벌집으로 부족하다는 말에 뻘뻘대며 여왕벌이 아까와 같이 주변을 둘러봤다.

당장 눈앞에 엘릭서가 있는데 마땅히 교환할만한 것이 없으니 초조한 모양.


"비이잉! 비이잉!"

"부웅! 부우웅!"


여왕벌이 다시금 다른 벌들에게 무언가를 가져오도록 시켰다.

잠시 기다리자 거대 호박벌 몇 마리가 저 멀리서 낑낑대며 무언가 투명한 액체를 담은 벌집을 한 가득 가져왔다.


"이게 뭐야?"

"비이잉! 비잉!"

"뭔가 애써주는 건 고마운데, 뭐라 말하는지 잘 모르겠어."

"비잉... 비잉!"


여왕벌은 한껏 생색내다가도 자신이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 몰라주는 용호때문에 답답해하며 그것이 뭔지를 알려주기 위해 가져온 투명한 젤리에 직접 입을 갖다댔다.


"아, 먹는 거야?"

"비잉!"

"어... 잠깐. 여왕벌이 먹는 거라면 로열 젤리인가?"

"비잉? 비잉."


로열 젤리라는 용호의 표현에 여왕벌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자신이 가져온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는 알아준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여왕인 자신이 먹는 먹이를 준 것이다.

이 정도라면 저 인간도 당연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한 여왕벌은 이런 대단한 생각을 한 자신이 너무 대견해서 가슴을 쫙 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왕벌의 기대대로 용호는 거대 호박벌의 로열 젤리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와... 거대 호박벌의 로열 젤리는 귀한데."


아니, 단순히 귀한 정도가 아니다.

적어도 용호는 인터넷 사이트나 헌터들이 주로 이용하는 거래소에서 거대 호박벌의 로열 젤리가 거래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옛날에 거대 호박벌을 사냥하던 시기에는 아주 소량 거래소에 나왔다고는 들었지만, 돈 많고 높으신 분들이 연구소에 가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빼돌려서 어르신 영양 간식으로 드셔서 연구도 안된 SSR급에 해당하는 아주 귀한 재료였다.


"비빙!"


마음에 들었냐는 듯 생색내는 여왕벌.

확실히 이제는 그 누구도 구하지 못하는 거대 호박벌의 로열 젤리라면 용호도 혹할만한 것이었다.


"좋아. 엘릭서 넘겨줄게."

"비이잉!"

"그런데 그 전에 하나 더."

"비잉?"


아니, 받았으면 그대로 끝이지.

뭘 또 요구한단 말인가?


여왕벌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인간의 모습에 역시 인간은 욕심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인간이 들고 있는 저 황금빛 액체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기에 일단은 참고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너희를 연구하고 싶은데 허락해줄 수 있을까?"

"비잉?"


연구? 연구가 뭐지?

여왕벌은 인간이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뭐, 간단히 말하면 당분간 너네랑 같이 지낼 생각인데 그동안 너네 움직이는 걸 관찰하고, 만지고 하고 싶다는 소리야."

"비이잉?! 비이잉!"


뭣! 몸 이곳저곳을 보고 만진다고?

어찌 이렇게나 변태적인 인간이 있을 수가!

아무리 이 몸이 매력적이라고는 하지만 여왕이 된 몸으로 함부로 남에게 손길을 허락하는 것은 절대...


"그 대신 매일마다 이만큼 엘릭서를 계속 줄게. 어때?"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싫어? 싫으면 말고."

"비이잉!"


하면 되잖아!

허락하면 되잖아!


여왕벌은 차마 용호의 손에 있는 엘릭서의 유혹을 참을 수 없었다.

만약 저 황홀하고 세상 그 무엇보다 진귀해보이는 저 보물만 가질 수 있다면.

여왕벌은 자신의 몸이 인간 수컷에게 희롱당하는 것쯤은 참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몬스터학과 진화론자가 졸업을 못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화 NEW +1 11시간 전 10 2 15쪽
10 10화 +1 24.09.16 17 3 15쪽
9 9화 +1 24.09.14 18 4 14쪽
» 8화 +2 24.09.12 19 4 14쪽
7 7화 +1 24.09.11 20 3 14쪽
6 6화 +1 24.09.10 22 3 14쪽
5 5화 +1 24.09.09 22 3 13쪽
4 4화 +1 24.09.08 24 3 15쪽
3 3화 +1 24.09.07 23 3 13쪽
2 2화 +1 24.09.06 24 3 13쪽
1 1화 +1 24.09.05 35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