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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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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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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빌드업 3

DUMMY

11. 금융 빌드업 3






“신 영의정 윤필상 아뢰오.”


서지훈은 윤필상의 정책 제안 발표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역사적으로 주목받는 사람은 아니다.

교과서에 실리거나, 하다못해 스트리머들 사이에서도 시쳇말로 듣보잡에 가까운 인물이니까.

직접 경험해 보니, 무척 다각적인 인물이었다.

그럴 수밖에.

한명회와 같이 세조의 즉위를 도운 공로가 있다.

다만, 역사에서 한명회를 더 크게 조명한 것은 한명회가 정치적 입지가 세조에서 성종 재위 초기 시절까지 훨씬 더 컸다.

작년에 한명회가 사망하고, 당분간은 본격적인 윤필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지훈 보기에 흥미로운 건 윤필상이 영의정인 것도, 훈구파를 이끄는 세력인 것도 아니었다.


바로 그의 경제적 감각 때문이었다.

성종이 대놓고 보배로운 신하라 칭찬하는 데엔 이유가 있으리라.


“구휼정책은 갑자기 많은 백성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펼치기 시작하면 적시에 도움을 주기 어렵사옵니다.”

“허면?”

“곡식과 의약품을 매년 구휼을 위해 비축하고, 비축한 분량의 소모가 심하면 증량을, 남을 경우엔 어려운 백성들이나 군비를 위해 활용하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요?”

“그렇사옵니다. 선대왕 재위 시절에도 여러 차례의 기근이 있었사옵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구휼을 위한 정책이 이용되고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체계를 잡지 못하고, 시행되다 보니 허점이 많았사옵니다.”


윤필상의 이런 발언은 같은 훈구파도 사림파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

단순히 체계를 만들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로 치면, 부자세의 적용까지 제안했기 때문이다.


윤필상의 제안에 따르면 고관대작들이 축재(蓄財)를 하는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많고, 이에 백성들이 그 부분을 대신 채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하, 신 사간원 대사간 권정 아뢰오.”


사간원 대사간이라면, 편전 회의 때 말리는 시누이가 아니라, 이간질하는 시누이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적어도 서지훈 보기엔.

상당히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세상 공정한 듯 보이나, 정치 만렙 어디 가겠는가.


“영의정이 아뢴 사안 중에서 증좌없이 심증만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선대왕 시절부터 토지 소유 세에 대한 공명정대한 이행, 그리고 지방의 공납에 대해 원천적으로 대장을 정리하여 양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미 관리 감독을 파견한 상황이옵니다.”

“그렇지.”


성종의 얼굴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제도적으로 보완을 하는 게 옳지만 그렇다고 선대왕 시절의 제대 모두를 욕보이거나, 시쳇말로 깔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랬다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종족부터 ‘천부당만부당 하신 일이옵니다.’ 부족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어떻게든 포장하고 싶어 하는 족속들로 대궐이 시끄러워질 테니까.

무엇보다, 지금 훈구파들은 세조 즉위 시절 공신이 대부분이다.

21세기 식으로 정권이 완전히 바뀌어 전 대통령이나 통수권자의 제도를 모조리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모르겠다, 반정이 이루어진다면.


그러나, 손자 된 몸으로 조부의 제도와 조부 시절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서 대놓고 뭐라 할 수 없는 편전의 기류라는 게 있었다.


한참 같은 이야기가 영의정-반대 의견 신료-성종의 대답 등으로 다섯 바퀴 정도 돌았을 때.


관전하던 세자 융에게 쿠션이 날아왔다.


“세자의 생각을 말해 보라.”

“휴······.”


세자 융의 한숨에 신료들 모두가 긴장했다.

지난 서연에서도 한숨 한 번 쉬기 시작하면, 폭행 수준의 팩트 갈기기로 아연실색한 상황이 여럿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영의정 윤필상은 증좌도 없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세자 융의 한 마디에 순식간에 영의정 윤필상이 쪼그라드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래?”

“그러하옵니다.”

“세자의 의견을 피력해 보라.”

“예, 전하. 우선 토지를 소유한 자들이 아니라, 조선의 토지세는 토지의 소유한 것처럼 대장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니, 세자 저하 어찌 그런 말씀을······.”

“이 사람이 의견 진술을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아니면 미리 반박하시고자 한다면 기다리겠습니다.”

“아니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서지훈이 말한 건 현행 토지 제도에서 어떤 것도 토씨 하나 빠트리거나 점하나 뺀 것이 없었다.

다만, ‘소유자’가 아니라 ‘이름을 등재한 자’라는 것에서 대놓고 있는 놈들이 남의 이름으로 걸어놓고 토지를 소유하면서도 이중 기재 방식으로 토지세를 소작하고 있는 양민이 대신 내는 형국임을 돌려 까는 것이었다.


신료들의 얼굴이 우글탕 뿌글탕 하는 꼬라지만 확인하고, 더 이상 나서는 이가 없자, 서지훈이 진술을 계속했다.


“토지를 가진 자들은 결코 불법을 저지르거나 세금 부담을 피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무척 적법(適法)한 과정을 통해 일종의 면세와 비슷할 뿐. 이들이 대놓고 세금을 피하고, 죄 없고 가난한 양민에게 미룬 건은 아니지요.”

“전하, 세자 저하께서 지나치게 토지를 가진 자들의 관행을 폄하 하고 있사옵······.”


