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흑마법사가 악당을 너무 잘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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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순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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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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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시각.

막 자동문이 열리고, 그 밖으로 걸어 나온 백운성과 김민준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끝이다.”

“드디어 끝났다······.”


남들은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계획하며 들여놓는 세간을 정말 단 하루 만에 끝장내버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민준은 하루가 다 저물도록 백운성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아니, 어떻게 보면 따라다닌 것이 아니라 앞장섰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형님, 요즘 나오는 물건들은 다 마석을 이용한 기술들이 붙어 있어서 잘 보고 사셔야 합니다. 이거 보세요, 이 전자렌지는 괜히 돈만 비싸게 받아 처먹으면서 쓸모없는 냉각 기능이나 넣어뒀다니까요?”


가전이면 가전.


“이런 침대는 살만하죠. 수면을 취하게 되면 등을 붙이고 있는 시간이 적어도 6시간은 될 텐데, 힐링 기능이랑 마사지 기능을 동시에 박아놓은 제품들은 그동안에 피로를 쫙 풀어주거든요. 저희 집에도 브랜드별로 몇 개 있는데··· 이게 제일 나았습니다!”


가구면 가구.


미리 공부라도 하고 온 것인지, 김민준은 박학다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주었다.

결국 모든 물건들을 전부 구매하고, 배송지를 입력하기까지 김민준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

그런데도 싫은 소리 한마디 없이 지금껏 웃는 얼굴로 같이 다녀준 것이다.


백운성은 정말 오랜만에, 다른 사람에게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오늘 하루는 제대로 신세를 졌네.”

“아닙니다, 형님! 신세라뇨! 저희 사이에 그런 말씀 하시면 섭섭합니다!”


벌써 무슨 사이씩이나 된 거냐고 묻고 싶었으나, 그러면 진짜 섭섭해할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대신 백운성은 김민준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아까 내가 지팡이 살 때 유심히 보던데.”

“네, 진짜 신기하던데요? 아무런 마력 파장도 느껴지지 않는데, 막 지팡이가 혼자 부르르 떨지를 않나. 게다가 형님이 마력을 발현하는데 오차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요.”

“네 것도 찾아줄 수 있다면 어쩔래?”

“······!”


그렇잖아도 큰 편이던 김민준의 눈이, 정말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운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하던 때였다.


왜애애애앵-!


익숙한 사이렌 소리가 두 사람의 스마트폰, 그리고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게이트?”


아니었다.

이어지는 경보에 따르면 시내에 빌런이 출몰했다는 것.

과연 콰아앙, 하는 폭발음이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다.


“저는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위치를 가늠하던 중, 김민준의 입이 문득 열렸다.

백운성이 그를 바라보자, 볼을 긁적이던 김민준이 말을 이었다.


“사실 괴물 새끼들만으로도 충분하잖아요. 사람들 힘들게 하는 건. 그런데 이 미친놈들은 왜 지들도 괴물인 것처럼 착각하고 방화에, 테러에, 살인에. 온갖 지랄들을 다 떠는지 모르겠어요.”

“난 알겠던데.”

“···네?”


돌이켜보면 백운성의 기억에서도, 그리고 카르디안의 기억에서도.

소름 끼치고 잔인한 광경은 언제나 괴물보다는 사람의 손끝에서 빚어졌다.

어떻게 하면 더 끔찍해 보이고, 구역질 나는 풍경을 연출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엿보이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사람이 제일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듯한 느낌.


“사람은 원래 악해. 그걸 억누르면서 사는 거고. 아마 빌런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억누르는 걸 포기한 거겠지.”

“아, 형님은 성악설 파세요?”

“어.”


흑마법의 근원을 탐구하다 보면, 인간의 악한 성질에 출발점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아도 악한 마음을 조금도 품지 않은 사람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그걸 도덕, 그리고 법이라는 이름의 압박으로 누르고 있을 뿐.

빌런이랍시고 날뛰는 것들은 그 압박을 모조리 풀어헤친 놈들이라는 것이 백운성의 생각이었다.


나쁘다고 탓할 생각은 없다.

정의를 구현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다만 흑마법의 원료.

그가 강해지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할 뿐.


빌런의 위치를 파악한 백운성이 허벅지의 근육을 꽉 조이고, 이내 지면을 박찼다.

공기가 옆으로 나부끼는 소리와 함께, 보이는 풍경이 홱홱 지나간다.


“크하하하하! 이게 바로 힘이란 거다! 이 나약한 헌터 새끼들아!”


