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흑마법사가 악당을 너무 잘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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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순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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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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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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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향로봉에서 열린 게이트는 닫혔다.


“예, 알겠습니다. 예, 예.”


백운성의 번호를 저장하자마자 김민준에게 걸려 온 전화.

잠깐의 통화 후, 김민준이 활짝 웃으며 말해왔던 것이다.


“게이트는 헌터 협회에서 처리했답니다.”

“잘됐네.”


그러한 사실을 전해 들은 시점에서, 백운성은 더 이상 현장에 남아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집으로 향하던 길에 경보를 듣고 방향을 튼 것이었으니까.

남은 일은 뒤처리와 사정 청취뿐.

굳이 귀찮음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그럼 이만.”

“잠시만요, 형님!”


걸음을 떼어놓던 백운성의 소매를, 김민준이 덥썩 붙잡았다.


“······.”


백운성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묵묵히 잡힌 소매를 바라보았을 뿐.

그럼에도 뭔가 뜨거운 걸 만진 것처럼, 아차 하는 표정으로 소매를 놓고 물러선 김민준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죄송, 마음이 급해서요. 그··· 저도 형님을 따라가고 싶기는 한데, 입장상 여기 남아서 아카데미랑 헌터 협회에 보고를 해야 하거든요?”


따라오려는 이유를 물어볼까, 생각하던 백운성이 짧게 내뱉었다.


“용건만, 간단히.”

“아, 네. 크흠, 제가 뭐라고 보고하면 좋을까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제일 좋기는 한데, 아무래도 형님이 힘을 숨기시는 것 같아서······.”


김민준이 말꼬리를 늘렸다.

자신을 이긴 빌런을 단번에 제압한 백운성.

그럼에도 헌터 등급이 C인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한 뒤에 말을 꺼낸 듯했다.


백운성을 붙잡은 건, 그를 배려하기 위함이었던 모양.

그 마음 씀씀이가 싫지 않아, 백운성은 피식 웃었다.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있는 그대로 보고해도 상관없어. 등급이 올라서 나쁠 건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나중에 꼭 불러주십쇼! 밥이라도 한 끼 사겠습니다, 형님!!”


백운성은 손을 한 번 흔들어 보이고 자리를 떠났다.

그의 집이 위치한 곳은 도심지에서 벗어난, 북한산의 남서쪽 끝자락.

그렇기에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백운성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피곤하네.”


등급 재측정 결과가 예상대로 EX가 나왔다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가 되었을 테지만.

예측을 빗나갔다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일이 틀어졌다는 짜증,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겪은 전투는 백운성으로 하여금 그러한 말을 내뱉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드는 백운성의 안색은 썩 나쁘지 않았다.


“여기엔 과연 얼마나 들어있으려나.”


그 손에 들린 것은 사일런스, 이승진의 아공간 주머니.

크기는 강은지가 지니고 다니던 것과 비슷할지라도, 설마 그 내용물까지 비슷할까.

백운성은 아니라는 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

그리고 그런 걸 굳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지금 바로 코 앞에 있었고, 열어보면 될 문제였으니까.


그래서 곧바로 열어본 백운성의 앞에, 강은지 때처럼 리스트가 쭉···


···뜨지 않았다.


백운성이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이럴 수가 있나?”


사일런스가 예상외로 빈털터리였던 탓이다.

놈이 차고 다니던 아공간 주머니에서 나온 물건은 단 하나.


[???]


심지어 시스템조차 제대로 표기 해주지 않는 물건이었다.

결국 주머니를 뒤적여 물건을 꺼낸 백운성의 손 위에 올려진 것은.


“이게 뭐야.”


다름 아닌 녹슨 열쇠였다.



***



인천시.

부평의 네온사인 가득한 거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칵테일 바.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바 테이블 하나가 달랑 놓여 있고, 그 앞에 손님들이 주르륵 앉는 형식이다.

그런데 초라한 외관과는 달리 손님이 제법 있었다.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도수 높은 술을 홀짝이는 이도 있었고.

술에는 관심 없다는 듯, 바텐더만 바라보는 이도.

그리고 푹 엎드려서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는 이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돌연 무덤덤한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사일런스가 죽었다.”


입을 연 것은 잔을 닦고 있던 바텐더.

‘브로커’라고도 불리는 이였다.


