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흑마법사가 악당을 너무 잘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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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순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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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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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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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청와대의 지척.

예전에는 초, 중, 고등학교 건물들이 있었던 터전에 헌터 협회는 자리를 잡았다.

총면적 201,605제곱미터.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네 배에 달하는 덩치를 자랑하는 부지를 가득 채우며 높이 솟아오른 건물은 겉에서 보기에도 상당한 위압감을 전해주었다.

일반인들 가운데에는 경외감이 느껴진다는 사람들마저 종종 있을 정도.


게다가 건축 자재로 괴물들의 부산물을 사용하였기에 다른 건물들과 차원이 다른 내구성.

안에 상주하는 상급 헌터들의 존재.

마지막으로 헌터 협회의 협회장인 주성민까지.


S급 게이트가 바로 위에서 터져도 괜찮을 거라는 소문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니라는 듯, 헌터 협회는 굳건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건물의 안에서 두리번거리는 백운성의 평가는 간단했다.


‘역시, 정신이 하나도 없네.’


게이트 사태의 초기에 비하면 제법 한산해졌다지만.

아직도 몰려드는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는 탓이었다.


“···저번보다 더한 것 같은데.”


이리저리 밀쳐지는 탓에 인상까지 찌푸려질 정도.

각성하고서 F급 판정을 막 받았을 때.

그로부터 시일이 제법 흘렀음에도 사람이 더 늘어난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김 기자, 오늘은 누가 유망주지?”

“그런 건 좀 미리 알아보고 오지 그래?”

“에이, 여기 모이는 기자가 몇인데. 기사만 대충 뽑아내면 되지. 그래서, 누구야?”

“아마 김민준일 것 같은데. 아카데미에서도 수석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더라고. 최소한 B급, 아니면 A급까지도 노려볼 만한 것 같던데? 다른 기수 애들도 뭐, 성적들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웬만한 중견급 길드는 물론이고 대형 길드에서도 간부들을 파견했다는 소문이 있어.”

“땡큐, 타이틀은 뭐 대충 ‘슈퍼스타 김민준, 그의 행보는 과연 어디로?’ 이런 식으로 때우면 되겠네.”

“···좀 성의 있게 쓰지 그래? 그럴 거면···”


그만. 백운성은 의식적으로 귀를 닫았다.

인지력이 올라간 건 좋지만, 끝도 없이 들려오는 잡담은 별로 궁금하지 않다.

쓸만한 정보를 추려보자면, 오늘 협회가 이리 북적이는 이유는 헌터 아카데미의 졸업생들이 등급 측정을 하기 위해 방문했기 때문이라는 듯하다.


“날짜를 잘못 골랐네.”


투덜거리면서도 백운성은 번호표를 뽑았다.

불편하긴 하지만 굳이 하루를 미룰 정도도 아니다.

시간이야 활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했다.


눈을 감은 백운성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흑마법의 갈래와 그 활용 방안, 그리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로드맵이 차곡차곡 그려지는 동안.


시간은 흘러 마침내 전광판에 ‘2039’라는 번호가 표시되며 기계음이 울렸다.


[2039번입니다!]


백운성의 손에 들린 것과 같은 번호였다.

창구로 향하자 예쁘장한 안내원이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등급 재측정입니다.”


백운성은 미리 끼적여 둔 종이와 헌터증을 건넸다.

슥슥 훑어나가던 안내원이 어느 한 부분을 짚으며 말했다.


“분류는 마법 계열, 맞으시죠?”

“네.”

“잠시 본인확인 하겠습니다. 앞에 지문 올려주시고요··· 네, 됐습니다. 여기 밑에 표시된 파란색 선 따라서 쭉 가시면 되세요. 여기, 헌터증 챙기시구요.”

“감사합니다, 고생하세요.”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만 같은 파란색 선을 따라 걷기를 10분쯤 지났을까.

백운성은 마침내 ‘마력 측정실’이라고 적힌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쪼르르 앉아있는 사람들도.

또한 경매장에서 물건에 입찰하려는 것처럼 눈을 시퍼렇게 뜬 양복쟁이들도.


“거기 번호표 넣고 대기해 주세요.”


안내에 따라 기다리는 동안, 백운성은 차분히 주변을 살폈다.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내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역시나 마력 측정기들이었다.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 거대한 원통형의 기계.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눕히는 침대는 총 다섯 개가 놓여 있다.

다섯 명이 모두 누우면 기계 안으로 침대 채로 들어가게 되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다시 밖으로 꺼내지는 방식.

