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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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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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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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도 고려 하세요. ⑩

DUMMY


수도 개경

개경이 도시화하여 생기는 문제가 많지만, 내 코가 석 자다. 나, 왕소중은 우리 소희만 안락하고 행복하다면 문제가 생겨도 눈 감을 용의가 있다.


누이의 집으로 돌아와, 혼자 생각에 잠겨있자. 소희가 나를 톡톡 두드리며 말한다.


“아부부, 마이 힘드러? 그냥 나랑 놀쟈. 응?”

“그럴까? 그냥 똥 밭에서 뒹굴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떵밭? 히히, 방귀대장 뿡뿡이다. 헤헤.”

“뿡뿡이? 푸하하. 그래 개경사람들이 뿡뿡이라 문제지.”


화약은 장행수와의 거래 정도로 만족하고, 저놈의 똥들을 퇴비로 만드는 작업 정도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기생충과 미생물의 복합체라, 그 똥을 바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숙성시키면서 고열을 발생시키고 삭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일을 하자면, 인분을 수거하고 특정 지역에 다른 낙엽과 같은 무기물을 섞어 일정 기간 마다 물도 뿌려주고 뒤집는 일을 해야 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조금 늦은 시각이나 누이를 찾는다. 마침 상장군께서도 누이의 처소로 와 계신다. 그에게 예를 취하며 자리에 앉는다.


“늦은 시각이나 상의할 것이 있어, 이리 들렀습니다.”

“허허, 다 큰 사내가 누이가 그리워 온 것은 아닐 터. 어찌 무엇이 문제인가?”

“하하, 예. 상장군, 다름이 아니오라. 개경의 인분은 어찌 처리되는 것인지요. 따로 다루는 이가 있는지.”

“음? 인분이라 하였나. 오호라···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문제로구나. 하하하! 아주 놀라운 질문일세!”


상장군께서 어이가 없으신지. 한참을 웃으시고는 내게 답을 주신다.


“양반가 들은 보통 따로 처리할 곳을 두기는 하나. 백성들은 어찌하는지 모르겠구나. 어째서 이런 것을 묻는고?”

“아, 개경 시내를 돌아보니. 시전가에서 멀어질수록 악취도 심하여 보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소인 생각에는 이것을 퇴비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여쭤봅니다.”

“퇴비라···그래. 저 송나라에서도 일부는 인분을 퇴비로 쓰기는 하지. 문제가 있지 않은가? 탈이 많이 난다. 들었네.”


역시 고려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문제 같다. 

이 발효를 한다 해서, 기생충의 알까지 완벽하게 제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소희가 살아갈 개경 환경도 좀 개선하고, 염초 수급이 힘들어질 경우를 대비해 진행해 보고자 한다.


상장군께 마른 풀 등과 함께 섞어 발효시키면, 그 과정에서 탈이 나는 원인을 대부분 없앨 수 있다는 부분을 설명해 드린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시다가 구체적인 방법을 쭉 나열하자. 조금 믿으시는 눈치다. 


그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내게 말한다.


“농사를 돌봄은 이 나라가 해야 할 근본이니. 도움이 된다면 아니할 이유가 없네. 하나, 그 효용이 확실치 않은 것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일터. 어찌 작게나마, 자네의 방도대로 해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예, 공부상서께 말씀을 해주시면 작게 사람을 부려 시험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와주시어 고맙습니다.”

“고마울 것이야. 자네 요즘 들어 많이 바뀌었구려? 무예만 연마하던 왕원장이 아닐세. 허허! 좋은지고···더 부탁할 것이 있는가?”

“일단은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늦은 시각에 폐를 끼처 송구합니다.”

“아닐세, 그럼 가보게나.”


누이 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시간이 늦었으므로 소희에게 돌아와 잠을 청한다. 똥똥똥... 


***


역시 상장군 왕국모 어르신의 입김은 강하다.

그가 모시는 이가 계림공(鷄林公, 왕희)이기에 공부에 현대로 치면 테스크 포스팀 정도 되는 분과가 하나 생겼다.


/상서공부-농무과


관으로 들어서니, 다른 곳으로 가라 한다. 그래서 어쩌다 서경으로 함께 떠나게 된 공부시랑 유신과 함께 이동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처음 보는 관리 한 분이 우리를 맞으며 웃음을 보이신다.