순간 테이블 앞에 앉은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브로커를 향해 쏠렸다.

개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독주를 연신 들이키던 남자였다.


“누가 죽였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아카데미를 막 졸업한 애송이다.”

“뭐?”

“이름은 김민준. 마력 측정 결과는 A등급이다. 알려진 직업은 마법사고.”

“아니, 아니. 잠깐. 그런 애새끼 하나한테 당했다고? 사일런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잔을 탁 내려놓은 남자의 눈썹이 꿈틀대었다.

그러던 그의 손가락이 멍한 표정으로 천장에 새겨진 무늬를 좇는 여자를 가리켰다.


“이 년처럼 방심이라도 할 성격이라면 모르지만, 그 철저한 놈이?”

“그렇다는데. 협회와 아카데미의 정보를 교차검증했으니 아마 확실하겠지.”

“에, 나? 왜 날 걸고 넘어지는 거야아?”


멍하니 있던 여자가 뒤늦게 항의했으나 브로커와 남자, 둘 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조력자가 있었다고는 하나, C등급 나부랭이다. 아마 김민준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무관심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남자가 중얼대었다.

입에 마스크를 끼고 있는 탓에 발음이 죄다 뭉개져서 들렸다.


“그러게, 아카데미를 한 번 습격했어야 했다니까······. 새싹들일 때 짓밟아 놔야 공포가 대가리에 새겨진다고······.”

“그만. 그 의견을 네가 주장했을 때는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잖아. 너도 인정했고.”

“···쳇.”


바텐더가 닦고 있던 컵을 불빛에 비춰보며 입을 열었다.


“어쨌건, 사일런스가 보유하고 있던 ‘열쇠’는 회수해야만 해. 누가 가지러 갈 거지?”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 내가 갈래!”

“너는 안돼. 죽고 죽이기만 하면 그만일 때면 몰라도, 이 일은 조금 더 섬세한 사람이 필요하니까.”

“힝.”

“그럼 내가 가야겠군.”


잔에 담겨 있던 둥글게 깎인 얼음을 와작거리며 씹어 삼킨 남자가 씩 웃었다.


“김민준은 죽이고, 열쇠를 찾아오도록 하지.”



***



백운성은 아침부터 집을 나서고 있었다.


그 손에 들린 것은 강은지의 아공간 주머니.

뭐가 많이도 들어 있던 내용물은 지난밤에 정리해 둔 상태였다.


우선 36개나 들어 있던 헌터증은 실종자 신고와 같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따로 빼두었다.

그 외에도 ID카드라던가 위장 도구들처럼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은 모두 아웃.

보호구나 무기와 같은 나머지 아이템들만 남긴 채, 지난번 게이트에서 가지고 나온 마석을 채워 넣었다.


이걸 처분해서 받을 돈.

그리고 지난밤에 입금된··· 오정수, 그리고 김시민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던 돈.

이 둘을 합한 금액을 가만히 가늠해 보던 백운성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반지하에 살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가구라던가 가전이, 이제는 손만 뻗으면 닿을 현실이 되었다.

오늘은 그것들로 휑한 집안을 좀 채워 넣을 예정이었다.


“형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고급 세단 한 대가 백운성의 앞에 와서 멈췄다.

그 안에 타고 있는 건 김민준.

저장해둔 번호를 바로 활용한 백운성의 작품이었다.


“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차 좋네.”


보조석에 타며 얘기한 백운성의 말에 김민준이 활짝 웃었다.


“이번에 수석으로 졸업했더니, 아버지가 새로 한 대 주시더라고요. 기사님도 붙여 주셨는데, 저는 제가 운전하는 게 좋아서 됐다고 했습니다!”


잠시 의외라는 표정을 짓던 백운성이 선선히 제 감상을 털어놓았다.


“너, 금수저야?”

“어···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이 못살지는 않죠?”

“말도 곧잘 붙이고 그래서, 그런 느낌은 못 받았는데.”

“에이, 평소에는 이렇게 안 하죠. 하지만 형님은 특별하니까 당연히 대우가 달라지는 거고요.”

“특별···이라.”


넵! 하는 대답과 함께 시원하게 악셀을 밟으며 뻗어나가는 차량.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김민준의 콧노래가 뒤섞인다.

그러다 문득, 김민준이 말문을 열었다.


