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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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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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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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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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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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ICBM도 고려 하세요. ①

DUMMY

2층 사무실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모두의 주의를 끌며 말한다.


“오늘부로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부는 해산한다. 그러니 집에 가서 발 닦고 쉬어. 해산!”


그가 손을 들어 보이고 먼저 밖으로 나간다. 옆자리의 오박사가 왕소중을 보며 한마디 툭 던진다.

“합치니 마니 하더니, 결국은 또 이러는구나? 술이나 한잔 할까?”


왕소중은 고개를 저어 보이며 웃는다.

“아니, 오늘은 딸이 오기로 해서···다음에 합시다, 오박사.”


오박사 또한 손을 들어 보이고 나간다. 

빨리 정리하고 딸에게 가봐야겠다. 여기는 들어오는 것도 복잡하지만, 나가는 것도 복잡하다.

ID카드를 찍고, 홍채 인식하고, 간단한 검문을 받으면 그렇게 밖으로 나설 수 있다. 


긴 복도를 걸어 귀여운 딸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제는 이혼한 아내가 오늘은 딸을 데리고 이곳까지 왔다. 그녀가 “빨리 와! 나 가봐야 해!”라 소리친다.


정 없는 여자.

5살까지만 키우고 자신 또한 하고 싶은 일하겠다며 그렇게 이혼했다. 내 딸, 왕소희는 그러건 말건 내게로 달려온다.

“아빠아아-”

“어이쿠! 넘어져, 오늘은 뭐 했어?”

“음, 모르게쪄요. 치키니 먹고 시프다, 헤헤!”


또 치킨이다. 이혼하기 전이라면 아내가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엄마 없는 녀석에게 그렇게 박하게 구는 것이 쉽지 않다. 

왕소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밝게 웃으며 내게 안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전 아내는 우리에게 간단히 말하며 돌아선다.

“비행기 시간이 다되서 가볼게. 왜 미국으로 가지 않겠다는 거야? 이해가 안 가.”

“아시잖아, 우리 부모님···”

“효자 나셨네. 그럼 가볼게, 소희도 안녕.”


우리가 이혼했다는 걸 이해하기에는 소희는 아직 어리다. 엄마가 어딘가 갔다 올 것이라 생각하고, 또 보지도 않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든다.


가슴 한편이 쓰리다. 

소희 녀석을 안아 들고 밖으로 나선다. 가까운 치킨집에서 녀석이 좋아하는 뿌링클인가를 산다. 과자맛 나는 치킨이라니 내 입맛은 아니다.

며칠이 멀다 하고 먹지만, 소희는 좋은가 보다. 웃는 녀석에게 묻는다.

“소희, 치킨 왜 그렇게 좋아해?”

“음, 마시쪄!”


단순하지만, 명확한 답이다.

녀석에게 치킨 하나 못 사줄 처지는 아니지나, 서울의 집값과 해외 유학비용을 갚아나가는 내게는 여유가 없다.

혼잣말이 나온다.

“나도 스페이스엑스 쪽이나 갈 걸 그랬나···”

“뚜페이뚜에뚜?”

“하하, 아니야. 그냥 혼잣말.”


우주연구원이라 하니까. 멋있어 보일 수도 있겠다.

그저 공무원이다. 해외의 기업과 비교하면 연봉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게 문제지만...

이곳의 박사급이 6천대의 연봉, 미국은 평균 $80,000~100,000 수준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열 배. 그런데도 지금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이곳으로 왔다.


애국하라.

참으로 배고픈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으로 떠난 아내를 이해할 수 있다. 대학원 동기였고, 다시 꿈을 찾아 떠났다.

응원해야겠지만, 가슴 한편이 아린다. 


지하철을 향해 가는 중에, 소희가 묻는다.

“아빠! 저기 아저찌 등에 카꼬꼬 이떠.”

“응? 어디··· 허! 진짜네. 코스프레 좋아하시나 보다. 연세가 있어 보이는데 특이하시네?”


잘생긴 남성분이 심장에 칼을 꽂은 체 길에 서 있다. 칼날에서는 형광빛까지 나는 것이 잘 만든 코스프레라는 생각이 든다.

그를 스쳐 지나가던 중, 소희가 칼을 쑥 뽑는다.


“마이 아파쪄?”


상대 남자가 놀라며, 소희에게 묻는다. 

“이, 이 칼이 보이느냐!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이냐. 나는 978년을 기다려 왔다!”


강력한 컨샙충이다. 왕소중이 웃으며 그에게 사과한다.

“아이쿠! 이거···어렵게 붙이신 것 같은데, 제가 다시 붙여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찌르면 되나요?”

“으으윽! 크억!”


남자가 소름이 끼치는 연기력으로 컨샙을 유지한다. 우리 또한 조금 놀랄 정도의 리얼한 연기다. 

