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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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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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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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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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ICBM도 고려 하세요. ④

DUMMY


대한민국에서 재벌이 괜히 재벌이 아니듯

고려시대 왕씨 성을 가진 사람이 괜히, 왕씨가 아니다. 개경으로 올라오니, 우리 가문의 빈 저택이 또 있다. 

다만 사용하지 않은 기간이 길어, 현대로 치면 리모델링을 조금 하기 위해 누이의 집에서 머무른다.


첫 등청을 위해 나서려는데, 우리 귀요미 소희가 눈에 밟힌다. 녀석이 “회사가지마, 아빠!” 를 시전한다. 나는 굴복하고 녀석 앞에 무릎을 꿇는다.

“소희는 아빠가 안 갔으면 좋겠어?”

“웅! 그냥 놀쟈- 소희가 재미인눈거 알려주께”

“하하, 우리 소희 치킨 좋아하지?”

“앙! 찌낀, 찌낀! 마시쪄!”

“그래, 우리 소희 치킨값 벌러 갔다 올게. 그러니까 우리 아름다운 누이와 함께 기다려 주렴. 알았지?”


누이가 웃으며 소희를 끌어안는다. 

소희는 엄마 같은 누이의 웃음에 웃으며 답한다.

“응! 이쁘다! 그럼 가서 돈 마니 버러와!”

“그래, 걱정 말고 다녀오거라. 소희는 잘 보살피고 있으마. 아이고, 귀여운 것”

“누이, 부탁 좀 드릴게요. 그럼 다녀오리다.”


누이와 소희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선다.

저 멀리서 빠르게 이곳으로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 자세히 보니, 나주 상인 오희광이다.

올라탄 말을 달래며 서서히 속도를 늦춰 멈춘다. 오희광이 나를 본 것인지, 자세를 낮추며 다가온다.

“왕원장 어르신! 하아- 하아. 갑자기 개경으로 가셨다기에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하하, 미안하네. 어쩌다 보니, 관에서 일하게 되었어. 어찌 일이 잘 풀렸나 보군.”

“예, 여기 단산(丹山, 현대의 단양)과 평주 쪽의 연철입니다. 단산이 조금 나은 듯합니다.”

“그러한가? 눈으로는 모르겠구나.”


그는 고려 내에서 관이 아닌 개별로 채굴하는 광산을 물색해 내게 찾아왔다. 그가 내민 광석이 묵직한 것이, 납 성분이 많은 것은 알겠으나. 눈으로 보고 모든 걸 판별할 능력은 없다.

오희광을 보며 묻는다.

“혹시 최지운을 만나 보았는가?”

“예, 어르신. 두어 시진 시험을 해보더니, 단산의 것이 삼 할 가량 나은 것이라 하더이다.”

“그이가 그리 말한다면 믿어도 될 것이네. 어찌 대금은 잘 치루던가?”

“그렇습니다요. 보통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주는 것인데, 이 선지급이라 하는 것은 무엇인지···”


현대라면 당연하게 FOB나 다른 형태의 계약을 맺더라도 계약금을 걸고 진행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여기는 고려. 

그저 거래 상대방의 권세를 믿고 모든 일을 진행하고 대금은 나중에 받는 것이 당연한 듯 진행된다. 하지만 돈 관련 된 일은 그렇게 진행하고 싶지 않아, 미리 일러둔 부분이다.


오희광을 보며 웃는다.

“하하, 그래. 일하고자 한다면 초기는 금전이 들어가는 것이지. 그 부담을 조금이나마 나누자는 것이니, 크게 신경 쓸 것은 없네.”

“아-! 그런 뜻이옵니까? 고맙습니다. 어르신!”

“당연한 것이니, 이후에도 차질 없기를 바라네. 관으로 가보아야겠네. 누이의 저택에 들러 쉬고 가게나.”

“하하. 장사치를 그리 잘 대해주는 곳은 드물지요. 얼른 일을 마무리하러 가보겠습니다. 살펴 가시지요.”


오희광이 정중히 예를 취하고 멀어져 간다. 

사농공상이라는 계급 순위가 이 시대에 완전히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 바닥에 있지는 않지만, 문반과 무반을 합쳐 양반(兩班)이 위에 있고 나머지를 퉁 쳐서 다 밑에 있다. 

그렇기에 저리 떠나는 것이다. 먼 길을 왔을 터인데 쉬지 않고 떠나는 그의 열정에 놀라면서도 대접받기 힘든 세월이 조금은 아쉽다. 

일단은 출근이나 하자.


***


바쁘게 움직이는 관원에게 물어물어 찾아왔다.


