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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딩동
작품등록일 :
2024.09.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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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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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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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관심

DUMMY



무대에 오른 유한은 본능적으로 관객석을 살폈다.

본래 30명짜리 소극장인데도 절반이나 자리가 비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바는 아니었기에 마음이 꺾이진 않았다.


“···그럼 길을 찾아보게. 계속해서 걷는 한, 길은 계속 존재하니까.”


그 대사를 뱉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렬한 무언가가 객석을 향해서 뿜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유한의 착각이 아니었는지 일부 관객들이 더러 숨을 멈추거나 눈물을 찍어냈다.

바로 <호소>의 효과였다.

그렇게 유한이 마지막 대사를 마치고 극이 끝나자, 박수가 들려왔다.

인원을 생각하면 반응이 꽤 좋은 편이었다. 연기할 땐 작품에 심취해서 몰랐는데 호응이 생각보다 뜨거웠다.

연극은 월, 수, 금, 주 3일로 한 달을 채워서 공연한다.

오늘의 무대가 내일의 관객이 될 수 있으니, 유한의 어깨가 무거웠다.


“오늘 연기 아주 좋았어!”


처음엔 적대적이었던 감독도 유한의 어깨를 두드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대로 입소문만 잘 타면 관객도 늘어날 거야.”


모두 생각하는 바는 같았다.

유한은 오늘의 연기가 내일을 도울 수 있길 바라며 분장을 지워냈다.



***



그리고 다섯 번째 공연 날.

막이 오르기 전, 상태창이 빛났다.


[에픽 퀘스트 : 관객 30명 이상을 모아라.]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능력치 ‘연기력’ 성장이 해금되었습니다.]


이거야말로 유한이 바라 마지않던 성장이었다. 배우라면 역시,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청년과 노인]은 썩 괜찮은 시작점에서 출발해 마지막 공연을 앞두게 되었다.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간 한 달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이 바로 마지막 공연이었다.

여태 작품을 이끌어왔다는 보람이 들었지만, 이 작품이 끝나면 또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유한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운이라는 건 변명일 뿐,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 의지를 갖는 것조차 운이라면 자네는 어떻게 할 거지?”


조용한 소극장에서 유한의 대사가 또렷하게 객석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특히 스킬 <호소>가 발동할 때 감격하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극을 이끄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럼 길을 찾아보게. 계속해서 걷는 한, 길은 계속 존재하니까.”


유한이 <호소>가 담긴 마지막 대사를 마치자, 막이 내려가며 박수가 울렸다.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열연을 펼친 유한의 이마엔 송골땀이 맺혀 있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연극이 끝났다.

유한은 연극 무대에 서면서도 룬을 벌써 7개나 더 모았다.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스킬 <호소>에 익숙해져서 마지막 대사의 여운을 강렬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청년과 노인]은 연극 마니아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 몇 차례 만석을 채웠다.

그러나 이제 갈 곳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형, 누가 분장실에 찾아왔는데요.”


분장을 지우던 유한이 보배의 말에 돌아봤다.


“최익현 감독이라는데······ 아는 분이에요?”


그 말에 유한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최익현 감독은 독립 영화로 시작해 늘 평단의 찬사를 받는 수작을 제작하는 감독이었다.

만일 <오로라>를 최 감독이 만들었다면 유한은 이곳에 없었을 것이다.


“당장 모셔.”

“네, 형.”


잠시 후, 노크가 울리더니 최 감독이 들어왔다. 유한은 그를 보고 일어서서 꾸벅 인사를 올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유한입니다.”


조금 긴장한 유한과 달리 최 감독의 시선엔 여유가 넘쳤다.


“이번에 새로 찍을 작품에 새 얼굴이 필요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여기까지 왔군요.”


처음부터 솔직한 감독의 말에 유한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최근 입소문을 탄 연극이 있다기에 보러 왔는데······ 오늘이 세 번째입니다.”


그 말에 놀란 유한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유명세와 예술성을 떨치는 최 감독 같은 사람이 30명짜리 소극장에 세 번이나 관람하러 오다니.

그런 퀘스트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의 어떤 퀘스트가 성공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작품의 비공개 오디션에 참여해 볼 생각 없습니까?”