그렇게 당도한 곳에는 이미 싸움이 한참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싸움이라 부르기도 뭐했다.


덩치가 남들의 몇 배는 되어 보이는 근육을 자랑하는 민머리.

놈이 다른 헌터들을 일방적으로 때려눕히고 있었던 것이다.



***



A급 지정 수배자, 황홍규.

그는 빌런이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빌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태어나지는 않았다.


단지 다른 애들보다 덩치가 조금 컸고, 그래서 폭력의 맛을 일찍 깨달았으며, 남들을 위협하고 굴복시켜 그 위에 서는 짜릿함이 좋아졌을 뿐이다.


그런 그가 각성까지 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신의 계시라고.

황홍규는 그리 여겼다.

게다가 방향조차 그럴싸했다.

직업은 광전사.

계열은 신체 강화로, 근육을 펌핑시키는 방향.

척 보기에도 압박이 느껴지는 강력한 각성 능력이었다.


황홍규는 그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처음에는 헌터를 택했다.

괴물들을 때려죽이는 손맛은 예상외로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거기에서부터 벌리는 수입은 그 이상으로 좋았으며.

거기에 얹어지는 사람들의 인정, 쏟아지는 박수갈채 따위에는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날이 갈수록.

황홍규는 묘하게 심심함을 느꼈다.

왜 그런가 고민도 해보고, 명상도 해보고,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주먹으로 두들겨 보기까지 한 결과.


결론이 나왔다.


“자극이 부족해.”


그가 가지고 싶었던 건 남들의 선심 쓰듯 내비치는 인정이 아니었다.

억지로 무릎꿇은 놈들의 배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두려움과 공포.

그 위에 군림하면서 느끼는 쾌감과 희열.

황홍규가 원하는 건 학창 시절의 그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운이 좋게도 ‘학폭 헌터’라느니 ‘일진 헌터’따위의 꼬리표가 달리지 않았지만, 그럴 걱정까지도 일소에 해결할 수 있는 직업을 황홍규는 곧 찾아내었다.


빌런.


그런 면에서 보자면 빌런이라는 직업은 참으로 황홍규에게 적절한 면이 있었다.

우선 등장할 때부터 배경음이 깔리듯 사이렌이 울려 퍼지지 않는가.

무대 위에 선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돈도 비굴하게 일해서 얻을 필요가 없다.

정정당당하게 돈이 될 만한 게 있으면, 가로막는 것들을 부숴버리고 가져오면 그만이었으니까.


“마음에 들어.”


황홍규는 씩 웃으며 방금 금은방에서 꺼내온 황금 두꺼비며 금송아지를 손아귀에 넣고 구겼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 주먹을 날리면 더욱 강해진다는 건 상식.


“골드펀치다, 이 새끼들아!”

“크아악!”


감히 마주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헌터들의 꼴이 참으로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느긋하게 널브러진 놈들을 감상하던 황홍규가 광장의 시계를 확인했다.


5분이 지나 있었다.

엉덩이 무거운 A급 이상의 헌터가 현장에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15분.

아직 10분은 더 난동을 피워도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버텨! 조금만 더 기다리면 지원이 올 거다!”

“C급, C급들은 앞으로! 나머지는 놈을 포위하고 사격해!”


그나마 B급이랍시고 나대고 있는 놈.

저것만 없애면, 구심점이 사라진 약자들을 더 여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으리라.


황홍규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총알, 화살, 마법 등등 다양한 원거리 공격 수단이 쏟아졌으나, 이렇다 할 타격은 없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근육은 그 자체로도 단단한 갑주였으며, 광전사라는 직업은 웬만해서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로 유명했으니까.


그러다가 주먹을 한 번 휘두르자, 막대한 풍압과 함께 앞을 가로막고 있던 C급 헌터들이 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건 현장을 지휘하던 B급.

놈이 이를 악무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마법 계열 각성자인지, 둥글게 솟아오른 보호막.

그 위를 황홍규의 주먹이 강타했다.


“제···기랄! 크아아악!”


몇 번 버티는 듯하던 보호막은 결국 네 번째 주먹질에 깨졌고, 그 뒤에 있던 B급 헌터는 그대로 날아가 건물에 처박혔다.

무너진 콘크리트가 그의 위로 떨어지며 먼지를 피워올렸다.

우드득거리며 목을 꺾은 황홍규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나머지 헌터들의 눈에서 피어오르는 두려움.

그리고 의문이었다.


“?”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도 꺼내기 전.

황홍규는 가슴께가 뜨끔함을 느꼈다.


