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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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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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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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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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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걸음

DUMMY

[현실 상황을 반영하여 에픽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것도 심지어 성장 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에픽 퀘스트였다.

유한은 이제 퀘스트란 말만 들으면 눈에 생기가 돌았다.


“당장 보여줘.”


그러자 홀로그램 창에 보라색으로 적힌 퀘스트가 보였다.

유일하게 능력치의 락을 풀 수 있는 에픽 퀘스트란 의미였다.


[에픽 퀘스트 : 계약을 따내라.]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하라.]

[보상 : 능력치 ‘전달력’ 성장 해금.]


운이 좋았다.

이번에는 아쉬웠던 전달력의 성장 락을 해제할 수 있는 에픽 퀘스트다.

전달력은 D에서 성장이 멈춘 능력치였다. 그리고 이번 작품이 연극인만큼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했다. 배우가 극이라는 세계 안에서 배역에 몰입하는 게 기본이라면, 전달력은 그걸 관객에게 고스란히 스며들게 하는 마술이었다.

게다가 꼭 연기가 아니어도 전달력이 높으면 여러 일이 수월해질 수도 있었다.


“좋아, 해보자.”


유한은 오디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바로 한 엔터를 찾았다.

한 엔터는 위세를 증명하듯 강남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었다.


“형, 저 배역 따냈습니다.”


유한이 사장실 소파에 앉자마자 말을 꺼냈다.


“그런 소식은 못 들었는데.”


성현이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무심하게 말했다.

한 엔터 정도면 유한이 주·조연급 배역을 따냈다면 반드시 알 수 있을 것이다.


“배역을 따냈다면 분명 내 귀에도 들어왔을 텐데.”

“형이 소식을 못 듣는 곳이에요.”


그 말에 성현이 눈을 들어 유한을 봤다.

유한은 품에서 포스터 한 장을 꺼내서 성현에게 건넸다.

포스터에는 [청년과 노인] 이라는 제목과 함께 소극장 위치가 적혀 있었다.


“대학로 2인극에서 배역을 따냈어요.”


포스터를 받아 든 성현은 조금 황당한 표정이었다.


“형은 배역을 따내라고 했지, 분야를 한정하진 않았잖아요.”

“···왠지 허를 찔린 기분인데.”

“아무리 연극이라도 2인극에서 역할을 따냈다면 주연급 조연이 아니라 주연 아닌가요?”


분명 성현은 유한이 드라마나 영화의 오디션을 볼 거라고 예상했다.

솔직히 대학로의 소극장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고 장르를 제한하지 않았으니, 유한의 말도 틀리진 않았다.


“정확한 조건을 말하지 않은 내 책임은 인정해.”

“제가 따낸 배역은요?”

“그것도 인정해야겠지.”


지금 유한의 처지에선 대학로의 연극 배역을 따내는 것도 힘들었을 터다.

그리 생각하면 성현도 유한의 진심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저와 계약해 주실 건가요?”


성현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뱉은 말엔 반드시 책임을 지는 우직한 성격 탓이었다.


“특별한 케이스라 계약금은 많이 못 줘.”

“상관없어요.”

“그럼······ 계약서 샘플을 보여주지.”


성현이 직원을 호출해 무어라 하더니 곧 계약서 샘플이 유한의 손에 들어왔다.

계약금은 고작 500만 원이었고 기간은 1년이었지만, 지금 유한에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전 조건에 불만 없어요.”

“그럼, 그대로 서명하지.”

“네.”


성현이 다시 직원을 불러 유한의 인적사항이 적힌 진짜 계약서를 가져왔다.

유한은 태연한 듯 커피를 마시고 있었지만, 솔직히 커피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한 채였다.


“다시 정독해 보고 괜찮으면 서명해.”


성현이 먼저 서명한 계약서를 유한에게 건넸다.

유한은 스킬 <속독>으로 순식간에 계약서를 확인했지만, 일부러 천천히 검토하는 모습을 보였다.


“좋아요. 서명할게요.”


유한이 계약서 하단에 서명했다.

최근 서명은커녕 사인도 해본 적이 없는데 가슴에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었다.


“한 엔터에 돌아온 걸 축하한다.”


성현이 손을 내밀었다.

유한은 그 손을 잡고 악수했다.


그 순간 성현의 얼굴 위로 반투명한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메인 퀘스트 : 계약을 따내라.]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능력치 ‘전달력’의 성장이 해금되었습니다.]


