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흑마법사가 악당을 너무 잘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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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순살
작품등록일 :
2024.09.0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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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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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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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최대한 빠르게 온다고 온 건데.”


백운성이 혀를 찼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시체들.

얼굴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앳된 모습이 티가 난다.

흐드러지게 피어날 청춘들이 덧없이 져버렸다.


“······.”


물론 그와는 관계없는 이들이다.

그들의 죽음에 대한 애도보다는, 김민준의 생존에 드는 안도가 더욱 클 정도로.

힘이 없다면 그저 외면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리 생각하며 지나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백운성은 오른손을 들어 올리고.

그대로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스트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뭐하는 짓이지?”


날아오는 화살을 막을 셈인가?

고작 저 정도의 몸뚱이로는 불가능할 터.

저대로라면 오른손부터 해서 몸뚱이 전체가 터져 나갈 뿐이다.


콰드득!


그리 여기던 고스트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눈에, 허공에서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화살이 담기고 있었다.

한 번 공중을 가를 때마다 그 위력을 톡톡히 발휘했던 화살이다.

막힌 적은 있어도 단 한 번도 요격을 허용한 적은 없었는데······!


그러나 당황한 것도 잠시, 고스트는 침착을 되찾았다.

아직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사냥감은 여전히 궁지에 몰려 있었고, 추가된 것은 고작해야 C급 하나.


방금 선보인 퍼포먼스가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만.

원거리 투사체에 대한 특별한 이능을 지니고 있었다면 설명이 된다.

아니, 오히려 그쪽에 특화되었다는 쪽이 이치에 맞는다.


김민준의 전투력이 단독으로 사일런스를 처치할 정도가 아니었으니.

저 C급 놈이 특이한 방식으로 조력을 했을 터.


‘놈을 먼저 죽여야겠군.’


화살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고스트의 공격 수단은 그뿐이 아니었으니.

그가 활시위를 풀고, 빳빳하게 펼쳐진 창대를 꼬나쥐던 찰나.

몸을 훑고 지나가는 섬뜩한 기운이 있었다.


“······!”


퍼뜩 쳐들린 고개는 직감적으로 그 대상을 향했고.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C급 헌터, 백운성과.


“······?”


착각이라고 여겼다.

같은 빌런 연맹의 강자들.

그들 중에서도 고스트의 은신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는 몇 되지 않는다.

하물며, 저 따위 애송이에게 간파당했을 리가 없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

거기에서 비롯한 찰나의 방심.

백운성이 손을 들어 올릴 때까지만 해도 설마 하던 안일함.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 고스트를 움직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


콰드득!

창대를 잡고 있던 그의 우람한 팔뚝이 창과 함께 둥글게 말리며 우그러들었다.


“크아아악!”


터져 나오는 비명.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고스트의 목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흩날렸다.

아티팩트였다.

주인에게 향하는 공격을 비틀고 왜곡시키는 기능을 지닌 목걸이가, 막대한 출력을 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간 흔적.


그렇듯 타격을 입었음에도 고스트의 은신은 풀리지 않아, 허공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보였다.

백운성에게는 팔이 날아간 모습이 똑똑하게 느껴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뭔가 대비책이 있었나.”


분명 머리를 노렸는데.

그리 읊조린 백운성은 다시금 공격을 준비했다.


적중한 부위는 무기와 그에 연결된 팔.

전투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는 되지만, 노린 만큼의 치명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같은 방식으로 공격하기에는, 오차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해서, 방금처럼의 강력한 한 방 대신 자잘한 공격을 퍼부으려던 참이었다.


곁에서 터져 나온 외침이 있었다.


“위, 윈드 캐논!”


마검사, 박석진이었다.

차마 검을 뽑아 들 용기는 나지 않았던 건지, 그가 택한 방식은 마법.

둥글게 뭉쳐진 바람이 피를 뿜고 있는 고스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퍼억!

마법은 적중하기는 하였으나.

어디까지나 보조로 사용하던 마법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리도 없었다.


“큭!”


오히려 고스트에게 거리를 벌리도록 만들어 주었을 뿐.

다만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는지, 오직 핏물이 터져 나오던 곳에서.

팔이 잘려 나간 남자가 비틀대고 있었다.


“박석진, 이 병신아! 뭐하는 짓거리야!”


김민준이 뭐라 탓하는 말을 성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운성은 그러기보다는 날아간 놈에게 집중했다.

탓하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지금 중요한 건 바로 저놈, 빌런이다.