“허허, 자네가 왕원장이신가? 옆에서 표정이 똥 씹은 듯한 이는 유시랑 이겠구려?”

“처음 뵙습니다. 공부시랑 왕소중 인사드립니다.”

“쩝···공부시랑 유신이옵니다.”

“그래, 그래. 나란 사람은 소태보(邵台輔)라 하네. 겸직하는 것이 너무도 많으니, 그저 상서라 좌복야라 부르게나.”


소태보 어르신이 설명하시는 것을 들으니, 고려는 겸직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형부상서, 서북면병마사, 이부상서, 좌복야···

이상하게도 한번 관직을 가지게 되면 현대의 정/부 개념으로 계속 유지되기에 참으로 관직명이 길어진다. 


좌복야 어르신께서 우리에게 자리를 권하시고 말씀을 시작하신다.


“왕 상장군께서 계림공께 뜻을 아뢰어 이리 오게 되었네. 나란 사람은 명분만을 줄 것이니, 실지 일은 자네들이 필요한 이를 불러 해결하게나.”

“···음. 관직을 제수받은 이들을 말씀하시는지.”

“아닐세, 하기 따라 다를 것이나. 임시로 설치된 것이니, 지위의 고하를 논할 필요는 없으이. 뜻하는 데로 하게나.”


“이리 도와주시어, 고맙습니다.”

“단, 한가지는 확실히 해야 하네. 이 모든 일은 계림공께서 허하시어 시작된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게나. 그분의 이름을 빌려, 농무과의 일을 진행해주게.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흠···예. 그리하겠습니다.”


역시나 공짜 점심은 없다.

백성을 보살피는 일의 일종이니, 이 일로 생기는 치적을 계림공께 양보하라고 말씀을 하신다. 

퇴비 만들어서 재벌이 될 것도 아니기에 좌복야 소태보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자신을 찾으라 하시고 그가 먼저 자리를 비운다. 옆에서 아직도 똥 씹은 표정이던 유신이 이제야 툴툴거린다.


“우이씨···상서 어르신, 사람 그렇게 안 봤건만! 나 더러 서경으로 부임하라는 것인가! 으아! 아니 될 일이야!”

“쩝, 본래는 나란 사람만 가려 하였으나. 상서 어르신께서 그리 정하셨네. 미안하이···”

“자네가 무슨 힘이 있겠나. 왜 나를 못 괴롭혀 안달인지! 으이···여기는 또 똥을 만지는 곳인가? 허허···어쩌다 신동 소리 듣던 내가 이리되었는고... ”


자신의 처지가 서글픈지 눈물을 글썽거리기에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를 달래며 마땅한 사람이 있는가 고민을 해본다.


좌복야 어르신께서 아무나 데려다 쓰라고 하셨으나, 관에서 일하고자 하면 속된 말로 급이 좀 있어야 한다. 너무 무식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업무 협조를 받기가 힘들어지기에 그렇다.


우리 가솔 중 적당한 이는 최지운이나, 이미 다른 일로 바쁘다. 유신에게 물으니,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상태가 안 좋다. 

어쩔 수 없이, 상장군께 다시 부탁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일찍 일을 마친다.


***


/농무과 부속 퇴비연구소


발사체 연구하던 이가 어쩌다가 퇴비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한동안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고 필요한 것을 갖추는 것으로 바빴다.


농사를 돌보는 것이 국가의 근본이라더니, 막상 똥을 퍼 날라야 한다니. 함께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현장에서 일을 해줄 인부를 구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흥왕사의 의천 대사께서 승려들을 보내주셨기에 그들과 함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온통 구린내 가득한 곳에서 유신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에이! 그거 뒤집지 말래도!”

“시주, 이리 뒤집어야 발효가 잘된다 하지 않았습니까. 직접 그리 서책에 쓰신 분이···”

“아, 저 원수 같은 왕원장이 말한 것을 옮겼을 분이네! 아, 똥내! ”

“허허, 이것이 옥토를 만든다 하지 않소이까. 참아 보시구려.”


스님은 그저 웃으시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쌓인 퇴비를 뒤집는 일을 하고 있다. 

