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천재는 더이상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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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ori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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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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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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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재능, 재능!

DUMMY

005.


다른 세가의 후기지수를 만난다.

진씨세가를 대표하여 대성지회에 참가한다.

이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첫인상에 자리잡은 평가는 성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자리에 본래 내보내려 했던 진호일이 아니라 자신을 내보낸다는 것은,

전생과는 다르게 진목이 자신에게 기대를 걸었다는 것을 뜻했다.


대성지회에 자신이 나가게 된다는 것.

그건 좋은 징조이자 징후였다.

자신의 체질을 극복하기 위한 단초이기도 했다.


가문의 핵심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걸음.

진천월은 대성지회에 나가, 우선 두각을 드러낼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체질을 극복하는 것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성지회까지 남아있는 시간은 한 달.

지금 당장 고민해봐야 아무런 답도 얻어내지 못한다.

이내 생각을 접어낸 진천월은 다소 가벼운 걸음으로 안가를 나섰다.


...


무각엔 세가의 무인들이 대부분 자리하고 있었다.

개인 연무장이 있는 세가의 고수나, 삼공자들만 제외하면 그랬다.

진천월이 무각에 들어서니 진씨세가의 무각주.

진소가 진천월에게 다가와 포권을 취했다.


“가주님께서 공자님을 가르치라고 명했습니다. 무각주, 진소입니다.”


‘... 무각주!’


진천월은 진씨세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았기에, 사뭇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목이 자신에게 무공을 배우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무각주정도의 인물을 붙여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였으니까.

그의 놀람은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 진심으로 내게 기대를 거는 모양이었군.'


강호무림에서 진소정도의 무인이 가르침을 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무림세가를 벗어나, 문파로 따져보자면.

고작 삼대제자에 불과한 후기지수를 문파의 장로가 가르치는 격이었다.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고 바래도 얻지 못할 기회이자, 기연.

뜻밖의 행운에, 은은히 미소를 띄워올린 진천월이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감사합니다, 무각주님. 알고 계시겠지만, 진천월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짧게 답한 진소가, 무각의 오른쪽을 가리켰다.

본 연무장보단 크기가 작으나, 개인 수련장이 여럿 있었다.


“따라오시지요.”


진소가 앞장서 걸었다.


“앞으로도 이 곳으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공손한 어투로 대답한 진천월.

이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몸을 푸는 것이었다.

무공이란 결국 신체의 움직임.

신체의 긴장이 무공을 익히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신체의 근육을 풀어주던 중이었다.

진소가 잠시 망설이다, 진천월에게 조심스러운 질문을 건넸다.


“실례가 안된다면, 하나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진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진소가 건넨 질문은 다소 민감한 질문이었다.


“진호일 공자님을 이겼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네가, 진호일을 이긴 것이 맞냐는 질문.

어떻게 바라보면 무례한 질문일 법도 한 질문.


허나, 진천월은 그가 자신을 비난하거나 헐뜯기 위해 물어보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진소의 표정에 궁금증이라는 순수한 의도가 비추어졌기 때문이었다.


“네.”

“혹시, 혼자서라도 무공을 익히신 적이 있으신겁니까?”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

“... 진호일 공자님이 부상당한 상태도 아니였을텐데-.”


진소는 진천월이 진호일을 이겼으리라곤 생각지 않는 모양이었다.

분명, 진목이 자신이 보았던 것을 얘기했을텐데도 그랬다.

진천월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진소가 고개숙였다.


“아, 죄송합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진호일 공자님은 제가 가르쳤습니다. 나태함과 게으름을 제하면 다른 공자님들보다 재능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나태함과 게으름이 너무 커다랐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바라보면 제자인데, 제자가 패배했다고 하니 마음이 쓰이는건 어쩔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지면을 가리켰다.


“손에 부상도 있으시니, 당분간은 가문의 기본심법부터 익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선, 가부좌를 틀고 앉아주십시오, 공자님.”

“알겠습니다.”


진천월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자, 이제 허리를 세우시고 눈을 감아주십시오.”


다음으로는 가르침의 연속이었다.

진씨세가의 기본심법인 유절심법에 대한 가르침.

그리고, 내공의 축기를 위한 운기조식에 대한 설명.


“체내엔 혈도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진기가 흐르는 통로이지요. 어떤 심법이든, 혈도에 흐르는 대자연의 기를 느끼는 것이 심법의 시작입니다. 호흡을 편하게 들이쉬고 내뱉으십시오. 우선은 무념무상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천월은 우선 진소의 설명대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허리를 곧게 펴고, 편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머릿속을 비워냈다.


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의 강렬한 몰입.

고작 일다경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의 눈밑이 움찔거렸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대자연의 기운이 순환함을 느끼고 있었다.

따스하고, 강렬하나, 안정적인.

이를테면, 햇빛이 움직이는 것만 같은 느낌.


'이게 진기로군.'


진천월은 신체에 느껴지는 이 따스함이,

유절심법으로 정제해낸 진기라는 것을 알아챘다.


“허어-!”


지켜보던 진소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속으론 경탄하기까지 했다.


그는 진천월이 유절심법을 통해 진기를 느꼈다는 것.

그 것에 순전히 경악했다.


‘처, 천재로구나-!’


진천월이 진호일을 이겼다는 말이 미심쩍었던 진소였으나,

그의 의심은 한순간의 허상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진기를 느끼는 것은 그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무공은 대부분에 사람에게 이롭다.

다만 모두가 배우지 않고, 배우지 못하는 것은, 내공을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커다란 벽이기 때문이었다.


