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흑마법사가 악당을 너무 잘 죽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닭다리순살
작품등록일 :
2024.09.06 23:40
최근연재일 :
2024.09.18 23:1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316
추천수 :
54
글자수 :
70,051

작성
24.09.09 20:30
조회
149
추천
6
글자
13쪽

3화

DUMMY

사람을 죽였다면 뒷마무리가 깔끔해야 하는 법.


그런 면에서 보자면 게이트 내에서의 살인은 완벽했다.

내부에 전파가 통하지 않는다는 특성.

그 때문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탓이다.

당연히 실시간 촬영이나 방송 따위도 불가능.


사실상 시체를 유기하고 게이트 밖으로 나와버린다면 끝.

피해자가 구조를 요청하지 않고서야, 후발대가 들어올 즈음이면 초기화가 진행된 후다.

심증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증거도 남지 않는다는 소리.


그를 잘 알기에 김시민은 덜덜 떨리는 턱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걸했다.


“제, 제발. 사, 살려만 주시면 얼마든지 그, 사례, 사례하겠습니다!”

“에이 뭘 또 사례까지야.”


백운성이 실실 웃었다.

그 뜻 모를 웃음을 보는 김시민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신이 뭘 잘못했지? 그에 대한 대답은 금방 튀어나왔다.

여태 백운성을 무시하고 핍박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김시민의 머리를 스친다.

딸꾹질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김시민의 이마가 바닥에 처박혔다.


“자, 잘못했습니다!”

“음?”

“지금까지는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까불었습니다!”

“여, 여기도 좀! 봐주십쇼!”


그러고 있던 찰나, 제3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오정수였다.

힘에 부치다 못해 꺽꺽대는 외침이 한계였는지, 허우적대는 몰골이 자못 안쓰러웠다.


백운성은 잠시 고민했다.

사람의 목숨을 저울에 놓은, 양심적 가책이 아니다.

단지 놈들을 살려두는 것의 득실에 대한 고민.

감성보다는 이성에 기반을 둔 판단이 곧 내려졌다.


서걱-


코앞에서 고블린의 대가리가 썰려 나간 통에 피를 잔뜩 뒤집어쓴 오정수. 그가 입에 머금은 녹색 피를 뱉어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푸, 푸허억.”


이어지는 안도의 한숨. 죽이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보스가 처치되었습니다. 출구가 생성됩니다.]

[출구가 닫히기까지 남은 시간 : 60분.]


출구를 등지고 선 백운성이 손가락을 까딱이는 모습에 오정수와 김시민은 가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백운성이 살아남은 파티원들에게 내건 조건은 간단했다.


강은지의 죽음에 대한 변명, 그리고 살려준 대가였다.


그에 대한 상호 간의 신뢰?

그런 건 필요 없다.

흑마법 중에는 신뢰를 강제할 수 있는 구속이 있었으니까.


불길한 검은 오오라가 신체를 휘감는 걸 직관하는 김시민과 오정수의 표정이 썩어들어갔지만, 뭐 어쩌겠나.


“풀려고 발버둥 쳐도, 제약을 깨보려고 실험해도 상관없다. 다만 패널티는 너희 몫이니 목숨값과 저울질을 잘 해보는 게 좋겠지.”


통장에 꽂히는 액수를 확인하고 구속을 풀어주기를 약조한 뒤.

백운성은 김시민과 오정수에게 각자의 배낭을 던져주었다.


“잘 가라.”


그 말과 함께 출구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자 두 명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물론 이 게이트에서 나온 전리품은 오롯이 백운성, 그의 몫이었다.

김시민과 오정수도 그를 손댈 생각은 없었는지, 감지덕지한 표정으로 부리나케 내뺐다.

둘이 나간 걸 확인한 백운성은 사뭇 개운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런 게 아무렇지 않은 날이 올 줄이야.”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라고 하지만, 그 정도가 꽤 심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고개를 저어 떨쳐낸 백운성은 걸음을 옮겼다.


게이트를 나올 때 느껴지는, 익숙한 감각.

그리고 저만치 멀어져가는 김시민과 오정수의 뒤통수.

따사로이 내리쬐는 햇살.


모든 것이 순조롭다.


어제까지만 해도 원망스럽던 더위 아래에서 백운성은 느긋이 걸었다.

딱히 바쁠 이유도 없거니와, 현대에서의 여유를 조금 즐기고 싶었다.


카르디안의 기억은 지나치게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누군가에게 쫓겨야만 했고, 그렇지 않은 수준에까지 올랐을 때는 그 스스로가 채찍질을 했다.


그런 기억이 몸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


백운성으로서는 한낮의 햇살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자취방으로 돌아온 백운성은 배낭을 구석에 던져두고 창을 활짝 열었다.

