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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해은
작품등록일 :
2024.09.14 15:04
최근연재일 :
2024.09.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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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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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한별은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도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만 보고 있으니, 영문을 몰라 한다. 드디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냥, 병원에나 있어.”

“예?”


잘못 들었나? 병원에 있어라는 뜻이야? 병원에 나가 있어란 뜻이야?


“뭐라고요? 잘 못 들었어요.”

“얘가 이번에 다칠 때 귀도 다쳤나? 좋아할 것 없다고, 의미 없으니까.”


고개가 사선으로 비스듬히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휴, 수학여행 일정 취소됐어. 알았어? 다 돌아갈 거야. 그러니 너는 계속 입원해서 치료나 받아.”


이런 황당 곱빼기에 어이는 상실할 소리를, 수현이랑 아무것도 못 했는데 가긴, 어딜 돌아가? 말도 안 되는 소릴, 인정할 수 없다. 절대 인정 못 한다.


“아, 왜요? 왜왜? 왜요? 아, 선생님 왜요!”


영문을 모르니 눈을 부릅뜨고 소리치며 다그친다. 일그러지는 한별의 표정 못지않게 선생님도 얼굴을 찡그린다.


“왜요? 그걸, 지금 본인이 몰라서 물어?”

“예? 모르니까 물어보죠. 혹시 저 없는 사이에 집단 식중독이라도 걸렸나요? 아니면 저 모르는 사고라도.”

“아~휴 이 자식, 공부만 잘했지. 정말 세상 물정에 대해서는 아주 젬병 수준이네. 아는 데 모른 척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외면하는 거야. 남 일이다 하고.”

“?”

“너, 때문이잖아. 너, 때문. 좀 전에 교장선생님에게 사고에 대해 보고했다가 난리도 그런 생난리를.....”

“하....”

“네 덕분에 태어나서 내 나이에 여태까지 들었던 욕보다 더 먹고 좀 전에 끊었어.”


나 때문이라고?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한별은 의심스럽다.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길래 그래요? 아니 뭐 아무것도 아닌 일로 수학여행 일정 전체를 취소한다고요? 선생님께서 침소봉대해서 보고 하신 것 아니세요?”


취소를 듣고는 처음에는 황당해하더니 이제는 그 황당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서가 아니라 선생님을 원흉의 대상으로 지목한다.


“허? 애가 그런데, 자기 잘못한 것을 반성할 생각은 안 하고 취소된 책임을 나한테 물어? 너 이번에 머리도 좀 다친 거 아냐?”


어디가 이상이 있는 건지 머리를 만지려 하자 몸을 뒤로 빼며


“저, 제정신 맞아요. 아니, 잘 좀 얘기해 주셔야죠.”

“어떻게, 어떻게 더 잘 얘기해. 어떡해?! 아주 고맙다~ 씨 나 장수하게 해줘서. 덕분에 기네스북에 올라갈 것 같다고, 세계에서 최 장수해서.”


그렇게 선생님은 불만 불평을 일장 연설로 늘어놓는다. 하지만 지금 한별에게 그런 불평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래서요? 그래서 그냥 교장선생님께서 이 선생 철수하고 돌아와, 그러니까 예, 알겠습니다. 했냐고요. 그냥 고분고분하게 말이에요.”


담임 선생님은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하고 지속되는 적반하장식 지적질 한별의 태도에 짜증이 훅 올라온다.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이 녀석아!! 그럼, 예 알겠습니다라고 하지 지금 상황에서 뭐라 해야 하는데. 네가 말해봐 네가, 뭐 죽었다 깨어나도 일정 소화한다고 말했어야 했던 거냐? 말해봐! 뭐라 해야 했는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역정을 내시니 한발 물러난다.


“아니, 그그 있잖아요. 별일 아니다. 학생 하나가 찰과상 입었는데 병원에서 바로 퇴원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상처가 미미하다. 그러니 수학여행 취소할 정도는 아니다. 뭐 그런 식인 거죠.”

“나보고 지금 거짓말을 하라는 거냐? 말해봐, 선생님한테 지금 거짓 보고를 하라는 거냐고. 너 머리 다시 확인해 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으니.”

