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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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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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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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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빌드업 2

DUMMY

10. 금융 빌드업 2






“세자에게 꼭 필요한 재원일 겁니다.”


비공식 동래 상인 윤봉을 소개한 인수대비의 얼굴엔 야욕이 녹아 있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서지훈이 애초에 다른 신료나 성종이 아닌 인수대비를 사업 파트너로 선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서지훈이 지난 5년간 가깝게 지낸바.

인수대비는 정치적 야욕이 새록새록 넘치는 여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궐 내명부에서 만족을 못 하는 철의 관종.

점점 사그라드는 자신의 인기와 입지에 좀이 쑤시던 차.

세자 융이 센스 있게 이를 간파한 것이다.


‘안에서 펼치기 어려우시면 밖에서 날아다니시지요.’


서지훈이 밤마다 가져다주는 선박이며, 동남아와 서역의 진귀한 물건.

그리고 사실인지 허구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끝도 없이 펼쳐진 서역의 세계 이야기.


그동안 상상도 못 했던 물건과 세상 이야기를 보고, 듣고, 만질 수 있음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서지훈은 그 어떤 것도 인수대비에게 요구하거나 청을 넣은 적이 없다.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건 추후, 인수대비에게 자신이 정치적으로나 금융 및 해상 경영권에 있어서 끌려가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기다렸다.


미지의 세계를 비추는 망원경 역할을 하는 세자 융이 있기에 인수대비는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패를 꺼내어 세자 융에게 맡긴 셈.


이는 철저한 서지훈의 계산이 척척척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시아버지의 계유정난 성공 이후, 사랑받는 며느리로 살아왔다.

의경 세자 사망 때 잠시 궐 밖에 물러나 있을 때도, 인수대비는 정치적 논란과 쟁점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대군의 며느리로서, 세자의 빈으로서, 임금의 어머니인 대비로서.

항상 최고로 찬사를 받으며 예우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 예순.

살아온 인생이 파란만장하기에 뒷방에서 예순에 느낄 허무함과 아쉬움을 서지훈이 살살살 긁어준 것이다.


조선이 아닌 더 넓은 세계로의 안내는 꿈틀거리는 야욕의 본능이 살아 숨 쉬도록.



“그대는 세자에게 거래하고 있는 곳과 물품을 간단히 소개하라.”

“예, 대비마마. 여기······.”


일단, 합격.

쥐뿔 아무것도 없이 주둥이로만 나불거리는 자들을 신뢰하기란 어렵다.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나 사진, 동영상이 없는 세상에서 신뢰가 최고의 거래 무기라고는 하지만, 눈에 보이고, 손으로 쥘 수 있는 것처럼 상호 신뢰를 주는 것은 없다.

동래 상인 윤봉은 세자 융에게 그간 자신이 거래한 지역의 지도와 조선으로부터의 위치, 그리고 지역별 물품에 대해서 소상히 기록한 지도와 목록을 바쳤다.


‘이런걸?’


본디 장사치에게 거래 목록이나 금액을 숨기는 건, 시대와 지역을 떠나 공통된 상술이다.

국가기밀보다 더 철저하게 비밀로 다루어지는 것이 이들의 거래 대장일 텐데.

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려보았다.


“믿으셔도 되옵니다.”

“믿어도 된다는 장사치의 말을 믿는 바보도 있다던가.”


가벼운 듯 거역하기 힘든 세자의 투에 동래 상인 윤봉은 자신의 가슴팍에서 가루약이 든 작은 첩 하나를 꺼내어 펼쳐 보았다.


“이게 무엇인고?”

“비상(砒霜)이옵니다.”

“무엄하다. 어디 감히 궁에 이런 걸 가지고 입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게 아무도 없······.”


동래 상인 윤봉은 가루를 입에 가져갔다.


“무엇 하는 짓거리냐?”

“믿어도 될 겝니다. 세자.”

“예?”

“그자는 오랜 시간 내 비밀 꿀단지로 살아온 잡니다.”

“......”


정치인들에게 늘 비밀스럽게 뒷돈을 대어 그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있음은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서지훈의 공부가 다는 아니겠으나, 단언컨대, 그렇지 않은 국가나 부족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글로 배운 인수대비와 직접 겪어보는 인수대비는 그 간극이 훨씬 더 컸다.


“그대는 방자한 짓거릴 그만두고 세자에게 자세히 말씀드리게.”

“예, 대비마마.”

“소인은 그간······.”


서지훈은 침착하고 참을성 있게 윤봉이 살아온 이야기, 거래를 튼 곳의 이야기를 들었다.

종합해보면, 정확히 다섯 글자로 점철되는 인생.

‘밀무역 업자.’

사기꾼까지는 아니지만, 다소곳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왜구와 명나라 쪽 해적, 남방의 해적 및 상인들과 빈번하게 거래를 해오고 있었다.


인수대비같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이 오직 법도에 살고 법도에 죽는 자가 이런 해적 상인 전문 협상가와 내통을 하고 있다는 게······.


‘좌우지간, 땡큐!’


“대비마마.”


서지훈은 얼굴에 아이스러움을 지우고 진지하고 엄중한 얼굴로 인수대비를 바라봤다.


“말씀하세요, 세자.”

“소손을 믿고, 이자와 거래를 하도록 허락하시겠는지요.”

