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흑마법사가 악당을 너무 잘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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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순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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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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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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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게이트 내부로 이어지는 김민준의 흔적.

그를 확인한 백운성은 망설이지 않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게이트가 열린 장소는 관악산.

뛰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늦다.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직감이 강하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흑마 소환」


부름에 응해 뛰쳐나온 녀석 위에 올라탄 채, 백운성은 바람을 맞으며 내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한강에 도달하기까지는 일직선으로 주파.

다리를 건너고, 달려온 만큼의 거리를 또다시 달린 끝에.


백운성은 세월에 풍화된, 사다리꼴의 바위를 마주할 수 있었다.


[冠岳山, 해발 629m]


그 옆에는 보란 듯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게이트가 존재했다.

패밀리어로 확인했던 바와 같이, 그 테두리를 휘감은 색은 여전히 붉었다.


흑마를 역소환시킨 백운성은 잠시 그 형상을 바라보다가 그 너머로 몸을 던졌다.

직후, 몸을 감싸는 익숙한 감각.


산 위에서 맞던 상쾌한 바람이 일순간 사라지고.

코끝에서 풀 내음이 나기 시작했다.

웃자라서 흔들리는 수풀이 백운성의 손을 간질이고 있었다.


끝도 없이 넓게 펼쳐진 초원을 훑는 백운성의 시야 한 가운데에 시스템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라피브 대초원(A)]


-풍족한 환경을 지녔고, 그만큼 치열한 먹이사슬 또한 존재하는 대초원. 발을 딛고 선 모두를 먹여 살릴 만큼의 풍요로움은 그들의 정점에 선 이들이 독차지하여 힘을 키웠다.



***



게이트 내의 김민준은 혼자가 아니었다.

어제 일의 뒤처리를 하고 만났던 졸업생 동기들과 사당에서 술 한잔을 기울이고 있던 도중.


왜애애애앵-!!


재난 경보가 온 가게를 뒤덮었던 것이다.


“···요새 이 소리를 왜 이렇게 많이 듣는 기분이지?”

“후딱 일어나! 이럴 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논란거리 된다고!”


멍하니 있는 김민준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차석, 이미나.

잔향처럼 흩날리는 샴푸 냄새를 맡던 김민준이 인상을 팍 긁었다.


“감히, 2등따리가 누구 몸에 손을······.”


당연히 술자리는 그 자리에서 파했고.

그 자리에 있던 7명은 각자 능력이 되는 대로 지정된 장소로 향했다.

게이트가 열린 장소는 관악산 연주대.


김민준이 마법사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육체에 마력을 실어 강화하는 정도는 가능하다.

그렇기에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형님도 이런 식으로 다니시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사용한 마력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던 것이 신경 쓰인다.

마치 신체 강화계처럼 순수한 근력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 외에도 마력 증폭기를 골랐을 때의 일이라거나, 오늘 빌런을 제압할 때 사용했던 마법 등등.

생각할 거리는 산처럼 쌓여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야.”


김민준은 이내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내었다.

어느새 도착한 불그스름한 테두리의 게이트 앞에는 그를 제외한 6명의 인원이 모여 있었다.


“어쩌지? 우리끼리 들어가?”

“자신 없는 사람? 이거 보니까 C등급이라는데.”


스마트폰을 흔들어대는 동기, 박석진.

신체 강화 계열이지만 직업은 마법사를 부여 받은 케이스.

덕분에 의지와는 관계없이 마검사라는 고행길을 택해야 했던 그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열등감? 아니면 뭔가를 증명하고 싶은 건가.’


어찌 되었건 둘 모두 썩 다르지는 않다.

김민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우리끼리 들어가는 건 위험하지. 게이트 앞을 지키면서 나오는 괴물들을 처리한다. 이게 정석이고, 그 후에는 지원을 기다리는 게 나아 보인다만.”

“네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의외라는 듯 얘기해 온 건 이미나였다.


“뭐가.”

“아니, 그렇잖아. 측정일에도 혼자 사라진 주제에 말이야. 뭐, 빌런이랑 싸웠다느니, 게이트 앞에서 발견되었다느니··· 그런 사람 입에서 얌전히 지원을 기다리자는 말이 나오니까 조금 웃겨서.”

“얘기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빙빙 돌리지 말고, 확실하게 말을 하는 게 어때.”


김민준이 으르렁거리자, 이미나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뭐, 정 그렇다면야. 쫄지 말고 들어가자고. 고작해야 C급이잖아? 까놓고 말해서 너랑 나, 둘이서도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 아니겠어?”

