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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딩동
작품등록일 :
2024.09.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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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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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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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우주에서 온 시스템

DUMMY





소년이 눈보라를 맞으며 나아가다가 그만 멈춰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엄마······ 엄마에게 가야 하는데······.”


울먹이던 아이가 다시 일어서 제 눈을 슥- 닦고는 눈보라와 맞섰다.


“분명 엄마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새빨개진 뺨, 올망졸망한 이목구비엔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눈보라를 헤치고 걸어갈 무렵.


“오케이!”


감독의 확성기에서 오케이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스탭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추운데 고생했지? 세상에 너 같은 아역만 있으면 좋겠다니까.”


감독이 기가 찬 탄성을 뱉었다. 보통 10살이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십의 스태프에게 기가 죽기 마련이다.

게다가 오늘 같은 야외 촬영은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더 부담스러웠을 텐데.

아무리 얼굴이 귀엽고 연기 학원 출신이라 해도 막상 카메라 앞에 세워 놓으면 오른쪽 왼쪽도 구분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 아역이었다.

그러나 이유한은 달랐다.

그는 3세에 기저귀 광고 모델을 시작으로 이미 7년 차에 진입한 어엿한 배우였다.


“그래도 모니터할래요.”

“그럼, 이리로 와봐.”


유한이 감독이 조금 전 찍은 장면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한 번만 더 가면 안 돼요? 대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버전도 좋아.”

“눈 그치기 전에 한 번만 더 갈게요. 네?”


유한은 단순히 천재적인 아역이 아니라 나이만 어린 참 배우였다.


“그럼, 한 번만 더 가자. 지금 단체 씬 찍을 다른 아역들이 내내 기다리고 있으니까······.”

“우선, 유한이 핫팩부터 갈아주고.”


아역의 세계도 냉정했다. 하지만, 유한에게는 친절한 세상이었다.


“엄마······ 엄마에게 가야 하는데······.”


역시 유한의 연기 실력은 보통 아역이 아니다.


“분명 엄마가 날 기다리고 있겠지?”


대사가 바뀌었다.


“그럴 거야······ 그러니 나는 꼭 엄마를 찾아야 해.”


유한이 신동으로 알려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감정에 따라 나오는 애드리브였다.


“오케이! 이거 완전 퍼펙트하네!”


감독이 신이 나서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다 질렀다.


“자, 그럼 다음 씬은 아역 단체 씬이니까 다들 준비하고.”


그 말에 끝도 없이 기다리던 아역들이 하나둘 엄마 손으로 준비하고는 카메라 앞에 섰다.


“자, 씬 넘버 57. 태욱이는 유한이랑 같이 대사 잘하고, 나머지는 울기만 해.”


드라마든 영화든 대본의 순서대로 촬영할 수는 없다. 제작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즉, 이번 씬은 아까 유한이 찍은 씬의 과거 장면이 되는 것이다.


“레디, 스타트!”


감독의 말과 함께 슬레이트 치는 소리가 울렸다.

유한은 아까처럼 자연스럽게 눈발이 흩날리는 곳에 서서 다른 아역인 태욱을 바라봤다.


“난, 엄마를 찾아서 갈 거야.”


유한의 똘망똘망한 눈동자가 결연하게 빛났다.

그에 비교해서 상대인 태욱은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나, 나는······.”

“다시 할게요.”


태욱이 대사를 소화하지 못하자 유한이 의연하게 말했다.


“너도 너무 긴장하지 마. 그냥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거야.”


태욱에게 조언한 유한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촬영이 재개됐다.


“난, 엄마를 찾아서 갈 거야.”

“나, 나도······.”


목소리가 떨리긴 했지만, 아직 NG까진 아니었다.

그때 유한이 아까처럼 태욱의 눈을 봤다.

긴장이 풀렸는지 태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같이 가.”


태욱이 무사히 대사를 끝내자, 감독이 ‘오케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태욱의 엄마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와서 고가의 패딩을 태욱에게 입혀주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유한이 수고 많았어.”

“감사합니다, 감독님.”


유한의 엄마 미희가 감독에게 인사하고는 도도하게 다른 아역들의 엄마를 지나쳐갔다.

천재 아역의 엄마라는 타이틀에 흠뻑 취한 모습이었다.


“자, 가자. 유한아.”


미희가 유한의 팔을 잡아끌려고 할 때 태욱이 다가와 작은 초콜릿을 건넸다.


“아까······ 고마웠어.”