“그러니 내 아껴둔 비책(祕策)을 세자에게 공개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소자는 믿고 이렇게 발이 넓은 자를 연결해 주신 대비마마께 상상 그 이상의 세계를 선사해 드릴 것이옵니다.”

“오, 호호호호호. 상상 그 이상의 세계라. 기대가 됩니다. 기대가. 오, 호호호호호.”

“하오나···. 마마.”


동래 상인 윤봉과 인수대비의 눈을 한 번씩 찌르듯 바라본 서지훈은 무겁게 다음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이든, 커다란 득엔 커다란 손실과 위험이 따르는 법이옵니다.”


인수대비와 동래 상인 윤봉 역시 같은 눈빛으로 세자 융을 바라봤다.

인수대비의 표정을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아니면, 이리 말하는 서지훈이 은근 발을 뺀다 생각할지.


“위험이요? 위험이라 말씀하셨습니까?”

“예.”


없는 걸 말하는 것도 아니고.

후에 ‘내 돈 내놔라 이놈아.’로 시끄럽지 않으려면 초장에 제대로 다져 놓을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15세기의 선박을 믿겠는가, 사람을 믿겠는가.

구중궁궐은 그야말로 온실이나 다름없다.

이곳 안에서 서지훈이 아무리 제대로 된 계획과 비책을 내놓는다 한들.

예상치 못한 강한 태풍 한 방이면 끝이다.

예상치 못한 강한 태풍을 만났다 거짓을 고하면 끝이다.


그렇기에 다짐과 확답을 받아 놓을 필요가 있었다.


“허. 허허허허.”


차라리 웃질 말지.

저렇게 웃고도 인수대비는 한참이나 머릿속에서 주사위를 던졌다, 내동댕이쳤다, 또다시 패대기를 쳤다 하는 듯 보였다.


“서역과의 해상 무역은 위험할수록 그 깊은 매력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자. 답이 됐습니까?”

“예, 대비마마. 소손, 기쁜 마음으로 대비마마의 선물을 받겠나이다. 감사하옵니다.”


인수대비가 소개한 동래 상인 윤봉과는 그 자리에서 보름 후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


“금일부터 달에 한 번. 편전 회의에서 세자가 그대들과 정사에 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예, 전하.”


학자들과 고위 신료들로부터 조심스럽게 여러 선대 임금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앞뒤를 가리지 않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일 때는 태종.

학문적 집착과 창의적 사고력엔 세종.

온건하고 개혁적인 모습을 보일 땐 문종.


이리 전에 없는 훌륭한 지질을 어려서부터 보인다는 소식에 성종은 세자의 능력을 가늠해 보고 싶었다.

정치적인 고인물들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는 연습은 덤이다.


그러나 서지훈은 이런 배려와 명이 달갑지 않았다.

편전 회의나 경복궁 근정전에서 벌어지는 정사에 참여하여 지켜본바.

노답도 이런 핵노답이 없었다.


성종은 역사적 기록에 남은 그 이상으로 역동적이며 민생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단순 관심 이상으로 관여하고 싶어한다.


현대적 관점에서 정사적인 부분만 보면, 무척 훌륭한 국가원수다.

심지어, 유교를 국교로 숭상하는 국가이니, 이 나라의 모든 존경과 존엄의 중심체 아닌가.

그렇기에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이든 벌일 수 있었다.

이.론.상.


성종과 신료들을 보면, 왜 그렇게 태종과 세조가 강력한 왕권에 목을 맸는지 이해가 됐다.

이걸 드라마로 보거나 글로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실제로 성종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안건을 내거나, 제안을 하는 것들 중에서 심의안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하나씩 밖에 안 됐다.

그나마 농업에 도움이 되는 천문, 의학, 무역 면에선 비교적 신료들도 오케이 하는 분위기다.

저런 분야는 중간에서 지원을 해 처먹기도 쉬우니, 탐관오리들로서는 돈 나오는 화수분 같은 것이다.

그러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가 끝남과 동시에 즉시 일의 진행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기록을 봐도 성종 대에 은근 천문이나 의학에 대한 투자와 발전이 많았다.

놀라운 건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을 투자하면, 둘이나 갈까 말까 한다는 거.


‘정말 놀라운 문화와 금융 유산이로구만.’


21세기에 대단지 아파트 건설 역시 원청에서 하청에 하청에 하청을 줌으로써 비슷하게 해 먹고 있으니.

이쯤 되면, 고유한 금융 관행 유산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여튼, 이런 분야가 아닌 고관대작들의 재산에 흠집이 가는 토지 소유 정책이나, 국내 시장 규제 및 관리 체계 등에선 뭐 하나 관철 시키려면 해를 넘겨야 겨우 하나둘 상정이 될까 말까였다


일일이 수를 헤아리는 게 무의미하겠지만, 서지훈은 이런 개거품파에 대한 생살부를 이미 작성 중이다.

연산대에서처럼 너 죽고, 너 죽고, 너 죽자가 아니다.

생살부에 오른 이들은 연산이 여는 변혁 조선에서 관리 뺑뺑이라는 새로운 혁신의 주역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서지훈의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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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2 +5 24.09.10 719 18 9쪽
4 천조의 가치를 가진 세자 1 +4 24.09.09 754 20 9쪽
3 내 조선에 AI는 필요없다. +3 24.09.08 799 20 10쪽
2 감전(感電) +3 24.09.07 792 22 8쪽
1 프롤로그 +3 24.09.07 765 2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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