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초패권 국가,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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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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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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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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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3

DUMMY

6.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3







“조선 수군의 매운맛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할마마마.”

“그래, 세자.”


초롱초롱한 눈망울.

세상 물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를 법한 어린 융.

그런 세자 융이 ‘할마마마’를 나직하게 부를 때면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인수대비였다.

게다가, 인수대비도 분명히 들었다.


‘조선 수군의 매운맛’


“소손이 먼저 할마마마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사옵니다.”

“그래요? 어디 들어봅시다.”

“왜는 착한 나라이옵니까, 아니면 나쁜 나라이옵니까?”

“예? 그게 무슨······.”

“궁금합니다. 할마마마 보시기에 왜는 조선이나 침략하는 나쁜 나라입니까?”


인수대비의 얼굴에 강한 핏발이 설였다.


“아니요.”

“......?”

“하나의 국가를 착하다 나쁘다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식견입니다.”


서지훈은 애초에 어린 세자에게 일본의 해적들인 왜구 문제를 질문할 때부터 알아봤다.

듣던 데로 인수대비는 엄격하긴 하나, 왕이나 기득권 편하자고, 빨아 재낀 편법성 유교에 갇혀 사는 깜깜이는 아니었다.


“어찌하여 시대착오적입니까?”

“국가는 절대적으로 나쁠 수도, 절대적으로 좋을 수도 없어요. 국가의 성격을 결정하는 건 오로지 애민입니다. 방법이 다르다 하여 외부적인 시선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는 성격인 것이지요.”


서지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자?”

“......”

“세자?”

“예. 할마마마.”

“무슨 생각을 그리합니까?”

“속이 시원합니다.”

“오. 호호호. 그래요?”

“이제 소손의 생각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그래요. 기대가 됩니다.”


이 부분은 서지훈이 역사 경제 스트리머시절, ‘세계의 해적’편에서 이미 다루었던 내용 중 일부에 해당했다.


세자 신분만 아니더라도 시원시원하게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날아다니며 설명할 수 있을 텐데, 최대한 필터링해서 인수대비가 흡족해 할만한 말만 골라야 하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소손, 유교 국으로써의 지위와 품위를 지켜내며 이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것입니다.”

“왜구들을 말입니다.”

“그들의 적(籍)을 조선에 두겠다 함이 아니오라, 그들이 조선에 충성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이옵니다.”


인수대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리 구중궁궐에 사는 여인이라고는 하나, 국내 정세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지략가였다.

조선은 명, 왜, 여진으로 둘러싸인 국가다.

명을 섬기며, 여진을 오랑캐로, 왜는 무역을 위해 교류해야 하는 국가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즉, 이들 네 개의 국가에서 어느 국가의 구성원도 조선에 굽신굽신하도록 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수대비 보기에 이건 어쩔 수 없는 조선의 지정학적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노략질이나 하는 왜구들을 조선에 충성하도록 만들겠다?

아무리 열 두어 살 먹은 어린아이라고는 하나, 세자로서 시강원에서 자질 공부를 십여 년 가까이 한 것치고는 너무나 허무맹랑했다.


포부 자체는 크고 넓지만, 꿈만 좇는 세자에게 한마디 하려 할 때, 융이 말을 이었다.


“소손은 왜 왜구가 출몰할 수밖에 없는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계속하세요.”

“작금의 왜는 전국이 소란스러워 치안과 식량이 불안한 상황입니다. 이는 왜뿐만 아니라, 서역의 많은 지역에서도 같은 상황에 부닥친 지역에선 왜구와 같은 해적이 많이 출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 세자는 우리 조선이 그들을 먹여 살린다는 의미입니까?”

“하나를 공유하고, 백을 받을 생각입니다.”

“제공이 아니라 공유라고 하셨습니까?”

“제공은 무상(無償)의 의미를 담고 있으나, 공유는 함께 이용함을 의미합니다.”

“그래서요?”

“한 마디로······.”


서지훈은 규슈-거제-여수-명 혹은 남방을 잇는 무역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했다.

현재 서지훈 눈에 명과 조선은 무역에 있어 큰 제한점은 적은 편이다.

21세기 국제 정치에 대해서 맛을 본 서지훈이었기에 이를 두고 치욕적이네 굴욕적이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종?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조공은 한 방향이 아니다.

다만, 조선은 명에 바치는 것이고, 명은 조선에 하사의 개념을 들이밀 뿐.


왜는 다르다.

서지훈이 세자로 있는 지금은 섬나라로서의 단점이 여실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다.

발전도 더디지만, 자기들끼리 죽어라 싸워재끼는.

이런 마당에 해적선을 굴리고, 주변 해군력 정도는 나쁘지 않지만, 명과 단독으로 활발한 교류를 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었다.


“세자의 말은 조선이 상업 국가로서 나아가길 바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다릅니다.”

“......?”

“조선은 유교의 교리를 따르는 국가이옵니다. 국가의 기반이 유교에 있기에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선 과감하게 법에 근거한 합당한 벌을 내릴 것입니다. 다만, 그들이 숙이고 들어올 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면, 왜구가 먼저 살기 위해 손을 내밀 것이고, 우리 조선은 법도에 맞게 합리적 경영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세자 융으로 눈 뜬지, 이미 다섯 해가 넘었지만, 이런 식으로 말을 아름답게 하자니 서지훈은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시쳇말로, 법도고 나발이고.