퇴비가 되려면 그냥 둔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발효되면서 온도가 과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수분도 공급해주고 섞어주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를 피하시라고 창고도 지어드리는 귀한 존재가 우리 퇴비 되시겠다. 


멀리서 유신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지어 보인다. 내가 건의하기는 했지만, 이 썩는 내는 적응이 되지를 않는다. 아직 적당한 조건을 못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적절한 배합비를 찾는 일을 하시는 스님께 생각을 전한다.


“흠, 이 제대로 된 퇴비는 마치 흙냄새가 난다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부엽토와 다른 것들의 비율을 늘려보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그리하시지요. 지주 스님께서 과거 지나 대륙을 유학하시던 시절 구한 서적이라며 주셨습니다. 어찌 이것을 참조하시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사시찬요(四時纂要)? 흠···오호라. ”


그가 건넨 서책들을 읽어보니, 내용이 생각보다 충실하다. 계절별로 해야 할 일과 가축을 다루는 방법 등의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 외에도 농기구 손질법이나 간단한 약재를 다루는 법도 포함되어있다. 

의천 대사께서 귀국하시기 전에 서책을 수천여권을 수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 그런가 보다. 이런 서책이 널리 퍼진다면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물어본다.


“스님, 이런 서책을 백성들에게 보급할 수는 없을는지요? 비록 저 대륙의 것이나,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허허, 소승이 견문이 짧아 확답을 드릴 수는 없사오나. 백성의 태반이 글을 모르지요. 단순히 보급한다 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겠습니다.”

“아!···한어지? 이런···”


생각해보니, 글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데···책을 널리 뿌린들 무엇하겠는가. 글을 아는 이가 알려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 업무를 하며, 관련된 내용이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농사관? 뭐더라···농무관? 이런 내용을 백성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관리가 있지 않습니까?”

“아, 권농사를 말씀하시는지요?”

“그래, 권농사. 예, 그들은 무엇을 하는 것인지···”

“허허, 관에 계시니. 소승보다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아닌가 봅니다. 권농사를 겸하는 것이지, 이 일만을 하지는 않습니다.”

“아하···또 그놈의 겸직.”


겸직.

질리도록 듣는 겸직이다. 지방관이면서 도의 장이거나 양면(동북, 서북면)의 방어판관에 해당하면 또 이 권농사를 겸한다는 내용인데···

현실적으로 보면 말이 쉽지. 거의 못 한다고 보면 되겠다. 일단 일 보 후퇴다. 


깔끔하게 접고, 적정 배합비를 찾는 일에 다시 몰두한다.

똥 : 갈색을 띠는 식물 : 녹색 식물 = 1 : 1 : 1 부근이 그나마 효율이 좋은 것 같다.

아주 똥똥, 지겨운데 얼마나 묽으냐에 따라 수분을 좀 잘 조절해주는 노하우도 필요하고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머릿속이 온통 똥으로 가득해져 가던 어느 날 구세주가 한 명 우리를 찾아왔다.


관복이 반들반들하고, 쭈뼛거리는 것을 보면 신임 관료 같은데 그가 들어오기를 주저하기에 내가 밖으로 나가 그를 맞이한다.


“혹시! 자네가 이 일을 담당하기 위해 왔다는 자유로운 영혼인가?”

“허익! 놀랐습니다. 예, 공부시랑. 을과에 급제한 이경필이라 합니다.”

“역시 을과라면 제술업에 해당하니! 명문으로 이 똥들···아니 백성을 구할 퇴비에 대해 작성해주게나! 과거의 목적에 딱 맞아!”

“···제술업이 시를 짓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온지. 허헙, 왜 이리 사람을 끌고 가시는지요! 어허!”


무슨 똥 가공공장에서 시를 짓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끌고 들어간다.

이럴 때는 나와 죽이 잘 맞는 유신도 역시 제술업 하면 퇴비를 만드는 것이라는 개소리를 하며 그를 세뇌시킨다.

과거 당시 그의 경문이 예를 따르지 않았다 논란이 되어 여기까지 와버렸나 보다. 그렇든 말든 우리를 대신해 준다면, 그 누구라도 환영이다. 


이경필을 세뇌하는 작업에 열중하며, 농무과 부속 퇴비연구소의 작업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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