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초패권 국가,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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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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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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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비리 1

DUMMY

13. 과거 비리 1






「시해상단, 소유권책개귀어세자(始海上團, 所有權責皆歸於世子.)」


편전 회의 직후 성종이 세자 융과 독대를 하고 나서 그달에 바로 조정(朝廷)에서 교서(敎書)를 내렸다.


말 그대로, ‘해상단(海上團)을 시작할 것이며, 모든 권한은 세자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공식적으로는 바다의 발전을 통해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성종은 해상단(海上團)의 명확한 성격을 정의하지 않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점점 확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바다와 관련된 자원은 물론이고 상업, 군사, 해외 원정 무역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을 넓혀보겠다는 서지훈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이었다.

다만, 다른 신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그간의 성종이 하려던 사업과 결합하여 교지의 내용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

만에 하나 해상단(海上團)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질 경우 시범 사업이라는 이유를 대며 슬그머니 사업을 내리기 쉽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재의 배치는 금년 춘당대시(春塘臺試)와 추당대시(秋塘臺試)에서 발탁된 인재 중에서 세자가 원하는 인재를 요청하면, 이조(吏曹)와의 논의를 거쳐 발탁하기로 명시하였다.


이에 육조의 병조, 호조, 이조는 잔뜩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성종이 해상단의 성격에 대해서 규정하지 않은 이유였다.


“전하, 무릇 조정의 관청은 신료들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줄로 아뢰오.”


금번 해상단에 대해 반대하거나,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세자가 방어하기로 되어 있었다.

해상단을 만들어 득을 보고자 함보다도 세자 융을 정치 만렙 하이에나들과 대적할 수 있는 강철 군주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성종이 계획한 것이었다.


서지훈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땡큐.

이를 위해 경국대전을 거의 씹어 먹다시피 읽고 암기하고 또 읽었다.


‘와라.’


“현 사안을 두고 홍문관에서는 이미 경연(經筵)에서 주상전하와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에 조선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해상 무역과 해양 자원의 활용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대되는바. 해양 종합 기관으로서 시범적 운영을 함으로서 작게는 이 사람의 기관 운영 능력 시범 무대가 될 것이고, 크게는 조선의 재정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전하, 신들은 덮어 놓고 해상단을 반대하자가 아니오라, 충분한 논의와 검증 및······.”


서지훈은 신료들이 명확하게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없다.

애초에 뭘 가져다줘도 ‘전하···.’만 찾아 댈 테니까.

서지훈이 고3 때 하도 ‘이래도 짜증 저래도 짜증’을 부리니까 엄마가 우리 지훈이는 맨날 ‘업어줘도 깽깽, 안아줘도 깽깽이네.’라고 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이런 저들의 아우성에 서지훈은 오히려 제대로 물 만난 물고기와 같았다.

뻘 땡깡 전문가로서 그들에게 속사포로 명확하게 임금과 세자가 갖는 권한과 해상단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조목조목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람이 지금까지 언급한 일에 대해서는 지금 나누어 드리는 별지를 참조하면 될 것입니다. 만일 별지 자료와 법문에 이상이 있다면······.”


서지훈은 일부러 끝말을 슬쩍 흐렸다.

하이에나들은 잔뜩 입에 고인 침을 다셨다.

이상 발생 시에 대한 서지훈의 대처 사안을 두고 매복 자세를 취하며 마치 포식자가 사냥감을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몸을 낮추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휴······.”


세자 융의 시그니처 한숨에도 이들의 매복 자세는 요지부동이었다.


“만일 이 사람이 첨부한 별지 자료와 법문에 이상이 있을 시, 관련 종사자 및 작성자 그리고 그런 작성을 두고 검안을 한 이들 모두를 일벌백계할 것입니다.”

“......”

“이 사람이 참조한 자료는 공식적으로 관련 청에 기록되고 검안이 끝난 것들입니다. 허나, 만약 그런 자료에 문제가 있다면, 의당 책임자들을 색출해 내는 것이 마땅할 터. 굳이 해상단의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선 명확하게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이상입니다. 더 필요한 자료나 의견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서지훈은 하이에나들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관련 자료들을 단계별로 준비하였다.

이를 간파한 신료들은 더 이상 해상단의 특별 창립에 대해서 도저히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시작이로구나.’


세자 융으로 눈 뜬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아예 조선의 역사에 존재하지도 않는 서지훈의 머릿속에서 그리던 단체를 만들어 냈다.


***


“어딜 그렇게 바쁘게 다녀오느냐?”


