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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해은
작품등록일 :
2024.09.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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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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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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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됐다!!’

DUMMY

좀처럼 결정짓지 못하자 병길이 툭 던진다.


“뭘 망설여. 이미 망가졌어!"

“?”

“이미 발 담갔다고.”

“?”

“돌아갈 수 없는 강 건넜다고.”

“뭐라는 거야. 망가져? 발을 담가? 강은 뭐고?

“아~ 빙신. 이렇게 아둔할 수가? 전교 1등 맞냐? 우린 이미 공범이라고.”

“공범? 내가? 내가 무슨 공범이야!”


발끈해 보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되고 돌이킬 수 없는 과거였다.


“야, 너희들 봤냐? 못 봤냐?”

“??”


방에 있는 7명에게 증인 진술을 받는데 7명이 못 알아듣는다.


“아~ 잇, 좀 전에 한별이가 이 봉투, 맥주하고 닭 들어 있는 이 봉투 말이야.”


그리곤 주목하라고 봉투를 흔들어 댄다.


“끌어 올리는 것 봤냐고? 못 봤냐고!”


순간 한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병길은 다 계획이 있었다. 처음부터 한별을, 공범을 만들겠다고 작정한 거였다. 한별은 좀 전 이 정도 따위를 혼자 못 올린다고 속으로 타박하더니 무거워서 못 올린 게 아니라 일부러 그랬던 거였다.


결과적으로 등신은 병길이 아니라 한별이었다. 전교 꼴등 병길의 계획에 속수무책으로 무참히 당했으니.


병길은 생각했다. 혼자 범죄 저지르다 걸리면 전교 꼴등 하는 놈. 하는 짓거리가 그럴 줄 알았다다.


하지만 한별과 같이한다면 다르다. 모범생 한별, 전교 1등 한별, 학교의 자랑거리 한별.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한별 아닌가. 그러니 흠집 낼 수 없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


또 있다. 혼자 저지르다 잘못되면 생기부에 남을 수 있는 징계.


뭐 공부와 담쌓아 일찌감치 대학 진학 포기한 병길로서는 그따위 거 신경 일도 안 쓰이지만, 아버지가 아실 경우는 다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순교도 아니고 교수형 감이다.


그래서 한별이 필요했다.


대학 진학을 할 한별에게는 생기부는 중요한 문제. 어떡해서든 무마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공범인데 한 놈은 처벌하고 한 놈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건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 된다.


이래저래 절친 한별은 병길의 방패. 절대 뚫리지 않는.


병길의 치밀한 계획에 홀라당 넘어갔으니 이제 친구들이 병길의 의도를 알아듣고는 적극 호응에 나서 준다.


“봤어! 봤어!”

“그래 나도. 너랑 호흡 맞춰가면서 끌어 올리는 거 봤지. 내 눈으로 똑똑히.”


굳이 검지과 중지로 자신의 눈을 찔러 내 두 눈이 증거라는 듯 액션까지 곁들여 확인 시켜주는 눈물 나게 고마운 친구들이다.


이 상황이 어찌나 어이가 없든지 할 말을 잃은 한별.


하지만 빠른 상황인식, 화보다는 어찌 됐든 행위 자체는 사실인지라 인정하고 증인들에게 적극 동정에 호소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야~ 아, 그러는 게 어딨어? 너희들도 봤지? 봤잖아. 나는 아무 설명도, 아무것도 몰랐던 거.’

“....”


한별의 호소에도 증인들은 이미 병길의 편이었다. 병길의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호응해 준 반면 한별의 호소에는 대답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기에.


이미 승세는 기울었으나 확인 사살을 위해 병길이 다시 나선다.


“너희들도 알지?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나 전달책들 죄다 모르고 했다고 하는 거. 모르고 했으면 땡이냐? 이미 범죄에 가담됐는데. 얄짤없어. 판사가 2, 3년씩 때려”

“그래, 그래, 나도 TV에서 봤어. 자기는 알바 사이트에서 알바 찾아서 한 거라고 모르고 한 거라고”

“아, 그래, 그렇다니깐.”

“허....”


한별, 친구들의 우정에 눈물이 다 나려 한다.


‘이, 개세이들 내가 싹 다 죽여?’


그렇게 똑똑한 한별 아무런 대응 못 하고 죽상이다. 자고로 다구리에는 장사 없다 했다. 그런 한별을 빤히 쳐다보던 악마 병길은 이제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봉투를 살랑살랑 한별 앞으로 흔들어 댄다.


흔들어 대는 봉투 사이로 새어 나오는 튀긴 닭 냄새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지라 한별의 눈빛은 봉투에 고정되어 봉투의 움직임을 따라 정신도 같이 흔들린다.


오래도 아니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에라, 모르겠다. 이미 버린 몸. 잘 먹을게.”