그리고 그 침대 위에 있는 모니터에 측정자의 등급이 표시된다.


방금 측정한 이들의 등급은 각각 D, E, C, B, E.

다들 얼굴이 앳된 데다가 대략 자신의 등급을 알고 있었는지, 무덤덤한 표정.

그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보아 아카데미 출신 졸업생들인 듯했다.

다만 E등급인 사람들은 어깨가 조금 처졌고.

유일하게 B등급인 사람은 어깨가 솟아 있었다는 점이 달랐다.


과연, 측정실 밖으로 나오니 B등급을 받은 사람에게 양복쟁이들이 몰려들었다.


“김형진 씨, 저는 늘새로이 길드의 이런 사람인데···”

“반갑습니다, 저희 얼리어답터 길드에 오신다면 여기 적힌 지원들을 약속드리죠. 여기, 제 명함입니다.”

“저희 사라미 길드는 신생이긴 하지만, 그런 만큼 더욱 꿈을 펼치실 수 있으리라···”


C등급에게도 한두 명 정도는 명함을 건네긴 했지만, D, E등급은 아예 찬밥 신세.

백운성도 일찍이 겪었던 광경이다.


그 뒤로도 이번 기수가 괜찮다던 기자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는지.

최대가 B, 평균값이 C에 수렴하는 측정 결과가 죽 이어졌다.

그러다가 마침내 백운성의 이름이 불렸다.


“다음, 백운성 씨!”


나머지 네 곳에는 이미 누워있거나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어있는 곳으로 이동한 백운성은 침대에 몸을 눕힌 채 눈을 감았다.


“······.”


가슴이 두근댄다.

조금만 있으면 출력되는 결과.

전 세계를 뒤져도 10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등급 외의 등급.

EX.

그 딱지가 마침내 백운성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것이다.


“와아아아!”

“미쳤다! 저 나이에 저 등급이라니, 이게 말이 돼?”

“여보세요, 길드장님?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다름 아니라 이 건은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결과가 나왔나.

아직 측정기 안에 있음에도 웅성대는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시간이 흐르고, 침대가 밖으로 밀려 나왔다.

그 감각에 백운성은 눈을 떴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알파벳 대문자가 있었다.

친절하게도 측정기의 전면에 표시되는 측정자의 등급.

거기에 적힌 글자는.


“···D?”

EX는커녕, A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D등급이었다.


뭔가의 오류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런 생각이었다.

몸을 일으킨 백운성은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구경꾼들이 열광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는데, 곧바로 눈에 밟히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유난히 여유로운 태도.

손은 치켜세운 채 흔들고 있고.

입가에는 미소를 한자락 베어 물고 있다.

마치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표정의 남자는 얼굴도 준수한 미남이었는데.


A.

그의 머리 위에 걸려 있는 등급이었다.



***



검사를 마치고 협회에서 빠져나온 백운성은 문득 허기를 느꼈다.

시간이 어느새 점심 때를 지나가고 있었던 탓이다.

물론 그 널따란 헌터 협회의 내부에는 식당들이 수두룩하게 있었다.

다만 가격대가 착하지 않았을 뿐.


“최소가 3만원대라니.”


헌터들은 대체로 돈을 잘 버는 직종이었고, 항시 목숨을 걸기에 아끼는 이가 드물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주로 상대하는 식당 또한 고급화 전략을 취한 결과였다.

3만원이면 3일은 버틴다는 마음가짐의 백운성으로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뭘 먹을까.”


잠깐 고민하던 그는 가까운 편의점을 찾았다.

손에 들린 것은 언제나처럼 삼각김밥과 컵라면.

라면에 물을 받아 자리에 앉은 백운성은 새로이 발급받은 헌터증을 빤히 바라보았다.


신체검사까지 진행한 후 최종적으로 헌터증에 새겨진 등급은 C.

F였을 적보다 세 단계나 뛰어오른 것이다.

헌터증을 갱신하고 돌려주던 안내원의 눈에도 놀람이 깃들었으니 이런 케이스가 흔하지는 않겠지.


어깨에 힘깨나 주던 김시민이 D등급이었다.

그를 고려하면 어디 가서 무시당할 등급은 아니었으나, 백운성의 표정은 도통 펴지지 않았다.

예상에서 한참이나 빗나간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헌터들의 등급이 정립되던 초창기.

말이 많았던 화제가 백운성의 머리를 스쳤다.

시스템 창이 말하는 등급과 현실의 격차.

그를 토로하던, 이른바 ‘시스템 호소인’.


