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학과 진화론자가 졸업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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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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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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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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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여왕벌과의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다.

여왕벌은 기뻐하며 용호의 손에 있는 엘릭서 병을 자신의 입에 쏟아 쪽쪽 빨아먹기 시작했고, 용호는 로열 젤리를 챙긴 후 벌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권리를 얻게 됐다.


"그러면 잠시 원래 있던 곳으로 갈 수 있을까? 텐트 좀 가져와야 해서."

"비이잉? 비잉!"

"부웅!"


하지만 연구라는 것은 일단 기반 시설과 준비가 철저해야 가능한 것.

용호가 여왕벌에게 텐트를 가져오겠다고 말하자, 여왕벌은 용호를 데려왔던 벌을 용호에게 붙이며 그 벌에게 길 안내를 하도록 명령했다.


"아무래도 너랑은 오래 볼 거 같네."

"부웅."


처음 다가와 설탕물을 먹었을 때부터, 말랑이가 뱉은 엘릭서를 주운 것, 벌집까지 안내하는 것 전부 생각해보면 이 부웅하고 나는 하나의 벌이 한 짓이다.

이쯤되면 이 게이트 안에서 머무는 동안은 한동안 계속 얼굴을 마주칠 거라 봐도 무방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너도 이름 지어줄까?"

"부웅!"


좋다는 듯 위아래로 날기 시작하는 녀석을 보며 용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분명 일벌이라 하면 전부 암컷이었으니까...

여자 이름 목록을 보여주면 되나?


바로 이전에 말랑이와 방울이의 이름을 지어주고 남아 있던 이름 후보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해 녀석에게 보여줬다.


"이 중에서 이름을 골라봐."

"부웅... 부웅!"

"응? 엘ㄹ"

"부웅! 부웅!"

"아, 한 글자씩 읽으라고? 어... 그러니까, 엘리자베스 플로우 셀라... 너무 긴 거 아니야?"

"부웅! 부우웅!"


기껏 이름을 골라보라고 여러 이름 후보군을 보여줬건만 욕심많은 눈앞의 꿀벌은 지어준 이름에서 만족하지 않고 굳이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와 거창하게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용호가 중간에 끊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저 욕심많은 꿀벌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플로우 셀라브레...뭐시기로 끝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정말 이제 와서인데 너네 글자는 어떻게 읽는 거냐?"

"부웅?"

"부르르?"

"푸르르?"

"...아니, 아니다. 뭐 방법이 있는 거겠지."


솔직히 몬스터들이 아무리 지능이 있다고 한들 사람이 말하는 언어를 어떻게 알아듣고 글자는 또 어떻게 읽는 건지 궁금하고 흥미가 있긴 했지만 지금은 딱히 물어볼 타이밍이 아니지.


"야, 꿀벌."

"부웅?"

"붕붕이가 되고 싶지 않으면 2글자에서 3글자로 타협해."

"부웅...!"


녀석은 마치 못 들을 걸 들은 것처럼 몸이 굳고 말았다.

벌생에 있어 처음으로 들어보는 무시무시한 촌스러움에 감히 털에 소름이 돋고 침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만약 저런 촌스러운 이름이 자신에게 붙는다면...

아직 이름없는 일벌은 당장 근처에 있는 물가로 뛰어들어갈 의향이 충분했다.

그 정도로 절대로 달고 싶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렇기에 이름없는 일벌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눈물을 머금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


"부웅..."

"엘리제라. 뭐 좋네. 너무 고풍스러운 이름이 아닌가 싶긴 한데."

"부웅!"


고풍스러운 이름이 어때서!

라며 화를 내는 엘리제.

하지만 그런 꿀벌의 분노를 용호가 이해할 리는 만무했고, 결국 엘리제는 모든 것을 포기한채 붕붕이 보다는 낫다는 사실만을 위안으로 하며 텐트로 용호를 안내했다.


"다행히 누가 가져가진 않았네."


3시간 정도 밖에 방치해둔 상태였기에 누가 가져가면 어쩌나 싶었지만 다행히 건드린 사람조차 없는 듯 했다.

휴, 자전거였다면 분명 한 시간만 비웠어도 털렸을 텐데 텐트라 다행인 일이었다.


"그러면 이제 돌아갈까?"

"부우웅!"

"아, 잠깐 기다려봐. 돌아가는 건 내가 앞장 설게. 그게 빠를 거 같으니까."

"부웅?"


텐트를 정리한 직후.

용호는 의욕을 내며 앞장 서려 하는 엘리제를 막아 세웠다.


이제까지는 오고 가는 길을 몰라서 엘리제에게 길 안내를 부탁했지만 이제는 여왕벌이 있는 곳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알게 됐다.

비록 용호가 전사계나 탱커계들이 타고나는 우수한 육체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마법계 또한 나름의 이동 방법을 갖고 있는 법이다.


"엘리제 여기 안으로 들어가 있어봐."

