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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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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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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1

DUMMY

4.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1






할 일은 많지만, 권한은 없다.


세자는 왕위 계승자다.

고로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왕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을 갖추고, 정무 수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유교은 물론이고 제왕으로서 배워야 할 학문을 엄격한 커리큘럼에 따라.


8살 세자가 된 서지훈 생각에 세자로서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쉴 틈이 거의 없지만 그에 상응하는 권리나 권한은 극히 드물었다.

물론 문맹률이 90퍼센트를 넘길 정도로 교육이 제한적인 시대에 이렇게 마음껏 공부할 수 있다는 건 특혜 중의 특혜다.

재미도 있고, 다행히 적성에도 맞았다.

학교 다니면서 이런 공부에 힘들어 본 적이 없는 서지훈이다.

어떻게 보면 시강원에서의 공부는 뼛속까지 문과인 서지훈에게 휴식과도 같은 시간이다.


하늘이 내린 문과충.

고등학교 내내 달고 살았던 별명이다.


수능에서, 국어 100, 영어 100, 한국사 50, 생활과 윤리 50, 동아시아사 50.


찬란하지 않은가.

수능 5과목 만점.


아쉬운 게 있다면 그럼에도 서울대엔 근처도 가지 못했다.

수학 37.

매년 입시 철만 되면 전설적인 서지훈의 수능 성적표가 여러 SNS는 물론이고 너튜브의 숏츠로 기본 수십 개가 매일 나타날 정도다.


그러니, 지금의 글공부는 서지훈에게 조선 적응을 위한 부스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 없이 공부를 하는 것만이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이 좋은 자리에서 이 평화로운 시대에 오직 공자 왈, 맹자왈만 찾고 있는 것 자체가 좀 쑤셨다.

알고 시작한 시대지만, 직접 겪어보니, 하다못해 오늘 정치에 대해서 논할 때조차도 어제 배운 논어를 풀어서 적용해야만 했다.


지금쯤 유럽에선 대항해시대니 뭐니 해서 세계 식민지화의 기틀을 다잡고 있는 마당에.


그런 와중에 알게 된 거짓말 같은 능력.

바로, AI뺨따구 후려칠 서지훈의 지식이었다.

게다가 수능 문과 수학 37점인 하늘이 내린 전설의 문과충이기에 이런 현상을 뇌과학적으로나 기현상으로 설명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난을 치려고 준비해 둔 종이 위에 자신이 전함과 천자총통을 그리고 있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물론, 밀덕들과 설전을 벌이기 위해 한반도의 청동기 시절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무기를 총망라하여 공부해 둔 적은 있다.

그렇다고 이걸 이렇게 술술 그려낼 수 있게 될 줄이야······.


그런 와중에 성종이 동궁전에 든 것이었다.


“그래, 세자는 어찌 난이나 풍경이 아닌 이런 위험한 것들을 화폭에 담았는고?”

“조선은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또한, 그 풍경을 이루는 난 역시 수려합니다.”

“그러하다.”

“하오나 그런 아름다움을 지켜내기 위해선 국가가 지금처럼 태평성대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태평성대를 유지하고자 함은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사옵니다.”

“어찌해서냐?”


성종 역시 대궐에서 토론 배틀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렇기에 서지훈의 그림 한 장을 두고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휴······.”

“아비의 질문이 어려웠느냐?”

“예. 하오나, 소자가 생각하는 바 안에서 말씀을 드려도 되겠는지요.”

“오 하하하하. 물론이다.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더냐?”

“그러하옵니다.”

“어디 한 번 들어보자꾸나.”

“휴······.”


8살 융의 얼굴을 한 서지훈이 이렇게 대답을 하기 전 숨을 고른 목적은 두 가지다.

먼저, ‘나는 충분한 준비를 했고, 이제 들어라’라는 나름의 선전포고.

또 하나는 어린 아들의 귀여움을 보이고자 함이었다.

아무리 성종이 아들의 영특함을 귀하게 여긴다고는 하나, 왕과 세자의 거리는 부자가 갖는 관계 그 이상의 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아비라고는 하나, 그 성정을 건드렸다간, 연산으로 군림해 보기도 전에 시쳇말로 나가리가 될 수도 있는 마당이었다.

이런 이유로, 영민함과 귀여움은 지금의 서지훈이 취할 수 없는 불과 분의 전략이었다.


“병법에서 불전이 굴인 지병, 선지선자야(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는 글귀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나이다.”

“오. 병법을······?”

“예, 아바마마.”

“그럼 그 뜻을 이해하였는고?”

“무릇 전쟁에서 최고의 기술은 싸우지 않고 적을 제압하는 것이라는 뜻이옵니다.”

“그런데 그런 병법의 글귀와 이 그림은 어떻게 이해를 하면 좋겠느냐?”