“아무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처리할 물건들이랑 살 물건들이 있으시다고요?”

“맞아. 조금 가격대가 높은데, 혹시 너는 알까 싶어서 물어본 거거든. 그런데 이렇게 바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서로서로 돕는 거죠, 뭐! 제가 아는 데가 몇 군데 있기는 하니까요. 미리 말해놔도 되긴 하는데, 아마 제가 같이 가면 조금 더 나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김민준이 백운성을 데려간 곳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건물의 내부였다.

이동하면서 훑어보기로는 대충 거래소와 경매장을 겸하는 곳인 듯했다.

마치 백화점과 새벽 수산물 시장을 합쳐놓은 듯한 풍경.

백운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적응하던 찰나, 김민준은 고민 없이 척척 걸어나가 거래소 한 군데에 발을 들여놓았다.


“사장님.”

“아니, 이게 누구야? ‘화이트 매지션’ 아드님께서 어쩐 일로···”

“전에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잖습니까.”


백운성을 대할 때와는 전혀 딴판인 냉기가 풀풀 풍기는 태도.

그에 반갑게 맞이하던 사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참, 그랬지. 미안해 민준 씨.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아직은 게이트 토벌도 안 했을 텐데.”

“사담은 됐고, 용건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이분이 파실 게 있는데, 실수 없이 처리해 주시면 됩니다. 저희 집안이랑 거래한다고 생각하고, 확실하게요.”

“아무렴··· 누구 부탁인데. 반갑습니다, 정직과 성실, 그리고 신용을 바탕으로 거래하는 김한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운성입니다. 이 주머니랑, 안에 든 물건들을 다 처분하고 싶은데요.”

“아, 아공간 주머니시군요? 알겠습니다. 잠시, 안에 있는 것들도 전부 감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전 됐습니다.”

“저도요.”


백운성과 김민준이 차례로 거절하자, 사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시무룩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그리고 잠시 후.


“전부 다 판매하신다면, 2억 8천까지 가능합니다. 다른 물건들의 품질은 좋은데, 마석들은 조금··· 혹시 더 있으시지는 않고요?”

“그게 전붑니다.”

“형님, 가격은 맘에 드세요? 조금이라도 신경 쓰이는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 주십쇼.”

“알아서 잘해주셨겠지. 네가 데려온 곳인데.”

“······!”


감동을 가득 담아 눈을 반짝이는 김민준을 내버려둔 채, 백운성은 사장과 대화를 마저 나눴다.


“입금 방식은 어떻게 되죠?”

“계좌로 드릴 수도 있고, 현금으로 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가격에 상당하는 물건으로 가져가실 수도 있는데··· 원하시는 방식이 따로 있으신가요?”

“물건을 잠시 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편하게 둘러보세요.”


그렇잖아도 간단한 마력 증폭기나 방어구가 있으면 하던 참이었다.

백운성이 거래소에 전시된 것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어느새 김민준도 따라붙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너도 하나 사려고?”

“그럴까 싶긴 해서요. 이번에 잘 쓰던 게 터졌거든요. 그래도 맞춤식 제작이 좋기는 한데······.”

“나한테는 너무 비싸. 딱 이 정도라면 모를까.”


백운성이 2천만원 상당의 금액이 적힌 지팡이를 가리켰다.

그 밑으로 마력 증폭률, 들어간 재료, 길이나 무게 따위의 제원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성능이 별로군.”

“···만져보지 않고도 아실 수 있나요?”


사장의 목소리였다. 백운성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결국에는 손과 발보다 더 합을 맞춰야 할 도구인데, 감응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쓸모없는 게 없겠죠.”


그러다 문득, 손을 뻗어 한 물건을 집어 들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남는 돈은 계좌로 주시죠.”



***



금융 어플 알람이 뜨는 것을 확인한 백운성은 사장의 인사를 뒤로 하고 거래소 밖으로 나왔다.

그 뒤에 따라붙으며 김민준이 간질간질하던 입을 열었다.


“형님, 진짜 뭔가 느낌이 와서 고르신 건가요?”

“내가 거짓말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을까?”

“아니, 하지만 그래도···”


상식에서 어긋난다, 그리 말하려던 김민준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황홀하다는 듯, 백운성이 들어올린 지팡이가 마력이 잔뜩 주입된 것처럼 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김민준에게는 마력 파장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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