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우주 대스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린딩동
작품등록일 :
2024.09.10 13:08
최근연재일 :
2024.09.18 14: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29
추천수 :
12
글자수 :
60,751

작성
24.09.12 18:20
조회
36
추천
2
글자
12쪽

돌멩이의 가능성

DUMMY

유한은 옆집 사람에서 홍두깨가 되었지만, 처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 보다시피 우리 계약 기간은 끝났어.”


소속사 사장이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그곳엔 유한이 만져본 적도 없는 액수가 적혀 있었다. 어머니 미희가 유한을 팔다시피 해서 가져간 돈이었다.


“재계약 할 거냐?”


사장의 눈에 간절함은 없었다. 유한은 계약 이후 거의 노예처럼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걸로 사장은 투자금을 다 회수했지만, 이제 유한의 스타성은 끝난 지 오래였다.


“물론, 계약금도 없고 대우도 더 좋게 해 준다고는 못해.”

“그만하겠습니다.”


유한의 말에 사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간신히 손해만 면한 수준이니까, 피차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자.”

“예.”


천재 아역 출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유한의 커리어는 하향세만을 타왔다.

그리고 유한은 이제야 막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성장에 지구의 이론으로는 밝힐 수 없는 락이 걸려 있었다는 거였다.

즉, 유한은 이 회사로 온 9년 전에 이미 성장이 멈춘 상태였다.

그리고 그 락을 풀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긴 지금은 다시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럼, 가봐.”

“예,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유한이 일어서서 꾸벅 인사했다. 자신을 개처럼 굴리긴 했어도 투자금만 회수하고 놓아주는 게 지금으로선 고마운 일이었다.

지금의 유한은 이 회사를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았다. 그에겐 이제 알파가 있지 않은가.


“난 이제 달라질 수 있어.”


집에 돌아온 유한은 바로 상태창부터 찾았다.

소속사가 없어진 실감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은가.


“상태창.”


[연기력 : C]

[전달력 : D]

[이입력 : D]


여전히 변함이 없는 창이었다.

하지만, 유한은 이미 속독을 얻어서 성장을 느껴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다른 능력치도 성장시킬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이제부턴 이입력을 올릴 수도 있다.


“또 능력치를 올릴 방법은 없나······.”


혼잣말이었지만, 상태창이 바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에픽 퀘스트나 메인 퀘스트를 통해 능력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그건 이제 나도 알아.”


유한이 생각에 잠겼다.


“퀘스트는 내 현실 상황을 반영해서 나온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결국, 방구석에선 뭘 할 수가 없다는 거네.”


하지만 이 정도에서 좌절은 섣부르다. 다시 성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한의 세계는 달라졌다.


“연기력을 올릴 수 있는 퀘스트가 나오면 좋으련만.”


연기력은 타고난 재능과 숱한 노력으로 겨우겨우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배우 인생 정점의 능력치다.

그걸 퀘스트를 통해 올릴 수 있다면 어떤 퀘스트가 나오든 다 받아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D 클래스의 스탯을 올리는 것조차 벅찼다.

자연히 유한은 제 스탯에서 높은 것보다 낮은 걸 우선해서 봤다.

지금 위치에서 장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했지만, 나쁜 쪽으로 튀지 않도록 막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제대로 된 배역이 없으니 나쁜 쪽으로 한 번만 튀었다간 영향이 어마어마할 거다.

게다가 이젠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일을 알선해 주던 회사도 없다.


“현재 룬이 하나, 이입력 해금······.”


시작이라 그런 걸까.

몸은 피로했지만, 각성한 뇌는 그 피로를 지워버리고 다시 대본을 들게 했다.

아까 진행도 100%를 만들었던 서브 퀘스트는 다시 0%의 진행도로 돌아가 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야.”


서브 퀘스트는 무한히 반복할 수 있다. 유한은 그렇게 룬을 모으기로 했다.


“후······ 아직 12%인가.”


그러나 유한이 느끼기에 갈 길은 아주 멀었다. 게임으로 치면 튜토리얼을 막 켠 셈이었다.


“그래도 뭔가 달라진 것 같다면 기분 탓일까.”


유한이 진지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주연일 때도 내 발음이 상황에 따라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그게 현장의 스탭과 관객에게 전달되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한은 아역 시절 남보다 능숙했을 뿐이지, 천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 아아!”


유한이 목을 풀었다.