“별거 아냐. 너무 긴장하지 마.”


유한은 초콜릿을 받아 들고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차로 향했다.

시각은 벌써 저녁 9시였지만, 지금부터 CF 촬영이 있었다.


“가는 길에 먹어.”


미희가 평소대로 김밥을 건네자 유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집안의 어린 가장이 되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른 아역들이랑 어울리지 마. 수준 떨어지잖니.”


유한은 어릴 때 귀여운 어린이 대회에서 우승했고 그때 소속사 사장인 한성철의 눈에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CF를 찍으며 연예계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아역으로서 이유한의 위치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모든 매스컴이나 유한과 일해본 감독들은 입을 모아 유한이 한국의 배우계에 큰 획을 그을 거라고 예측했다.


“넌, 하던 대로만 하면 돼.”


늘 똑같은 미희의 말에 김밥을 먹으며 유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19년이 지났다.

이유한은 29세가 되어 남자 배우의 전성기를 맞이할 때가 되었다.

훤칠한 키에 아역 때의 올망졸망함은 어디로 가고 수려한 얼굴을 갖춘 유한은 어딜 가나 환영받는 배우였다.


“아유, 우리 유한이 왔어? 이렇게 일찍 올 필요 없다고 했는데······.”

“세트 분위기나 읽으려고요.”

“온 김에 바로 시작할까?”

“그래도 되고요.”


이제 유한을 둘러싼 스탭들은 고작 몇십 명이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이해가 안 가.”


유한이 독백을 소화하고 있었다.


“아니, 내 여자가 되라는데 고민할 여지가 있나?”


순수하게 오만한 대사를 소화하는 능력도 발군이었다.


“참······ 이해가 안 가는 여자란 말이야.”


그때 감독이 오케이를 외쳤다.


“유한이는 캐릭터 장악이 뛰어나다니까.”

“다들 하는 건데요 뭐.”


유한이 싱긋 웃자, 촬영장의 분위기가 화사해졌다.


“그래, 다들 하는 거긴 하지.”


조명 때문에 얼굴이 뜨거웠다.


“그런데 유한아.”

“네?”

“너는 왜 다들 하는 걸 못 하냐.”


순간, 유한이 몸을 벌컥 일으키며 잠에서 깨어났다.


“헉······ 헉······.”


조명의 열기라고 생각했던 건 에어컨도 없는 원룸 탓이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깨어난 유한은 제 스마트 폰을 보며 현실을 깨우쳤다.


[지난번 오디션 떨어졌다. 아깝게 됐으니, 사장님이 다음 주 오디션 2개 필참이라 하셨어.]


아깝긴.

유한은 오디션에서 제 실력의 백 분의 일도 보여주지 못했다.

긴장해서? 10살 때도 그리 태연했는데 말이 되질 않는다.

천재 아역 배우였던 이유한이 막상 전성기를 맞아야 할 29세에 이런 원룸에 처박혀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밑도 끝도 모르는 슬럼프였다.

스물이 되자마자 회사를 옮기고부터 신기하게도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아역에서 배우로 전환하는 과정이 워낙 중요했지만, 천재라 불리던 유한에겐 벽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슬럼프는 길고 깊었다.

유한은 어릴 때부터 아역을 하느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사회와 담을 쌓고 살았다.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였던 셈이었다.

혹시 그게 문제였을까? 유한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일부러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미칠 듯이 연습하든 알바를 하든 연기가 늘거나 일이 잘 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뭐라고 하나······ 이유한 씨는 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야.

-몸은 자랐는데 연기력은 아역의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최근에 선호하는 비주얼이 아냐.


재능은 아역이 한계였던 건가.

그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후 유한은 소속사 사장이 물어다 주는 작품에만 간신히 출연했다.

대부분 순애보를 가진 남자 주인공 역할이었는데 정통 멜로 시장이 줄어들면서 작품 수도 하나둘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유한은 철 지난 멜로에나 출연해서 이미지를 다 소비한 옛날의 천재 아역이 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꿈자리는 사나워서······.”


유한이 적적함에 TV를 켰다.

그러자 누구를 놀리기라도 하듯 멋들어진 커피 CF에 출연한 신태욱의 모습이 보였다.


‘커피, 그 이상의 커피를 만나다.’


대사는 물론이고 비주얼도 요즘 트렌드에 맞는 태욱의 모습이 마치 그림같이 완벽했다.

열등감? 내가 저 자리에 있어야 했다는 생각?

그런 건 이미 백만 번도 넘게 했다.