그가 무릎을 꿇으며 어렵사리 말한다.

“제, 제발···이 거, 검을 뽑아 주시오! 내 한을 풀겠소!”

“이궁, 마이 아파쬬? 소희가 뽀바주께- 잉챠!”


신기하다. 칼날이 이어져 있다. 

마술이나 이런 쪽을 함께 하시는 분인 것 같다. 왕소중은 손뼉으로 그의 노력에 보답한다.

“와- 요즘은 정말 진짜 같이 만드시네요. 소희야, 칼 돌려 드려야지?”

“웅! 여기 깔!”


남자가 떨리는 손으로 칼을 받아 든다.. 한동안 말이 없기에 가던 길을 계속 가려 한다. 그가 손을 들어 우리를 막으며 말한다.

“자, 잠깐! 이 칼이 보이는 것이오?!”

“보이니까, 뽑죠. 거참 하하. 그럼-”

“아니! 잠깐! 그 아이는 나와 결혼해야 할 운명이오!”


이 무슨 도깨비 씻나락 까먹는 시츄에이션인가? 왕소중은 소희를 뒤로 숨기며 그에게 말한다.

“컨셉 너무 과하게 잡으셨네요. 적당히 하시고, 각자 갈 길 가시죠. 제 인생 하나 남은 보물입니다.”

“그렇게 될 운명이오!”

“팍! 내가 이래 봬도, 검도 국대도 하던 사람이에요.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가세요.”


나와 동갑인 것 같은 아재에게 소중한 소희를 넘길 생각은 없다. 뒤를 힐끔거리며 거리를 벌린다.

남자가 다시 우리를 따라오며 소리친다.

“잠깐! 자암깐! 장수 된 자로서, 이리 은인을 보낼 수는 없소! 바라는 것이 있소이까?”

“아- 이 아재. 말하면 뭐 들어 줄래요?”

“내 명예를 걸고 지키리다! 말씀하시오!”

“거참···저기 만수르 왕족 있죠?


남자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모르는 눈치다. 그래도 시작한 것 말이라도 해본다.

“걔처럼 돈 걱정 없어서 우리 소희 치킨이나 잔뜩 시켜 주고 싶습니다. 됐어요? 갑니다.”

“···왕족. 그 일을 하고자 하오? 오늘 그 뜻이 이루어질 것이외다.”


“뭐라니, 소희야. 가자-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저 아저씨처럼 안되려면?”

“웅, 아즈씨 조금 바보가테! 우히히!”


웃는 소희가 남자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치킨 파티를 하고,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마감한다.


***


그로부터 일주일

왕소중은 불안, 부정, 분노, 후회, 비탄의 감정 곡선을 차근히 따르며 지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소희를 생각해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다.


우리 소희는 치킨만 있으면 문제가 없는 아이다.

나에게 존댓말을 하는 이들에게 부탁해, 기름을 구하고 이곳에서 흔한 꿩고기를 구해. 프라이드치킨을 재현한다.

한 입을 베어 무는 소희가 말한다.

“느무찔기다암 마시엄떠! 힝-”


오늘도 실패인가?

그래, 꿩고기로 닭의 맛을 내기란 쉽지 않다. 자세한 방도를 일러주고, 어린 까투리로 해 보라고 다시 부탁한다.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코스프레 아재. 아저씨. 아니 나쁜 놈! 

어느 날 소녀시대처럼 나타나, 소원을 말해봐? 하더니, 이런 곳으로 보내 버렸다.


[지역: 고려 / 연도: 선종(宣宗) 7년, AD 1090년]


왕소중, 이곳에서 원장(元長)이라 불리는 내 눈에는 저 푸르게 빛나는 글씨가 보인다.

왼쪽 구석에 홀로그램처럼 떠 있는 저 글씨···

이것이 현실인지 아닌지를 모호하게 하는 시간이 있었다. 꿈이라면 일주일이나 이어지지는 않겠지.


칼 맞은 코스프레 아재가 소녀시대였다. 아니, 램프의 지니였을까? 

소원을 개똥같이 말한 것이 후회된다.


아재 나름의 배려인 것일까?

대화와 글을 능수능란하게 쓰고 본명은 말하기 부끄러운 왕소중의 기억이 내게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점이 다행이다.

왕유(王儒)의 현손(玄孫, 손자의 손자)이다. 왕씨 성이라도 가졌으니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 하겠다.


‘고려. 고려가 언제 망하지? 나 죽기 전까지만 잘 버텨주면, 우리 소희는 떵떵거리며 살 터인데. 난 언제 죽나? 


역사.

조선시대, 시험에 나오는 태정태세문단세나 달달 외웠지. 고려사를 그렇게 세세하게 아는 자가 있을까?


