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만드는 천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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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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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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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준 기회

DUMMY

어딘지 모를 어두컴컴한 공간.

나를 향해 핀 조명이 떨어진다.

발은 굳어 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건 눈동자 뿐,

나는 그저 멍하니 서서 눈동자만 굴릴 뿐이었다.


그때 주변의 어두운 형체들이 모여들더니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이구. 내가 너 영화 한다고 깝칠 때부터 알아봤다. 감독 아무나 하냐?’

‘저 새끼 허세만 들어서 여배우 만지려고 영화 했나봐.’

‘영화를 왜 해? 하면 굶어죽는다는데.’

‘니가 되겠냐? 씨발 요즘은 개나 소나 예술 한다 나대면서 영화 찍어?’


나를 비웃는 말들이 가시처럼 나에게 찔러 왔다.

같이 욕하고 반박하고 싶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 좆 같은 인생... 씨발 영화 같은 거 애초에 시작 하는 게 아니었나...’


어디서부터 잘못이었을까?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거?

영화 감독이 되겠다 한 거?

그냥 영화를 좋아한 것부터 잘못일까?


부모님 뜻대로 법대나 금융쪽으로 갈 걸...

졸업하고 영화판에 가지 말고 공무원시험이나 작은 회사라도 취직할 걸...

그냥 기술 배우거나 자격증이라도 딸 걸...


후회가 밀려오면서 가슴을 찌른다.

그렇게 슬픔에 몸부림 치다가 손가락에 조금씩 힘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 * *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낮선 천장이었다.

설마 병원? 나 살아 있는건가?


하지만 병원이라기에는 너무 좁고 지저분하고...

여기 좀 익숙한 느낌인데?


나는 강한 두통을 느끼며 몸을 뒤척였다.

그때 머리맡에 레트로한 음향의 핸드폰 벨소리가 들렸다.


- 헤이 거기 거기 그대~! 나를 좀 봐봐 그대~ 그래 바로 너~ -


아 이거 내가 대학 다닐 때 즐겨 듣던 아이돌 음악인데...

그래서 벨소리 까지 해놨지.


머리맡을 더듬어 보니 구형의 폴더형 핸드폰이 잡혔다.

핸드폰은 얼른 받으라는 듯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외부 액정에는 도트형 글자로 발신자가 떠 있었다.


- 동기 윤갑부 -


내 동기이자 절친인 윤진영의 별명이다.

풍족한 집안 아들이라 자주 얻어 먹었기에 붙은 별명이었지.

오랜 만이네 왠 일이지?


하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내가 대학 때 썼을 법한 오래된 핸드폰, 거기에 울리고 있는 내 대학 동기의 전화.

이거 대체...?


나는 핸드폰 옆에 있는 노트를 집어들었다.

노트 표지에는 ‘한국대 영화과 김강일’이라 쓰여있었다.


이 노트는 내가 자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를까봐 늘 머리 맡에 두고 자던 노트다.

근데 이건 대학 시절에 하던 습관인데...


나는 급히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어쩐지 익숙하다 했더니!!

여긴 내 대학시절 자취방이잖아!!??


그때 옷 행거 옆에 놓여진 거울이 보였다.

그 안에는 20대의 내가 있었다.


* * *


지금의 현실이 믿기지 않아 계속 거울 내모습을 살폈다.

눈을 감았다 떠보기도 하고, 몸 여기저기를 꼬집는 건 너무 많이해서 아파 죽겠다.


‘지금 졸업반이니까 15년 전으로 돌아온 건가?’


현재는 2월 이제 막 대학교 4학년이 된 상황이었다.

완전 영화네...


<백투 더 퓨처>인가?

<어바웃 타임>?

<나비효과>? 아냐 이건 너무 베드 엔딩이었잖아.


지금의 현실에 얼떨떨 한데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도 발신자는 진영이었다.


“여... 여보세요?”

“야이 개새끼야!! 어디야? 전화는 왜 이제 처받아!!”

“아니 갑자기 왜 그래? 오랜만에...”

“뭔 거지 같은 소리야!! 까먹었냐? 오늘 수한 선배 만나기로 했잖아!”

“수한 선배?”

“그래 수한 선배 이미 오셨다고!!”

“아.. 그랬나? 근데 어디서 보기로 했지?”

“와~ 어떡하면 좋지? 납득이 안 되는 놈이네? 니가 신촌에서 보자며!! 다섯시!!”


시계 바늘을 벌써 4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야 너 주변이 조용한 거 보니 아직 집이지? 이거 완전 썅 또라이...”


나는 진영의 계속되는 욕설에 핸드폰을 닫으면서 우아하게 통화를 마무리 했다.

