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초패권 국가,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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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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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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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효자 융 1

DUMMY

7. 눈에는 눈, 이에는 이-효자 융 1






‘아쉬운데······.’


서지훈은 그간 배 만드는 일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딱 그대로 수십 배, 수백 배 크게 하더라도 태평양도 건널 수 있을 정도···. 는 택도 없겠지만, 몇 년간 먼바다를 충분히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예전에 봤던, 맹선, 판옥선, 캐랙선의 장단점을 선박 장인과 함께 무려 5년에 걸쳐 10회가 넘는 수정에 수정을 거쳤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무슨 수로 해상 패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이루겠는가.


사흘 뒤엔 화포(火砲)장인을 만날 예정이다.

서지훈이 원하는 건, 자신이 살았던 21세기 미국과 러시아의 ICBM의 특성을 가진 화포였다.

미국의 경우엔 소형화, 경량화가 탁월하다.

러시아의 경우엔 다탄두 장착이 가능하여 일각에선 사드나 다른 요격 미사일로도 방어가 어려울 때가 있다고 한다.


당연히, 두 말 필요 없이 조총도 제대로 없는 마당에 그런 ICBM급 미사일을 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장인들은 쪼면 일을 하게 되어 있다.

이들에겐 돈이 다가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영역에서 딱 +1정도를 지속적으로 푸시하게 된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다.


혹자가 어린 세자 융의 머릿속에 빠르고 강한 전함, 크고 안정하고 빠른 상선, ICBM급 화포가 들어있다고 한다면, 유교 국가의 도리가 어쩌고저쩌고 난리칠지 모른다.


‘그러는 지들은.’


본디 서지훈의 어머니도 어디 가서 사주보게 될 때마다, 서지훈이 극도로 호전(好戰)적이고, 대쪽같은 성품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무속인이 하고 싶은 말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자면, ‘개썅마이웨이’ 정도?

늘 그렇게 살아왔다.

딱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정도를 지키면서.


서지훈 본체도 그런 마당에 연산 이융은 성격도 정말 어지간하단 생각을 순간순간 하게 됐다.

스트리머로 살던 당시 격하게 라이브 때리는 스트리머들은 한 번씩 법적인 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경우들이 있기 마련이다.

스트리머가 과격하거나, 구독자들이 지랄 맞게 인신공격을 하거나.

그러나, 서지훈은 단 한 번도 그런 일로 법적인 다툼을 벌인 적이 없다.


나중에 다른 말 지껄이지 못하게, 방송에서 정확하게 조져 놓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댓글 창에서 시쳇말로 뒤끝 터지는 쌉소릴 지껄이더라도 다른 구독자들이 즈려 밟게 되어 있다.


연산의 성향은 한술 더 뜬다.

몸의 주인이라 그런지, 가끔씩 서지훈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자신도 모르게 뼛속까지 파이터 기질 강한 연산의 지랄병이 나오는 지경이니······.


오늘 시강원에선 세자사와 역사적 유교적으로 논한 뒤, 관련 글귀를 적어 성종과 고위 관원 앞에서 발표하는 밑 작업을 한다.

다른 세자사들은 비교적 온건한 편이다.

그렇기에 서지훈이 예와 법도에 맞게 수업에 참여할 경우엔 그저 아버지 미소에서 ‘맞다’ ‘틀리다’ ‘간단한 설명’ 정도로 수업을 이끌어 가는 편이다.

그러나 조지서는 다르다.

맞으면 왜 맞는지, 틀린 답이면 어찌 백성으로서 그걸 틀리다 이야기하는지에 대해서 집요하게 묻고 또 묻는다.

딱 서지훈 스타일이다.

가끔 보면, 조지서가 서지훈의 방송 구독자는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서지훈과 끊임없는 티키타카가 이루어진다.

게다가, 아무리 ‘너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야’를 외친다 한들.

기본적으로 ‘느이 아부지 뭐하시노’에서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신분의 차 덕분에 마지막은 훈훈하고 스무스하게 마무리 될 수밖에 없잖은가.

여하튼, 조지서와의 토론은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엇?”

“신, 도승지 송영. 세자 저하를 뵙습니다.”


서지훈으로서는 전혀 모르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역사 경제 스트리머라고는 해도, 조선의 모든 신료를 알 수는 없는 법.


그래도 도승지 정도 됐으면 꽤 높은 직위다.

그럼에도 서지훈의 머릿속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음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큰 무리나 사건 없이 정치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름은 모르지만, 도승지가 성종에게 난신적자(亂臣賊子)로 투옥되었던 문신 하나를 복계(覆啓)하자 청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오늘 수업은 의외로 재미있겠는데?’


“금일은 오후에 있을 서연(書筵)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나이다.”

“아. 그렇습니까. 헌데 오늘 수업에는 다른 분이 오시기로······.”

