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흑마법사가 악당을 너무 잘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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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순살
작품등록일 :
2024.09.06 23:40
최근연재일 :
2024.09.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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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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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B등급 이상의 게이트부터는 협회 내에서 고위급 게이트로 따로 분류, 관리를 실시한다.


그 때문일까.


[헌터로서 성공을 논하려는 자, 고위급 게이트를 클리어하라] 따위의 제목을 단, 오만하면서도 자극적인 게시글.

헌트넷에서 폭발적인 조회와 추천 수를 기록했던 글을 백운성도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담고 있던 내용 자체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인상적이었던 건 고위급 게이트에 대한 설명.

헌터들 사이에서 소위 말하는 ‘급’을 나누는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었고.

그 밑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이 그를 증명했다.


KIMYONG : 맞긴 하지.


익명 : B급이랑 그 아래 급이 천지차이긴 함 ㅇㅇ. B급부터는 웬만한 각성자들보다 수준이 높은 괴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ㄴ HUNTERJIMANG : ㅈㄹㅋㅋ. 웬만한 각성자 같은 소리하네. 어디 나라에서 평균치라도 제공해 줬음? 기밀이라고 꽁꽁 숨기는데 그걸 어캐 암?

ㄴ 익명 : 현장에서 구르다 보면 싫어도 알게 되는데?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면 뒤지기 싫으면 제발 죽닥쳐라. 잘못 걸리면 진짜 뒤지니까.

ㄴ MAGITION : 개무섭노 ㄷㄷ;


백씨는 백마법사 : 와 저도 정말 가고싶네용! 고위급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무슨 기분일까용?

ㄴ 지DRAGON : 일단 님은 평생 모를 듯...ㅋㅋ

ㄴ 백씨는 백마법사 : 조까세용!


그리하여 막연한 목표 중 하나로 잡고 있었던 것인데.

이렇게 들어오니 제법 감회가 새롭다.


“B등급 게이트라······.”


백운성이 음미하듯 찬찬히 게이트 내부의 광경을 살폈다.

그저 주욱 늘어선 커다란 나무들이 눈에 비칠 뿐이라지만.

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았다.


사실 김민준을 쫓아 들어갔던 게이트 또한 실상은 A등급.

고위급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때는 상황이 워낙 긴박했다.

감회고 뭐고 기척을 쫓아 땅을 박차기에도 벅찼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잠자코 풍경을 감상하고 있자니, 이미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짐꾼. 뭐 마실 거 좀 있냐?”

“그런 것까지 짐꾼이 할 일은 아닐 텐데.”


김민준이 차갑게 대꾸했다.


“그래도 아공간 주머니에 챙겨 왔을 거 아냐. 좀 줘봐!”

“물 같은 필수품은 본인이 챙겨야 하는 게 상식인데. 혹시 상식이 부족한 거냐?”

“······.”


백운성이 보기에는 웃기지도 않는 실랑이였다.

사실 짐꾼이 그럴 의무가 있지는 않지만.

그 정도의 눈치도 보지 않아서야 곧바로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고 만다.


“아우, 진짜! 자기가 제대로 한다고 해서 시켰더니만 제대로가 아니라 조때로야 그냥!”

“말 좀 이쁘게 해라.”

“조까쇼.”


그렇게 몇 번인가 투닥대는 말들이 오가고 나서야.

마침내 이성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회장님께서 이것저것 여쭈시는 통에···”

“그럴 것 같았어요. 이만 출발하죠.”


관심 없다는 듯 사과의 말을 끊어낸 이미나.

그녀가 일행을 휙휙 둘러보더니 곧바로 말을 이었다.


“기본적인 대형은 이 비서가 전방, 제가 후방. 그리고 마법사 둘은 중간에서 좌우를 중점적으로 탐지하고, 서로서로 지원하는 식으로 가겠습니다. 따로 말 안 해도 탐지는 계속 진행해 주시고, 걸리는 게 있으면 말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성민이 힘차게 외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뒤를 백운성이 태연하게 따라갔고, 김민준 역시 발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진형 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지자, 백운성은 들었을 때부터 쭉 궁금하던 걸 물어보았다.


“그나저나 짐꾼이라니, 약점이라도 잡혔냐?”

“그런 셈이죠.”


김민준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뭔지 물어봐도 되는 종류야?”

“별거 아닙니다. 그냥 조금 신세 진 게 있어서 원하는 걸 말하라고 했는데······. 이런 게 튀어나올 줄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네요.”


