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수를 사랑하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새글

시해은
작품등록일 :
2024.09.14 15:04
최근연재일 :
2024.09.20 00: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71
추천수 :
0
글자수 :
106,061

작성
24.09.19 00:10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둘만의 몽상

DUMMY

“저저, 저거 완전 미친놈이네. 제정신 아냐. 네가 소설가야? 뭔 키스? 내가 수현이 입술, 닿아보기라도 하고 그런 소리하면 말도 안 하겠다. 우리가 언제 키스했어? 나의 첫 키스를, 나도 못 해본 걸 넌 했다 해? 내가 저걸 그냥!”


한별은 흥분해 자신도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모른다. 그조차도 친구들의 난리에 묻혀버린다.


지금 키스가 중요한가? 사실관계를 따지면 뭐 하나?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이미 친구들은 둘이 키스한 것이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적극적인 항변에 나선 한별과는 달리, 지금은 어떤 해명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수현은 얼굴이 벌게져 개구멍이든 쥐구멍이든 열심히 찾는다.


차 안에 그런 구멍이 있을 까닭이 있나? 하필 달리는 차 안이라 도망갈 곳도 없다. 낯 뜨거운 지금의 상황, 친구들이 하도 쳐다보니 얼굴이 달아올라 화끈거려 따가울 지경이다.


하는 수 없이 선택한 것은 고개를 좌석 밑으로 처박아 버리는 것.


지가 꿩인지 아나? 꿩이 대가리만 처박는다고 꿩인지 모르냐고?


한별의 눈에 수현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선명히 들어온다. 그러니 더욱 흥분하여 고성을 내지른다.


“너 진짜, 안 내려올래? 어!!”

“여러분! 여러분! 저, 저기, 남주 진정 좀 시켜주세요. 지나친 흥분은 상처에 안 좋습니다. 덧나게 한다고요.”


마이크를 들고 있는 병길이라, 병길의 말소리는 차 안에 쩌렁쩌렁 울려 크게 들린다.


눈이 불타오른다. 10명도 작살냈는데 네깟놈 한 놈쯤이야, 아주 발기 발기 찢어


“너 오늘 내 손에 죽었어!”


급기야 아픈 손을 이끌고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데


“읍, 욱 우~ 욱”


친구들이 병길의 지시를 따르며 달려들어 나오려는 한별을 제압하고 입까지 틀어막는다. 병길은 반 친구들이 모두 자신의 우군임을 확인하고는 용기백배 되어 앞으로 쪽 뻗어 나간다.


“여러분! 정말 한별이는 우리 반의 자랑이죠?”

“네.”

“아니 아산고등학교의 자랑이죠?”

“네, 네.”


이제 차 안은 사이비 종교 부흥회로 변모된다. 교주는 누구?


“그러니 우리의 히어로 노래 한 곡 안 들어 볼 수 없겠죠?”


친구들은 더 큰 목소리로 차 유리창이 터질 듯 소리친다.


“네, 네 맞습니다. 맞습니다.”


한별은 갑작스러운 상황 전환에 사색 되어 병길을 죽일 듯 째려본다. 입은 친구들이 입틀막하고 있으니 활활 타오르는 눈빛 포함 복화술로 욕을 건넨다.


‘미친놈아, 나 음치인 줄 몰라?’

‘알지. 모르겠냐? 너랑 같이한 세월이 얼만데. 그러니까 시킨 거지. 세상에 완벽한 남자는 없다. 오늘 네가 제대로 보여줘. 이~ 잉.’


병길의 목적은 여깄었다. 그동안 자신과 비교됐던 모든 것을 한방에 복수하려고 때만 오기를 벼르고 별렀는데, 큰 그림을 그린 건지 아니면 얻어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병길은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어깨까지 흔들어 대며 애교를 보낸다. 아, 이건 애교는 아니고 비아냥.


‘아휴, 넌 죽었어!’


후환이 두려운 병길은 한별에게 직접 마이크를 건네지는 못하고


“자 다들 주목! 우리의 레전드에게 마이크 좀 건네주세요.”

“자, 받아.”


친구들은 마이크를 뒤로 계속 넘겨 결국에 그 폭탄은 한별에게 도달된다. 반강제적으로 마이크를 받은 한별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망설인다.


“웁 읍읍.”

“친구들아, 이제 놔줘야지. 그래야 노래하지.”


짭조름한지 연신


“퉤퉤퉤! 아~ 친구들아, 격한 환영 행사 너무 고마운데 어쩌냐, 내가 마취제가 안 풀려서 입안이 아직도 얼얼해. 말도 잘 안 나오고 그래서 노래는 좀 그래.”