“하지만 안정화되지 않은 게이트지. 돌입한 후에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 수가 7명이야. 아카데미에서도 탑 10안에 드는 사람이 7명 모였는데, 저거 하나 클리어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면 웃기잖아.”


얼핏 웃음기를 내비친 이미나가 게이트를 향해 발을 떼어 놓았다.


“그렇게 겁이 나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수석 씨. 우리는 이거 클리어하고 이름값 좀 높여야겠으니까.”

“······.”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냐는 듯 김민준이 보낸 시선에, 나머지는 시선을 피하거나 걸음을 옮기는 식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그들은 헌터 업계에서 신참이나 다름없으니, 제대로 계약을 맺기 전에 성과를 올려두면 좋으리라는 판단이 앞섰으리라.


그걸 이해하지 못할 리도 없어, 김민준은 결국 게이트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으나.


“A급이라고?!”

“이게 무슨, C급이라며!”

“야, 박석진! 어떻게 된 거야 임마!”


성미 급한 최산창이 박석진의 멱살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졸업할 때 3위에 랭크되어 있었던 만큼, 순수한 근력만큼은 이 자리의 누구보다 뛰어난 최산창이었다.


“나, 나는 그냥 재난 경보에 뜬 대로 읽었을 뿐··· 컥! 케헥!”

“그만.”


결국 김민준이 나서고 나서야 상황이 진정되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사방을 살피던 그가 지시를 내렸다.


“엄폐물이 없다. 그 말은 즉, 우리가 서로를 최대한 이용하며 방패로 삼아야 해.”

“제기랄, 대체 왜 이런 꼴을······!”

“최산창, 그만. 네가 선두에 선다. 그리고 이미나, 너는 후열로 가. 나머지는 둘씩 짝지어서 양옆에서 사주 경계 확실히 하고. 내가 컨트롤러를 맡는다.”


반박은 없었다.

망설임 없는 단호한 말투.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던 경험에 따른 포지션 배정.

그리고 객관적으로 그들 중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 확정된 김민준.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신뢰를 자아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겁먹은 초식동물처럼, 천천히 전진했다.

그러다가 맞닥뜨리는 괴물들을 하나씩 처치.

마치 시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 마리씩만 어슬렁거리기는 했으나.

A급이라는 위명에 걸맞게 괴물들은 강력했으며 지능적이었다.


“지금!”

“시끄러워!”


그러나 졸업생들은 서로가 서로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고.

굳이 말로 뱉지 않아도 적재적소에 위치할 만큼, 각자에게 익숙했다.


처음 2시간은 그렇게 다들 긴장을 유지했고.

뭐라 말하지 않아도 최적의 전투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뻣뻣하던 몸은 부드러워졌고.

마른침만 삼키던 입에서는 재잘대는 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괜찮은데.”

“방금 좌측에 균형이 무너질 뻔했어.”

“좋은 분위기 깨지 말고 좀 닥쳐.”

“피드백 몰라? 피드백.”

“아함, 졸려 뒤지겠네. 여기서 좀 쉬고 가면 안 되나?”

“잠은 진짜 뒤진 다음에 실컷 자면 되잖아. 앞으로 가.”


게이트에 들어오고 나서 흐른 시간은 대략 8시간.


그들은 단 하나의 피해도 없이 덤벼오는 모든 괴물들을 격퇴했다.

이따금 둘 이상이 출몰할 때도 있었으나, 그럴 때면 김민준이 침착하게 인원을 배분했고.

결국 적절하게 날아든 마법이 괴물들의 숨통을 끊었다.


그를 반복하다 보니, 사기가 올랐다.

팽팽하게 조여졌던 긴장의 끈이 약간 느슨해졌고.

다들 얼굴에 웃음기를 되찾았다.


김민준이 우려하던 건 바로 그 시점이었다.


“자만하지들 마. 아직 끝난 거 아니니까.”

“에이, A급도 별 거 없구만. 이대로만 가면 끝, 아니야? 있다가 나가서 인터뷰할 때 뭐라고 할 지나 좀 생각···”


푸화악!

뒷통수에 깍지를 끼고 활기차게 떠들던 박장휘의 양팔.

활을 다루는 그가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던 팔이었다.

그러하던 것이 갑자기 잘려 나가, 허공을 나는 풍경은 비현실적이었다.

동시에 이질감을 모두에게 심어주었고.

박장휘의 팔이 바닥에 투둑, 떨어졌을 때.


“아, 아악! 으아아아아아악!!”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어?”

“꺄아아아악!”

“뭐야, 씨발!”


갑작스레 솟구친 피 분수를 덮어쓴 일행이 패닉을 일으켰다.

그 틈새로 다시금 날아드는 무언가.

미리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던 김민준은 가까스로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다.


「실드」


카앙!