아역 시절 학원에서 배운 대로 입술을 다물고 부르르르······ 소리를 내보기도 했다.


“다시, 대본을 정독해 볼까.”


유한이 각을 잡고 다시 대본을 쥔 채 열연을 펼쳤다.

그러자 매번 정독을 마칠 때마다 퍼센테이지 막대기가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이젠 회사도 없으니 레슨을 시켜달라고도 못할 테고······.”


유한은 오랜 세월 연예계 생활을 했지만, 19살이 되자마자 어머니 미희가 거액의 계약금을 받아서 가는 바람에 큰돈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그가 인생 경험을 쌓아 연기력을 늘리겠답시고 했던 알바 덕분이었다.

그는 낮엔 카페에서 일하며 남들을 관찰했고 밤엔 대리를 뛰며 남의 속내를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기력은 눈곱만큼도 나아지지 않아서 정말 배우란 직업을 포기하려던 찰나였다.

그때, <오로라>로 은하의 평화를 찾은 외계인들이 유한을 구해준 셈이었다.


“하지만 외계인한테 매니지먼트를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배우 생활에 매니지먼트는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유한과 계약하려는 회사가 있을까? 업계에서 유한은 잊힌 아역이자, 이미지를 소비할 대로 소비한 퇴물이었다.

전부 계약금을 준 만큼 뽑겠다는 사장의 전략 탓이었다.


“있다고 해도 딱 한 명뿐이겠지······.”


유한이 망설이며 폰의 연락처를 뒤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락할 수 있는 곳은 단 하나였다.

바로, 한 엔터테인먼트로 일명 한 엔터로 불리는 회사다.


[한성철]


그는 광고 모델이었던 유한을 배우로 발굴한 소속사 사장이었다. 유한의 아역 시절은 한성철을 만나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머니 미희가 계약금 욕심을 부리면서 재계약이 불발되고 어찌 보면 배신하듯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런 어머니는 이제 유한에게 쓸모가 없어지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입이 쓴 이야기였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는 거야.”


유한이 내내 폰을 붙들고 선뜻 무어라 적질 못했다. 지금 한 엔터는 소수 정예의 배우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유한이 성장하기에 그보다 좋은 회사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한 엔터의 사장은 한성철이 아들인 성현이 이어받았다고 들었다.


“그 후로 연락 한번 한적이 없으니······.”


유한이 폰을 접었다가 다시 또 한숨을 쉬며 폰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답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9년간 막혔던 성장이 다시 시작되지 않았는가.

이 기회를 날리는 건 인생을 날리겠단 소리다.


[사장님, 이유한입니다. 혹시 언제쯤 통화 가능하실까요?]


여기까지 친 유한이 한동안 액정을 보다가 한숨을 쉬고 메시지를 지웠다.


[한 사장님, 이유한입니다. 한번 뵙고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유한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메시지를 쓰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그대로 전송했다.


“자, 일단 보냈······.”


그러나 유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한성철이었다.


“여, 여보세요······.”

‘그래, 유한이냐? 오랜만이고. 너 오늘 저녁에 뭐 해?’

“딱히 일정은 없는데요.”

‘그럼, 오랜만에 한잔하자. 마침 아는 감독이랑 약속이 파투가 나서.’

“예, 주소 찍어주시면 바로 가겠습니다.”

‘오냐. 이따 보자.’


한성철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태도였다. 오히려 그게 유한의 마음을 떨리게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아역 배우에게 엄마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였다.

그리고 유한의 어머니는 한 번 한성철을 배신했다.


“그래도 만나준다는 게 다행인 건가.”


유한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리 오래 연예계 생활을 했으면서도 제 손으로 계약해 본 적이 없었다.

전부 어머니인 미희가 모든 일을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희는 젊은 퇴물이 되어버린 아들에겐 일말의 관심도 보여주지 않았다.


“하긴, 친엄마도 실망했는데 사장님들은 오죽하겠어.”


이 바닥에선 무조건 뜨는 게 실력이었다.

연기력이 어떻든, 외모가 어떻든, 팔려야만 살아남는 것이다.

그리고 유한은 살아남지 못했다.


[7시까지 강남 청개구리 집.]


한성철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유한은 6시인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



잠시 후, 강남 청개구리 집이라는 술집에 도착했지만, 한성철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저······ 일행이 있을 텐데······.”