태세를 정비하기 전에 기세를 몰아붙여야 한다.


한편, 고스트는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고 있었다.

번쩍 쳐들린 고개에서 번뜩이는 안광이 쏘아진다.

뿌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멀리 있음에도 선명하게 들리는 듯하다.

악물린 잇새로 성대를 긁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개소리.”


백운성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가 손을 떨치자 무수히 많은 가시가 생성되어 고스트를 향해 빗발처럼 쏟아졌다.

막을 건가, 회피할 건가.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기괴한 수법으로 궤적을 비트려나?


침착하게 다음 수를 준비하던 백운성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무언가 저항이 있을 줄 알았던 자리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탓이다.

다만 빼곡히 풀잎들 사이로 꽂힌 가시들만이 존재할 뿐.


놈이 사라졌다.


그를 파악한 김민준이 긴장한 기색으로 외쳤다.


“형님, 조심하세요! 저놈은 은신이 특기입니다!”

“아니야.”


백운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탐지에 한 번 걸린 이상, 은신 따위로는 기척을 숨길 수 없다.

그런데 마치, 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처럼 사라지다니?

다시 한번 범위를 넓혀 감각을 곤두세워보았으나, 여전히 걸리는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귀신처럼, 고스트는 게이트 내부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



[속보입니다. 오늘 오전 11시경 관악산에서 클리어된 게이트에서 헌터 아카데미 졸업생 C모씨를 비롯하여 4명이 사망하고 K모씨 외 1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관련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C등급이라고 재난 경보를 전해 받았으나 막상 게이트 내부에 발을 들이니 A등급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나중에는 S등급 빌런, 고스트와 조우하기까지 했다는데요.

이에 헌터 협회에서는 게이트 수치 측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발표와 함께, 심심한 사죄와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전했···]


삑.

TV가 꺼지자 무거운 적막이 회의실 내부를 점령했다.

척 보기에도 관록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차 있는 테이블이건만.

미동조차 하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움직이는 자가 단 한 명 있었다.

협회장, 주성민뿐이었다.


느긋하게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올린 그가 좌중을 훑어보았다.


“어디, 누구 이 사태에 대해서 할 말 있는 사람 있나?”


잠깐의 소강상태가 지나가고, 조심스레 뿔테 안경을 착용한 중년 남성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제가 한 말씀 올리자면.”

“그래. 어디 근무하는 몇 살에, 이름이랑 직함은 무엇인고?”

“아, 어. 그러니까···”

“사람 참, 농담일세. 편히 얘기해 봐.”

“···게이트 측정과의 한명식 과장입니다. 저희 기기에서는 분명, C등급이라고 표시되었습니다. 혹시나 오류나 오차가 발생한 건 아닐까 싶어, 지금 이 시간까지 최근 측정된 게이트 수치를 모두 점검해 보았으나, 딱히 이상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흠, 그래?”


주성민이 깍지를 풀고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그런데 왜, 하필 헌터 아카데미 졸업생, 그것도 제일 주목받는 김민준이가 들어간 게이트에서 그 사단이 터진 걸까?”

“그, 그건···”

“아, 됐네. 자네한테 물어본 건 아니야. 빌런이라··· 게이트 내에서 조우한 빌런. 그것도 정말 이상해. 김민준이가 최근에 빌런이랑 조우한 적이 또 있었지 않나?”

“그 건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는 남자에게 주성민이 시선을 주었다.


“자네는 누군지 알겠군. 대(對) 빌런 부대 대장, 차성식이. 맞지?”

“네, 그렇습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최근 북악산에서 발생했던 C등급 게이트 근처에서 사일런스와 김민준이 조우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현장에 저도 출동하여 사정 청취를 했던 터라 기억에 있습니다.”

“그렇군··· 거기서도 게이트가 있었구만? C등급 게이트고··· 사일런스에 고스트면 같은 빌런 연맹 놈들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뭔가 있구만······. 분명히 뭔가 있어. 아주 지독한 냄새가 풀풀 풍기지 않나? 이걸 누가 조사하면 좋겠나.”


주성민이 안광을 번득이며 회의실 내부를 훑었다.

다들 시선을 피하거나 딴청을 피우는 가운데, 뻣뻣하게 눈을 마주치는 이가 하나 있었다.


“오, 자네인가? 어디 근무하는 몇 살에, 이름이랑 직함은 무엇인고?”

“각성 능력 범죄 수사과, 33살, 이수아에 과장입니다.”