/工部


음각으로 파인 저 글자에서 뭔가 공밀레의 느낌이 물씬 난다. 고개를 저어 찝찝함을 털어버리고 안으로 들어선다.


“제길···역시 공돌이는 21세기나, 고려나 답이 없구나···에효.”


눈앞을 보니, 눈 밑이 거무죽죽한 이들이 가득하다. 저 중 누군가가 나의 상관일 것이다. 빠른 걸음으로 상석으로 보이는 자리로 다가간다.

깔끔한 예를 취하며

“신, 왕소중. 공부시랑으로 관에 임하였나이다. 이에 인사드립니다.”

“···흠. 자네인가? 어쩌다 여기로 온겐가? 불쌍한지고···”

“아, 같은 공부시랑이신지요?”

“그러하네, 나란 사람은 유신이라 하네. 그저 이름을 그대로 부르게나. 호니 자니···다 의미 없어!”

“하하. 그리하지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고려 시대라 유학이 조선의 성리학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의상 호나 자를 붙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을 그저 부르라 하니 불러주는 것이 도리다.


그가 손을 들어 나를 이끌기에 따라가 본다.

먼지가 가득 쌓인 책상을 툭툭 치며 내게 말한다.

“여기, 두 해가 지났나? 이전 이가 쓰던 곳이니, 쓰시게나. 음서인가?”

“상장군의 추천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래? 말 편히하게나. 듣기로 연배도 비슷하니. 며칠간은 여기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는 것도 좋지.”

“배려 고맙습니다.”


그가 손을 들고 돌아가 다시 서류를 계속해서 읽어 나간다. 나 또한 먼지 쌓인 책상을 털어 내고 일을 할 준비를 해본다. 

이 시대의 기억으로 보통 부서란 것이 있으면 

장에 해당하는 상서가 1명, 부장에 지사 1명, 시랑이 3명 그 아래로는 각 부서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여기는 좀 사람이 바글바글한다.


“복색을 보니, 낭중(정6품)도 아니고···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면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서류를 바라보다 한 줄.

그 옆의 이도 중얼거리다가 주판을 튀기고 한 줄.

무언가를 계속 써나가는 모습이다. 궁금증이 일어 그들의 뒤로 조용히 다가가 본다.


‘상장군께서 산학을 좀 하느냐, 물어보신 것이 이 때문이구나. 한어로 쓰여있으나 온통 숫자야.’


공부의 소속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한어로 잔뜩 쓰인 일종의 재무제표를 정리하고 있다. 

어떤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고, 금액은 얼마에 수량은 얼마다. 그래서 지금 얼마나 남고, 이에 따라 숫자가 맞는가 틀리는 가를 암산과 주판을 이용해 계산하고 있다.


저 멀리 보니, 나와 같은 계급의 유신 또한 그 서류가 맞는지. 검산을 하고 이를 정리해, 서류로 만드는 일을 하는 중이다.


‘문서 지옥이네. 쯧쯧···’


뒤에서 지켜보다가 앞의 산원이 계산을 틀리게 적어 넣는다. 그의 어깨를 조심스레 두드린다.

“어, 뭐요?”

“아니, 거기는 백 삼십 사만 이천 오백 십 삼이라네. 사백이 아니라 오백일세.”

“그럴 리가.”


그가 다시 셈을 시작한다. 

그리고는 ‘오오’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그저 웃어 준다. 옆으로 가보니, 주변의 석성을 보수하는데 드는 석재의 양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규격화가 되었는지, 단순한 곱셈의 향연이다. 주판도 곱셈이 된다는 사실을 다들 안다. 왜냐면 곱셈은 덧셈의 확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3 X 84라면

23을 84번 더해 줄 수도 있고, 84를 23번 더해 줄 수도 있다.


조금 머리를 굴려 한 자릿수 곱셈을 응용하면 

20 X 80 + 20 X 4 + 3 X 80 + 3 X 4 = 23 X 84

라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이를 머릿속으로 자릿수를 맞춰 주판으로 계산하면 되는 일이라 어렵지는 않다. 


고로 기본적으로 구구단을 외우는 것은 산학을 하는 자의 기본이 된다. 이 시대에도 구구단은 외운다. 


옆으로 쭉 둘러보니, 품목은 다르나 비슷한 일을 다들 쭉 하고 있다. 목재, 석재, 철재, 품삯 등등 다양한 품목의 집계를 하고 있다. 

다들 경력이 있는 이들이라, 큰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을 보고 공부시랑 유신을 향해 다가간다. 