한별이 지독한 음치인 줄은 수현, 향미, 병길뿐이 모른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이 남자는 모든 걸 다 잘하는 남자라 믿었다고 갑자기 터져 나오는 음 이탈에 삑사리까지 나면 얼마나 웃어 대겠나, 배꼽 잡을 게 뻔하다. 병길은 그걸 노리는 거고.


한별은 자기 혼자 친구들을 감당해 낼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읍소전략으로 노선을 변경한다. 하지만 상대는 병길, 그걸 순순히 받아줄 리 만무했다. 한마디로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전신 마취도 안 한 놈이 뭐? 입에 마취가 아직 안 풀려? 왜 어제 치과 치료도 받으셨어요?’


병길은 턱도 없는 소리 말라며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다시 한번 반 친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다. 선도해서.


“노래해! 노래해!”


역시 신도들이 또 합세한다.


“노래해! 노래해!”


한별은 친구들의 가세까지, 사면초가에 몰려 등줄기에 식은땀까지 흐른다. 안 되겠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두 손으로 빌며 항복한다는 뜻을 전해 구조의 신호를 보낸다.


‘내가 졌다, 졌어. 그러니 한 번만 살려주라. 나도 너 살려줬잖아.’


병길도 한별의 구조 신호를 간판하고는 마지못해 구명조끼를 던지는 시늉을 한다.


“어, 뭐야? 그러면 다른 거 할래?”


한별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넌 내 친구야. 좀 전 것 싸~ 악 다 용서해 줄게.’

“어어, 어, 딴 거, 딴 거.”

“그래, 그럼.”


어어, 이상하다. 이렇게 단박에 수긍해 줄 병길이 아닌데, 이렇게 쉽게 물러줄 거면 뭐 하러 이 난리를 피웠나.


딴 거가 뭘까? 이 좁은 차 안에서? 팔도 아픈 사람한테 뭐 춤이라도 춰보라고? 순진한 한별,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사랑의 눈빛까지 발산한다.


‘고맙다 친구야 고마워. 근데.... 딴 거.... 뭐?’

“수현이랑 뽀뽀, 진한 키스면 더 좋고.”

“헉!!”

“어떡할래? 둘 중의 하나 골라. 노래? 뽀뽀.”


오늘 한별은 친구를 잃었다. 발등 제대로 찍혔다. 둘 중에 고르라니? 이런 개**의 황당무계한 소리에 오만상을 짓는다.


‘저걸 그냥, 아휴.... 내가 믿을 놈을 믿었어야지. 내가 바보다. 내가 등신이야.’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병길이 다시 주도해서


“뽀뽀해! 뽀뽀해!”


신도들도 동조.


“뽀뽀해! 뽀뽀해!”


이젠 담임선생님도 신도가 됐다. 분위기에 휩쓸려 몸을 흔들어 대며 외친다.


“뽀뽀해!”


이걸 선택이라고 준 건가? 뻔한 선택. 한별은 세상을 다 잃은 듯 체념한다. 그리곤 개망신으로 향하는 길 곡을 선곡한다.


“하.....”


마이크를 통해 한별의 한숨이 울려 퍼진다.


한별아 기왕 이렇데 된 거 한번 시원하게 싸질러 버려. 노래 못하는 게 죄니? 아니잖아.


이윽고 반주가 흐르고 초긴장하여 이마에서 땀방울 하나가 굴러떨어진다. 마침내 노래를 부르려 마이크를 입에 댄다.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뜻밖의 너무나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차창을 타고 흘러내린다. 마법을 푸는 목소리에 신도들은 다시 친구들로 돌아온다.


“오호~ 백기사, 아 아니, 잔 다르크.”

“캬하, 노래 죽인다.”


병길이 앞에 나가 한별의 옆자리가 비어 있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수현이 재빨리 자리를 옮겨 한별의 마이크를 가로챈 것이다.


친구들은 수현의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놀라기보다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흠뻑 취해 음미한다.


수현은 자신을 위해 희생해 준 것에 감사하며 옆에 있는 한별을 위해 노래한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별, 수현이 자신을 위해 노래해 주니,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며 수현의 눈빛에 화답, 하트 시그널을 보내준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한걸음 뒤엔.”


병길이 선도해서 반 친구들이 화음을 넣어준다.


“한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병길, 이번에는 손을 들어 양옆으로 흔들어 주고 친구들도 화답하여 모두 흔들어 하나가 되어 준다.


“언제나 사랑할 텐데 영원히~~~ 널 지킬 텐데.”

“와~ 와”

“대박, 대박!”

“수현이 노래 잘하는 줄 알았지만 차 안에서 들으니 장난 아니다.”

“미쳤다, 미쳤어!”

“지금 당장 가수 해라!”

“배진영 뭐하냐, 당장 스카웃 해라.”


