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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해은
작품등록일 :
2024.09.14 15:04
최근연재일 :
2024.09.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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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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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족한 수

DUMMY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의 통화.


“이 선생, 돌아올 준비 하고 있어?”

“그게....”

“왜? 또 뭔 일이라도 터졌어? 터졌냐고!”

“그게 아니고요.... 교장 선생님, 수학여행 일정대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교장 선생님은 버럭, 전후 사정 들어보지도 않고 불같이 화부터 낸다.


“뭔, 개 같은 소릴 하고 자빠졌어! 사고는 있는 대로 다 쳐놓고는, 빨랑 준비하고 돌아와. 돌아와서 시말서 쓸 각오나 해!.”

“아니, 제가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사고는 여자애들하고 한별이가 쳤는데....”

“뭐라고?!”

“그렇지 않습니까? 시말서라뇨.”

“수학여행 갔으면 학생들의 관리 감독의 대한 책임이 누구한테 있어?”

“그거야....”

“말 흐리지 말고 똑바로 얘기해 봐”

“....”

“선생이 왜 있어? 선생이 그 먼 곳까지 왜 따라가냐고? 당연히 선생한테 그 책임이 있는 거 아냐? 뭐 관광하러 갔어? 휴양하러 갔냐고?”

“.....”

“교직자가 돼서 그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려는 태도가 올바른 교직자의 태도야? 교직자는 학생들의 안전, 생활 전반에 책임이 있는 거라고, 교직자의 최우선은 학생이다. 몰랐어!!”

“....”

“왜 말 못 해. 어?”


담임 선생님은 억울해하면서도 틀린 말이 아니니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교장 선생님의 똑 부러진 말씀에 함구로서 동의를 표한다.


“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생각이 짧았습니다.”

“빨리 돌아와, 그 사이에 또 뭔 사고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하니까.”

“지금 돌아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러니.”

“그럼, 뭐가 중요한데 어? 지금, 이 시국에 뭐가 중요하냐고? 말해봐!”

“그러니까 말씀 드”

“시말서가 중요해? 안 쓰게 해달라고!”

“아니, 그게 아니고요”

“그럼, 말을 해! 뜸 들이지 말고.”


교장 선생님은 담임 선생님의 말을 중도에 계속 끊어, 마치 대역죄인이 목은 내놓지 못할망정 뭐 그리 할 말이 많냐는 투였다.


처녀가 임신해도 할 말이 있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론권을 보장받는데 말이라도 해주게 할 것이지. 참고 있던 담임 선생님도 이젠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온다.


“아~ 아, 진짜”

“아~ 아 진짜? 뒷말 뭐야, 뒷말 뭐냐고? 씨발 ㅈ같네! 그러려고 그랬지. 어?!”

“그게 아니라, 말할 기회를 주셔 놓고 말하라고 하셔야지. 뭐 무 잘라 먹듯 자르시면 제가 어떻게 할 말을 하겠습니까?”

“죄인이 뭔 말이 많아. 해봐, 해보는데 괜히 봐달라는 둥 헛소리, 꿈도 꾸지 마!”

“아휴, 증말 그게 아니고요. 거.... 한별이 아버지요.”


갑작스러운 한별 아버지 거론에 저승사자라도 거론한 듯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엉?! 회회, 회장님? 버버, 버벌써 아셨어? 언제, 언제 아셨는데?”


엉덩이를 들썩인다. 이유가 있다. 다급해서 물어볼 수밖에 없는 것이. 책임을 질 담임과 애들은 제주도에 있다. 그럼, 당장은 원망의 화살이 누구에게 향하겠는가? 바로 나다. 학교와 한별의 집과는 걸어서도 10분 거리. 그러면 차로 3~4분이면 도착.


이 선생과 통화한 지 5분 다 되어 가는 것 같으니 바로 들이닥칠 시각. 문짝을 쳐다본다. 또 차고 들어올까 봐. 그리곤 이번엔 들어와 내 목을 딸까 봐. 침을 꿀꺽 삼키며 되묻는다. 도망가야 하니.


“언제! 언제, 아셨냐니깐?!!”

“아직 모르세요.”

“어, 휴~~ 그래? 숨넘어가는 줄 알았네.”


안도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다가 다시 제자리에 앉는다.


“휴~ 그래서 뭐 얘기하고 싶은 건데?”

“교장 선생님도 한별이 아버님, 회장님 성깔 아니까, 걱정하시는 거잖아요?”

“아, 그래. 난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어. 회장님 난리 칠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벌렁하다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장님의 회자만 꺼내도 심장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라고 지금 심장 빨리 뛰는 거 봐. 한번 들어볼래?”