그가 검토를 위해 서류에 집중하고 있기에 잠시 기다려 본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한숨을 푹 쉬며 그가 붓을 옆으로 던진다.

“에라! 내가 미쳤지! 으으으! 어? 그래, 어찌 적응은 잘 되어가는가?”

“하하, 자네 덕분에 편히 지내고 있다네. 상장군께 건의한 내용을 실행하고자 하는데, 어찌 상서께서는 바쁘신 것인가?”

“아! 공부상서께서는 동북면 병마사를 겸임하시기에 얼굴 뵙기 힘들 것이네. 알아서 하게나.”

“하? 하하···그렇구려.”


알아서 하라고 한다. 

고려도 현대처럼 결국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구나. 조직이라는 것이 세월이 흘러도 비슷함을 느낀다. 

유신이 마무리하는 자료를 보니, 산원들이 정리한 숫자들이 모여 자릿수가 만만치가 않다. 단순하게 주판으로 계산하자면 참으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숫자를 보니 이렇다. 초딩 수준의 문제다.

9,991*3,992 = ?


그냥 할 수도 있겠지만, 잔머리를 굴려본다. 주판으로 편하게 계산할 방법을 찾아 본다.

9,991 = 10,000 - 9 와 같다.

3,992 = 4,000 - 8 과 같다.


그러므로 식은 이렇게 바꿀 수 있다.

9,991*3,992 = (10,000 - 9)*(4,000-8)


또한 10,000 = A, 9 = B, 4,000 = C, 8 = D로 치환할 수 있다. 그러면 식은 이렇게 바뀐다.

(A-B)(C-D) = AC - AD - BC + BD


원래의 값을 넣어보자. 

= 40,000,000-80,000-36,000+72

= 39,884,072


주판으로 계산이 훨씬 쉬워진다. 

옆에 놓인 빈 종이에 위의 계산 과정을 정리하고, 결괏값을 한어로 적어 유신에게 보여 준다.

“저기 유시랑, 자네를 방해하고자 함은 아니나. 이리하면 더 쉽지 않겠나? 숫자가 이쁘니 말일세.”

“으, 음? 잠시 헷갈린다네. 보자 삼천 구백 팔십 팔만 사천 칠십 이로구나. 하하! 어디 보세나. 으잉?”

“왜 그러는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유신이 신기한 인간을 보듯 나를 본다. 산수가 이렇게 신기하게 볼 일인가? 모르겠다. 

또래를 만나 함께 일하니, 묘하게 즐거운 느낌이다. 그에게 기본적인 내용을 한 번 물어본다.

“자네, 0의 개념은 아는가?”

“우선 이 숫자는 무엇인가?”

“아하, 그렇구나. 지금 서역의 숫자는 조금 다른 것이지. 허나 곧 이리 쓰게 될 것이네. 일부터 구에 해당하는 숫자일세.”

“그러하다, 진법은 십진인가?”

“역시 똑똑한 친구야. 그러하네. 그러니까···”


그에게 숫자 0의 개념과 등호(=)의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그 또한 일을 해오며 스스로 익히는 것에 게으르지 않았기에 쉽게 그 의미를 터득하고는 가로쓰기로 한 번 쭉 써본다.


“허?···무엇이 이리 쉬워지는가. 말이 되지 않아!”

“안될 것은 무엇인가. 직접 해 놓고서는···자네 정말 머리가 비상하구먼. 바로 이 모든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보니.”

“어려서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랐네. 한데 그런 나란 사람을 가르치는 자네는 뭔가? 도깨비인가?”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고 하세나. 하하!”


같은 품계의 유신이 내가 아는 서역의 산학 관련 내용을 정리해 달라고 하도 조르기에 오늘의 업무는 수의 개념과 간단한 방정식과 치환 정도의 내용을 정리했다.

아주 어려운 내용이 아니기에 두어시진이 지나니 모두 정리되고, 서른 장이 조금 넘는 두께의 서책을 유신에게 넘긴다.

“여기, 제목도 붙여야 하는가?”

“음, 내가 해 봄세. 자네가 왕원장이니, 왕원장산학으로 하세나! 어떤가?”

“자네나 볼 내용인데, 뜻하는 데로 하게나. 일은 언제까지 하고 퇴청하는가?”

“지치면 가는 것이지. 정해진 것이 없어! 몰랐는가?”

“···허? 그래?”


잘못 걸린 듯하다. 그가 내가 건넨 서책을 갈무리하고 다른 산원들을 불러, 가로쓰기와 간단한 치환에 관해 설명하자 몇 번의 실수 후에 속도가 붙는다. 

나 또한 그 일을 도우며 쌓여있는 서책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오늘은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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