한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곱 마리의 굶주린 하이에나 떼들이 달려든다. 닭 봉투를 잡으려. 하지만 병길은 어림없다는 듯 봉투를 뒤로 확 잡아챈다.


그리곤 단호하게


“기다려!”


마치 개 훈련하듯 한다. 근데 기대와는 달리 봉지를 펼치지 않고 닭 한 마리분의 포장만 꺼내, 거지 적선하듯 툭 던진다.


“먹어!”


안 먹는다. 먹이를 앞에 두고는 오히려 기막혀하는 한별


“뭐 하는 거야. 8명인데?”

“한별아, 안 갈래?”

“어딜?”

“어디긴, 어디야.”

“진짜, 여자애들 방엘 가려고? 게다가 술을 들고?!”

“당연, 여자애들 방이지 홀아비 냄새나는 남자 방이겠냐? 양기 가득한 남자 놈들 방이겠냐고.”

‘그건 그렇지, 절대 아니지.’


한별은 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우리가 먹기 위함이 아니라 술과 닭은 여자들과 어울리기 위한 미끼라는 걸.


빌미도 없이, 거리도 없이 그냥 들이밀 수는 없지 않은가. 나름 병길의 계획은 높이 사지만 모범생 한별은 설렘보다 아직은 근심이 앞선다.


“그러다 걸리면 정학당할 수 있어. 우리끼리도 아니고 여자방에 술까지 빼박이야.”


한별이 정확히 봤다. 여자방에 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닭이야 같이 먹으로 잠깐 들렸다고 하면 혹시나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술은? 술은 설명이 되지 않는 액체다.


혹시 이상한 쪽의 일탈 행위가 목적이었다고 판단되는 순간에는?


고개를 바로 절레절레 흔든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냐. 게다가 선생님의 신신당부와 경고가 사전에 있었지 않았나. 그걸 무시하는 거다. 그래, 이건 아니다.


그런데 한별의 근심 어린 표정을 비웃기나 하듯 병길은 걱정하지 말라는 의도로 희번덕거린다. 이유가 있었다. 한별의 귀에 대고 혼자만 들으라고 속삭인다.


“걱정하지 마! 이거 무알코올 맥주야.”


병길의 뜻밖의 말에 죽어가는 병자가 생기가 돌 듯 한별이 반색한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남아 있는 근심거리가 걸리는지라


“그래에? .... 그래도 여자애들 방에 갔다가....”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어린 양에게 악의 화신 병길이


“어허, 이런 아둔한 자를 보았나.”

‘아니,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보고 자꾸. 전교 꼴등이 전교 일등한테 아둔하다느니, 무지하다느니, 우매하다느니 말이면 다하는 줄 아나.’

“자연의 섭리를 어찌 한낱 인간 따위가 막을 수 있단 말이냐! 벌이 꽃을 찾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거슬러서는 안 되는 자연의 이치이거늘. 어떤 인간이 거스를 수 있단 말이냐.

그런 행위를 일삼는 자. 당장, 그놈을 잡아 와 내 앞에 무릎 꿇리지 못할까? 내 극형으로 그놈을 단죄할 것이다.”

“푸흡.”


병길 오늘 말하는 본새 보소. 이럴 때는 누가 전교 1등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나한테 하는 말 아니었어? 그럼.... 선생님을 극형으로.....’

“갈 거야, 안 갈 거야?”


계속된 병길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두 번 있으면 말도 안 해. 그냥 나도 자숙한다. 아니잖아, 평생 한 번뿐인 수학여행이라고”

‘평생 한 번뿐....’


누군 다른 줄 아나? 한별도 이 아름다운 섬에서 아름다운 수현과 함께하고픈 마음 정말 굴뚝 같다. 그렇게 모범생과 문제아 사이의 경계에서 방황하다 이윽고 결정한다.


역시 오늘만은 문제아로


“OK! 콜!”

“좋았어, 가즈아! 꽃들에게로.”


그때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일시에 방문으로 우르르 쏠린다.


“한별아, 잡아!”


병길이 한별에게 소리치고 병길의 의도를 기막히게 알아챈 한별, 뛰어난 운동신경을 활용해 재빨리 방문을 가로막고 자리를 확보한다.


이성에 굶주려 미친 듯이 달려드는 좀비들의 얼굴을 병길이 발바닥으로 밀어내며 소리친다.


“헥, 헥 야! 죽을래? 다 움직이면 들킬 가능성 큰데. 좋은 말 할 때 너희 일곱은 닭이나 처먹고 일찍 자라 .”

“그래, 우정을 생명처럼 여기는 나 최한별, 친구들이 다치는 꼴 보고 싶지 않다. 그러니 포기해라!”


이런 청천벽력에 대지가 진동할 소리가 있나?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병길을 믿은 우리가 바보였다.