여전히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쾌감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오랜 세월 잊고 살았던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비록 먼 길을 돌아왔지만, 유한은 다시 한 엔터에 소속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어제 쏟아부었던 노력이 아깝지 않았다.


“넌 이제 우리 배우니, 제대로 관리할 거야.”

“반가운 소리네요.”

“당장 연극 활동부터 지원하지.”


그것까지 기대하진 않았는데 성현의 약속은 확실했다.


“그럼 저야 감사하죠.”

“그게 소속사의 역할이니까.”


성현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로드 매니저부터 필요하겠지. 코디도 있어야 할 테고.”


당장 그런 지원까진 생각지도 못했는데 성현이 전화로 몇 마디를 하더니 두 명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이쪽은 윤보배, 네 로드 매니저가 될 거고.”


이십 대로 보이는 남자가 꾸벅 인사했다.


“이쪽은 정소라. 네 코디야.”


그 말에 여자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둘 다 잘 부탁해요.”


유한의 말에 둘이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성현이 눈짓으로 둘에게 나가보라고 했다.


“둘 다 신입이야. 지금으로선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지원이 이 정도거든.”

“전 괜찮아요. 오히려 생각도 못 했는데 감지덕지죠.”


성현이 유한의 말을 유심하게 들었다.

보통 한때라도 반짝했던 스타들은 퇴물이 되어서도 자존심을 못 버리는 법이다.

그런데 유한은 대학로까지 찾아가서 배역을 따왔고 신참 로드 매니저의 배치에도 감사하고 있었다.


“뭔가 변한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간절한 거죠.”


유한이 솔직히 답했다.

9년의 방황 이후, 드디어 성장할 수 있게 됐으니 못 할 짓이 없었다.


“그건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뭔가 변했어.”


확실히 유한은 변화했다.

이제 무한히 노력을 쏟아부어도 잠겨 있었던 능력치가 움직일 것이다.


“다시 뭔가 해볼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 말에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짝 빛나다 스러진 스타들은 많았지만, 유한만은 왠지 다른 것 같았다.


“스물아홉이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라도 다시 성장하고 싶어졌거든요.”

“남자 배우에게 스물아홉은 전성기야.”


그 말에 유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에겐 시간이 있었다.


“너도 알겠지만, 1년짜리 계약은 이 업계에서 드물어.”


한 엔터가 내건 조건은 확실히 좋지 않았다.


“1년 안에 성장을 보여드리면 연장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아직 유한은 시험대에 있었다.

하지만, 1년간은 한 엔터의 케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못 보여줄 것도 없었다.


“우선 연극 활동부터 케어할게. 1달짜리 공연이니.”

“감사합니다.”


성현이 일어서 유한의 어깨를 툭, 쳤다.


“우리 사이에 너무 딱딱하게 말하지 말고.”


성현은 어릴 적 봤던 유한의 빛나는 모습이 진짜였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짓궂은 조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유한은 상상치도 못한 방법으로 제 조건을 돌파했다.

성현은 그런 유한을 더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가서 매니저랑 코디랑 인사부터 나누고 술이나 한잔하자.”

“네, 형.”


오늘은 분명 술이 달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 기회는 작은 언덕일지 몰라도 유한에게는 큰 산맥을 넘은 것과 같았다.



***





일주일 후,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보배가 차를 끌고 유한의 원룸 앞에 대기했다.

흔히 연예인들이 타는 밴이 아닌 경차였지만, 유한에게는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형, 출발하시죠.”


로드 매니저 윤보배는 스물다섯으로 붙임성이 있는 친구였다.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 첫 공연이라 분장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서······.”


조수석에 탄 정소라는 유한의 분장을 책임지고 있었다.


“알았어, 가자.”


지난 일주일, 유한은 연극 연습에 참여하며 룬을 무려 10개까지 늘렸다. 그러나······ 지금 상태창의 룬은 0개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룬은 어떻게 사용할 수 있지?


지난밤, 몇 번이고 진행도 100%를 달성하던 차 궁금증이 일었다.


[룬은 ‘스킬’ 시스템입니다.]


상태창의 설명은 차분했다.


[보유한 룬으로 새로운 스킬을 해금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룬으로 가능한 건?