"부우웅?"

"꼭 붙잡고 있고."

"부웅."


엘리제는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엘리제가 옷 안 속으로 들어오자 호박벌 특유의 복슬복슬한 털때문에 몸이 간지러웠지만 썩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비행][가속][저항 제거][중력 조절][풍향 조절]"


용호의 몸에서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는 다량의 마나가 용호의 몸을 하늘로 띄운다.

용호가 몸에서 해방한 마나에 의해 순간적으로 몸에 소름이 돋은 엘리제가 저도 모르게 '삐익!' 소리를 내며 기겁했다.


도대체 이 마나는 뭐지...?

아까까지는 이런 마나를 느끼지 못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마나가 생기다니 말도 안돼.


엘리제는 마치 포식자의 앞에 선 피식자처럼 몸을 벌벌 떨었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안고 있는 그에게서 멀어지고 싶었지만, 엘리제에게는 공포라는 생물의 본능과 별개로 또 하나의 본능이 그녀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왕의 명령'이라는 벌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목숨 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종의 본능.


그 여왕님이 이 인간의 곁에서 그를 지켜보고 그가 원하는대로 행동하라고 페로몬을 통해 알렸기에 엘리제를 포함한 그녀의 군체는 용호의 드래곤보다 무서운 흉흉한 마나를 지닌 용호로부터 도망가고 싶었음에도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삐이...! 삐이...!"

"조금만 더 참아. 금방 도착하니까."


엘리제는 무력하게 용호의 옷 속에서 소리를 내지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평소에는 절대로 내지 않는.

오로지 목숨이 위협받는 필사적인 상황일 때만 내는 소리였다.


"후. 오랜만에 비행하니까 좋네. 게이트 밖에서는 비행 마법을 사용하면 벌금이라 못 하고 다녔는데."


과연 용호가 빨리 도착한다고 보장한만큼 텐트를 회수한 직후 벌집으로 돌아오는데는 불과 1분이란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처음 벌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1시간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단순 계산으로만 걷는 속도의 60배에 달하는 속도.


"부... 부웅..."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너무 빠르게 날아왔나?"

"부웅!"


네 무식한 마나때문이다!

라고 엘리제는 열렬히 항변했지만 용호의 말이 그녀에게 전달되더라도 용호가 엘리제의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

그것이 엘리제를 너무 답답하게 만들었고 결국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영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으면 엘릭서라도 마실래?"

"부웅?! 부... 부웅..."


엘릭서라면 그 황금색 단물?!

꼴깍.

그 귀한 것을 자신에게 주겠다는 말에 엘리제는 조금 욕심이 생겼지만 이내 곧 머리를 흔들며 그 유혹을 뿌리쳤다.

그렇게 귀한 것을 일개 일벌에 불과한 자신이 차지할 수는 없다.

귀한 것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오로지 여왕님에게 갖다 줘야 하는 것.

절대적으로 져버릴 수 없는 본능에 엘리제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런 자신을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는 한 남자의 음흉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



벌집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끈적한 벌집에 설치한 텐트.

그 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용호는 식수는 마법으로, 식사는 일벌들이 갖다주는 꿀과 챙겨왔던 식량으로 처리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향하는 곳은 여왕벌이 머무는 곳으로 그곳에 가서 여왕벌에게 약속했던 엘릭서를 한 병씩 주는 것이 매일 아침 루틴의 시작.

여왕벌이 그 자리에서 엘릭서를 마시고 무슨 변화는 없는지를 몸을 더듬어가며 모든 것을 하나하나 조사해간다.


"비이...잉! 비이잉!"


물론 여왕벌은 몸을 만져질 때마다 격렬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적대적인 반응은 아니었고, 애초에 그런 약속이었으니 용호는 여왕벌의 반응은 무시한 채 매일 매일 조금씩 덩치와 털을 부풀려가는 여왕벌의 변화를 기록하며 용호는 엘릭서라는 물질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는 생각을 바꿔갔다.


협회장이 말하길 엘릭서는 인간에게 있어 단순 만능 치료제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물론 만능 치료제에 '단순'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건 너무 내려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며칠동안 여왕벌의 변화를 살펴보며 추측하게 된 엘릭서의 또 다른 성능을 생각하면 부상의 완전 치료는 그저 부가 옵션일 뿐이었다.


"성장하고 있는 건가?"

"비잉?"

"있잖아. 너 처음 만났을 때보다 꽤 커지지 않았어?"


처음 만났을 때는 50cm 정도의 길이였던 여왕벌이다.

그런데 지금은 못해도 80cm, 대략 1.5배 정도는 더 커진 듯 보였다.


"비이잉!"


여왕벌이 날갯소리를 높이는 게 그걸 이제 눈치채냐고 화를 내는 듯 했다.

용호는 어째서 자신이 벌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아야 하는지 1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모든 게 몬스터에 대한 연구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참아 넘어갈만 했다.