정신은 없지만 일단 집을 나서야 할 거 같다.


* * *


- You Better Go~ Go~ Go~ Go~ 더는 못 봐 저리 꺼져 줄래~ -


신촌의 술집에는 역시나 당시 유행하던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니 이젠 지금인가?


진영이는 내가 오자 마자 또 욕을 퍼부었지만, 수한 선배는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대신 벌주랍시고 뭐가 들었는지 추측도 하기 싫은 술잔을 들이켜야 했다.


“우웩~!”


쓰고 시고 달고...

조합되 선 안될 것들이 내 입에서 난동을 피며 목구멍을 타고 들어갔다.


“으아~~~ 대학생 때는 어떻게 이런 걸 마셨나 몰라~”

“뭔 소리야 새끼야 아직 졸업 할라면 한 학기 남았잖아. 벌써 사회인인 척 하지마.”


나는 나를 향해 타박을 하는 진영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입이 좀 거칠 뿐 상당히 괜찮은 놈이다.

내가 욕이 는 건 영화 하면서 힘들어서가 아닌 대학 때 이놈과 어울려서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니까 더 반갑네...


“뭘 야려 새끼야. 변태 같이 눈은 게슴치레 하가지고.”

반가운 거 취소.

썅놈 식기 입에 걸레를 물었나.


그렇게 투닥거리는 우리 사이에 수한선배가 끼어 들었다.


“야 녀석들아 선배 앞에서 쌈박질 할래? 그건 그렇고 니들 졸업하면 영화판 온다며?”

“예 이 새끼랑 같이 밑에서부터 구를 겁니다!!”


우렁차게 대답한 진영이에 비해 나는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

그래 이때 나는 꿈과 희망에 가득차 패기가 넘쳤었지...


이날 수한 선배를 만나려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미 영화판에 가 있는 선배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서.


수한 선배는 한숨과 함께 자신의 소주를 원샷 했다.


“그래 감독 될 라고?”


진영이가 다시 자신감 있게 답했다.


“예!! 감독해서 충무로 접수 할 겁니다.”

“니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보통 신인 감독은 빨라도 30대 중후반이다. 그리고 뭐 오래 버티면 감독 되는 것도 아냐. 그러면서 감독 준비 한다고 말만 하지 백수나 다름 없어~ 그렇게 나이만 먹는 거야. 그럼 다 늙어서 결혼도 못 해~ 돈도 없고 취직도 못하고... 그냥 가난한 독거노인 되는 거다.”


안다.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내가 그 판에 몇 년을 있었는데 모르겠나?

그리고 영화 감독한다고 설치다 무슨 일을 겪었는데...


나도 소주를 원샷하고 잔을 크게 내려놨다.


“맞아요. 저는 영화보다는 그냥 돈 모아서 주식이랑 코인 하려고요. 아 다들 아직 코인 모르시겠구나. 얼른 사둬요.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 할 거니까.”


내 말을 들은 진영이가 눈이 뒤집혔다.


“야 강일아 너 무슨 소리야... 어제만 해도 우리 같이 영화하자고 으쌰으쌰 했잖아 왜 그래?”


진영이는 진지하면 욕을 안 쓰고 말투도 부드러워 진다.

내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거 같아 마음이 아프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친구야...


반면에 수한선배는 잘 선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강일아 잘 생각했어. 니들이 나한테 사실 영화판 조언 듣고 싶어 불렀겠지만, 나 사실 지금 면접 준비하고 있어. 그래도 전공 살려서 제작사나 투자사 들어가려고. 아님 광고나 영상 관련 회사 쪽도 좋고.”

“선배님도 좋은 판단 하셨어요.”

“야 김강일 뭐하는 거야? 재미없는 장난치지 마!”


나는 눈망울이 흔들리는 진영이를 차마 보지 못 하고 고개를 돌렸다.

수한 선배는 그런 진영이를 다독이듯 말을 이어갔다.


“진영아 너는 집이 잘 사니까 걱정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나 강일이는 달라.”

“됐어. 이 배신자들!!”


진영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진영이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영화의 길 그 끝은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뿐이다.


그래 이렇게 대학 시절로 왔으니 복수 전공으로 금융 쪽을 배우자.

그 다음 취직해서 대출을 왕창 땡기고 주식, 코인, 부동산 다 해서 재벌로 사는 거야!!!

제 2의 인생 시작이다!!!


* * *


오랜 만에 온 학교는 기억 그대로였다.

당연히 과거로 왔으니 똑같겠지.


나는 복수 전공을 신청하기 위해 과 사무실로 향했다.

그러다 우연인지 아님 기다렸는지 진영이를 마주 쳤다.


“어디 가냐?”

“과 사무실 복수 전공 신청하려고.”