비공개 오디션.

이건 말 그대로 제작진이 눈독을 들인 배우들만 데리고 따로 진행하는 오디션이었다.

즉,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1단계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영광입니다.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최 감독이 명함을 건넸다.


“솔직히 이유한 배우의 커리어를 볼 때 이런 소극장에도 오르는 게 의아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알 것 같군요.”


유한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순간적으로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럼, 소속사 통해서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최 감독이 깔끔하게 정리하곤 분장실을 떠났다.


‘세상에······.’


그러자 뒤늦게 유한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다른 이도 아니고 한국 예술 영화의 정점이라는 최익현 감독이다. 비공개 오디션을 제안받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침 한 엔터와 계약을 맺은 상황이라는 것도 다행스러웠다.


[현재 상황을 반영하여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기다렸던 말이었다.


[에픽 퀘스트 : 거장의 뮤즈가 되라.]

[최익현 감독의 카메라에 담겨 연기를 펼쳐라.]

[보상 : 능력치 ‘연기력’ 한 단계 업그레이드.]


드디어 그렇게 기다렸던 연기력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아직 연기력 상승의 자물쇠만 풀었을 뿐, 등급은 올리지 못했는데 그 사실만으로도 유한의 가슴이 징하고 울렸다.

꼭 에픽 퀘스트가 아니라도 9년간 잃어버렸던 성장이란 느낌을 되찾은 지금은 모든 기회가 다 간절하고 절실했다.


“형, 말씀 다 나누셨어요?”


보배가 노크하고 분장실에 들어왔다.


“응. 혹시 한 사장님 회사에 계신 지 여쭤봐 줄래?”

“사장님요?”

“시간 되시면 내가 간다고 하고.”

“네, 형.”


보배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뭐라 말하더니 다시 유한을 봤다.


“회사에 계시는데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오래는 못 만난다는데요.”

“괜찮아, 회사로 가자.”


오디션 소식은 보배를 통해 전달해도 됐지만, 유한은 꼭 직접 성현에게 이 기회를 말하고 싶었다.

성현이 보았던 유한의 반짝이는 빛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유한은 회사의 사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유한아, 오늘 막공이었지? 바빠서 못 가봤다.”


성현이 모니터를 보면서 말했다. 심각한 표정을 보니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형. 그보다 형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보여줄 거? 나 조금 후에 나가봐야 하는데.”

“간단한 거예요.”


그 말에 성현이 일어서 유한 앞에 섰다. 그러자 유한은 주머니에서 최익현 감독의 명함을 꺼내서 성현에게 건넸다.


“최익현 감독 명함? 이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우리 연극을 봤대요, 그것도 세 번이나. 새 작품에 새 얼굴을 찾고 있는데 비공개 오디션 볼 생각이 있느냐고······.”

“최 감독이 직접 제안한 거야?”

“네. 분장실로 찾아와서요.”


성현의 시선이 명함으로 향했다.

솔직히 계약 조건으로 연극 배역을 따온 유한은 약간 반칙을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이야.


“김 실장한테 자세히 알아보고 연락하라고 지시할게.”

“네.”

“잘했다.”


성현이 유한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자 앞으로 다신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왈칵 솟아났다.

최선의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결실을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

지금 그보다 더 강렬한 기쁨은 없었다.




***



사흘이 쏜살같이 흘렀다.

유한은 떨리는 마음으로 최 감독의 오디션을 치러냈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채였다.


“오늘도 연락이 없네.”


유한이 텅 빈 메시지 함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연기 인생을 망쳤던 <오로라> 덕분에 외계 시스템의 케어를 받는 지금이지만, 아직 모든 게 달라진 건 아니었다.

그때, 거짓말처럼 톡이 울렸다.


[이유한 배우 1차 오디션 합격입니다.]


그 아래엔 2차 오디션 장소와 일정이 적혀 있었다.


“됐어.”


유한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벌떡 침대에서 일어섰다.


“내가 또 해냈어!”


이 성취감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아직 배역을 따낸 건 아니지만, 온몸에 벌써 전율이 흘렀다.