비록 반지하이긴 하나 들어오는 공기가 어쩐지 상쾌했다.


특별한 아이템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게이트에서 나온 마석들을 모두 독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여태까지의 일당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돈이 보장되는 상황.

대충 헤아리더라도 열흘 치 수입은 훌쩍 넘는 돈이다.


카르디안의 감성으로는 푼돈에 불과하지만, 백운성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백운성은 품에 따로 넣고 온 주머니까지 꺼냈다.

강은지의 시체를 뒤져 가져온 물건.

이번 사건을 통틀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크기는 대략 스마트폰 두 개 정도를 붙여놓은 정도.

얼핏 보기에 여성용 파우치로도 보이는 물건이지만, 고작 그런 것이라면 백운성이 챙겨올 이유가 없었다.

이 물건의 공식 명칭은 아공간 주머니.

더럽게 비싸지만, 제값은 하기로 소문난 물건이었으니까.


“나한테 빌런이냐고 물었었지.”


강은지가 죽기 전에 억울한 투로 했던 말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자기는 빌런이라는 고백.


빌런.

인간에게 그 칼날을 돌리고, 범죄에 능력을 악용하는 능력자들.

크게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놈들부터, 작게는 좀도둑질을 하는 자들까지.

예전에는 한낱 범죄자나 마피아, 갱단 등으로 불렸을 그들은, 특이한 능력을 갖췄다는 이유로 빌런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빌런들은 은행이나 보관소 따위를 적법한 루트로 이용할 수 없었기에 저마다 주머니를 하나씩 차고 다니는 경우가 잦았다.


“이렇게 말이지.”


백운성은 흥미를 품은 눈으로 주머니의 입구를 열었다.

그러자 마치 게임상의 인벤토리처럼 잘 정돈된 화면이 그의 앞에 출력되었다.


[현금 : 58,291,000원]

[헌터증 : 36]

[ID 카드]

[잘 달라붙는 보호구(C)]

[날카로운 적응형 송곳니(B)]

.

.

.


밑으로도 쭉 이어지는 리스트를 모두 훑은 백운성은 창을 닫았다.

그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뱉어졌다.


“미친년이긴 했네.”


보유하고 있는 헌터증의 숫자.

아마도 저만큼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겠지.

혹은 그 이상이던가 말이다.


곧 관심을 끈 백운성은 스마트폰의 어플 중 ‘게이버 부동산’을 열어 쓸만한 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었으면 유용하게 써먹어야 하는 법.

백운성은 현금을 쌓아만 두고 뿌듯해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곧 원하던 것을 찾았는지, 그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여기가 괜찮겠는데.”



***



배낭에 담긴 마석을 모두 돈으로 바꾸고, 강은지의 주머니에 있던 돈까지 모두 통장에 입금한 백운성은 곧장 연락한 부동산을 찾았다.


“어서 오세요··· 아, 혹시 연락하신 분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잠시 앉으시겠어요? 뭐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정수기 앞에서 컵을 들어 보이는 중개사에게 백운성은 딱 잘라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바로 집부터 보고 싶은데요.”

“좋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시죠. 차로 모시겠습니다.”


부웅-


마석으로 운행되는 고급 승용차에 몸을 싣자 편안한 부유감이 백운성의 몸을 감쌌다.

확실히, 돈이 좋긴 좋았다.

최근에 백운성이 이용한 탈 것이라곤 대중교통인 버스, 아주 가끔 택시. 그리고 괴물들을 토벌할 때 쓰이는 트럭 정도가 전부였으니 말이다.

택시를 제외하고선 탑승자의 승차감 따위는 개나 줘버린 것들이었으니 지금의 감각이 더욱 훌륭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몰랐다.


“도착했습니다.”


중개사의 한마디에 곧바로 잡념을 떨친 백운성이 차에서 내렸다.

이윽고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꽤 그럴듯한 전원주택.

최소한 몇억은 호가할 듯한 이 건물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여기는 보호구역 밖인데요.”

“네, 저도 헌터라서요.”

“오,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등급을 여쭤봐도 괜찮으실까요?”

“일단은 F급입니다.”

“아.”


괜히 물어봤다는 듯한 중개사의 표정.

그러나 백운성은 신경 쓰지 않고 건물 내로 걸음을 옮겼다.

적당한 크기의 마당.

사람의 손길이 최근에는 닿지 않은 건지 잡초들이 웃자라 있었으나 그건 딱히 흠이 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옥상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는 2층짜리 집이었고, 이 정도라면 흑마법 공방 겸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마경으로 개조하기에도 충분해 보였으니까.


“주인분께서도 반쯤 포기하시다시피 내놓은 거라,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쌉니다. 사실상 이 정도 건물에 6천만원이라는 건, 헐값이나 다름없거든요.”

중개사가 뭐라고 떠들고는 있었으나, 백운성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맞는 가격과 맞는 용도.