[룬 10개로 새로운 스킬 하나를 랜덤으로 해금할 수 있거나 현재 가진 스킬 <속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스킬의 위력은 이미 <속독>으로 잘 알았다. 하지만 당장 <속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보단 하나라도 많은 패를 가지고 싶었다.


-그럼, 새로운 스킬 하나를 해금하겠어.


그렇게 말한 유한의 눈앞에 또 슬롯머신 같은 이미지가 나타나더니 어지럽게 빙빙 돌았다.

그리고······

멈춰진 슬롯머신의 칸엔 <호소>라는 글자가 보였다.


-호소······? 감정에 호소한다고 할 때의 그 호소야?


[예. 스킬 <호소>는 연기 중 가장 깊은 감정선을 보는 이들에게 강력하게 호소합니다.]

-뭔가······ 애매한데?

[연기 중, 일시적으로 전달력과 이입력이 극한으로 상승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라는 정의가 있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설명이었지만,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스킬 <호소>를 겪어볼 차례였다.

그때, 이젠 제법 익숙해진 퀘스트 창이 떴다.


[에픽 퀘스트 : 관객 30명을 모아라.]

[한 번의 공연에서 관객 30명 이상을 확보하라.]

[보상 : 능력치 ‘연기력’ 성장 해금.]


연기력이야말로 배우에게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여태 연기력만 해금하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절호의 기회가 따로 없었다.

당연히 탐이 났지만, 워낙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터라 이번만큼은 자신이 없었다.

조연출인 호석도 30명짜리 소극장 하나를 못 채운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유한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은 조금씩이지만 분명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니 현실도 바뀔 것이다.


“형, 오셨어요?”


소극장에 도착하자 호석이 먼저 유한을 반겼다.


“오늘 첫 공연인데 아무리 포스터를 뿌려도 20명이나 올지 모르겠네요.”

“괜찮아. 우리가 잘해서 입소문이 나면 자연히 관객도 따라올 거야.”


그건 유한의 희망 사항이었다.

이번 퀘스트는 꼼수가 통하지 않는 종류였다.

하지만 연기력을 올릴 수만 있다면 유한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첫 공연인데 긴장되시죠?”


유한이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회사에서 계약금을 회수하기 위해 내돌렸던 작품을 찍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최선을 다할 거야.”


결연한 유한의 말에 호석은 내심 감동했다. 그래도 한때 스타였던 유한이 이렇게 작은 무대에 진심으로 임하다니 참 드문 일이었다.


“태진이는?”

“준비 다 끝내고 대기 중이에요.”


서태진은 이번 연극에서 청년 역을 맡은 대학생이었다.

그러나 막상 연습에 참여해 보자 왜 아직 대학생인 태진이 주연인지 알 것 같았고, 유한은 그를 인정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합 맞춰보시게요?”

“아니.”


연습은 충분했다.

유한은 매일 대학로를 찾아 단 하루도 연습을 빼먹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은 여태 해 온 것을 잘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때였다.


“드디어 첫 공연이네.”


오늘 유한이 오를 무대는 고작 30명짜리 소극장이 아니다.

잃어버린 9년 동안 멈춰있던 가능성이란 빛을 만날 수 있는 무대였다.

그러나 첫발을 떼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이 작은 소극장조차 만석이 아니라는 게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괜찮아.’


유한이 속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 그간 내 모든 연기에 대한 감정을 호소해 보자.’


퀘스트의 성공과 별개로 이 무대는 유한에게 특별한 장소였다.

적어도 그가 스스로 선택하고 쟁취해서 오른 무대가 아닌가.

그리 생각하니 30명짜리 작은 소극장조차 감사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조금 후, 드디어 극장의 막이 올랐다.


작가의말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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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돌려 받은 조언 NEW 23시간 전 9 0 11쪽
10 다짐 24.09.17 13 0 11쪽
9 묵언수행 24.09.16 16 0 12쪽
8 거장의 관심 24.09.16 18 0 12쪽
» 다시, 한 걸음 24.09.15 21 0 12쪽
6 청년과 노인 24.09.14 25 0 12쪽
5 계약의 조건 24.09.13 31 1 12쪽
4 돌멩이의 가능성 24.09.12 37 2 12쪽
3 아닌 밤중에 홍두깨 24.09.11 39 2 12쪽
2 은하의 영웅 24.09.10 48 3 15쪽
1 우주에서 온 시스템 24.09.10 7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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