아직도 다른 은하에서 온 시스템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지만, 이 모든 건 이미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체 <오로라>의 무엇을 보고 그리 열광한 걸까.

유한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네, 형.”


성현의 전화였다.


‘1차 오디션 통과했다며?’

“네. 방금 연락받았어요.”

‘조금 알아봤는데 2차 오디션에선 주연 배우가 나와서 합을 맞춰볼 것 같아.’


이건 영화판에서 흔한 일이었다.


“주연은 이미 정해진 거예요?”

‘내가 알기론 신태욱이야.’


잠시, 유한이 할 말을 잃었다.

신태욱은 유한과 같은 아역 시절을 거쳤지만, 무엇 하나 유한과 같은 길을 걷지 않은 운이 좋은 인간이었다.

그는 아역 시절에도 본래 부유한 집이었던 덕분에 유한처럼 무리하게 스케줄을 굴리지 않았고 착실하게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지금 신태욱은 소위 ‘국민 남자 친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분명 시작점은 같았는데, 아니 시작점에선 유한이 훨씬 뛰어났는데 아이러니한 결과였다.


‘둘이 아는 사이던가?’


성현의 말에 상념이 끊겼다.


“아역 시절에 몇 번 봤는데, 절 기억할지나 모르겠네요.”

‘뭐, 그래. 2차 오디션에 필요한 건 보배 통해서 보내 놓을게.’

“네, 고마워요. 형.”


전화를 마친 유한이 멍하게 허공을 주시했다.


“신태욱······.”


지금도 티브이를 켜면 낮에는 신태욱의 커피 광고가 밤에는 맥주 광고가 흘러나왔다.

그에 비해 유한의 현실은 아직도 초라했다.


[신태욱 배우의 분석 결과를 말씀드릴까요?]

“그런 것도 가능해?”

[단순한 능력치 분석은 가능합니다.]

“그럼······ 좋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신태욱은 딱히 적은 아니었지만, 유한이 가고 싶었던 길을 미리 걷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와 자신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신태욱 배우의 능력치를 분석하겠습니다.]

[연기력 : A 이입력 : B 전달력 : A]


전부 지금의 유한이 넘볼 수 없는 알파벳이다. 하지만, 지금 신태욱의 인기와 커리어를 고려하면 왠지 기대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였다.

그런데 창이 멈추더니 다음 페이지가 열렸다.


[카리스마 : B 호감도 : A 스타성 : A+]


이건 유한의 상태창에 없었던 항목이다.


“왜, 신태욱만 능력치가 더 많은 거지?”

[신태욱 배우의 성장 과정에서 얻게 된 능력치입니다.]

“그럼······ 나한텐 저런 능력 자체가 없는 거라고?”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장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퀘스트로 미개봉 능력치를 해금할 수 있습니다.]


몰랐다.

아니, 이제 둘의 차원이 달라진 건 알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차이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나도······ 이대로 노력하면 저런 능력들을 가질 수 있다고?”

[퀘스트에 따라 상이하지만, 가능합니다.]


처음 상태창과 스킬을 얻었을 땐 세상에서 혼자 치트키를 쓴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한은 이제야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었던 성장의 길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이야······.”


어차피 이번 오디션에서 신태욱은 유한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하긴, 둘은 경쟁 상대였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역 시절엔 유한이 압도적으로 빛났고 그 후엔 신태욱이 절대적으로 잘 나갔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 사실이 예전보다 더 쓰디쓰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이제는 유한에게도 그 길의 입구가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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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돌려 받은 조언 NEW 23시간 전 9 0 11쪽
10 다짐 24.09.17 13 0 11쪽
9 묵언수행 24.09.16 16 0 12쪽
» 거장의 관심 24.09.16 19 0 12쪽
7 다시, 한 걸음 24.09.15 21 0 12쪽
6 청년과 노인 24.09.14 25 0 12쪽
5 계약의 조건 24.09.13 31 1 12쪽
4 돌멩이의 가능성 24.09.12 37 2 12쪽
3 아닌 밤중에 홍두깨 24.09.11 39 2 12쪽
2 은하의 영웅 24.09.10 48 3 15쪽
1 우주에서 온 시스템 24.09.10 7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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