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흑마법사가 악당을 너무 잘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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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순살
작품등록일 :
2024.09.0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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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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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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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DUMMY

“세상이 반쯤 망했다.”


게이트가 나타난 뒤로,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 말이었다.


완전히 망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인류의 각성. 그리고 게이트 안의 괴물들에게서 얻은 부산물들.


그러나 이능력자, 각성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초인들은 괴물들만 때려잡지 않았다.

국가, 이념, 종교, 능력자와 무능력자의 구분.

수십 가지 이유를 들어 서로 싸워대던 이들은 결국 멸망 앞에서 멈춰섰다.

사람들은 제발 괴물이나 잘 사냥하라는 염원을 담아 초인들을 ‘헌터’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 이름은 차차 굳어져 1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공식 명칭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



“비가 오려나.”


툭, 돌부리에 걸려 중심을 잃고 비틀대던 청년, 백운성의 입에서 문득 튀어나온 말이었다.

머쓱하게 올려다본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던 탓이다.


그는 헌터였다.

그중에서도 흑마법사.

이름처럼 앞날도 캄캄하다고 조롱받는 게 일상이었다.

다른 계열의 직업과 달리 성장 조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 컸다.


“···빌어먹을.”


그래서 사고 말았다.

파티원이 처치한 F급 게이트의 보스에게서 불쑥 튀어나온 스킬석을.


끈적하게 달라붙는 습기처럼, 조금 전에 들었던 말들이 계속해서 귓전을 맴돈다.


‘아, 하고많은 스킬석 중에 뭔 흑마법사 스킬석이 나오고 지랄이야! F급 스킬 쓰는 마법사가 어딨다고, 씨발!’

‘야, 야. 적당히 해라. 듣는 사람도 있는데.’

‘아니 형님, 제가 없는 말 했습니까?’

‘이 자식이 그래도··· 운성 씨. 쟤가 말은 저렇게 해도, 그, 아시죠?’


그 말들을 털어내듯 백운성이 투덜댔다.


“당연히 알지, 망할 새끼들아.”


너네가 짜고 치는 걸 안다고.


당사자들 앞에서는 뱉어내지 못한 말.

대신 허공에라도 내뱉은 백운성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예의 F급 스킬석의 가격은 그의 열흘치 일당. 100만원이었다.

최소한의 식사만 하면 백일 가까이 배를 채울 수 있는 돈.

그러니 버스비라도 아껴야겠다는 계산이 섰다.


‘시세보다 싸게 드리는 거에요. 운성 씨. 같은 파티니까.’


재수 없긴 하지만 저 말은 사실이다.

물론 이따위 물건은 시세대로 경매장에 올려놓아 봤자, 한 달이 지나도 입찰이 붙을 리가 없다는 걸 쏙 빼놓긴 했지만 말이다.


백운성의 갑갑한 심정처럼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체력도 붙일 겸 뛰다 걷다 하던 백운성이 세 들어 사는 반지하 단칸방에 도착할 때까지. 끝끝내 비는 한줄기도 내리지 않았다.


되는 게 없다고 중얼거리며 방에 들어선 백운성은 철컥, 문을 걸어 잠갔다.


“어우, 치덕거려··· 윽.”


고약한 냄새가 났다. 아무렇게나 처박힌 편의점 도시락, 찌그러진 캔에서 썩어가는 맥주, 그리고 해가 들지 않아 구석진 곳에서 슬어가는 곰팡이들의 냄새.


마치, 실패자라는 단어를 냄새로 치환한 듯한 지독함이다.


“좀 치우긴 해야겠어.”


일단 오늘은 힘드니까 쉬고. 백운성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주머니를 뒤적이는 그의 손에 작은 돌멩이 같은 것이 잡혔다.


“확인.”


나지막이 뇌까린 백운성의 눈앞에 푸르스름한 창이 떠오른다.


[스킬석(F)]


-사용 시 F급 스킬을 하나 얻을 수 있다.

-흑마법사 전용.


“······.”


백운성은 다시금 꼼꼼하게 글자들을 읽었다. 내용은 그대로다. 다시 읽어봐도 변한 건 없었다.


혹시라도 뭐가 바뀔까 하는 기대 따위는 없었다. 그저, 그냥, 곧바로 사용하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뿐.


“후우, 좋아.”


그래도 백운성은 조금, 가슴이 뛰었다.


F급. 빈말로라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스킬이지만, 이 또한 마법이다.

이렇게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어엿한 마법사가 될 날이 오겠지.

어릴 적, 책에서 읽었던 것과 같이 자유자재로 마법을 펼치는 마법사 말이다.

···현실은 흑마법사지만.


스킬석을 쥔 백운성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스킬석 사용.”


순간, 주먹이 허전했다. 손을 펴자 가루가 된 스킬석이 하늘거리며 방 안에 흩날린다.


