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초패권 국가,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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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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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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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빌드업 1

DUMMY

9. 금융 빌드업 1







연습 게임.


세자로서 서지훈은 많은 권한을 부여받았다.

인터넷 한 켠에서 구독자 333만 명을 이끌던 때와는 스케일이 다르다.


신하들에게 상당한 예우를 받았다.

궐내 어른인 대비와 중전이 있다고는 하나, 종래에 조선의 지존 자리엔 세자가 앉게 될 테니.


진성이 태어나고부터 성종은 부쩍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 세자 융을 자주 참석시켰다.


서지훈이 예전에 조사했던 바에 의하면, 이렇게까지 성종과 세자 융의 사이가 각별하지는 않았다.

쉬쉬하며 비밀에 부치기는 했지만, 폐비 윤씨와의 일이 왕실 내에서나 정치적으로도 복잡다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내진 못했지만, 현 세자의 생모가 중전까지 올랐다가 폐비가 되어 사사되기까지 했다는 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무척 머리 아픈 일일 수밖에 없었다.


아내이자 아이 엄마와의 단순한 이혼?


21세기에 대통령이 그런 사건에 연루된다고 하더라도 연일 대서 특필될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파파라치에게 늘 노출될 수밖에 없다.

커가면서 점점 친구들이나 인터넷 SNS, 기사 등으로 당연히 사실 그 이상을 접하게 될 것이고.


조선인 데다 왕실의 일이었기에 비밀로 유지될 수 있었다.

문제는 비밀이지, 있었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성종도 눈을 감는 순간까지 세자와 권력 승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세조 때의 일을 겪은 인수대비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기에 서지훈은 훗날 왕위 승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확고부동한 세력 집중과 절대적인 충성세력 확보가 필요했다.

의당 그런 세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건 두둑한 임금의 호주머니일 터.


다행히 알려진 것보다 조선의 해상 무역은 완전한 고립 상태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서지훈에게 이건 기회였다.

처음부터 조선에 잘 알려지지도 않은 새로운 세계와 거래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세시대처럼 먼바다를 타고 나가다 보면 뚝 떨어진다는 사고방식은 팽배하지 않으나,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수도 없는 마당에 무턱대고 원정선을 내보낸단 말인가.


다행히 동남아와 많진 않지만 간헐적인 무역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 판이 깔려있다면 충분히 조력자를 구하기 편할 듯싶었다.

그리고 서지훈이 선택한 조력자는······.


“마마, 세자 저하 문안 들었사옵니다.”

“오, 세자가. 들라 하라.”

“예.”


초저녁이긴 하지만, 조선의 저녁은 무척 어둡다.


“대비마마, 소손 이리 야심한 밤에 찾아뵙게 되어 송구한 마음입니다.”

“무슨 소릴 그리 섭섭하게 하십니까. 구중궁궐, 이 늙은이한테 이렇게 자주 방문해 주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소손이 세자빈한테 대비전에 자주 문안드리라 일렀거늘.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오, 호호호. 아니에요 아니에요. 세자빈도 자주 문안을 온답니다. 이 늙은이가 이 나이에 무슨 호사로 세자와 세자빈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문안을 받으니, 세월 가는 줄을 모르겠습니다.”

“소손이야말로 섭섭합니다.”

“예?”


서지훈은 잽싸게 인수대비의 뒤로 가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에 상궁 사이에서도 세자 융의 평판은 효자, 효손 그 이상이었다.


인수대비에게 문안와서 응석만 부리는 게 아니라, 여염집 손자들보다 더 따뜻하게 할미를 챙기는 모습이 그저 흐뭇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슈 메이커로 돈벌이하던 서지훈에게 이런 정도의 쇼맨십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제 되었습니다. 올 때마다 할미 어깨를 이리 주물러 주시니, 세자 덕에 할미가 훨훨 날아다닐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요.”

“헌데, 세자.”

“예? 너무 아프십니까?”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가지고 온 저것이 무엇입니까?”

“아.”


‘낚시 성공’


서지훈은 그제야 자신이 가져온 선박 모형과 향 쪽으로 다가갔다.


“소손이 이번에 제작 의뢰한 선박 모형입니다.”

“모형이요?”

“실제 선박보다 수천수만 배 작게 만든 배이옵니다.”

“그럼 이것을 물에 띄우면 실제처럼 움직이는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오···. 이걸 세자가 설계했다는 것입니까?”


생각 이상으로 인수대비는 선박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화려하고 정교한 배입니다.”

“이 선박엔 비밀이 있사옵니다.”

“비밀이요?”

“선박의 무게보다 더 많이 실을 수 있고, 비바람이 불어도 잘 침몰하지 않습니다.”


서지훈의 설명에 대비는 물론이고, 듣고 있던 상궁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궁도 잘 볼 수 있도록 서지훈은 일부러 배를 공중에 띄워 여기저기 가는 시늉을 해 보였다.