“제정신이라니까요.”

“지금 상황을 모르겠어? 네가 사고를 친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네가 다친 게 중요한 거야. 하필이면, 너. 너, 너 너이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거라고. 너 교장선생님 성격 알지? 약한 자 앞에서는 한없이 강하고 강한 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거.”

‘무슨 얘길 하시려고?’

“날 얼마나 잡던지 하필이면 많고 많은 애들 중에 왜 하필이면 한별이냐고, 얼마나 소리를 치시는지 귀지가 싹 다 떨어져 나왔어. 봐봐 귀지 하나도 없는 거.”


그리곤 자기 귀를 한별에게 들이댄다.


“네 놈 때문에 1년은 귀 안 파도 되겠어.”


선생님의 원망 따윈 개나 줘버려라. 지금 서로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선생님, 교장 선생님께 잘 좀 얘기해 주세요. 별일 아니라고요 예? 아니 저 하나 때문에 전체 수학여행을 취소한다는 게 이게 말이 되냐고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자신이 전교 1등이고 경시대회 나가서 수상을 많이 해와 학교의 명예를 드높였다고 하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으니, 교장선생님께서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친 것과 수학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은데, 어찌 됐든 지금은 둘의 연관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내게는 수학여행 정상 일정 부활이 중요하다.


그러니 매달린다. 그것도 간곡히.


“아~앙 선생님 제발요.”

“아니 애가 정말, 너 지금 그렇게 상황 파악이 안 되니? 수학여행이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선생님, 저는 정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수학여행이 중요한 게 아니면 뭐가요? 제 건강 상태가요? 저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다니까요. 그러니 멀쩡해요.”


그놈의 상황 파악, 도대체 뭔 말을 하는지, 교통사고 나서 한 10명 다쳤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 400명의 학생 중에 달랑 한 명인데 왜 이리 호들갑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게 걱정되면 나만 돌아오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상처의 깊이 정도는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좀 전까지만 해도 짜증 나서 역정 내시던 분의 눈가에 다크 써클이 가득 차서 근심 어린 눈으로 하소연한다.


“너희, 아버지.”

“예? 제, 아버지요”

“아, 그래. 후원회 회장님. 회장님께서 보통 성격이시니? 한 성깔 하시잖아. 아니다 한 성깔 하시면 내가 말도 안 하겠다. 한 열 성깔은 하시잖아.”

“수학여행 일정하고 아버지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얘가, 얘가 이렇게 둔해서는 원, 운동은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지 모르겠네. 너 기억 안 나? 1학년 때?”

“?”

“그 있잖아. 교무실 문짝 작살나고 교장실 문, 두 개로 빠개진 일.”

“아.....”


기억났다. 이제 알 것 같다.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이 왜 그러시는지.


“학교 찾아와서 다짜고짜 들어 보지도 않고 어떤 새끼가 그랬냐고.”

“아니, 그건....”

“선생들이 뭐 하는 거냐고, 교무실 문짝을 바로 걷어차고 들어오셔서 문짝이 앞으로 그냥 벌러덩 자빠졌잖아. 나 그때 너무 놀라서 그 이후로 심장병이 다 생겼어. 조그만 일에도 놀라서 심장이 빨리 뛰어서 죽을 것 같다고.”

“예.....”

“진정하시라고 얘기 좀 들어 보시라고, 근데 들어먹어야지. 난리도 그런 난리를, 힘은 좀 세시냐. 아버님께 좀 여쭤봐라. 뭘 드시는 거냐고 그 연세에. 나 바짓가랑이 부여잡고 애완견처럼 끌려다녔잖아. 하필 그 영상 애들이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개망신에, 그 영상 아직도 남아 있더라. 좀 전에 찾아봤더니 조회 수도 2백만이 넘었어. 내가 아직 애인도 없는 데는 회장님 책임도 커.”


선생님은 그때 일은 기억해 내고는 치를 떨었다. 그건 다가올 공포에 대한 경계심이었다.


“교무실, 교장실 문짝 그때 새로 단 거 알지? 날 바지에 매달고는 결국에는 교장실까지 가서는 교장실 문짝도 그냥 냅다 걷어차서는”

“....”