강력한 선빵에 제대로 코피가 터지면 왜구가 아니라, 누가 됐든 ‘아따가워’ 할 게 아닌가.

국제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나 법도가 아니다.

막말로, 예의범절 차려서 어느 세월에 남의 나라 망나니들 교화하겠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선빵 제대로 씨게 갈기고, 터져서 들어오는 놈들 멀리 무역할 수 있도록 중간 거점 세우고, 세금 격하게 받고.

여기서 돈 되는 물건은 조선이 되팔고.

왜구의 필살을 뛰어넘는 해상 무역 실세.

서지훈이 생각하고 있는 이것이 조선의 미래다.


다만, 지금은 최대한 손발톱, 송곳니까지 모두 숨겨야 할 터.


“물속에 놈들을 묻고 크게 해 드시려 하는 게로군요.”

“.....예?”


서지훈은 귀를 의심했다.

법도와 예, 그 이상으로 단어 사용에 품격을 더하는 인수대비다.

역사나 기록이 어떠하건 수년간 서지훈이 직접 느낀 인수대비는 그런 사람이다.

전형적인 귀부인.

그런 인수대비 입에서 크게 해 먹는다는 말이 나오다니······.


“오. 호호호호. 그간 세자와 문답을 하면서 이 할미도 말이 상당히 거칠어 진듯합니다.”

“송구하옵니다, 할마마마.”


신선했다.

역시, 사람은 환경이 달라야 한다.

스트리머 시절 서지훈은 입이 상당히 거친 편이었다.

욕을 하든 하지 않든, 서지훈은 공격적이나 어르고 달래는 특유의 화법을 자랑했다.

역사를 아무리 비틀고, 다른 시각에서 본다고는 하나, 사람을 끌어당기는 전달 방식 없이 무슨 수로 말이 99퍼센트인 역사 경제 스트리머계에서 살아남았겠는가.


여기에 인수대비가 제대로 넘어온 듯했다.

인수대비입에서 ‘해 먹는다는 표현을 듣게 될 줄이야······.’


“할미는 좋습니다, 좋아요.”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할마마마?”

“세자는 똑 부러지나, 강요하지 않고, 예의 바르지만, 위축되지 않아요.”

“할마마마께 그런 칭찬을 들으니, 소손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옵니다.”

“그렇게 성장해 주세요.”

“예.”

“앞으로 사방에서 세자를 힘들게 할 겁니다.”

“명심하겠나이다.”

“또한, 그런 마음으로 새로 태어난 진성을 지켜주세요.”

“그리하겠나이다. 할마마마.”

“약속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약속의 의미로 서지훈은 인수대비를 꼭 안아주었다.

연산이 인수대비에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큰 효도일 터.

연산의 왕위를 놓고 인수대비만 고민했다 생각한다면, 딱 드라마로 역사를 배운 사람 인증이다.

실제로 폐비 윤씨를 문제 삼아, 또 다른 적자인 진성을 은근 추대하고 싶은 세력이 꽤 있을 터.

인수대비의 뜨뜻미지근한 지원이 아니라, 강력한 왕권 승계의 힘은 나중에 서지훈이 하고 싶은 일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솔직한 얘기로 몇 년이 흐르긴 했지만, 여전히 인수대비와 중전, 그리고 성종은 폐비 윤씨의 일로 세자 융에 대해 견제와 측은함. 대견함 등이 교차하고 있다.

티를 안 내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천륜을 가장 흉측한 방식으로 끊어냈으니······.


***


“저하, 명을 내리셨던 목선이 완성되었사옵니다.”

“오, 그러한가.”

“동궁전 뒤뜰에 가져다 놓았나이다.”

“당장 가보세.”


대비전 문안을 마친 세자에게 선박 축조를 일임받은 내관 최가의 보고에 서지훈은 거의 날아가듯 동궁으로 향했다.


“저하, 그리 빨리 걸으시면, 옥체에 무리가 올 수 있나이다.”

“본디 빨리 걷는 것은 오장육부를 튼실히 하고 혈을 원활···. 그대가 따라오기 힘든가.”

“아···. 아니옵니다.”


마음 같아선 당장 한강이나 서해에서 직접 진수식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진성이 태어난 마당에 그러잖아도 각잡고 그쪽 파에선 세자 융은 물론이고 성종의 치세에도 상당히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상황이다.

의도가 어떻든 이런 상황에 세자가 한강에 배를 띄운다면 할퀴고 뜯어 먹기 좋아하는 하이에나 신하들에게 좋은 먹잇감 하나를 투척하는 셈이 될 터이니.


“설계도 대로 했나 하던가?”

“예, 전하. 여부가 있겠나이까.”

“좋다. 그럼 그대는 이 목선을 가져가 새로운 설계안대로 고쳐오도록 지시하게.”

“예? 방금 가져온 이 배를 다시 말씀이옵니까?”

“그래.”

“어찌 그러시는지 연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온지······.”

“고치고, 분해하고, 다시 만드는 것보다 훌륭한 기술 연마는 없거든. 서두르게.”

“명 받들겠나이다.”


자신이 설계한 배를 확인한 서지훈은 만족스런 얼굴로 시강원을 향했다.

전날, 성종이 대간과 서경권(署經權) 축소 문제로 격한 논쟁이 붙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


‘간만에 아바마마 왕권 강화에 빳떼리 충전 좀 시켜드려야겠군.’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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