"알겠으니까 엘릭서 한 병 더 마실래?"

"비, 비잉..."

-그, 그러던가.


라고 환청이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아무래도 일주일동안 여왕벌과 붙어 있다보니 말이 통하진 않지만 그녀의 성격에 대해 어렴풋하게 알게 된 기분이었다.


"방울아. 오늘은 네 차례였지?"

"푸르르!"

"그래. 항상 고맙고."


용호는 어깨에 올라가 있는 방울이에게 마나를 불어 넣으며 빈 병에 엘릭서를 받아냈다.

빈 병에 순식간에 엘릭서가 가득 차고, 그렇게 가득 찬 엘릭서 병을 다시 여왕벌에게 주자 여왕벌은 꿀꺽꿀꺽 열심히 엘릭서를 마시며 기분이 좋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반면 그런 여왕벌을 유심히 관찰하는 용호는 생각했다.


'역시 변하고 있어.'


엘릭서를 마시고 있는 여왕벌의 토실토실한 몸을 만지고 있으면 그것이 더욱 확실하게 느껴졌다.

살을 찐다와 같은 체형의 변화가 아닌 골격의 변화가.


거기에 변하는 것은 겉모습뿐만이 아니었다.

그 내부에 있는 마나 또한 이전에 확인했을 때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서 이제는 단순 E급 몬스터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E급 보스는 확실하게 넘었고 D급 정도 되겠는데."

"비잉!"


마나가 단순 오른 것을 넘어 등급을 넘어섰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큰 일이었다.

애초에 등급이라는 것을 왜 나눴겠어?

그 등급에 해당하는 몬스터는 해당 등급을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기에 몬스터의 종족마다 등급을 표시하고 알리는 것이다.


F급인 슬라임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억지로 키운다고 하더라도 F급일 수밖에 없고, E급인 거대 호박벌은 아무리 방치해도 E급에서 성장하지 못한다.

몬스터 등급이란 헌터들이 관찰하고 연구해서 측정한 몬스터 종족의 '최대치'란 소리다.

그런데 그 한계를 지금 거대 호박벌의 여왕벌이 넘어섰다.

'엘릭서'란 미지의 물질이자 신비한 액체의 힘을 빌려서.


그리고 종족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가지게 되는 현상을 용호는 단 하나 알고 있다.


"진화인가?"


종족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종으로 거듭나는 현상.

하지만 진화라고 보기에는 아직 무언가 부족했다.


"그런 것 치고 덩치와 마나 외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라고 말하려던 찰나 용호는 여왕벌의 몸을 만지던 중 갑작스레 여왕벌의 마나가 어느 한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함을 눈치챘다.


"너..."

"비잉!"


상황은 갑작스레 진행되기 시작했다.

용호의 손길을 뿌리치고 갑자기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하는 여왕벌.

용호가 재빨리 슬라임을 챙기고 그녀의 뒤를 쫓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여왕벌 뿐만이 아니었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벌집 전체에 있는 모든 벌이 날아올라 한 곳으로 모인다.


"부웅!"

"엘리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부우웅!"


용호는 도중에 여왕에게 가는 엘리제를 붙잡아 질문을 하려 했지만, 엘리제는 저 벌들의 행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듯 몸을 비틀면서까지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용호가 붙잡은 그 잠시 사이 엘리제를 제외한 모든 벌들은 여왕벌의 곁으로 모였고, 이미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부웅...?"


망연자실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곧 원망스러워하는 눈빛으로 용호를 보는 엘리제.

하지만 그런 엘리제의 원망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하늘에 모여 있는 벌들의 군체를 멍하니 바라봤다.


하늘이라 해봤자 벌집의 안이지만 모든 벌이 한곳에 모이자 여왕벌을 중심으로 벌꿀색 마나가 터져나와 용호와 엘리제를 제외한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공기가 떨린다.

터져나온 벌꿀색 마나는 가히 심상치 않았다.

그것은 마치 터져나올 것처럼 부르르 떨다가 한 번 '쿵!'하고 떨리면 그 색이 뚜렷해지면서 느껴질 리 없는 존재감이 더 크게 확장됐다.


그렇게 벌꿀색 마나의 박동이 심장이 뛰듯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이고 반복해서 뛰다가 갑자기 그 박동이 작아진 때가 있었는데, 그 순간 용호는 본능적으로 그 벌꿀색 마나의 박동이 작아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나가 부족하다.


저 벌꿀색 마나는 아직도 더 뛰고 싶어했다.

더 크게, 더 선명하게, 더 밝게.

자신의 존재를 더 드높이고 싶어했다.

하지만 벌꿀색 마나는 한 번 뛸 때마다 그 크기가 줄어들었고, 이제는 더 이상 뛸 수 없을 정도로 그 크기가 줄어들었으니 더 이상은 뛰고 싶어도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벌꿀색 마나의 박동을 지켜보던 용호는.

벌꿀색 마나를 향해 자신의 마나를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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