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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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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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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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도 고려 하세요. ⑤

DUMMY

***


왕소중은 한동안 새로 일하게 된, 공부(工部)의 업무에 집중하고 딸 소희는 해주 왕씨로 부터 고려시대의 예절을 교육받으며 바쁘게 보낸다.


왕소중이 처음 한 일은 산학 관련 조언을 넘기는 것이었다. 이 시대의 사람들도 개념이 없었을 뿐,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 빠르게 습득했다.

 공사의 현장감독에 해당하는 책임자를 일부 인선한 것과 유형거, 거중기의 실물을 만드는 일이었기에 큰 문제가 없이 적용되었다. 

단 현장에서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거중기 외에도 현대의 크레인 정도 되는 것은 만들지 못하느냐는 물음에 관으로 나서기 전에 정리를 해보고 있다.


“흠, 이름이 녹로(轆轤)였나? 이걸 빼먹었네.”


녹로(轆轤)

어린 시절 정약용 선생을 싫어했던 공돌이가 있을까? 싶다. 그 시절은 종교 관련 탄압이 있던 시절이라. 천주교를 믿던 가족들에 엮이면서 고초를 많이 겪었다는 내용이 기억난다.

녹로를 간단히 설명하면 목재로 된 긴 기둥이 있고, 중심부를 기준으로 올리고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거기에 약간의 추가되는 부분이 방향을 트는 것인데 단순한 기어비를 이용해서 수동으로 틀 수 있게 설계한다.

고려시대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가능할 리가 없기에 작은 모형을 만들어 시험해 보기로 하고 마무리한다.


우중충한 날씨

밖으로 나서니, 누이와 소희가 나를 마중해 준다.

소희는 누이의 자녀들과 교육을 받더니, 많이 어른스러워 졌다.


녀석이 나에게 인사하며 말한다.

“다녀오시디오. 아부부.”

“푸하하. 이북 사람이냐? 그래, 다녀올게. 누이 오늘도 부탁합니다.”

“그래, 우리 소희가 영특하구나.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차리니, 가르치는 재미가 있어.”

“하하! 그리 말해주니 고맙소, 누이”


미소를 띠고 산듯한 출근을 한다.

자기 자식 똑똑하다는데 기분 나쁠 부모가 있을까? 하루의 시작이 참으로 좋다.


하지만 이 고려의 공밀레 들이 가득 모인 공부에 들어서니, 그 기분이 금세 사라진다. 여전히 바쁜 모습이고, 오늘따라 유독 공부시랑 유신이 정신없는 모습이다.


그에게 다가가 아침에 설계한 도면을 건넨다.

“유신, 무슨 일 있는가? 오늘따라 더 혼잡해.”

“아- 아! 그래, 자네도 가세나! 불이 나버렸어! 신흥창(구휼 목적의 창고)에 불이 났다는 말일세.”

“불? 어허···전부 목재라 쉬이 꺼지지도 않을 터인데. 어서 가세나.”


유신을 따라 빠르게 말을 몰아간다. 

개경의 포구 인근으로 가니, 연기가 아직도 피어오르는 곳이 보인다. 저 방향이다. 


“워, 워. 불이 크게 났구나! 어허, 이를 어쩐다.”

“유신, 저기 양동이에 담긴 물이라도 퍼다 나르세나.”

“아! 그러세나.”


병사들과 인부들이 수레에 담긴 커다란 옹기에 물을 담아 옮긴다. 우리 또한 다가가 한참을 물을 부어 본다. 역부족이다.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묻은 검댕을 지울 새도 없이 계속 물을 퍼 나른다.


“비, 비다! 비가 온다!”

“어? 하···”


자연의 힘이란 참으로 거대하다. 

수십이 달라붙어도 꺼지지 않던 불길이 비와 함께 사그라든다. 유신과 처마 밑으로 들어가 널브러진다.

“아이고, 삭신이야. 허리 접히는 줄 알았네···”

“유신, 거기 얼굴에 묻었네. 이런 안 지워지는군.”

“아- 내버려 두시게나. 한데 이 날씨에 왜 불이 난 게야?”

“그러게나 말일세. 벼락이라도 떨어진 건가.”


말을 그렇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유독 불에 타버린 창고 옆에만 커다란 고목 한그루가 그을려 있는 것이 보인다. 저기에서 불길이 시작되었나 보다.

유신에게 고목을 가리키며 저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 말하니, 고려 사람답게 답한다.

“하늘이 노하신 게야! 어디 제라도 드려야겠어. ”

“하늘? 아- 그렇지.”


이 시대는 설명이 힘든 자연현상은 하늘의 징벌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왕권이 하늘이 정한 자에 의해 정당성을 가지게 되는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 

드라마를 보면 고려는 용의 자손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저 하늘 별자리와 연관이 있다. 천 년 전에는 지구에서 관측하는 별자리가 조금 달랐기에 지금은 용의 시대 끝자락이다. 