하지만 그거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유한이라고 노력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따라오지 않았다.

연기력은 아역 시절에 멈춘 채로 늘지 않았고 어쩜 그렇게 귀신같이 트렌드의 정반대로 가는 선택만을 할 수 있었는지 자신이 봐도 기가 막힐 정도였다.


“마이너스의 손이라 해도 할 말이 없지.”


유한의 어머니인 미희는 아역 시절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자마자 거액의 계약금을 준다는 회사에 유한을 팔아넘기다시피 했다.

그 회사에선 유한의 계약금을 다 받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어떤 작품이든 돈만 주면 유한을 내돌렸다.

그러던 그가 마이너스의 손이란 별명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 있었으니······ 마지막으로 주연을 맡았던, 한국 영화사의 수치라고 불리는 <오로라>였다.

당시 유한은 외계인과 대치하며 탭댄스를 추듯 검무를 추고 CG로 15명이 되어 날아다니며 진을 펼치는 혼신의 연기를 보였고 바로 그 혼신의 연기가 한국 영화사의 암적인 존재로 찍혀버렸다.

아직도 세간에서 ‘<오로라> 됐다.’라는 말이 ‘망했다’라는 말과 똑같이 쓰일 정도였다.

유한은 그 작품의 시사회 평가를 보고 혼자 화장실에서 울분의 눈물을 흘리다가 바로 입대해 버렸다.

그게 한창 시작이어야 할 나이 스물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유한은 어릴 적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초라한 29살을 맞이하고 말았다.

참으로 <오로라> 같은 일이었다.


“오늘도 날렸구나.”


유한이 텅 빈 스마트 폰의 메시지 함을 보며 말했다.

이젠 이유한이란 배우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

29세, 남배우로선 한참 전성기를 달릴 시기인데도 말이다.

그때 유한의 스마트폰에 어쩐 일로 메시지가 떴다.


[저번에 조연 오디션 친 거 붙었으니까 촬영 준비해.]


그 말에 유한은 입이 썼다.

그 작품은 신태욱이 주연으로 나오고 인기 작가와 감독이 손을 잡은 기대작이었다.

거기에서 유한의 역할은 그저 옆집에 살며 대사 두어 마디가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아역 시절의 이름이 있어서 ‘특별 출연’이라는 말이 붙은 채였다.

그래. 어찌 보면 아역 시절과 운명이 바뀐 셈이었다.


“차라리 <오로라>가 현실이었으면······.”


아직도 인터넷에 <오로라>를 치면 무수한 논쟁이 떠오른다.

아무도 결말이 무엇인지,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건 주연이었던 유한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오로라>처럼 외계인은 없나······.”


유한이 냉혹한 현실에서 도피하며 도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오늘의 꿈만은 평소와 확연하게 달랐다.


[상태창 및 성장 프로그램을 입수했습니다.]


허공에서 기계음같은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지금 인스톨하시겠습니까?]


그게 뭔데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호기심이 먼저였다. 유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호기심이 든 순간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긍정의 답을 인식했습니다. 지금부터 인스톨에 들어갑니다.]


유한에겐 아무런 실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인스톨이 완료되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거지?


[이제부터 상태창과 성장 프로그램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뭔데.


[마지막으로 시스템을 보내주신 분의 메시지를 전달하겠습니다.]


그건 또 누구인가.


[우리 은하에 평화를 가져다준 영웅 ‘오로라’의 스타에게 영광이 깃들길 바라며.]


이거야말로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꿈이라도 또 ‘오로라’ 소리를 들으니, 치가 다 떨린 나머지 잠이 확 깨며 벌컥 몸을 일으켰다.


“상태창은 무슨 상태창, 내가 뭐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중얼거리던 유한이 순간 멈추고 말았다.

지금, 코앞에 홀로그램과 같은 창이 보였다.

친절하게도 상단에는 ‘상태창’이라는 글자도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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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묵언수행 24.09.16 16 0 12쪽
8 거장의 관심 24.09.16 18 0 12쪽
7 다시, 한 걸음 24.09.15 20 0 12쪽
6 청년과 노인 24.09.14 24 0 12쪽
5 계약의 조건 24.09.13 31 1 12쪽
4 돌멩이의 가능성 24.09.12 36 2 12쪽
3 아닌 밤중에 홍두깨 24.09.11 39 2 12쪽
2 은하의 영웅 24.09.10 48 3 15쪽
» 우주에서 온 시스템 24.09.10 7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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