고개를 흔든다. 

나 왕자지, 아니. 상스러우니, 왕소중의 장점을 찾아보자. 나름 수재라 불리는 사람이었고, 과학 분야에서는 유명한 학회지에 이름을 올리는 논문도 발표했던 사람이다. 


‘그래, 과학! 이건 먹고 들어간다. 부자 삼대는 간다. 권력이든, 돈이든! 우리 딸 살아가는 동안은 부족함 없게 해주고 싶다.


현대의 인터넷이라는 슈퍼 인프라가 있다. 왕소중은 이를 통해 수없는 간접 경험을 해왔다. 고민을 이어가 본다.


왕소중이 조용히 고민을 이어가니, 왕소희가 조용히 다가와 묻는다.

"아빠, 고려에서눈 찌킨 몬멍는 고야?"


딸의 눈망울이 슬프다.

왕소중이 소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우리 소희, 뭐든 다 해줄게. 아빠만 믿어!"

“진짜? 아빠 채고! 히히!”


사랑스럽다. 

그래, 딸을 위해서 무엇을 못 하랴. 고려든 고조선이든 무엇을 해서라도 살아남겠다!


다짐은 다짐이요. 일단 치킨부터 해결해야 한다.

까투리인지, 장끼인지 모를 녀석을 토종밀가루를 발라 튀겨왔다. 이 시대에는 귀한 기름을 모두 끌어모아 만든 고려식 프라이드치킨이다.


뜨거운 날개를 들고, 후후 불어 소희에게 건넨다.

녀석이 도리도리 거린다. 다시 한번 권해 본다. 마지못해 먹는 녀석의 표정이 밝아진다.

“마시쪄! 아빠 채고!”

“그치? 아빠, 최고지?! 아하하하! 아빠만 믿으라니까, 우리 소희!”


천연 엔돌핀이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소희를 보며 웃고 있는 왕소중에게 하인이 다가와 말한다.


“어르신, 준경이 찾아왔습니다. 어찌합니까요.”

“아, 척준경! 들라 하게나!”

“예, 어르신”


척준경(拓俊京), 고려시대 여포라고 하면 딱 맞을까? 강감찬 장군과 함께 내가 기억하는 몇 안 되는 무장이다. 그가 찾아왔다.

소희는 행복해하기에 잠시 나갔다 온다고 말한다.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가, 그를 맞이한다.

“준경이! 그래, 음- 계림공의 휘하로 들었다 하였지? 잘하였네!”

“하하, 어찌 괜찮소? 이 정도 실력이면 몰라보는 이가 멍청이지. 하하하!”


준경은 나보다 어린 것으로 아는데, 반말인지 아닌지 모르게 나를 편히 대한다. 나 또한 그를 편히 대하며 안으로 들게 한다.


손님을 위한 별채로 들어서자. 특유의 목재 향이 타오르고 있다. 마음을 편하게 한다.

하인들이 차를 내어오자. 목을 축인 준경이 말을 시작한다.


“송나라 상인들이 교역품을 가지고 왔다 하는데, 여기 형님네 좀 가져다주라기에 왔소.”

“오- 그래? 무엇인가? 

“대식국(大食國, 아라비아)에서 온 유향이라던데, 이런 걸 왜 사들이는 거요?”

“만병통치약이라 믿으니, 그러지 않겠나. 하하.”


유향(乳香), 일종의 나무에서 나오는 수지다.

성경에도 나왔던 것 같은데, 향으로 주로 사용한다. 지금의 집에도 향을 항상 피우는데 이런 귀한 물품은 쉬이 구하지 못한다.


왕소중의 가문이 왕씨 성을 가졌으니 부족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래도 돈과 사람은 다다익선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아, 지금은 없는 말일까.

준경을 보며 손으로 유향을 가리킨다.

“계림부에 있으며 이런 것을 거래하는 자들을 자주 보는가, 준경이?”

“흠, 형님. 아시지 않소? 이 동경유수부라 해야 하나, 그냥 계림이니 계림부라 부르겠소.”


“아, 그저 편한 데로 말하게나.”

“저 왕도 부근에서야 관에서 무어라 하니 마음대로 못하지만···여기야. 알아서들 하는 것 아니겠소. 아시면서 그러우?”

“그래? 오호라···”


일단 우리 소희 치킨 문제는 해결했고, 다음으로 치킨 100마리는 거뜬히 먹일 밥줄을 찾아야겠다.

다이아몬드 수저는 아니라도, 은수저는 넘는다. 잘 키워 주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고려에서는 박봉 좀 벗어나 보자!


작가의말

고려로 떠나 봅니다. 


고려시대 이후, 여기는 양심에 찔릴 부분이 적어요.

나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장르소설 자체가 허구이니 그러려니~ 해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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