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초패권 국가, 조선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새글

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7 23:12
최근연재일 :
2024.09.19 22:0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8,621
추천수 :
237
글자수 :
56,271

작성
24.09.17 22:05
조회
416
추천
12
글자
10쪽

금융 빌드업 4

DUMMY

12. 금융 빌드업 4






“아바마마. 소자, 최근에 궐 밖 소식을 듣고자 사람을 쓰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까 들었다. 기특하게도 용차를 썼더구나.”

“공과 사를 명확히 해야 하겠기에 그리하였사옵니다.”

“그래, 어떤 소식을 접하였는고?”

“그 전에.”

“괜찮다. 아비는 세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금일 귀를 열어놓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예.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성종은 서지훈의 눈빛을 읽으려 애를 썼으나, 도통 그 속을 알 수가 없었다.


‘포커페이스.’


서지훈이 조선 대궐에서 느낀바.

포커페이스가 되지 않으면 도저히 편전이든 정국이든 회의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낯빛과 눈빛에 있어 항상 또렷하되, 중립적인 노선을 비추기 위해 거울을 보면서까지 노력해 왔다.


굳이, 아버지한테까지?


「실패하면 역모, 성공하면 패륜.」


임금은 세자와 사이가 좋을 때나 아버지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임금보다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신료들 보기에 띨띨해 보이지도 말아야 한다.

자칫 본의 아니게 임금의 정적이나 세자 자격 미달로 찍혀 나가는 수가 있기 마련이니.

서지훈이 극도로 말과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다.


“영의정 윤필상에 대해서 그리 표현한 이유가 있느냐?”

“소자가 윤필상 정도 되었다면, 지금쯤 엄청난 거대 미확인 자산을 보유하였을 것이옵니다.”

“거대 미확인 자산이라니?”

“선대왕 때부터 그자에게 열린 비선 통로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을 것이옵니다.”

“허나, 윤필상은 이미 합당한 축재를 하였을 터.”

“그가 청렴하다는 의미가 아니었사옵니다. 그가 갖춘 능력만큼. 눈으로 보일 정도의 축재를 하였음을 말씀드림입니다.”

“허면, 세자는 왜 윤필상이 옹달샘 앞에 있는 토끼라 하였는고?”

“무릇 신하가 국가의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면, 손을 댈 것과 대지 말아야 할 것에 명확한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옳거니. 이 아비 역시 그런 의미로 영의정을 높이 보고 있음이다.”


사실, 윤필상은 역사적으로 갑자사화 때 연산군에 의해 제거된다.


그러나, 오늘의 편전 회의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몇 번의 정국 참관을 통해 윤필상을 지켜본 바.

서지훈은 윤필상을 자기 사람을 만들고자 마음 먹었다.

현역으로 뛰든, 인맥 장사를 하든.


“세자는 작금의 조선에 대해 느낀 바를 피력해 보라.”

“소자는 아직 조선의 정치도, 백성들의 생활도 귀동냥으로 들은 것을 제외하면 많은 것을 생각할 그릇이 못 되옵니다.”

“그럼 그 작은 그릇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꾸나.”

“휴······.”


세자 융의 한숨 소리에 성종은 기대에 차서 바라봤다.


“조선은 좁습니다.”

“그렇지.”

“와중에 소수가 대다수의 경제권을 쥐고 쥐락펴락하고 있사옵니다. 이에 백성들은 제대로 된 끼니는커녕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난에 허덕이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공부를 하였구나.”

“책만 펼쳐도 상상하게 되는 부분이 이러하니, 실상은 얼마나 참혹할지. 소자, 백성을 생각하면, 잠시 쉬는 시간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럼 묻겠다.”

“예, 아바마마.”

“아비는 한양 땅에 시전을 설치하고, 시전 상인들에게 특정 상품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부여하도록 명하였다. 이는 어찌 생각하는가?”

“......”

“세자?”

“예. 아바마마.”

“어찌 말이 없느냐? 아비의 물음에 대답할 것이 없느냐?”

“식견이 좁은 소자의 대답이 부족할까 하여······.”

“하하하. 괜찮다. 어찌 이제 겨우 정국에 입문한 세자에게 아비가 완벽을 원하겠느냐?. 바르면 바른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보완하며 배워 나가야 할 터. 앞으로 아비가 하는 일 하나하나를 보아가며 배워야 하는데 그때마다 이리 주저하겠느냐?”

“송구하옵니다.”

“그럼 어디 허심탄회하게 들어보자꾸나.”


이 정도면 성종이 상당히 열린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아들이 아물 똑똑하다 하더라도, 논어, 맹자, 대학을 읽고 좔좔좔 암송하며, 배운 뜻을 적용하는 정도에서 만족하고 안주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실제로 21세기를 살다 온 서지훈의 눈에 성종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아들은 물론이고 신하의 능력을 이성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다만···. 시대가 받쳐주지 않을 뿐.


“아바마마께선 불법 상행위를 단속하도록 하여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이들을 상업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고 계시옵니다.”

“그러하다.”

“또한, 시작은 한양의 시전이겠지만, 자릴 제대로 잡게 된다면, 팔도의 시전이 국가의 통제하에 제대로 자릴 잡게 될 것이라 소자는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헌데······.”


지금까지는 사탕발림.

요 정도까지 달달하게 발라 놔야 임금이 됐든 아비가 됐든 받아들이는 데 있어 도전적이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게 된다.


“계속하라.”

“조금 전에 말씀드린바. 조선이 좁습니다.”

“좁은 땅덩이에 합당하게 백성들이 존재하고, 분수에 맞게 농토를 일구고, 상업을 하는 게 하늘의 뜻 아니겠느냐?”