떨떠름한 얼굴을 보아하니 진심인 모양.

백운성이 씩 웃으며 김민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짐꾼도 나쁘지 않지.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짐꾼이었으니까, 선배한테 많이 물어봐라.”

“네?! 아니, 농담이시죠?”

“진짠데.”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던 차에, 백운성이 가만히 손을 들어 올렸다.

시선이 집중되자 그가 입을 열었다.


“좌측 전방에 세 마리. 종류까지는 모르겠고, 딱 B급 정도인 것 같은데.”


시야가 수풀에 가려진 위치였다.

인상을 찌푸리며 앞을 바라보던 이성민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는 안 보입니다.”

“나도.”


맞장구를 치던 이미나가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뭐.”

“너는 뭐 안 느껴져? 같은 마력 계열이잖아.”

“···적어도 내 탐지 범위 내에는 없어.”


이를 악무는 김민준에게 백운성이 말했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테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런 건 원래 해보면서 점점 느는 법이니까.”


실제로도 마력을 이용한 탐지는 지형을 타고 퍼지는 방향,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방법,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환경에 따른 변수가 많은 편.

그렇기에 다양한 상황을 겪어볼수록 그 실력이 올라간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백운성에게는 카르디안의 경험이 있었다.거기다가 빌런들을 처치하며 얻은, A급에 달하는 암흑에너지.

둘이 합쳐져 내는 시너지로 탐지해 내는 범위는 김민준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백운성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가던 참이었다.

이성민이 불현듯 우뚝 멈추어 섰다.


“괴물 세 마리 발견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 질린 듯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백운성이 말했던 장소부터 여기까지는 못해도 약 500미터.

이성민의 상식선에서는 탐지가 불가능한 거리라고 여겼던 탓이다.


“종(種)은 마운틴 트롤. 어떻게 할까요?”

“먼저 어그로를 끄세요. 이어서 제가 나가고, 마법사들이 원거리 지원을 해주면 되겠네.”


이미나가 검을 뽑으며 새삼스러운 눈빛을 백운성에게 보냈다.


“아니, C등급이면서 어떻게 A등급인 얘보다 더 나아요? 아니다、 궁금한 건 이따가 묻고. 일단 트롤들부터 조집시다!”


신나게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백운성이 문득 입을 열었다.


“관악산 게이트 때. 혹시 나를 보지 못한 건가?”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김민준도 마침 그러한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게요. 제가 봤을 때 뻗어 있지는 않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워낙 정신이 없을 때였어서.”

“딱히 상관은 없지만.”


백운성이 말을 맺으며 팔짱을 꼈다.

그러자 김민준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가만히 있고, 나머지 하나만 열심히 마법을 퍼붓는 풍경.

누가 보기에는 뭔가 싶을 수도 있겠으나, 둘 사이에는 애초에 말이 맞춰져 있었다.


흑마법사인 백운성은 마법으로 괴물을 처리해봤자 성장할 수 없다.

애초에 목적은 김민준을 노리는 빌런들과의 조우다.

그렇기에 위험한 일이 있으면 나서고.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머릿수를 채우기로 했던 것.


김민준은 게이트 내에서의 안전을 보장받고.

마법으로 지원하는 건 김민준, 그가 전담하기로 했다.

보험이 있는 실전 경험.

최소 인원수로 입장해 한 명을 제외하고 나누는 경험치.

그야말로 나쁠 것이 하나도 없는 상부상조.


어느새 트롤들의 처리가 끝난 건지, 이미나가 투덜대며 걸어오고 있었다.


“야, 야, 김민준! 아까 마법 뭐야? 내 허리에 빵꾸 날 뻔한 거 못 봤어? 안 그래도 가녀린 몸인데, 여기에 구멍까지 뚫리면 어쩌라는 거야! 네가 책임질 거야?!”

“그것도 못 피하면 검사 접어야지. 그런 걸로 구질구질하게 따지니까 네가 수석 한 번 못 해보고 졸업한 거다.”

“이 비서! 이 개자식 말하는 것 좀 봐요!”

“저는 아가씨 말씀이 더 무섭습니다······. 회장님께서 이런 모습을 보신다면 대체 뭐라고 하실지······.”


이성민이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미나가 약간 찔끔한 모습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 틈을 타 김민준이 이미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너, 관악산 게이트에서 대체 뭘 본 거냐? 형님 활약하시는 거 못 봤어?”