“하나만 물어보자. 갑자기 왜 그렇게 바뀐 거냐? 무슨 일 있었냐?”


무슨 일이란 단어에 지난 삶이 떠올랐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입에서무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일이 많았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니가 어찌 알겠냐...’


내가 말이 없자 진영이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 나 2학년때 단편 찍을 때 기억 나냐? 그때 니가 나 대신 찍다 시피 했잖아. 너는 배우고 나는 감독인데 말야. 근데 니가 연출을 더 잘했잖아.”


오래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원래 나는 연극과 연기 전공, 즉 배우였다.

하지만 나는 연기를 썩 잘하지 못 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아는 데 몸이 안 따라 준다고나 할까?

말하자면 딱 입시용

그것이 내 연기의 한계였다.


‘남들 연기는 잘 보면서 나는 못 하는 게 참 웃기는 일이었지.’


그런 나에게 진영이가 자신의 단편영화의 배우를 부탁했었다.

역시나 나는 부족한 연기를 펼쳤다.

오히려 돈 아낀다고 직접 출연한 진영이가 더 잘했으니 말 다 했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나는 진영이의 연출적인 부분을 많이 채워 주었다.

‘이렇게 하면 더 나을 거 같은데’ 하는 점들을 말했고, 진영이는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영화의 질이 훨씬 더 높아졌다.


진영이는 기억을 떠올리며 피식웃었다.


“기억 나냐? 나중에는 아에 니가 감독 자리에 앉고 OK랑 NG 했잖아.”

“그랬지.”

“그래 짜식아! 그거 사실 니 첫 영화지.”


그때를 생각하니 착찹한 기분이 들어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진영이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네 인생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만. 내가 너 였으면 그 재능 안 썩힐 것 같다.”

“생각해줘서 고맙다.”


진영이는 내 어께를 한 번 두드려 주고는 나를 지나쳐 갔다.


나라고 뭐 마음이 좋겠냐...

하지만 어쩌겠냐...

현실을 살아야지...


* * *


과 사무실로 간 나는 서류를 받아 들고 복수 전공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래 경제 학과 가서 기본이라도 배워야지.’


희망학과에 경제 학과라 써 놓자 벌써부터 성공 한 듯 희망찬 미래가 그려졌다.


‘미국의 it회사랑 전기 차 회사 그리고 우리나라는 2차 전지가 좋다 그러던 거 같았는데... 그리고 중국 붐도 있으니 잠깐 타고. 아! 일단 코인도 질러야지 그리고 돈 좀 모르면 강남에 아파트도 사는 거야!!’


그렇게 꽃길을 걷는 망상과 함께 신청서를 다 작성했다.

이제 제출만 하면 그 꽃길을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신청서를 다 작성했음에도 내 발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박혀 있는 어떤 감정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하 이 망할 놈의 영화. 강일아 정신 차리자 또 그 고생하려는 거야? 하늘이 기회를 줬는데 잡아야지!!’


그때 가만히 멍하니 있던 나에게 학과 조교형이 말했다.


“강일아 뭐 문제 있어?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아. 아닙니다.”


학과 조교는 몇 년 전 졸업한 선배 였다.

이 사람 역시 영화가 아닌 학교에서 조교를 하고 있다.

나는 신청서를 들고 학과 조교에게 갔다.


“야 너 연극과에서 영화과로 옮기더니 이번에 경제 학과 복수 전공이냐?”

“예... 돈 많이 벌려고요.”

“돈 많이 벌어서 뭐하게.”

“돈 벌어서요?”


단순한 질문이지만 나는 머리를 세게 얻어 만든 기분이었다.

그리고 홀린 듯이 말이 튀어 나왔다.


“영화 찍으려고요.”


그러자 학과 조교는 어이 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나는 씨익 웃으며 제출하려던 신청서를 다시 가져갔다.


미안하다 이번 생의 나여...

근데 말야.

내가 실력이 없었으면 깔끔하게 포기 하겠는데 그건 아니잖아!!


지금까지 남의 영화만 성공시키고 내 영화로 제대로 승부하지도 못 했는데, 이렇게 포기하긴 억울하지!!


그리고 또 언젠가 마음속에 세겨놨던 말이 떠올랐다.


‘쉽게 포기가 되면 그건 꿈이 아니다.’


그래 영화는 내 꿈이야.

포기 할 수 없어!

아니 포기가 안 된다.


‘게다가 나를 이렇게 만든 최감독이랑 배지현! 그 방대표란 새끼!! 그 년놈들한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포기 못 하지!!’


결심이 서자 나는 복수전공 신청서를 찢어 쓰레기통에 넣고 학과 사무실을 나왔다.


그렇게 하늘이 준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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