대사헌이 열 받아서 한 말이었다.

그러나 끝을 흐린 이유는 ‘관행’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나이쓰.’


“관행이라면······.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었군요. 성실하게 조선의 토지세의 문제점에 대해서 ‘간’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조사의 과정 하나를 덜었군요.”

“......”


불편해하던 성종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해졌다.

또한, 윤필상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감을 잡지도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듯했다.

세자 융의 입에서 나오는 말의 투는 윤필상을 대놓고 질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용은 적나라할 정도로 소위 말하는 가진 자들을 질타하고 있지 않은가.

토지세로 인해 가난한 백성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결국 신료들 스스로 자백에 이르게 할 정도이니······.

이쯤 되면 말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인정하는 꼴이 되고.


“공납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공납을 바치는 세율은 엄격하게 조정에서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그러하옵니다.”


‘엄격하게 조정에서 통제한다’라는 말에 호조 판서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휴······.”

“......?”

“하나 의문이 드는 게 있습니다.”

“하하하. 무엇인가, 세자?”

“왜? 어찌하여 공납으로 특산물을 바치는 백성들은 하나같이 가난에 허덕여야 하는지 의문을 품어야 합니다.”

“.......”

“저하, 영의정의 말과 동일하게 이 또한 증좌가 없기에 쉽게 수긍하기 힘든 사안이옵니다.”


‘월척이구나.’


서지훈은 익선관이 어색하고 무겁다는 듯 두 손으로 익선관을 바로 잡았다.

이에 성종이 내관에게 눈짓하니, 세자에게 튀어 들어가 익선관을 바로 잡아 주었다.


일부러 사실을 터뜨리기 전.

이런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머릿속이 찌릿하도록 충격을 받는 법.

스트리머 시절 서지훈이 늘 역사적인 사실과 거짓 그리고 추정 사이에서 사람들이 갈팡질팡할 때, 터뜨리기 직전에 쓰던 방법이었다.


혼례까지 올렸다지만, 아직 나이 열셋 된 앳된 아이.

구중궁궐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책으로만 배운 아이.

‘그런 아이가 증좌를 대면 얼마나 댈까?’ 하는 얼굴로 다들 익선관을 자꾸 의식하는 세자의 귀여운 모습에 긴장을 내려놓는 순간.


“실제로 민어를 진상하는 어민들 사이에서 민어의 맛도 모른다는 말이 우스개로 남도에서 돌아다닙니다. 사실 확인은 남도의 어민들에게 암행을 보내보시면 알 것입니다. 또한, 동래에서 소금을 공납으로 진상하는 염장에서 일하는 양민들의 경우에도 실제로 생산하는 양과, 공납으로 바치는 양, 그리고 추가 생산해야 하지만,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는 양이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오나······.”


신료들이 세자의 말을 막으려 특유의 ‘하오나’를 외쳤으나, 성종이 막았다.


“세자는 계속하라.”

“예. 또한, 충주에서는······.”


거의 속사포로 지역별 진상품에 대해서 올라간 것과 실제 생산량에 대한 오차와 농민들이 추수 시절 이후에 말라 죽어간다는 통계를 줄줄이 쏟아냈다.


“...... 이에 대한 증좌는 지역별 공납을 담당하고 있는 선혜청의 기록 그리고 실제 납품을 하는 기관 마지막으로 농민들의 실상에 대해서 조사해 보시면 될 것입니다.”

“세자는 이런 자료를 어디서 구하였는가?”

“세자로서 열람할 수 있는 세금과 공납에 대한 기록을 참조하였습니다. 또한, 지방의 현황에 대해서는 세자시호(世子時祿)(세자의 공식 용돈)를 쓰지 않고 모아 개인적으로 사람을 써서 일일이 조사하였나이다. 만일 이 부분이 적법지 아니하다 하시면 마땅하게 벌을 받도록 하겠나이다.”


서지훈의 압승이었다.

결국, 윤필상이 제안한 대로 구휼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체계를 만들기 위한 임시 특별청이 마련되었고, 이 또한 세자가 공동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서지훈이 구휼과 공납, 토지세에 대해서 이토록 핏대를 세우는 이유는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야 서지훈이 도모하는 일에 긍정적인 시선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는데, 비싸디비싼 선박 축조해서 몽땅 바다에 꼬라박을지도 모르는데 먼 세계로 보낸다?

아무리 연산이 성군이 된다 한들.

후에 다른 이유에서 쿠데타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기에 당분간은 경제 살리기에 무조건 정성을 쏟아야 했다.


***


편전 회의가 끝나면 성종은 이따금씩 야밤에 기방을 가는 경우가 있었다.

비공식적으로 나름 비밀리에.

역사적인 기록엔 없으나, 아는 이들은 다 아는 일이었다.

31세의 혈기 왕성한 정자 왕이 아닌가.

서지훈이 알고 있는 기록에 의하면 자식을 28이나 둘 정도로 어마어마한 열정의 소유자다 보니.


그러나 오늘은 그런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세자와의 다과 시간을 가졌다.


“세자.”

“예, 아바마마.”

“세자가 생각하기에 윤필상은 어떠한 인물인가?”

“조선의 경제 발전을 위한 새벽녁 깊은 산속 옹달샘 앞의 토끼와도 같은 인물이옵니다.”

“......?”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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