그거면 되는 거였다.


“계약서 작성하시죠.”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위험한 곳인데, 설명은 잘 들었나? 진짜 괜찮겠어?”


부동산에 찾아온 늙수그레한 할아버지가 걱정을 표하기는 했다만.

백운성이 헌터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도장을 찍었다.

중개사도 눈치가 있는 모양인지 굳이 F급이라는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모두가 만족하는 거래였다.



***



반지하 자취방을 정리하는 건 쉬웠다.

그렇잖아도 얼마 되지 않는 짐은 옮길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아니었다.

해서 한데 그러모아 흔적이 남지 않는 흑염으로 태워버리자, 그걸로 끝.

월세 계약도 마침 이번 달까지가 기한이었기에 보증금도 곧바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맨몸으로 덩그라니 2층짜리 집에 입성한 백운성은 옥상에 올랐다.

아무리 일 처리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해도 시간은 어느새 어둑하게 노을마저 저무는 때였다.

하나, 둘씩 별이 빛나는 하늘.

고개를 들어 올린 백운성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 집이라.”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현실이 되었다.

모든 것의 시작이 F급 스킬석에서 비롯하였다는 사실은, 그 누구에게 말해도 믿어주지 않겠지.

F급 헌터에 불과하던 그가 EX급으로 단번에 뛰어올랐다는 사실 또한 그러하리라.


백운성의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었다.


첫째, 각성(?)한 사실을 숨기고, 지금까지처럼 살 것인가.


둘째, 협회에 방문하여 자신을 드러내고, 이목을 끌어모을 것인가.


편하게 지낸다는 측면에서는 첫 번째 선택지도 썩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암흑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악한 성향이 느껴지는 놈들을 골라 게이트에 함께 들어가고, 손쉽게 쓱싹.

그 과정에서 웬만해선 의심받지도 않으리라.

F급 헌터는 당했으면 당했지, 누굴 해칠 수 있는 강자가 아니니까.


그렇게 차근차근 강해져서···


이어지던 생각을 백운성은, 피식거리는 웃음으로 날려버렸다.


어차피 그가 택할 길은 정해져 있다.


두 번째.

패왕(覇王)의 길.


카르디안이 그러했듯, 백운성 또한 같은 영혼의 파장을 지니고 있었다.

힘이 없었다면 모르되, 생긴 이상 그를 숨기고 살 성질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타협하지 않는다.

물러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럴 수 있는 성격이었다면 진즉 헌터 따위는 때려치우고 다른 일을 찾아보았겠지.

그러나 백운성은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택한 길, 흑마법사를 고집했다.

비록 그 끝이 비참할지도 모르지만.

계속해서 우직하게, 한길만을 걸어왔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밝으면 협회를 방문하리라.

그리 다짐한 백운성은 옥상에서 내려왔다.

건네받은 열쇠로 집의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선 순간.


아차 하는 표정이 백운성의 얼굴 위에 서렸다.


“···제기랄.”


걱정거리도 없는 그였으나.

침대 또한 없기 때문이었다.



***



결국 백운성은 맨바닥에 누워 뒤척이다가 잠에 들었다.

그러다 어느새 들이치는 햇살이 그를 깨웠다.

오만상을 찌푸린 채 자리에서 일어난 백운성은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하려다가 멈칫했다.

침대처럼 아무것도 사놓지 않은 살풍경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


결국 갈등하던 백운성이 향한 곳은 집 밖.

아직 아무런 이동 수단이 없는 터라 가지고 있는 암흑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흑마(黑馬)를 소환했다.

네비에 찍힌 대중목욕탕은 30분.

그러나 질량이 없는 것처럼 사뿐히 지붕들을 짓밟으며 일직선으로 주파한 결과.


“수고했다.”


백운성이 흑마를 쓰다듬으며 역소환할 때는 1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씻고서 개운한 기분으로 나온 백운성이 발걸음을 들여놓은 곳은 헌터 협회.


대한민국에 등록된 헌터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거쳐 가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반인들도 몰려들곤 하는.


헌터 사회의 중심부나 다름없는 건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흑마법사가 악당을 너무 잘 죽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12화 NEW 9시간 전 35 1 13쪽
11 11화 +1 24.09.17 57 4 12쪽
10 10화 24.09.16 73 4 13쪽
9 9화 24.09.15 89 4 14쪽
8 8화 24.09.14 105 4 13쪽
7 7화 24.09.13 110 6 13쪽
6 6화 24.09.12 112 5 13쪽
5 5화 24.09.11 115 4 12쪽
4 4화 24.09.10 129 5 13쪽
» 3화 24.09.09 150 6 13쪽
2 2화 +1 24.09.08 159 5 14쪽
1 1화 +2 24.09.07 183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