구구절절한 설명을 하더라도, 이 시대의 관념으로는 과학이라는 또 다른 신념을 이해시키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신흥창의 관리를 바로 하지 못한 관리가 천벌을 받을 거라 화내는 유신에게 묻는다.

“자네 혹시 저런 벼락과 같은 천벌을 피할 방도가 있다는 걸 아는가?”

“뭐? 정말인가! 어찌하면 되는가.”

“피뢰침이라는 기물로 하늘의 분노를 땅으로 보내면, 지신께서 그 분노를 사해 주신다네.”

“어허! 정녕 그러한가! 오호라!”


유신이 말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신흥창을 담당하는 관리에게 뛰어간다. 

한참을 손짓·발짓을 해가며 설명하니, 관리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고개를 숙인다. 


의기양양한 자세로 유신이 돌아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하하! 역시 관리는 천벌이 두려워 벌벌 떨고 있더군. 나란 사람이 구해줬네. 어서 내어놓게나, 그 피뢰침이라는 기물 말일세.”

“응? 그런 걸 가지고 다닐 리가 있나. 만들어야지.”

“그러한가? 그럼 어서 가세나!”

“어디를?”


내리는 비를 아랑곳 하지 않고 그가 나를 이끈 곳은 인근에 있는 동을 다루는 소(所, 수공업을 담당하는 구역)였다. 빠르게 한 명에게 다가간 유신이 말한다.

“오랜만일세. 바쁘신가?”

“아이고, 공부시랑 아니십니까.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지요. 어쩐 일이신지···”

“이 하늘의 천벌을 피할 기물을 알아냈다네! 부처님의 뜻을 받아, 저 벼락도 물리치는 것이라네!”

“예?! 그런 것이 있습니까요! 어찌 생긴 것인지.”


유신은 호들갑 계의 1티어 같다.

그가 나를 보며 설명하라는 눈빛을 보내기에 웃으며 간단한 삼지창 모양의 피뢰침을 그려 보여 주었다. 물론 복잡한 구조를 해도 되겠지만, 전자기기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큰 차이가 없다.


내가 그려준 그림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장인이 눈을 찌푸리며 말한다.

“어허! 어찌 하늘의 뜻을 가진 기물을 이리 험한 형상으로 만들겠습니까. 제 혼을 갈아 넣어 만들어 보겠습니다!”

“음? 그렇게까지··· 재료를 동이 들어가거나 쇠붙이로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네. 애쓸 필요가 있으려는가 싶네만···”

“아니지요! 소인 또한 극락왕생을 꿈꾸니, 부처님께 이번 기회에 잘 보여야겠습니다. 비켜 보시지요.”

“허허, 그러시게나”


시뻘건 불길이 이는 화로에 기다란 구리봉을 밀어 넣고, 풀무질을 시작한다. 넘실거리는 불길에 눈이 멀어 버릴 것 같다.

장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골고루 달궈진 봉을 꺼내 형상을 잡기 시작한다. 단순한 봉에서 양 날개가 달린 형상이 되더니, 불에 넣고 형태를 잡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이 단순 반복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저 멍하니 계속 바라보고만 있다. 

그러기를 한참이 지나니, 그저 구리봉에서 이건 뭐 예술작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물건이 탄생한다.


장인이 가는 모래에 넣어 광택을 더한 뒤 우리에게 보인다.

“하하하! 어떠합니까? 이 정도면 극락왕생시켜 주시지 않으실는지요?”

“우화···왕 원장, 놀랍지 않은가? 부처님께서 저기 계시는구나. 저 형상은 금나수인가? 오호-”

“···피뢰침을 이리 만드는 게 맞나 모르겠으나. 정말 대단한 실력이군 그래. 허허!”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추가로 필요한 재료들을 구해본다. 벼락이 떨어지면 전류를 땅으로 흘려보내게 할 전선이 필요하다. 

동은 귀하기에 다른 쇠붙이로 된 것으로 하고, 땅에 깊이 뭍을 쇠봉을 챙겨 신흥창으로 돌아온다.


장인이 이곳까지 따라오기에 묻는다.

“일이 많아 보였거늘, 괜찮겠나?”

“부처님의 뜻을 보이는 일인데, 소인이 꼭 보아야겠습니다. 하하!”

“그러시게나.”


신흥창의 감독하는 관원에게 호화스러운 피뢰침을 보이자. 그 또한 어서 설치하라며 우리를 떠민다.

장인이 직접 설치하는 광영을 달라기에 먼저 땅에 봉을 깊이 박아넣고 쇠로 피뢰침을 연결해 창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날이 개어 맑아지기는 했으나, 혹시 몰라 소리쳐 본다.