“조지서 세자사의 대리를 하던 임시 세자사가 심한 고뿔을 앓는 관계로 신이 하게 되었나이다.”

“이런······. 하월지감모견역불염(夏月之感冒犬亦不染)이거늘. 이거이거 개도 안 걸리는 고뿔을······. 나중에 이 사람이 친히 내의원을 만나 약재를 보내야 하겠구려.”

“세자 저하의 은혜가 하혜와 같사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일상적인 대화의 끝을 서지훈이 먼저 정리하는 것은 수업의 주도권 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세자의 몸으로 수업이든 여러 강을 겪으면서 느낀 건, 조선에서 주도권 빼앗기는 순간 선빵 맞고 정신차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마치 고속도로 운전하다 1~2초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응급실인 것과 같다.


“서연의 주제는 반드시 스승께서 정하는 것입니까?”

“......예?”

“당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늘 세자사 영감들이 정해주는 걸 따랐던 기억이 있기에 여쭌 것이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훈도로서 안내를 해드리는 편이······.”

“좋습니다.”

“예?”

“이 사람이 생각한 것이 있어서요.”

“저하께서요?”

“스승님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학인의 자세는 늘 배움에 끌려다니기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도 하지요.”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세자 융의 태도에 도승지 송영은 자신도 모르게 경직되었다.

그러나, 조선 정치판같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아 도승지까지 하는 사람이 여기서 끌려갈 소냐.


“방금 말씀하신 구절은······.”


도승지 송영이 말을 맺기 전에 서지훈은 만족스러운듯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논어, 위정편.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思而不學則殆)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그러합니다.”


서지훈은 자신의 책 사이에서 어젯밤 써 둔 주제를 꺼내 보였다.


“엇······.”

“아니 되는 주제라면 하지 않겠습니다.”

“꼭 그런 건 아니 오나, 어찌하여 이런 주제를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배움이 많지도 깊지도 않아 이 사람은 배운 대로 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합니다.”

“그래요?”

“......?”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그러합니까?”

“물론입니다.”


누가 봐도 지금 당장 도승지 송영과 한판 승부라도 낼 것 같은 어투를 하던 서지훈은 한 발자국 물러섰다.


“나중에 스승님도 서연에 같이 들어가십니까?”

“당일 서연인 경우엔 함께 한 세자사가 들어가게 되어 있사옵니다.”

“왓. 하하하.”

“저하?”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사람의 배움이 아직 많지도 깊지도 않다고요. 그렇기에 스승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겁니다.”

“예?”

“그럼 문답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시강원에서 세자에게 혼(魂)을 빼앗기게 된다는 말이 낭설이 아님을 도승지 송영은 여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쯤 되면, 오늘 시강원에서의 학습에선 누가 가르치고 누가 가르침을 당하는지 도저히 분간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저하, 그런 부분은 무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사옵니다.”


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도승지 송영을 바라봤다.


“저하, 어찌 그러시는지······.”

“스승님은 지금 제게 유교국에서 유교가 아닌 다른 도를 통하여 정치를 해야 한다 하시는 겝니까?”

“예?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그래요?”

“물론입니다. 신은 유교 사상에 입각하여 과거를 치르고 입문하여 도승지에 이르렀나이다. 어찌 유교를 배제한 상태로 일을 처리하며, 임시이나마 세자 저하의 훈도 역할을 할 수 있겠나이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금 하신 말씀에 거짓이나 오차, 다른 해석이 있어선 안 될 것입니다.”

“예? 예.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자. 가십시다.”


임시 세자사 도승지 송영과의 시강원 수업을 마친 서지훈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일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성하지양불급오심지열(盛夏之陽不及吾心之熱). 한여름 태양보다 나의 심장이 더 뜨겁구나. 아오, 오늘 문장 좀 치는데?”


시강원에서 경복궁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못해 날아가는 기분까지 들었다.


***


“세자, 오늘 서연에 임하는 얼굴이 무척 편안해 보이는구나.”

“예, 전하. 새로운 스승이 그동안 제가 품고 있던 응어리를 문답으로 쉽고 간결하게 풀어주었나이다.”


세자의 대답에 도승지 송영은 다른 고위 관료들의 눈치를 보았다.


“그래, 그간 세자가 품고 있던 응어리가 무엇인고?”

“바로,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수록된 서경권(署經權)에서 고신서경(告身署經)과 의첩서경(依牒署經)에 관한 것이었나이다.”


고위 관료들은 도승지 송영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바라봤다.

진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도승지는 아예 정신줄을 놔 버린 듯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었다.


“오. 우리 세자가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었구나.”

“예, 전하.”

“그럼 시작해 보거라.”


‘아버지, 아들의 효를 받으실 준비 되셨습니까!’




-참고-


*고신서경(告身署經): 관리 임명 시 대간의 서명을 받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의첩서경(依牒署經): 법령의 제정 및 개정 시 대간의 서명을 받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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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1 +4 24.09.09 753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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