무인으로서 천재로 불리었던 진소만 하더라도,

진기를 인지하는데에는 꼬박 보름이 걸렸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헌데, 진천월은 일각도 걸리질 않았다.

고작, 일다경이 필요할 뿐이었다.

이는 진기에 대한 감각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뜻했다.


천재라 불리었던 자신의 재능이 범부로 느껴질 정도의 압도적인 재능.

이를 마주한 진소는 진천월이 진호일을 이겼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천월의 재능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삼공자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천재!’


진소의 놀람에도, 진천월은 집중을 유지했다.

그리고 호흡으로 들여마신 대자연의 기를,

유절심법의 구결로 정제하여 자연스레 하단전에 축기해나가기 시작했다.

고작 반시진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 무각주님.”


진천월이 눈을 떴다.

진소가 당황한 듯 말을 버벅였다.


“... 예? 아, 예, 부르셨습니까 공자님.”


진천월의 머리카락은 흠뻑 젖어있었다.

무척이나 힘들었는지, 무복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조금만 쉬어도 괜찮겠습니까?”

“예, 다, 당연-. 아, 아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서 쉬셔도 괜찮습니다.”

“... 제 몸을 보고 그런 말씀하시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더 할 수 있어요.”

“아니, 아닙니다-.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배우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오늘은 들어가서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니, 쉬셔야 합니다. 내일은 진기를 움직이는 방법을 배울 것이니, 어서 들어가십시오. 휴식 또한 무공수련의 일부입니다.”

“... 네, 알겠습니다.”


진천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개인수련장의 바깥으로 걸어갔다.

연무장엔 세가의 무인들이 모여서 수련하고 있었다.

이들은 땀에 젖은 진천월의 모습을 바라보며 각자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는 놀라움의 시선, 누군가는 경멸의 시선을 보였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었지만, 그 수는 확연히 적었다.


“저 놈, 어떻게 벌써 나온거냐?”

“몰라, 너무 재능이 없어서 쫒아낸 거 아닐까?”

“무각주님은 그럴 분이 아니다.”


세가의 무인 여러 명이 웅성거렸다.

떠나는 진천월을 바라보면서.


“무각주님이 마음을 바꾸신게 아닐까요? 이제 곧 대성지회가 있으니까. 안될 사람 붙잡기 싫으신거죠.”

“진호일 공자님이 계신데 왜 대성지회 얘기가 나와?”

“코뼈가 부러지셨데요, 대성지회엔 못나가신다던데.”

“왜요?”

“몰라, 엄청 비열한 방법을 써서 진천월이 공자님을 이겼다던데? 그래서, 대성지회에 대신 나간다잖아.”

“하, 진씨성이 부끄럽지도 않나.”

“... 근데, 비열한 방법을 쓸 거 같아 보이진 않는데요?”

“궁금해서 못 참겠습니다, 조장.”


곧, 무각주, 진소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다시금 세가의 무인들이 웅성거렸다.


“여울아, 네가 물어보고 오너라.”

“예? 저, 저요?”

“무각주님이 네겐 화를 안내지않느냐.”

“저도 혼나요! 아시잖아요, 무각주님 엄격하신거.”

“물어보고 오면, 다음 상행에 데려가주마.”

“진짜요!? 약속 꼭 지키셔야해요!”


진씨세가의 무인이자, 세가의 여식.

진여울이 빠르게 진소에게 다가갔다.


“무각주님, 여쭙고 싶은 게 있어요.”

“... 어? 아, 여울이구나-. 그래, 물어보거라.”


얼떨떨함을 넘어, 이제는 고민에 빠진 진소.

그가 허락하자 진여울이 조심스레 눈치를 보았다.


“진천월말이에요-.”

“... 진천월 공자님은 왜.”

“걔, 무공에 재능 없어요?”

“걔라니, 공자님이시다. 말조심하거라.”

“왜요, 걔나 저나 똑같은 방곈데. 아니, 그것보다 알려주세요, 궁금하단말이에요.”


진소가 한숨쉬었다.

진여울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 너무 과해서 문제다.”

“과하다구요?”

“여울아, 네가 심법을 처음 익힐 때 몇 일이나 걸렸었지?”

“... 한 달정도 걸렸을걸요?”

“진천월 공자님은 고작 반시진밖에 걸리지 않으셨다.”

“반시진이요?”

“공자님은 고작 일각만에 진기를 느꼈다. 반시진만에 축기에 성공했고. 심법을 익히는데 고작 그정도 시간밖에 걸리질 않았어.”

“네?!”


진여울이 눈을 깜빡였다.


“에이, 거짓말이죠?”


물음에 답하지 않는 진소.


“... 이거 진짜에요?”


진여울이 떠나가는 진천월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어린 남자아이.

곱상한 외모처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연약해보였다.

그런데도 걸음은 당당했고, 눈빛은 또렷했다.

만나는 이들의 얘기로만 판단하면, 비열한 놈일 뿐이었는데.


“... 저 놈들이 물어보라 해서 찾아온게지?”


진소가 말했다.


“체력이 너무 약해서 무공을 익힐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전하거라. 저 놈들이 괜한 관심 갖지 못하도록.”


진여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세가의 무인들에게 찾아가 진소의 말대로 전했다.


“역시, 저 놈이 그렇지 뭐.”

“흐음, 반시진만에 돌아갈 정도라면, 재능도 없는 모양이야.”


세가의 무인들의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다만, 진여울은 아니었다.


진소가 말한 과한 재능이라는 말 때문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선입견과 다른 첫인상 때문일까.

그녀는 진천월에게 짙은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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