한별은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못한다. 노래가 끝났음에도 여음이 귀 안을 메아리치고 있어 감동의 도가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수현을 지그시 바라만 보고 있다.


‘정말 잘했어. 고마워.’


수현도 자신의 노래에 도취되어 있었다. 한별과의 야릇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섣불리 일어나질 못한다.


둘은 마치 차 안에 둘만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고는 서로의 눈빛 안으로 점점 빠져든다. 시선이 끈적끈적해지고 눈빛이 얽히고설킨다. 수현이 살며시 눈을 감는다.


‘이건! 키스를 받아들이겠다는 시그널.’


한별도 거부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수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까이한다. 드디어 병길의 소설 속에만 존재했던 둘만의 첫 키스, 장장 18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왔던 그 키스.


“뭐하노!!”


굉음에 찰나 같은 둘만의 몽상은 풍지박산이 난다.


“이이, 뭐 하는 짓거리노! 신성한 차 안에서 퍼뜩 떨어지라!! 그러나 일 내긋다.”


괴팍스러운 향미의 목소리, 이 감성 파괴자 같으니라고.


“어어, 잠깐 졸음이 쏟아지더라고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네. 하~ 압 깜박 졸았네”


하지도 못하는 연극에 거짓 하품까지 하곤 어물쩍 향미의 옆자리로 돌아가는데 그냥 놔두면 향미가 아니지


“하~ 고 지랄로 쌈을 싸 먹으라 아주. 그러지 말고 신혼여행 온 셈 치고 오늘 내 방 구해 줄 테니 합방을 해라! 합방을.”

“에구, 뭔 소리야.”


전혀 그럴 의사 없다고 시치미를 뚝 뗀다. 향미 인상을 찌푸려트리고는


“뭔 소리야~ 아? 몰라서 묻나. 그래 애태우지 말고 그냥 오늘 첫날밤을 치르라고, 아, 혹 내만 몰랐나? 이미 첫날밤은 치렀고 둘째 밤인가?”

“야~ 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이 정도면 수현 성격상 정색을 해야 하는데 정색은커녕 귀여운 투정을 부리니 이건 진짜 방을 잡아 달라는 의도인지 분간하기 힘들게 만든다.


“이기, 이기, 이기, 방을 잡아 달라는 건지? 니네 둘 하는 짓거리가 내 봤을 때는 열째 밤은 적잖이 될 듯한데....”


옛날 같으면 성춘향과 이몽룡의 나이를 넘겼는데, 향미도 분간할 수 없으니 슬쩍 넘겨짚어 본다.


‘그럼 한 번 잡아 주던가, 말만 하지 말고.’


어떻게 이걸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겠나? 속과 겉이 다른 인간이 있었으니 바로 수현이었다.


“큰일 날 소릴 하고 있어. 절대 그런 적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

“으그, 으그, 으그 귀신을 속이라. 백여시같으니라고, 니 안에 내 들어가 있다.”

‘으이, 귀신’


수현이 어색함을 무마하려고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머릿속에 가시지 않는 여운, 그러고는 이내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지 피식 웃음이 터진다.


어느덧 관광지인 천지연 폭포 주차장에 도착한다. 근데 이건 또 뭔 일? 차에서 친구들이 내리기 시작하자 다른 반 여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100여 명 남짓이 버스 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이 정도면 2학년 여자애들이 거의 다 몰린 게 아닌가.


이건 누가 봐도 유명 아이돌이 버스에 타고 있는 풍경인데, 차에서 하나둘씩 내리던 친구들은 뜻하지 않은 진풍경에 놀라워한다.


“뭔데? 뭐야.”

“야, 뭐냐?”

“뭔 일이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왠수를 사랑하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올립니다 24.09.18 10 0 -
16 고백 NEW 4시간 전 1 0 16쪽
15 너가 설레이면 나도 설레어여 하는 거야 NEW 10시간 전 2 0 13쪽
14 남자들은 다 똑같다 NEW 16시간 전 5 0 12쪽
» 둘만의 몽상 24.09.19 8 0 11쪽
12 첫 키스 24.09.18 7 0 11쪽
11 뽀족한 수 24.09.18 10 0 12쪽
10 내시 24.09.18 11 0 17쪽
9 발차기 24.09.17 12 0 11쪽
8 윙크 24.09.17 10 0 16쪽
7 개만도 못한 인간 24.09.17 9 0 14쪽
6 병날 24.09.16 12 0 12쪽
5 너랑 하고 싶어 24.09.16 14 0 14쪽
4 클럽 24.09.16 15 0 10쪽
3 환상의 콤비 24.09.15 13 0 13쪽
2 ‘ㅈ됐다!!’ 24.09.15 16 0 13쪽
1 수학여행 24.09.15 27 0 3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