사실, 인수대비 전 상궁이 외부와 내통한다는 고급 정보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박의 훌륭함을 서지훈이 대놓고 외부에 광고할 수 있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전혀 없다.

전부터 늘 느끼고 있지만, 조선의 세자는 권한이 많지만, 허상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신료들의 낚싯바늘에 제대로 걸려들면, 월척도 그런 월척이 없을 테니.


툭하면 비교.

툭하면 폐위.


서지훈이 몸소 느끼기에 역사적으로 연산이 진성대군을 살려준 게 용하다 싶을 정도다.

이제 진성 태어난 지 고작 몇 달인데, 작전 세력 움직이는 거 보면 답도 없다.

그나마 서지훈을 탑재한 세자 융이 워낙 처신이나 공부 면에서 나무랄 곳이 없기에 망정이지.

생모인 폐비 윤씨와 진성대군의 버프는 역사는 알고 있음에도 과연 저들이 조만간 발광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기에 뭘 하든 살얼음 같아서 섣불리 만든 선박을 자랑하고 다닐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배양만 한다고 뭘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21세기든, 15세기든 제대로 된 기술력이 만개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자본력과 영업력이 필수니까.


대비전 상궁의 눈은 마치 21세기 3D 프린터용 레이저처럼 세자 융이 들고 있는 선박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말 훌륭한 선박이 아닙니까.”

“고맙사옵니다.”

“이런 선박을 실제로 크게 제작이 가능하겠습니까?”

“예.”

“오. 우리 조선에 이리 대단한 선박을 만들 수 있는 장인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조선의 기존 선박 또한 해상에서 상당히 훌륭한 업적을 내고 있사옵니다. 그런 가운데 소손이 보완을 한 것이옵고,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장인 몇을 육성하였나이다.”

“글공부에 매진하느라 몇 날 며칠 밤을 새우기도 일수라고 들었는데, 언제 이런 걸 다······.”


서지훈은 자신이 설계한 선박을 인수대비의 탁자에 올려두었다.


모형이긴 하지만, 인수대비의 눈이 반짝였다.


‘이때다.’


“할마마마.”

“예.”


여전히 인수대비가 화려하고, 정교한 선박에 매료되어 있을 즈음, 서지훈은 화려한 문양을 가진 향 첩도 옆에 올려두었다.


“이건 무엇입니까?”

“최근 할마마마께서 부쩍 자주 두통에 시달린다 들었사옵니다.”

“허 상궁, 자네 참······.”

“송구하옵니다.”

“허 상궁이 부러 소손에게 말을 한 게 아니라, 탕약이 들어가는 걸 소손이 보고 추궁하였나이다.”

“별거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프기 마련이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서지훈은 정성스럽게 향 첩의 뚜껑을 열어 손수 향 첩 안에 든 가루 향을 정돈하였다.

꾹.

꾸욱.

꾹.


조선 왕실 판 ASMR이었다.

조용한 가운데 귓가를 자극하는 미세한 소음이 주는 자극에 인수대비는 물론이고 이를 보는 상궁마저 빠져들었다.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이완이 되는 가운데, 향 첩 정리를 마친 서지훈은 불을 붙인 뒤 후-하고 물었다.


“이건 무슨 향입니까?”

“침향이라는 것이옵니다.”

“오···. 향이 참으로 오묘하구려.”

“월남이라는 남방국으로부터 무역을 통해 들여온 약재이옵니다.”

“오···. 귀한 것이겠구려.”

“할마마마께 소자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다 드리고 싶사옵니다.”


인수대비는 깊은 명상에 빠졌다.


***


“할마마마, 찾아 계시옵니까?”

“요즘 이 할미가 세손에게 귀한 대접을 계속 받았기에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어후, 마마. 그런 말씀 거두어 주십시오. 소손은 이미 할마마마께 선물을 받았사옵니다.”

“그래요? 어떤 선물을 받으셨을꼬?”

“할마마마께서 강녕하신 것만으로도 소손에겐 큰 선물이옵니다.”

“호호호호. 뒷방 늙은이에게 그리 말해주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허 상궁.”

“예, 마마.”


대비전 상궁은 잠시 물러나더니, 누군가와 함께 들어왔다.


“동래에서 해상 교역을 하고 있는 윤가 봉, 대비마마를 뵙습니다.”


‘동래? 해상 교역?’


“이분은 세자 저하시네. 예를 갖추시게.”

“어이구, 동래에서 해상 교역을 하고 있는 윤가 봉, 세자 저하를 뵙습니다.”


서지훈은 삐져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우리 할머니 눈치가 오백 단이시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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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2 +5 24.09.10 781 19 9쪽
4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1 +4 24.09.09 815 22 9쪽
3 내 조선에 AI는 필요없다. +3 24.09.08 863 22 10쪽
2 감전(感電) +3 24.09.07 862 24 8쪽
1 프롤로그 +3 24.09.07 842 2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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