이수아는 냉철하게, 흐트러짐없이 질문에 답했다.

그런 그녀를 보던 주성민의 눈이 가늘게 호선을 그렸다.


“좋은데. 그런 패기가 있어야지. 아주 맘에 드네. 자네가 맡아서 조사해 봐.”

“알겠습니다. 권한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겁니까?”

“권한? 흠···”


주성민이 턱을 쓸다가 씩, 입매를 끌어올렸다.


“내 이름을 갖다 쓸 수 있을 정도. 이 정도면 되겠나?”

“감사합니다. 그럼 바빠서 이만.”


이수아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에서 퇴장했다.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공석을 바라보는 이도, 이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내젓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이도.



***



김민준, 이미나, 그리고 박석진은 화이트 매지컬 병원의 VIP병실에 입원해 있었다.

순서대로 나란히 누워 허공을 바라보던 그들 사이로 툭, 한 마디가 던져졌다.

이미나였다.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뭐?”


김민준이 짜증스레 되묻자, 이미나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렇잖아. 나는 사실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고. 석진이 쟤야 뭐, 말해 뭐해.”

“···미안하다.”

“됐어, 너한테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니까. 아무튼 중요한 건, 김민준, 너 혼자서 그놈이랑 싸우고 있었다는 거라고.”

“그래서.”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 진짜. 왜 척하면 모르는 거야?”

“뭔 개소리야.”


김민준의 싸늘한 반응에 이미나가 결국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니까! 네 덕분에 살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드르륵.


때마침 병실의 문이 열리고, 백운성의 무표정한 얼굴이 그들을 한 차례 훑었다.


“뭐, 고백 타임인가? 타이밍을 잘못 맞춘 거 같은데.”

“아닙니다, 형님! 어서 들어오세요!”


김민준이 이미나를 대할 때와는 영 딴판인 태도로 바로 싱글거리며 웃었다.

그런 김민준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이미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불을 팍 뒤집어썼다.


“진짜 무슨 일이 있었나 본데?”

“그런 날인가 보죠, 뭐! 그런 것보다 형님, 대체 저희가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저는 진짜··· 거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 네가 오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길래.”


백운성은 대수롭잖게 말을 이었다.


“패밀리어를 붙였지. 그래서 있는 장소를 알아낼 수 있었던 거고. 다행히 늦지 않았··· 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다만.”

“···아닙니다. 형님이 아니었으면 저희까지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텐데요.”

“그,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박석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푹 숙였다.

그를 잠시 가만히 바라보던 백운성이 픽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언제부텁니까?”

“···네?”


어리둥절한 표정의 박석진.

그를 웃는 낯으로 바라보던 백운성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자연히 그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도 거칠게 변했다.


“빌런 연맹 새끼들 스파이 짓거리 한 거, 언제부터냐고.”


병실 내에 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무, 무슨 소리에요!”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민 이미나였다.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 석진이 얘가, 띠리한 면은 있어도 그럴 애는 아니라고요!”

“그렇···”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려던 김민준은, 입을 다물었다.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영민한 두뇌는 드러난 사실을 덮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어찌할 도리도 없이 이상한 구석들이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김민준 너까지! 아니잖아. 석진아. 뭐라고 얘기 좀 해봐!”


이미나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 박석진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 장난이 너무 심하신 것 같은데··· 하하, 저희 목숨을 구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 아카데미에서 거의 10년을 같이 보낸 동기들이에요. 제가 스파이 짓을 대체 왜 하고, 걔네들을 왜 죽을 자리로 몰아넣겠습니까. 게다가 저도 죽을뻔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죽지 않았지. 내가 심증만 가지고 이러는 것 같나?”


백운성이 싸늘하게 답하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아귀에 모여든 검붉은색 기운이 어쩐지 불길하여, 박석진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간단한 심문만 하면, 모든 게 끝나있을 테니까.”


순식간에 달려든 백운성을, 박석진은 차마 막을 수 없었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이미나가 소리를 꽥 질렀다.


“뭐하는 짓이에요! 사람이 의심이 가더라도 말로 풀어야지, 그렇게 무턱대고 실력을 행사하면······!”

“누가 들으면 죽이기라도 한 줄 알겠군.”


백운성이 손을 털고 물러선 자리에는.

동공이 몽롱하게 풀린 박석진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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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24.09.14 104 4 13쪽
7 7화 24.09.13 110 6 13쪽
6 6화 24.09.12 112 5 13쪽
5 5화 24.09.11 11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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