“혹여 온몸의 털이 곤두서거나, 머리칼이 붕 뜨는 느낌이 들거든. 바로 던져버리고 내려오게나! 꼭 그래야 하네!”

“예, 예! 올라 갑니다요!”


걱정 말라는 듯 그가 손을 들어 보이며 창고 지붕으로 오른다.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는 듯 조심히 부처의 형상이 새겨진 고려 최초(?)의 피뢰침이 설치된다. 

막상 설치해 두고 보니, 형상이 있어 멋을 더한다. 

“아미타불···천벌을 피하게 해주소서···비나이다.”

“부처님···”


다들 피뢰침을 향해 합장하고 바라는 바를 비는 모습이 경건하다. 나 또한 빌어본다.

“우리 소희, 탈 없이 잘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이를 마지막으로 신흥창의 화재는 마무리가 된다.


공역 관련 문제에 매달리기를 며칠

 피뢰침 소문을 들은 이들이 너도나도 불운을 막을 기물을 설치해 달라 공부로 청탁을 넣는다.

우리 또한 공역 관련 일로 바빠, 이전 소의 장인에게 가보라 하니. 그 또한 해야 할 일이 있어, 난처한 상황이다.


오늘도 또 금위영의 한 장수가 은근히 찾아와 내게 말한다.

“저, 공부시랑··· 금강저를 어찌 하나 구할 수 없겠소이까?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하겠소.”

“아··· 이 중랑장. 이전에도 말씀을 드리지 않았소이까. 그저 모양을 본떠 만드시면 되오.”

“어허! 어찌 그리하오. 왕원장과 유시랑의 금강저가 그 효험이 놀랍다고 하오!”

“금강저는 무슨···그저 쇳덩이요. 피뢰침이라 몇 번을 말합니까!”


아무리 설명해도 안 듣는다.

금강저는 불교에서 금강역사가 들었던 무기인데, 이게 부정이나 액운을 물리치는 효험이 있다는 말이 있다.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고 피뢰침은 금강저로 불린다. 또 양반들은 공덕을 쌓아야 한다며 금으로도 만드는 실정이다. 이런 의도가 아닌데 어이가 없다.


다, 저 호들갑 전문가 유신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은 위험하다 그리 말했지만, 듣지 않고 본인 집에 설치했다가 벼락을 맞을 뻔했다.

공부로 온 관료들에게 또 자랑 중이다.

“여보게, 나란 사람이 부처님의 금강저를 들고 몸소 높은 곳으로 올랐네! 하늘에는 천둥, 벼락이 치고 무서웠으나! 부처의 가호가 깃든 이 기물이 있으니, 어찌 멈추겠는가!”

“어허! 그렇구려!”

“하늘의 천벌이 나를 향해 떨어지던 그 순간! 기물이 자리를 잡았네! 그리고!

“그리고!”

“이 기물의 영험함으로 나는 살아남았네! 어찌 금강저가 대단하지 않다고 하겠나?! 아니 그런가들!”

“오호라!”


21세기에 태어났으면, 훌륭한 연기자가 되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신은 일은 뒷전으로 두고 계속해서 설명하기에 나라도 일을 처리해 나간다.

“최낭장, 석재를 다듬는 이들의 불만은 조금 줄었다는가?”

“예, 어르신. 돌을 캐는 곳에서 맞춰 가져오니, 일이 수월하다 합니다.”

“그래, 형상에 맞지 않으면 돌려보내라 하게나. 서로 미루다 보면 일이 풀리지 않아.”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최낭장이 밖으로 향한다. 다음 일을 처리하려는데 승복을 입은 이가 내게 합장하며 말한다.

“왕 공부시랑 되시는지요. 소승은 흥왕사(興王寺) 승려, 의민이라 합니다.”

“아, 반갑소이다. 어찌 나를 찾으시오?”

“흥왕사 주지 스님께서 어르신을 찾으시기에 말을 전하고자 왔습니다.”

“주지 스님께서? 흠··· 알겠소. 내일 찾아뵙겠다 해주시오.”

“예, 그러시지요.”


그가 합장하고 돌아나간다. 사찰에서 나를 찾을 일이 없는데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 일단 유신의 몫까지 일을 처리하고 퇴근이 우선이다. 우리 딸 보러 가야지. 


===

금강저 : 〈법구비유경〉에서, “금강역사가 금강저를 들었는데, 그 금강저 끝에서 불이 나왔다” 한다.

===

20240910_145237.jpg


작가의말

실제 금강저가 저런 형태로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AI 녀석에게 금강저 리얼하게 그려줘. 라고 시키니 그리기에 추가 해 봅니다.


금강저의 형태와 가장 유사하다 생각되는 것은 예전의 한국형 판타지 대장님이 쓰신 묵향에 나오던 무기 입니다.


다시 연재하시던데, 시대가 바뀌어서 사람들이 글자를 잘 안 읽죠. 먼 곳에서 나마 응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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