새로운 스킬을 얻게 되는 감격스러운 광경이었다. 좋다, 좋은데···.


“똥가루 같네.”


색깔 탓인지, 그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내 살살 몸으로 흡수되는 가루들을 보며 백운성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스킬창 오픈.”


백운성이 각성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였던 스킬.

그랬던 것이 이제는 두 개다.

무려 두 배로 증식한 것이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게 뭔지 알 것 같··· 긴 개뿔.


"하하."


헛헛한 웃음이 났다.


[스킬 슬롯 : 2/3]


[다크 핸드(F)]


-암흑에너지로 이루어진 손을 소환한다.


[무작위 악령 흡수(F)]


-구천을 떠도는 악령 중 무작위로 하나를 흡수. 소량의 암흑에너지 획득. 단, 스킬 사용 시 스킬 증발.


그런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여, 백운성은 눈을 크게 뜨고 탄성을 내질렀다.


“엥?”


그의 눈은 단 한 단어에 못 박혀 있었다.


증발.


뭔가 특별한 마법적 의미가 있나? 아니, 하지만 F급인데?


백운성이 알기로, F급 스킬은 특별이니 마법적 의미니 하는 것들과는 인연이 없다. 전혀 스페셜하지 않고, 매직스럽지 않다는 거다.


애초에 그가 지니고 있던 스킬만 보더라도 얼마나 심플한가?


다크 핸드. 손을 하나 더 만든다. 끝.


덕분에 짐꾼으로 어필하기는 나름 좋았다만··· 그런데 이제 짐꾼 생활은 청산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


눈이 뒤집힌 백운성은 곧바로 스마트폰을 집었다.

그리고 헌터 커뮤니티, 헌트넷에 접속했다.

어쨌거나 가장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다.

덤으로 감정들을 마구잡이로 배설할 수 있기도 하고.


백씨는 백마법사 : 흙붕이들 스킬 개쓰레기네용ㅋㅋ


[무작위 악령 흡수] <- 이거 흙붕이들 스킬 이름인 것 같은데 한 번 쓰면 없어진다는 거 실화인가용?ㅋㅋ

뭐 대충 보니까 걔네 쓰는 암? 흙? 에너지나 찔끔 퍼주고 끝인 거 같은뎅.

이게 진짜면 흙붕이 칭구칭긔들은 대체 뭐 먹고 사나용?

아.

하긴, 그런 음침한 직업 걸린 애들은 일찍 뒤지는 게 산소 절약에도 도움이 되겠죵???


확인 버튼을 눌러 글 작성 완료.


그리고 잠시 다리를 떨며 기다렸다.

헌트넷은 이용자가 많다. 이 세상 모든 이가 접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띠링!

과연, 얼마 기다리지 않아 답글이 달렸다. 백운성의 눈동자가 재빨리 글을 훑었다.


익명 : 저 스킬 진짜 한 번 쓰면 없어짐. ㅇㅇ. 효과도 니 말대로 저게 다임.

ㄴ 백씨는 백마법사 : 진짜용? 님은 그거 어캐 알았어용?

ㄴ 익명 :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ㅅㅂ······.


“씨발.”


결국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백운성이 제자리를 빙빙 맴돌았다. 그러다 이내 곧 뚝 멈춘 그의 입매가 경련을 일으켰다.


추가로 달리는 댓글을 기다려 볼까?


KIMYONG : 흑마법사련들 스킬도 개웃기노 ㅋㅋㅋ


익명 : 같은 마법산데 이 온도 차이 뭐임?


SWORDM : 마법사 때려치우고 검을 들어라! 전사야말로 미래요, 희망이다!

ㄴ 익명 : 무친련ㅋㅋ



···없다.

반박 댓글이.


"돌겠네."


기다려 보아도 희망적인 댓글은 달리지 않았다.


댓글 창이 전부 흑마법사에 대한 조롱과 멸시, 그리고 무지성 까대기로 가득 차는 것을 지켜보던 백운성은 냉장고를 열었다. 문을 닫는 그의 손에는 맥주 한 캔이 들려 있었다.


치익, 딱.


시원한 탄산이 목구멍을 훑고 지나가는 감각이 기껍다. 그나마 끈적하게 가라앉은 기분을 씻어낼 방법이라곤 이 정도가 전부.


“···뭘 기대한 건지.”


백운성은 등을 벽에 기대고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져 바닥에 엉덩이를 주저앉혔다. 고개를 들어 맥주를 한 모금 더 머금은 백운성은 더 이상 새로운 스킬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써버렸다.


“무작위 악령 흡수.”


[스킬이 발동됨에 따라 증발합니다.]

[흡수되는 악령은 전 차원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선별됩니다.]

[악령이 생전에 쌓아온 악업, 경지, 현재의 힘과는 관련 없이 동일한 양의 암흑에너지가 축적됩니다.]


처음엔 아무런 일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스킬이 고장날 리도 없으니, 백운성은 효과가 그토록 미미한 것이려니 여겼다.