“나중에 사모님이 쫓아 오셔서 말류하고 선생님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체육 시간에 뜀틀 하다가 그만하라 했는데 네 욕심에 더 높이 해보겠다고 친구들하고 장난치다 떨어져서 손가락 부러진 거라고. 하휴~ 그때 사모님 안 오셨으면 정말 누구 하나 죽어 나갔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뭐 나중에 얘기 들어 보시고는 사과하시고 회장님께서 더 좋은 걸로 다 교체해 주셨지만 문이 왜 문이야. 손잡이는 또 왜 있는 거고 손으로 열라고 있는 건데 그걸 왜 발로 차냐고. 휴....”


거듭된 한숨에 죄송스러워 고개를 못 들겠다.


“그때는 그래도 수업 과정이었는데 이거는 수업도 아니고 나하.... 이 사고를 어떻게 설명드리고 수습해야 하는지 도무지 방도가 없다 방도가. 교장 선생님은 맞을 매면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괜히 아픈 애를 끌고 다니며 수학여행 했다고 난리 칠 거라고 그러니 빨리 올라오라고. 하.....”


말만 꺼내면 한숨으로 끝내신다. 계속된 한숨에 병실은 이미 지하 10층으로 내려앉고 있다.


“학교 후원회 회장님이시니 이번 일로 학교 후원 끊어질까, 그것도 교장선생님은 전전긍긍이던데 그 원망이 다 나한테 향하고 있으니 교장선생님, 속셈 뻔하다. 빨리 철수하고 와서 나보고 막으라는 거지 죽어도 나 보러 죽으라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하신 분.”

‘아, 그래서 아까 그런 말씀을.’

“학교 뒤집어질 게 눈에 보이듯 선하다, 선해. 한별아 나 어떡해야 하니 좋은 묘책이 없을까? 학교를 그만두고 나가? 그건 너무하지 않냐, 내 나이에 직장도 없으면 나는 장가도 못 가고 혼자 늙다가 고독사해야 해.”

“....”

“아, 아! 그래, 나 휴가 땡겨 쓸까? 여름휴가. 학교 복귀 안 하고 나는 제주도에 남는 거지. 어때?”


이제야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의 오버가 완전히 이해됐다. 아버지 성격 모르겠나? 18년을 같이 했는데 나한테는 한없이 자상하시고 화 한번을 내신 적이 없다.


그런 분이 나와 관련된 일에는 이성을 잃으신다.


학교 찾아와 난리 친 일이 그때 일만 있었나? 더 있었다. 대표적인 것만 선생님께서 얘기하신 거지. 자식을 사랑해서 그런다는 걸 뻔히 알지만,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쳐 자신을 난감하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걸 담임 선생님께서도 잘 아신다. 그때마다 내가 대신 찾아가 선생님께 사죄드렸으니.


한별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한별아?”

“...”

“아니, 이 녀석이, 한별아!”

“네.... 에.”

“남은 단내나게 얘기하고 있는데 너무 하는 거 아니냐? 내 일 아니라고, 나 어떻게 휴가 당겨쓰고 제주도에 남을까? 회장님 진정될 때까지 연락 끊고 숨어 있는 거 어때?”

“갑자기 무슨 휴가세요? 정상적으로 수학여행 인도 하셔야죠.”

“뭐~ 어?!”

“선생님, 아버지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절 믿고 정말 아무 일 없게 할게요. 약속드려요. 아~앙 선생님.”


갑자기 되도 않는 애교에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쳐다본다. 솔직히 미덥지 않다.


하지만 지금 이것저것 따질 상황도 아니고 뾰족한 대책을 학교에서 자신을 위해 강구해 줄리도 만무했다.


교장 선생님 속셈 모르겠나. 오직 날 희생양 삼아 회장님 발차기의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떻게? 네가? 뭐라고 하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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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클럽 24.09.16 15 0 10쪽
3 환상의 콤비 24.09.15 13 0 13쪽
2 ‘ㅈ됐다!!’ 24.09.15 15 0 13쪽
1 수학여행 24.09.15 25 0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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