“혹시 이유한 씨라면 대나무 방에 일행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유한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나무 방이란 명패가 달린 곳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침을 꼴깍 삼키고 문을 열었다.


“······어? 실례합니다. ”


방 안에 있는 건 명품 슈트를 입고 날렵한 검은 테의 안경을 쓴 스마트해 보이는 30대의 남성이었다.


“제가 방을 잘못 찾은 것 같네요.”

“이유한 씨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다.


“사람 제대로 찾아오셨으니 일단 앉으시죠.”

유한이 그제야 손에 들린 명함을 봤다.


[한 엔터테인먼트 사장 한성현]


“아니면 설마 나, 못 알아보는 거야?”

“형······? 성현이 형?”


그제야 지적인 남자의 얼굴에서 친근했던 구석이 보였다. 가끔 촬영장에 오가던 성철의 아들 성현이었다.


“오랜만이다.”

“네.”


하지만, 어색해도 너무 어색한 재회였다. 이런 자리를 만들다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성철의 장난기는 그대로인 모양이었다.


“잘 지냈냐고 물어보면 안 되겠지.”

“네.”


유한이 담담히 답했다.

성현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절의 유한과 지금의 유한을 겹쳐보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땐 참 빛나고 멀어 보였는데······.”


그 뒷말은 유한도 알 것 같았다.

이제 어느 가게에 와도 유한에게 싸인을 부탁하지 않는 이치와 같았다.


“오늘 자리는 아버지 장난이기도 하지만, 내 고집으로 나온 거야.”


성현이 뜻밖의 말을 꺼내더니 먼저 술병을 들어 유한의 잔을 채웠다.

유한도 자연스레 성현의 잔을 채워주었지만, 둘 다 술에 입을 대진 않았다.


“들었겠지만······ 현재 한 엔터는 사장인 내가 이끌어가고 있어.”


유한도 지나가는 소리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까진 몰랐다.

무명의 서러움은 남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만이 아니다.

나 역시 그들의 세상을 모른다는 것이 더욱 큰 소외감을 들게 하는 법이었다.


“형은 왜 절 만나러 오신 거죠? 혹시 한성철 사장님께서······.”

“지금 사장은 나라니까.”

“아, 그랬죠. 죄송합니다.”


성현이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며 날카로운 눈초리로 유한을 봤다.


“현재 우리 한 엔터는 수는 적지만 알찬 배우들을 데리고 있어.”

“그건 저도 잘 알죠. 그런데 왜 형이 대신 나오신 거예요?”

차라리 한성철이 나왔다면 인정에 호소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 아들인 성현은 철두철미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그러자, 유한도 긴장하는 대신,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저 같은 사람을 만나주실 여유도 없으실 텐데.”

“의외로 있어.”


그 말에 유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릴 적 촬영장에서 봤던 이유한은 내 기억 속 어떤 배우보다 빛나고 있었거든.”


성현은 유한보다 다섯 살이 많았다. 초등학생이었던 그의 눈엔 무대 위의 유한이 멀고도 대단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모두 옛날이야기였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현재 회사와 재계약이 불발된 것 같다는데, 사실인가?”


이 바닥의 눈치는 너무도 빤하게 돌아간다.


“네, 맞아요.”

“그렇다면 FA 상태라는 거네.”


FA라······

그건 신태욱처럼 잘나가는 배우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유한은 막 시장에 나온 최상품이 아니라 그저 던져진 돌멩이나 다르지 않았다.


“네, 소속은 없어요.”


그러나 그 돌멩이가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알고보니 우주 대스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변경 : 무한 퀘스트로 괴물배우 ▶ 알고보니 우주 대스타 NEW 23시간 전 3 0 -
11 돌려 받은 조언 NEW 23시간 전 9 0 11쪽
10 다짐 24.09.17 13 0 11쪽
9 묵언수행 24.09.16 16 0 12쪽
8 거장의 관심 24.09.16 18 0 12쪽
7 다시, 한 걸음 24.09.15 20 0 12쪽
6 청년과 노인 24.09.14 24 0 12쪽
5 계약의 조건 24.09.13 31 1 12쪽
» 돌멩이의 가능성 24.09.12 37 2 12쪽
3 아닌 밤중에 홍두깨 24.09.11 39 2 12쪽
2 은하의 영웅 24.09.10 48 3 15쪽
1 우주에서 온 시스템 24.09.10 73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