좀처럼 뛰는 일이 없는 내관 고말석이 다급하게 동궁으로 달려오자, 이미 아침 준비를 마친 서지훈이 막아서서 물었다.


“송구하옵니다. 벌써 이리 준비하셨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변명대신 명확하게 이유를 대면 오늘 벌은 생각해 보마.”

“예?”


서지훈은 고말석을 세워두고 빙빙 돌았다.


“저···. 저하. 어지럽사옵니다.”

“어지러우면 바른말을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이리 지체하다간. 오호···. 대비전 문안이 늦어지겠군. 세자빈도 기다릴 것이고. 흠······. 자네. 아주 엄청난 사람이로구만. 일국의 세자와 세자빈을 이토록 기다리게 하다니 말이지. 게다가 일정을 지체···.”

“상소가 줄줄이 올라간다고 하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고말석은 자신의 입을 자신의 손을 툭툭 쳤다.

내관들에게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비밀 유지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저하께서 비밀 유지는 사내로서 내관으로서 혓바닥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 하셔 놓고 이리하시면.”

“그렇지. 본디 비밀 엄수야말로 내관의 천명이나 다른 없는 것을···. 허나 이리 어겼으니, 이를 어쩐다······.”


고말석이 이렇게까지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는 비밀 유지 의무를 다하지 못 하였을 때는 서지훈이 늘 ‘목숨을 걸고서라도 극형에 처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고하라. 어차피 이리된 거. 내가 네 목숨이야 살리지 않겠느냐.”

“하아, 어쩜 이리···.”


서지훈은 슬며시 주변을 살핀 뒤 말을 하라는 듯 귀를 쫑긋하는 시늉을 했다.


“실은······.”

“뭐? 그게 사실이더냐?”

“솔직한 말씀으로다가, 그런 일이 한 해 두 해가 아니지 않습니까. 두 해 전에도 임사홍의 자가 진사시 초시 합격한 것을 두고 대리 응시에 대한 소문이 돌지 않았습니까.”


역사서에서 다루진 않지만, 이는 꽤 유명한 일화다.

녹음기와 무전기, MP3 등을 이용하거나, 샤프 지우개 등에 적어서 입시 비리를 저지른 건 21세기에도 유명한 일화다.

오죽하면 국가에서 수능 시험 때, 샤프와 컴퓨터 사인펜을 지급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15세기엔 맘만 제대로 먹는다면, 입시 부정이야 누워서 떡 먹기 수준으로 쉬웠을 것이다.


“그때는 임사홍의 자는 물론이고 관련 합격자들 모두에게 재시험을 치르게 하지 않았느냐?.”

“하온데, 이번엔 그 범위가 더 큰 듯하옵니다. 심지어, 임사홍의 자가 또다시······.”

“뭐라? 또?”

“이에 성균관 유생들은 물론이고, 사헌부에서도 이들을 강하게 벌하고, 관련 시험을 다시 치르도록 하자 상소가 빗발친다 하옵니다.”

“쯧쯧쯧쯧쯧.”


서지훈으로 살던 시절에도 임사홍 같은 사람 열만 있었어도 조선의 풍비박산은 400년 정도 빨라 졌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이렇게 지척에서 임사홍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 노답도 이런 개노답이 없었다.


“헌데, 과거 부정은 부정이고, 왜 자네가 이리 늦은 것인가?”

“상선께서 줄 상소 오르는 날이면, 상당히 날이 선 관계로······.”

“선과 후가 바뀌었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시온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쌩 트집을 잡는 게 아니라, 본디 잘하지 못한 일을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짚어낸 것이 아니겠느냐?.”

“......”

“금일은 약조한 바대로 자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내 함구할 것이다. 다음엔 같은 일로 이 자리에서는 일이 없도록 하라.”

“예, 저하.”


서지훈 입장에서 꿀잼도 이런 꿀잼이 없었다.

아이러니 한 건, 현 임사홍의 관직이 대사헌이다.

대사헌의 주요 임무가 감찰, 탄핵, 간쟁, 경연, 서경이다.

서경은 임명될 관리의 적격 심사, 관리 임명 시 고신을 발급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 관리 임명의 A에서 Z까지 모든 일에 관여가 된 인물이 두 번이나 과거 비리에 연루되다니······.

심지어, 곧 문안드릴 인수대비와는 묘하게 대립 구도가 형성되었다.

바로 세자 융의 생모인 폐비 윤씨를 두고 서로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팝콘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자고로 싸움은 붙여야 제맛이지.’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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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1 +4 24.09.09 815 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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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3 24.09.07 842 2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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