그러나 깜빡,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순간.


“···어?”


정전. 순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토록 어두컴컴할 리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곧 착각임을 깨달았다.


무수한 빛. 마치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빛들이 가득 차올라 어둠을 밝힌다.


“와.”


탄성을 절로 자아내는 광경. F급인 주제에 일회성인 이유가 있다고, 백운성은 무심코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블랙홀처럼 시커먼 것이 문득 그의 눈에 띄었다.


그런데 점차 거리를 좁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실제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몸에 닿는 순간.


"흐억!"


불쾌한 감각이 치밀었다.


그제서야 떠오르는 스킬의 이름은 ‘무작위 악령 흡수’.


그래, 악령이다.

어느 순간 몸에 들어온 그것이, 백운성의 등줄기를 타고 오르고 있었다.

꾸물꾸물, 기괴한 감각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다 마침내 머리에 도달한 순간.


“······!”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백운성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눈은 까뒤집어져 흰자만 남아 있었다.

옆으로 쓰러지며 쳐버린 맥주가 바닥에 주르륵 흘렀다.


[WARNING!!]

[심각한 오류 발생. 극히 희박한 확률로 파장이 일치하는···]


시스템 창도 뭐라고 떠들고 있었다.


그러나 백운성은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게, 대체, 뭐지?


그가 겨우겨우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렇듯 툭툭 끊어진 낱말의 조합뿐.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지식의 파도. 그가 알지 못하던 것들이 머릿속을 범람하고 있다.


위대한 흑마법사의 별이자 대륙인들의 악몽.


카르디안.


그게 곧 백운성이었다.

전생 따위는 믿지 않았는데, 있었다.

아니, 전생이 아닌가. 영혼의 파장이 똑같은, 다른 세계의 백운성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알지 못하던 것들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고, 해보지 못한 경험들이 몸에 아로새겨진다. 그런데 그 감각이 영 어색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스킬석을 사용했을 때. 그리고 각성했을 때와도 결이 비슷한 경험이 백운성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번 생의 기억도 뒤섞여 떠오른다.


‘마법은 진짜 멋져. 그렇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으며 마법사를 꿈꾸었던 기억.


‘안돼, 안돼, 안돼! 내가 뭘 잘못했어! 왜 나만 남은 거야 왜! 차라리, 나도 데려가아아아!’


핏줄을 모두 잃고 이 세상에 홀로 오롯이 남아 절규했던 기억.


‘······.’


처음에 함께 게이트를 클리어했던 이들이 저 멀리 나아가는 것을 뒤에서 바라만 보던 기억.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F급 흑마법사로서 짐꾼 노릇을 하며 하루하루,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단지 목숨을 연명하던 나날들까지.


비참하다. 과거를 목도하는 백운성의 눈이 붉게 물든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용자 영혼의 변화를 감지하였습니다.]

[각성 등급이 변동됩니다. F -> EX]

[현재 육체의 격이 매우 낮습니다. 조정을 시작합니다.]


조정? 그런 의문을 채 떠올리기도 전이었다.


“으, 으아아아악!”


전신이 빠그라지는 고통이 백운성을 찾아왔다.



***



빠빠빠빠빠-


“으으···.”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시끄럽다. 백운성은 손을 휘저어 머리맡을 더듬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파티장이라는 표시가 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보세요?”


-이제야 받네. 백운성 씨, 일 정말 이따위로 할 겁니까? 대체 지금이 몇 신데 아직까지도 연락 하나 없이 안 나와요! 어제 스킬석까지 챙겨 줬는데 더 열심히 하지는 못할망정 먹고 입 싹 닦겠다, 이겁니까?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화가 나 있다. 뭐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백운성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사과가 튀어나왔다.


“죄, 죄송합니다! 당장 가겠습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제가 그, 거리가 조금 있기는 한데 최대한 빨리···”


-변명은 됐고, 빨리 오기나 하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사정사정해서 받아줬더니 민폐나 끼치고 말이야, 쯧.


파티장은 혀를 차며 전화를 끊었다.


“···씹새.”


욕설을 내뱉은 백운성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바닥을 짚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그의 머리를 채우고 있었다.


대체 왜 침대가 아니라 바닥에서 자고 있는지, 그리고 맥주는 왜 쏟아져 있고, 몸은 온통 다 쑤셔 대는 건지.


그리고 다음 순간.


터어엉!


“···어?”


백운성이 짚은 바닥이, 손바닥 모양으로 움푹 꺼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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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3 kkminn
    작성일
    24.09.09 21:26
    No. 1

    시작은 반이라,,
    신파는 줄이고,,
    소환의 장면을 달달하고 남다르게 기술했음,,
    또한 기꺼웠을 듯..!!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닭다리순살
    작성일
    24.09.12 15:38
    No. 2

    첫댓글 감사합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더욱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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