“어?”


이미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뭔 활약? 나 그때 턱주가리 돌아가서 넋 놓고 있었잖아.”

“···그러냐.”


김민준이 썩은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백운성에게 대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 했다.

병실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연상되는 꼴이었던 것이다.


잠시 갈등하던 김민준의 입에서 약간 들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됐지, 뭐. 가자!”

“뭐야, 싱겁게.”


이미나가 투덜댔으나 김민준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김민준은 그저, 이미나가 현실을 마주할 날을 고대할 뿐.

자신을 짐꾼으로 부려 먹는 괘씸한 심보가 아니었다면 알려줬을 테지만.

그건 이미 일어나지 않을 일에 불과했다······.


그렇게 신나서 걸음을 떼어 놓던 김민준의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심술궂은 목소리가 있었다.


“어디 가냐? 짐꾼이면 짐꾼답게 마석 캐야지.”

“아.”


김민준이 과장 조금 보태서 제 키의 두 배만한 마운틴 트롤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그 눈이 다시 백운성에게 향했다.


“혹시 꿀팁 있나요, 형님?”



***



이후로도 사냥은 수월했다.

백운성의 탐지 능력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로.


“아저씨, 다음 타겟은 어디에요?”

“저쪽으로 쭉 가면 나오겠네. 마운틴 트롤이라고 했나? 다섯 마리.”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묻고 이동하는 풍경이 연출되었으며.

B등급 게이트의 괴물들은 헌터 아카데미의 명예로운 수석과 차석의 협동 공격을 채 버텨내지 못했다.

물론 그 와중에 이성민의 탱킹도 돋보이긴 했으나.


“체인 라이트닝! 체인 라이트닝! 체인 라이트닝!”


매 전투마다 마력을 몽땅 퍼붓는 김민준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어 이미나가 적당히 좀 하라고 말을 꺼낼 정도.


“야, 대체 왜 이래? 너 평소에는 이 정도로 쏟아붓지 않잖아?”

“헉, 헉, 허억······.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다.”


평소 같으면 아버지의 조언대로 마력의 3할은 남겨두던 김민준이다.

그런 그가 10할 전력을 끌어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비빌 수 있는 언덕.

최후의 보루, 보험의 존재.

즉, 백운성이다.


단순히 뒤를 봐줄 수 있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마침내는 형님이라고 부르는 백운성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

그러한 것들이 어우러진 김민준의 얼굴은 분명 지쳤지만.

묘한 쾌감이 엿보이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가엾은 트롤들은 만나는 즉시 화염과 전기에 지져지기 일쑤.

특유의 재생력을 자랑하기도 전에 성기사의 도발에 걸리고.

끝내는 이미나의 검에 전신을 난자당해 쓰러진 채로.

다시 한번 날아든 마법에 최후를 맞이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언제나 김민준.

똥 씹은 표정으로 다가간 그가 트롤의 가슴팍을 개봉했다.

남은 파티원들은 멀찍이 떨어져 김민준의 작업을 구경했다.

마석으로 구동하는 톱이 굉음을 일으킬 때마다 핏물이며 살점이 온 사방으로 튀었으니까.


백운성이 꿀팁이랍시고 알려준 방독면을 착용한 김민준.

그의 얼굴 정면에 배를 잘못 쑤시는 바람에 튀어나온 내장 조각이 철퍽이며 달라붙었다.

자연히 험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제기랄.”

“아쉽다. 게이트 안에서는 왜 카메라가 작동이 안 되는 거람? 저걸 찍어서 동네방네 퍼뜨린 다음에 대대손손 물려줘야 하는 건데.”

“닥쳐.”


김민준이 신경질적으로 방독면을 문질렀다.

시야를 온통 가리던 시뻘건 게 조금 닦여 나가자,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 백운성은 그런 광경을 보며 평화롭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김민준에게 누구 하나 재촉하는 사람이 없다.

애초에 제대로 된 짐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아마 그 대신 진짜 짐꾼이 저 자리에 있었더라도 그러지 않았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그렇기에 백운성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날아오는 고함과 구박.

그러면서도 보호받지 못해 늘 강박적으로 주변을 살펴야 했던 날들을.


그런 회상을 박살 내듯, 김민준의 목소리가 울렸다.


“형님, 다 했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가시죠!”

“어. 가자.”


백운성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미소를 띤 채 나아갔다.

다음 사냥감은 게이트 내에 마지막 남은 하나.


보스, 오우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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