그러고는 핸드폰을 자기의 가슴에 갖다 댄다.


‘뛰기는 개뿔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구만.’

“아, 알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어? 무슨 좋은 묘수라도 있어? 말해봐. 이 선생 이번 일만 잘 넘기게 해주면 어.... 그래, 다음번 교무 주임은 따 놓은 당상이다. 내가 약속하지.”

‘오~ 호 웬 떡!’

“한별이가 제안하더라고요. 수학여행 일정대로 진행하면 자기가 아버지는 책임지겠다고. 정말 아무 일 없게 하겠다고 은근히 딜을 하더라고요.”

“한별이가?”

“예.”

“한별이가 그랬단 말이지. 그래서 이 선생은 뭐라 했는데?

“뭐라 하긴요. 안된다고. 교장 선생님께서 당장 철수하고 돌아오라고 했.”

“아아, 아 이 인간이, 미쳤네? 미쳤어! 그걸 내 이름을 팔았단 말이야?”

“팔다니요? 교장 선생님께서 지시하셨잖아요.”

“내가 언제?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이 선생 그렇게 안 봤는데 책임을 나한테 다 떠넘기려는 수작을 하고 있었네. 그런 거 나한테는 안 통해. 어디서 그런 개수작을.”


이런 교장 선생님의 태도 너무 익숙하다. 너~ 무.


“네~ 에? 알았습니다. 일단 알았고요. 아무튼 수학여행 취소한다고 했더니 지금 아버지께 전화해서 사고 전후 사정 말씀드린다는 걸 간신히 만류하고 바로 전화드리는 겁니다.”


교장 선생님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다정한 목소리로


“그래, 이 선생님의 생각은 어때요?”


교장 선생님의 오르락내리락 종잡을 수 없는 발걸음. 장단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다.


“교장 선생님께서 결정해 주셔야죠. 저한테 그걸....”

“난 항상 현장에 있는 선생님의 의견을 중시해 왔잖아요. 그러니, 이 선생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죠.”

“네?”

“그러니 어서 말해봐요. 개의치 말고, 어서요.”

‘이런 제기랄! 나한테 모든 걸....’

“참, 나.... 하는 수 없죠. 저희가 교직자로서 뭐 꼼수를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도를 걸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도? 바른길?”

“아, 네, 생각해 보세요. 막말로 다른 애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좀 전에 교장 선생님께서도 저의 아둔함을 깨우쳐 주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내가 뭘?”

“아니, 그 있잖아요. 교직자로서 최우선은 학생이다.”

“아, 그렇지. 내가 그렇게 얘기했지.”

“평생 한 번뿐인 수학여행을 이렇게 끝낸다는 건 너무하지 않냐는 거죠. 이건 교직자로서 학생 전체를 위하는 선택은 아니라 이겁니다.”

“그렇지, 그렇지.”

“한별이가 뭐라 하는지 아세요? 나한테 아주 하소연을 제대로 하더라고요.”

“뭐라는데?”

“자기는 위기에 처한 여학생들 구해 준 죄뿐이 없는데 세상에 비밀이 어딨냐? 나 때문에 수학여행이 취소된 것을 알면 뭐라 했더라... 아, 주홍 글씨, 주홍 글씨가 되어서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거라고 그리고 죽어서는 400명의 원망 때문에 저승에도 못 가고 구천을 떠돌 거라나 뭐라나.”

“그러면 안 되지. 우리 한별이한테 그런 굴레를 씌워서는 절대 안 되지 암.”

“그.... 한별이의 압박에 굴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학생만을 바라보며 학생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수학여행을 계속 진행하는 거다. 이거죠.”


교장 선생님은 자신이 살 탈출구를 이렇게까지 만들어 주니 감읍할 따름이다. 정말 이 선생의 열변은 감동적이었다. 그러니 감동의 눈물까지.


“흐흑, 흑.”

‘갑자기? 왜 울어?’

“선생님? 교장 선생님, 왜 그러세요?”


담임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의 감정의 굴곡이 롤러코스터를 타니 어지러워 토할 지경이다.


“자신은 돌보지 않고 책임지려는 자세. 오직 학생들만 바라보며 이렇게 학생들을 위하는 선생님을 잠시나마 의심했다는 게 정말 교직자로서 부끄러워 몸들 바를 모르겠어서, 그리고 감동했어서.”

‘우~ 와, 우~ 와, 이, 이 인간 진짜.’

“우리가 우리만 생각했지. 어린 학생들이 겪어야 할 박탈감, 당혹감,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는 배려하지 못했네! 그려. 우리가 부족했어. 반성해 알았어?”

“제가요?”