“뭐야.”


아래를 내려다보니, 검은색 가시가 비죽이 그의 가슴을 뚫고 나와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속삭이는 목소리.


「가시나무」


푸확!

그에 반응하듯, 황홍규의 전신에서 끔찍한 고통이 전해져왔다.


“크아아아아악!”



***



백운성은 너덜너덜해진 채 널브러진 빌런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성게에 가까웠던 비주얼은 이제 없고, 전신에 구멍이 숭숭 뚫린 반나체의 청년이 엎어져 있다.

상의는 원래도 없었으나, 하의마저 백운성의 마법에 의해 거의 찢겨나간 터라 눈 둘 곳이 애매했다.


방금 사용한 마법은 흑마법, 가시나무.

이름과는 달리 자그마한 가시 하나를 쏘아내는 마법이다.

신체 강화 계열 각성자를 상대하기 위해 카르디안이 직접 고안해 낸 마법이기도 했다.


쏘아낸 가시를 얕보고 신체의 어느 한 군데라도 찔린다면, 순식간에 전신을 잠식해 안에서부터 솟아난 가시가 모든 근육 섬유를 꿰뚫어버리는 것이다.

머리통이 터져도 그 전에 움직이고 있었다면, 기세를 잃지 않고 명령을 수행하는 근육.

그러한 최후의 저항까지도 차단해 버리기 위한 노림수였다.


“형님! 아니 왜 이렇게 달리기가 빨라요? 같은 마법 계열 아니었나?”


뒤늦게 쫓아온 김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실 육체가 이렇듯 발달한 원인은 백운성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카르디안의 영혼과 접촉하며 생긴 변화이니만큼, 그의 생전 육체가 이러했다던가.

혹은 EX라는 압도적인 잠재력을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고 추측만 해보았을 따름이다.


“흑마법사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백운성이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도로 품에 넣으며 말했다.

확실히 마력 증폭기가 있으니, 소비되는 암흑에너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제는 제법 난이도가 있고, 위력이 높은 흑마법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손을 보태듯, 암흑에너지가 덩치를 더욱 불리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빌런으로부터 악성을 흡수한 결과였다.

강은지, 사일런스에 이어 세 번째로 느끼는 충족감을 만끽하던 백운성의 눈에 문득, 불만이 어렸다.


“그저 그런 놈이었나.”


불어난 암흑에너지의 양이 딱히 신통치 않았다.

그런 그의 뒤에서 어딘가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김민준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A급 빌런인데요. 이름은 황홍규고, 코드 네임은 ‘인텔리 버서커’랍니다.”

“인텔리랑 버서커가 붙어 있을 수 있는 단어였나?”

“그러게요. 보자··· 싸우는 꼴은 영락없이 광전사인데,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귀신같아서 머리도 잘 굴린다는 평이 있네요. 이렇다 할 대규모 범죄를 일으키지는 않았어도, 재생력이나 순수한 괴력 때문에 꾸준히 잡히지 않고 문제를 벌여서 A급까지 올라왔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가.

백운성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닌 바 능력과 악성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

여기 누워있는 인텔리 버서커, 아니 이제는 알몸 버서커 또한 그러했다.

A급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지만 정작 악성으로만 치면 강은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알몸이니만큼 아공간 주머니 또한 지니고 있지 않을 테고.

여러모로 수지가 맞지 않는 놈이었다.


“어라, 어디 가세요?”

“이제 집에 가야지.”

“잠시 기다리시면 제가 태워다 드릴 텐데.”

“됐어, 내일 보자. 네 증폭기도 하나 구할 겸.”

“알겠습니다, 형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는 여기서 또 이것저것 처리할 일이 있어서··· 조금 있다가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민준이 슬금슬금 모여드는 헌터들과, 저 멀리서 몸을 일으키는 B급 헌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수고해.”


백운성은 그 말을 툭 던지고 집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떼어 놓았다.

어느덧 해가 뉘엿하게 저물어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



다음 날, 백운성은 김민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일찍 올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로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뭐지?”


혹시나 싶어 걸어본 전화는 먹통.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백운성은 패밀리어를 날려 김민준의 자취를 쫓았다.

거무튀튀한 까마귀 형태를 취한 패밀리어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어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현장.

그리고 김민준의 이동 경로를 쫓아간 결과.


“···게이트?”


거기에는 게이트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안정화되어 푸른 빛이 감도는 게이트가 아니었다.

막 열린 것처럼 테두리에 붉은빛이 선명한 게이트.

그 안으로 김민준의 흔적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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