충격음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것은, 화살이었다.


“오, 이걸 막나?”


발아래 깔린 물안개처럼 음습한 목소리.

위치를 특정할 수 없도록 사방에서 들려오는 음성은, 인간의 공포를 자극하는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누구냐!”

“뭐야, 사람?!”

“어디야, 이 개새끼야! 나와!”


여섯 쌍의 눈동자가 열심히 굴렀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쐐액!

대답 대신 다시금 쏘아진 화살.

최산창을 노린 화살은, 그의 손아귀를 갉아먹듯 찢으며 회전을 멈추었다.


“그쪽이냐!”


그 궤적을 포착한 최산창이 고함을 내지르며 발을 굴렀다.


“멈춰!”


김민준이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최산창의 신형은 쏘아지는 중이었다.

신체 강화 계열. 직업은 무투가.

최적의 힘을 담은 그의 주먹이, 화살이 쏘아진 방향을 정확히 노렸다.


“눈에 안 보인다고, 주먹까지 안 처맞는 건 아니잖아!”


귀신이 아니라면, 때려눕힐 수 없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귀신이라면, 상호 간에 물리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고.

따라서, 먼저 날린 주먹이야말로 무적이라는 최산창의 논리는 대부분 통용되었다.


“틀린 말은 아니군.”


들려온 목소리 또한 그를 긍정했다.


“하지만 내가 그것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나?”

“뭐···”


순간, 최산창의 동공이 급격히 확장되었다.

이어서 들려온 파육음.


퍼걱!


“끄아아아악!”


참혹한 비명이 대초원을 전부 뒤덮을 듯 울려 퍼졌다.

최산창을 꿰뚫은 것은 한 자루의 창.

그 끝에서부터 한 인물이 신기루처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갑다, 애송이들. 특히, 김민준.”


송곳니를 날카로이 드러내며 웃고 있는 남자.

S급 빌런, 전용후.

신체 강화 계열. 그리고 직업은 암살자인···


“빌런 연맹에서 나왔는데, 혹시 가지고 있는 열쇠를 돌려줄 생각이 있나?”


코드 네임, 고스트였다.



***



열쇠.

어찌 보면 빌런 연맹을 구축했고, 또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물건.

미치광이 과학자, ‘닥터’가 만들었으며.

차원 저편으로 연결되는 게이트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권능을 사용자에게 부여한다.


원리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다만 고스트는 열쇠가 너무나 유용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적의 손에 넘어가서는 더더욱 안 될 물건.


곧바로 김민준에게 따라붙은 고스트는 찬찬히 기회를 살폈다.

협회, 혹은 아카데미 측에 열쇠를 넘길 낌새가 있다면 곧바로 저격해서 해치우려 했으나.

김민준이 한 일이라곤 어떤 남자를 따라다니며 물건들을 팔아치우거나, 쇼핑을 하는 것이 전부.


“···저놈인가?”


사일런스 그 등신 같은 놈이 당했을 때, 김민준과 함께 했다던 C급.

어째서 김민준이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

고스트가 백운성에게 품은 감상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의 모든 감각은 김민준에게 달라붙어 있었고, 그 외의 나머지는 관심 밖.

잠깐 떨어진 사이, 빌런을 해치웠다는 이야기가 잠시 흥미를 돋웠다만.


“연맹에도 들지 않은 잔챙이다.”


고스트는 우선시해야 할 문제를 헷갈릴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그렇게 둘이 헤어지고 김민준이 술집에서 동기들과 조우했을 때.


고스트는 기회라고 여겼다.

자라나는 새싹들을 대거 잘라내고.

안일해진 헌터 사회의 아가리에 공포를 처넣어줄 기회.


“끄르륵······.”


과정은 수월했다.

겉으로 보이는 파장은 C등급으로 조정한 게이트.

그 안으로 실적에 환장한 아카데미 졸업생들을 집어넣고.

A급임에도 하나씩 출몰한 괴물들에게 맞서 이겨내는 자신들에게 취하는 그때.


놈들을 노렸다.


그 결과가 지금 고스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놈들은 최초의 일곱 중 단 셋.

그마저도 상태가 멀쩡하지는 않았다.


“빌어, 먹을······.”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미친놈처럼 주위를 둘러보는 김민준이 그 좋은 예였다.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으리라.

고스트는 웃음을 머금고, 다시금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의 활은 곧 창.

장대하다고 표현해야 할 그의 신체만큼 길다란 창이 활처럼 휘었다.

끼리릭- 하고 그의 귀에만 들리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목표를 겨눌 때였다.


“···너무 늦었나.”

“형님?!”


어제도 보았던 C급.

백운성이 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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