시스템은 절대적이고, 해당 헌터가 지닌 모든 요소를 종합하여 평가를 내린다.

다만, 시스템이 매긴 등급을 누구한테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


이를테면 마력 측정기가 토해내는 결과값은 오롯이 측정자의 몸에 깃든 마력뿐이다.

즉, 백운성의 경우에는 암흑에너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는 하나 그 양이 기껏해야 D급 헌터에 미친다는 게 측정기의 결론이겠지.


당연하게도 머리에 담긴 흑마법에 대한 지식도, 몸에 녹아든 숱한 경험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헌터 협회에서는 측정할 길이 없었다.


“···너무 들떴나.”


그런 부분을 간과한 자신에게, 백운성은 혀를 찼다.

차분히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으나 머리가 어지간히도 달아올랐던 모양.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느껴졌다.


여기서 말하는 계획이란, 우선 EX등급으로 어그로를 끌고, 접근하는 놈들중 쓰레기들을 골라 처단하려던 것을 의미했다.

급이 높을수록 꼬이는 벌레들도 더욱 악질이리라 여겨 세운 계획이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벌레들을 찾아야 하나···


그렇게 고심하며 백운성은 라면과 김밥을 입안에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집으로 가는 길을 되짚어 뛰어가던 찰나.


왜애애애앵-!


스마트폰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렸다.

재난 안내 문자. 근처에서 게이트가 열렸다는 신호였다.

백운성의 눈동자가 재빨리 그 내용을 훑어내렸다.


“북한산 향로봉. 추정 게이트 등급, C?”


바로 지척이다.

게다가 헌터 협회에서의 직선거리는 약 4km.

그리 멀지 않으니 지원이야 금방 가능할 터.

산속이니만큼 당장 민간인의 피해도 없겠지.

기어 나온 괴물들이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이목을 끄는 것이 우선이다.


정석적인 대응을 떠올리며 곧바로 움직이려던 백운성이었으나.


“···잠깐.”


위화감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위화감의 정체는 다름 아닌 게이트가 열린 위치.

게이트는 일반인이 밀집한 장소일수록.

그리고 강력한 헌터에게서 멀어질수록 자주, 그리고 커다란 규모로 열린다.

그러한 상식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런 산골짜기에 게이트가 열린다는 건.


“뭔가 있다.”


다른 요소의 개입이 있다는 말과도 동일하다.

백운성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와 동시에 암흑에너지를 사방으로 퍼뜨리기 시작했다.


넓은 반경을 탐색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게이트가 열린 위치 또한 그리 멀지는 않았으니.

개입한 무언가가 있다면 찾아낼 수 있으리란 확신이 존재했다.


“······.”


다른 감각에 걸리는 것들은 모조리 배제한다.

오직 악성을 지닌 자.

한 마디로 악당을 찾던 백운성의 눈이 문득 가늘어졌다.


“찾았다.”


그의 몸이 향하던 방향이 틀어졌다.

향로봉으로 가려면 우측으로 꺾어 산을 올라야 하지만 오히려 내려가는 방향.

그러나 확신에 찬 백운성의 발길은 점차 속도를 더했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대략 300미터 정도일까.

땅을 박차는 속도로 미루어 보았을 때, 곧 시야에 드러나리라 예상했고.


그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



헌터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

천재 마법사.

9기의 최고 아웃풋 등등.

오만 가지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헌터 협회에서 인정한 A등급에는 미치지 못한다.

여태까지는 학생이라는 울타리에서 인정을 받아왔다면.

이제는 대한민국 헌터 업계로 나아가 앞에서 줄을 쫙 세워도 100등 안에는 들어간다는 소리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 상황의 주인공이 된 김민준은, 여실히 들떠 있었다.

아카데미의 통제에서 벗어난 것도 그러한 까닭이었다.

어떤 상황을 마주하든,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다른 이와의 협력 따위는 귀찮은 짐에 불과하다는 생각.


“진정한 천재는 평범한 이들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 법이지.”


그따위 말까지 본인의 입으로 내뱉을 정도로 흥에 취한 김민준은, 안전 구역을 벗어나 홀로 북한산을 거닐고 있었다.

딴에는 맑은 정기를 받아들여 마력을 더욱 가다듬겠다는 이유였다.

산속으로 숨어든 괴물을 처리하며 경험을 쌓으면 더 좋고.


그러다가 널따란 잣나무숲을 지나던 찰나.

김민준은 괴물을 마주쳤다.


“안녕, 젊은 친구.”


사람의 탈을 쓰고, 사람의 말을 하는.


괴물보다 더 끔찍한 괴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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