“소자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상대를 싸우지 않고 제압하려면 국가는 어떤 위치를 취해야 하는가 말이옵니다.”


아들 융의 말에 성종은 점점 빨려들듯 몰입했다.


“계속하라.”

“작금의 조선은 위로는 여진, 옆으로는 명과 왜로 언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지리적 정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군왕으로서 이를 어찌 타개할 수 있겠느냐?”

“감히, 조선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넘겨볼 수조차 없다면, 손공이 말했듯 싸우지 않고도 균형을 유지하며, 제압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허나······.”


성종은 아들 융이 그린 그림을 말없이 한참이나 바라봤다.


‘아버지, 말씀은 끝내시고 그림을 보셔도 보셔야죠.’


말과 표정의 변화 없는 긴 침묵은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한 수 이상을 접고 들어갈 수밖에 만드는 힘이 있었다.


서지훈은 이런 성종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렸다.

괜히 여기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게 되면, 차라리 ‘그냥 그렸어요.’라고 대답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을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서지훈의 생각대로 성종은 특별한 목적이 있어 침묵하는 것이 아니었다.

장차 자신이 붕어하면 홀로 이 나라에 서 있어야 할 세자다.

작은 일에 세심하며, 큰일에 담대할 수 있는 군왕으로서의 자질이 궁금하던 차에 좋은 기회다 싶었던 것이다.


“만약 조선의 군사력이 지금보다 강해진다면, 세자는 주변과 항전할 마음이 있는가?”

“말씀 중에 외람되오나 대답 전에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될는지요.”

“물론이지. 해 보거라.”


사실, 역사 경제 전문 스트리머로서 서지훈의 기억에 의하면 앞으로 선조 대가 되기까지 이렇다 할 큰 전쟁은 없다.


깔짝깔짝.


위로 여진에서 깔짝깔짝.

아래로는 왜에서 깔짝깔짝.


명과 군신 관계이나, 사실상 자신들의 국내 정치와 내부 내란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한 명이기 때문에 조선을 전쟁으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

조선이 명과의 맞승부를 하게 되면, 무조건 손해이기 때문에 굽신굽신할 뿐.


서지훈이 궁금한 건, 성종의 의도가 선제공격인지, 방어인지였다.


그렇다고 얼굴에 웃음기도 없이 고작 8살 아들에게 진지하고 근엄한 얼굴을 한 군왕이자 아비에게 그리 물을 수는 없는 터.


“아바마마께선 전쟁을 하면 득이라 생각하시옵니까, 손해라 생각하시옵니까?”

“그야···. 이기면 득이 아니겠느냐?.”

“소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옵니다.”

“그래?”

“전쟁은 이겨도 손해, 지면, 엄청난 손해가 아닐는지요.”

“왜 이기는데도 손해라 생각하느냐?”

“들어오는 적을 물리친다고 하면, 전쟁이 일어난 우리의 강토가 파괴되고, 전쟁에 참여한 양민들은 생계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또한, 다른 나라로 들어가서 이겼다 하더라도 전쟁을 하는 동안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과 군인들의 식솔, 보급 등에서 반드시 기우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오호···. 그렇다면 이제 세자의 답은 어떠한고?”

“소자는 전쟁 그 이상의 전쟁을 치르고자 합니다.”

“전쟁 그 이상의 전쟁이라 함은?”

“절대적인 강국이자 부국 건설이옵니다.”

“그러면 전쟁 이상의 전쟁이 가능하겠는고?”

“예. 그러하옵니다. 조선의 큰기침에 주변국은 고뿔을 앓아야 할 것입니다.”

“하하하. 세자의 포부가 좋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태종, 세종, 세조에 이르는 강력한 왕권을 누리는 성종이다.

강력한 왕권을 가진 왕이었으나,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는 이미 훈구 세력과 공신들의 압력으로 거대한 족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가진 거 다 가진 혈기왕성한 남자가 왕 노릇 해 먹기엔 고구마도 이런 고구마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마당에 거대 강국을 꿈꾸는 세자가 위험천만하지만, 한 편으로는 변화의 움직임을 위한 물꼬를 틀어줄 인물이란 생각에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였다.


***


“경들 보기에 어떠한가?”


성종은 세자 융이 그린 또 다른 그림을 편전에 펼쳐 보았다.

차마 함부로 입밖에 말을 꺼내지 못하는 신료들은 그저 성종의 다음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세자가 그린 것이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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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2 +5 24.09.10 718 18 9쪽
»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1 +4 24.09.09 754 20 9쪽
3 내 조선에 AI는 필요없다. +3 24.09.08 798 20 10쪽
2 감전(感電) +3 24.09.07 792 22 8쪽
1 프롤로그 +3 24.09.07 765 2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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