“야! 그러는 게 어딨어.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전우잖아. 그러니 생사고락을 같이해야지.”

“지랄하고 자빠졌네! 군대로 안 갔다 온 놈들이 전우는 무슨.”


좋게 얘기했는데도 물러서지 않는다. 설마 일곱 명에서 두 명 감당 못 하겠나 싶었겠지만 지네들부터 내분이 일어난다.


협동해도 한별이라는 큰 산을 넘기 힘든데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밀치고 발목을 잡고 늘어지니 한마디로 자중지란이었다.


서로 먼저 나가려고 친구들끼리 뒤엉키고 한순간에 방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반면 한별과 병길은 협력하여 그런 난리 통을 평정하기 시작한다.


친구들은 문고리 한 번 잡아 보질 못하고 한별의 화려한 유도 기술에 저 먼 방구석으로 나 자빠진다.


“지금이야!”


드디어 거리를 확보한 둘은 병길의 신호에 맞춰 재빠르게 문을 열고 나간다.


둘은 문고리를 부여잡고는 친구들이 못 나오게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문고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늘어진다.


얼마나 결사적이었던지 그 강한 쇳덩이가 안에 문고리는 안으로 밖의 문고리는 밖으로 휘어지기까지


그렇게 사력을 다해 문고리를 잡고는 한참을 잠잠해지길 기다린다. 그리곤 더 이상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문고리를 놓는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쓸어내리며 한숨 놓는다.


“휴~ 한별아 가자. 어딜 똥파리들이 벌 노는 곳에.”

“근데, 향미한테 얘기했어? 간다고?”

“아니.”

“전화로 간다고 먼저 언질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냐?”

“미친! 너 바보냐?”

“?”

“여자애들이 마음에 있어도 어디 어서 옵쇼 하겠냐? 오케이 하겠냐고?”

“하긴.”

“일단 닭 냄새 맡아서 정신 못 차리게 유혹하고 내 말발로 황홀하게 하면 끝. 여자애들 마음은 내가 잘 알아.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뭐다?”

“애타게.”

“그렇지.”


둘은 마치 자웅동체인 양 쿵 짝이 잘도 들어맞는다.


“좋아~ 오늘 너 좀 마음에 든다.”

“미친, 그럼, 평소에는 ㅈ같았냐?”

“그건 당연히 아니지. 가보면 알게 될 거다. 우리들이 오기만을 잠 못 자고 기다리고 있다는걸. 100%, 1,000%, 10,000%, 벌들이 오기만을 오매불만.”

“오매불만? 오매불망.”

“시끄러! 아무 때나 다 따지고, 지랄이야. 그러면 그런 줄 알아.”

“큭큭. OK, OK.”


한별은 수현과 밤늦게까지 할 수 있다는 설렘과 스릴에 들떠 있었다.


드디어 병길의 계획이 완결되었다.


한별을 끌어들여야 여자애들 방엘 가도 환대를 받을 것이다.


혼자 갔다가는 치한 취급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선생님한테 걸려도 꾸지람 한 번으로 끝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학교 후원회 회장님. 그분이 바로 한별이 아버지이시다.


그러니 한별과 함께한다는 건 전쟁의 신 아레스와 함께한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병길이었다.


공부할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던 머리가 지금은 졸도할 정도로 팽팽 빨리 돈다.


격전지를 떠나 무릉도원으로 떠나는 둘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못해 날 듯 가볍다. 병길이 씨~익 웃는다.


‘나는 역시 지니어스!’


그렇게 둘은 숨죽이며 마치 첩보영화에서 주인공이 부비트랩을 피해가 듯 벽에 붙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통해 내려간다.


우리는 5층, 여자들은 2층,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선생님들 방도 2층.


드디어 최대의 난관, 선생님들이 계시는 방과 맞닥뜨린다. 이 산을 넘지 못한다면 갈 수 없기에 서로를 향해 결연한 눈빛을 교환한다.


“응!”


고개를 끄덕인다. 둘은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그러다 순간 병길이 중심을 잃고 휘청이며 그만 들고 있던 봉투 손잡이의 한쪽을 놓치고 만다.


그 사이로 맥주 하나가 빠져나와 떨어지자 허둥지둥 손을 뻗어 잡으려 하지만 늦었다.


맥주는 이미 둘의 손을 떠나 데구루루 굴러간다. 둘의 시선은 굴러가는 맥주를 따라 굴러간다.


“으으....윽!”


동공이 확대되며 심장이 쪼그라든다. 굴러가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마치 포클레인 굴러가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하필이면 굴러가던 맥주의 종착지는 선생님들의 방문 앞.


‘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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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클럽 24.09.16 14 0 10쪽
3 환상의 콤비 24.09.15 13 0 13쪽
» ‘ㅈ됐다!!’ 24.09.15 15 0 13쪽
1 수학여행 24.09.15 23 0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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