‘뭔 소리야, 이건 또. 감동했다며, 감동해서 눈물까지 난다며 근데 갑자기 나 보러 반성하라고?’

“아니, 나한테 스스로 한 말이야.”

“아, 네.”

“이 선생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여깄는 내가 그쪽 상황을 어떻게 정확히 알겠어.”

“제가 결정해요?”

“이 선생이 전권을 쥐고 진두지휘하는 걸로 그리고 나는 사고 전화 못 받은 거다.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거다. 알았지?”

“아니, 아니 사고 전화를 못 받다니요? 알지도 못했다니요?”

“그럼 끊는다. 고생하고”

“뚝.”

“선생님? 교장 선생님!!”


아무리 소리쳐도 이미 끊어진 전화, 말소리가 나올 리 만무했다.


“후~ 와~ 야~ 내내 기가 차서, 이 인간, 나 혼자 안고 죽으라 이거지.”


담임 선생님은 너무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고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였다.


“하~ 잘못되면 보고도 안 받았으니 모르쇠. 그러니 모든 책임 나 보고 지라 그거 아냐.”


울화가 치밀어 씩씩대지만, 성격 자체가 오래 지속되는 성격이 아니다.


게다가 한별에게 꼭 허락받아 오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교장 선생님도 한 꼰대 하는지라 안 들어 주면 협박이라도 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었는데 너무 손쉽게 허락받자, 긴장이 풀려 허탈하기까지 했다.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담임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사고는 터져 회장님의 불화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본전. 그러니 더 나빠질 것은 없다.


자신은 한별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다.


1학년 때부터 지금 2학년까지 담임을 맡으면서 지켜본 한별은 자기가 내뱉은 말은 어떻게든 지키려는 책임감 강한 학생이었다.


지금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에서 한별이를 믿어 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정말 한별이가 사고를 무마 시켜주면 고마운 거고. 안 되면 뭐 죽으면 되지.


그리고 한별의 손 치료도 수술 병원에서 며칠이라도 받게 해, 상처가 조금이라도 더 아물어서 가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마지막으로 2학년 학생들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게 학생들의 불만으로 끝날 일인가? 취소했다가 맞이할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는 또 어떡할 것인가? 한 두통이 아닐 텐데, 이 또한 피하고 싶은 난제였다.


그러니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수학여행을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정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한별이 애타게 기다리는 결과를 들고 병실로 향한다.


한별은 친구들과 얘기 나누던 중 선생님이 눈에 들어오자, 말을 멈추고 다급히 부른다.


“선생님, 선생님 어떻게, 어떻게 되셨어요?”

“아휴, 간신히 허락받았다.”

“정말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 약속한 거 있으면 안 된다. 꼭 이다 절대다. 화장실 들어갈 때의 심정을 그대로 유지해서 꼭 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선생님의 허리춤을 안는다.


“놔라, 징그러운 놈아. 너 때문에 가뜩이나 없는 머리카락 몇 가닥 안 남게 생겼어.”


화장실 간다며? 화장실에서 똥 눕던가, 아님, 오줌 누었겠지, 어떻게 되다니? 허락은 뭐고 이 액션은 뭐야. 이게 다 뭔 시츄에이션인지 모르니 수현, 병길, 향미는 그저 눈만 껌벅껌벅


“뭐꼬? 한별아, 이게 뭔 일이고?”

“아냐, 아무것도. 선생님과 나만 아는 비밀. 아, 뭣들 해. 빨리 퇴원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수학여행 해야지.”


친구들과 합창으로


“OK! 가자!!”


한별과 선생님은 퇴원 수속을 마치고 친구들과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미리 연락을 받은 숙소 대기 선생님들이 버스에 친구들을 먼저 태우고 한별 일행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윽고 도착해 기다리던 버스에 오른다. 선생님께서 가장 먼저 탑승하고 향미, 수현, 병길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한별이 탑승한다.


그런데 한별이 타자마자 갑자기 버스 안에서 터지는 함성과 연호


“와! 와!”

“최 한별! 최 한별! 최 한별!!”

“뭐, 뭐야 왜들 이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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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시 24.09.18 11 0 17쪽
9 발차기 24.09.17 11 0 11쪽
8 윙크 24.09.17 10 0 16쪽
7 개만도 못한 인간 24.09.17 9 0 14쪽
6 병날 24.09.16 12 0 12쪽
5 너랑 하고 싶어 24.09.16 12 0 14쪽
4 클럽 24.09.16 15 0 10쪽
3 환상의 콤비 24.09.15 13 0 13쪽
2 ‘ㅈ됐다!!’ 24.09.15 15 0 13쪽
1 수학여행 24.09.15 24 0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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