“논어와 맹자에서 늘 경계하고자 하는 자세가, 인간의 끝없는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 아니겠사옵니까.”

“세자에게 특별한 묘안이 있다고 들리는구나.”

“묘안이라 말씀드리긴 어렵사옵고, 조선이 독자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군비, 백성들이 굶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체계적 구휼 및 생활안을 끌어내기 위해선 부자들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호.”


성종은 무심하게 육조에서 올라온 보고찰과 감사 보고 사항 그리고 지역의 관원들이 올린 소문을 읽었다.

못해도 이십여 개가 족히 넘는 소를 읽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세자에게 편히 있으라 하거나 나가서 쉬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어찌나 조용한지, 숨소리마저 내면 역정을 들을 것 같았다.


‘이 정도의 침묵은 참는다.’


서지훈은 속으로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사십 번은 부른 듯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


“세자.”


마흔한 번째 2절 초입에서 성종이 입을 열었다.


“예, 아바마마.”

“대부분 국가의 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해선, 국고를. 그리고 그 국고를 채우기 위해선 세금과 공납을 건드려 소를 올리기 마련이다.”

“......”

“또한, 이런 세금과 공납의 원활한 징수를 위해 도로와 수로망에 대해 제안을 하기 마련이고.”

“소자도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허면, 세자가 말하는 부자들의 시선이라 함은......”

“이곳이옵니다.”

“바다?”

“예, 아바마마.”

“어찌 그리 생각했는고?”

“부자들은 대를 거듭하여 부 뿐만 아니라, 부를 축적하는 재능 또한 축적해 왔나이다.”

“.....?”

“그들은 어느 환경 어느 조건이든 재산이 될만한 것들을 모아대는 엄청난 능력이 있사온데, 좁은 조선 땅에서만 그러한 능력을 펼치려 하니, 모든 것이 불법으로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성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칙적으로 저리 대놓고 불법에 대해 논하자면, 형을 때리는 게 맞다.

그런데 그들의 축재 능력을 이용하자는 세자가 온전하게 보일 리가...


“이 자리에서 아비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그즈음에서 세자의 말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좋겠구나. 세자로서, 편전 회의와 국정에 드나든다는 치기(稚氣)에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


그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서지훈은 고개를 들어 잠시 성종을 바라봤다.

성종이 하는 말의 진의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과연···. 정말 거두길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대차게 똘기 만땅 장착하여 제대로 밀어붙이길 바라는 것인지.


“아바마마.”

“마음을 먹었느냐?”

“예.”


어차피 해상 거래를 위한 기초적인 인맥으로 인수대비를 통한 동래 상인 윤봉이 있다.

이는 암거래에 국한될 뿐.

대놓고 국가 차원에서 왜나라와 명나라의 해적들과 거래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성종과의 합의된 사항이 발생한다면, 해상 거래 확장을 수면 위로 올릴 수가 있다.

서지훈이 훗날 보위에 올라 갑툭튀로 ‘나 동남아랑 거래 트다가, 나중에 아므리카랑 구라파도 갈래’라고 해서 반대 상소에 파묻히는 것보다 최대한 대놓고 욕먹는 걸 성종을 방패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인수대비와의 거래 조건상에도 있는 항목이었다.


“주상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훗날 해상 무역과 해상 군사 확장 및 서역 원정은 꿈도 꾸지 못할 겝니다.”


이런 자리를 기회 삼기 위해, 윤필상의 구휼 정책과 공납에 관한 이야기에 힘을 실어 준 것이기도 하다.

세자 융의 나이가 결코 국정을 논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음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윤봉으로부터 각지의 소식을 소상히 들을 수 있었고, 증좌로 삼을만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수대비가 소개해준 윤봉 역시 언제까지 해적들과 밀거래만으로 만족하고 끝낼 포부가 아니었다.


경영학과에서 비록 역사 경제 스트리머로 전향했다고는 하지만, 4학년 1학기까지 과톱을 놓치지 않았던 서지훈이다.

성종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경제적 원리, 부자들과 백성들의 심리, 그리고 이 사이에서 명나라나 여진과 트러블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국력 신장을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천하의 임금이 됐든, 엄격한 아비가 됐든.

일단, 마성의 경제 설명러 서지훈의 입터는 실력에 성종은 그대로 홀려 버렸다.


“......그래서? 그래서 그다음은?”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상 초패권 국가, 조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을 바꿀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NEW 17시간 전 12 0 -
공지 매일 밤 10시에 연재하겠습니다. 24.09.07 334 0 -
14 과거 비리 2 NEW +1 4시간 전 101 4 11쪽
13 과거 비리 1 +1 24.09.18 325 7 9쪽
» 금융 빌드업 4 +1 24.09.17 417 12 10쪽
11 금융 빌드업 3 +2 24.09.16 479 12 11쪽
10 금융 빌드업 2 +1 24.09.15 524 15 10쪽
9 금융 빌드업 1 +2 24.09.14 584 18 9쪽
8 눈에는 눈, 이에는 이-효자 융 2 +2 24.09.13 606 16 11쪽
7 눈에는 눈, 이에는 이-효자 융 1 +1 24.09.12 674 18 10쪽
6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3 +4 24.09.11 748 23 10쪽
5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2 +5 24.09.10 781 19 9쪽
4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1 +4 24.09.09 815 22 9쪽
3 내 조선에 AI는 필요없다. +3 24.09.08 863 22 10쪽
2 감전(感電) +3 24.09.07 862 24 8쪽
1 프롤로그 +3 24.09.07 842 25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