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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해은
작품등록일 :
2024.09.14 15:04
최근연재일 :
2024.09.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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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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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37

작성
24.09.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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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병날

DUMMY

그때


“아아악!!”


누군가 지욱의 팔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지욱은 고통에 찌그러진 얼굴로


“아~ 악, 후후, 후아유?”


“한국말로 해! 되도 않는 영어 하지 말고.”


남자는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지욱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남자의 강한 악력에 고통스러워 수현의 머리채를 놓고 만다.


“아....아아, 놔! 놔!”


수현의 머리채를 놓았음에도 그 남자는 손목을 부숴버릴 듯이 더 강하게 쥔다.


“한번, 더 손대면 쓸모없는 손모가지 평생 장식용으로 쓰게 해줄게! 알았어?”

“....”

“대답 안 해!!”


패거리들도 있는데 자기의 체면이라는 게 있지 않나 그러니 나름 버텨본다. 바로 대답이 없자 용서란 없다. 자비도 없었다.


그 남자가 사력을 다하니 갈라진 근육 위로 힘줄이 울긋불긋 터질 듯 튀어나오고 목의 대동맥에 핏발이 선다. 지욱은 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타는 고통에 시달린다. 오래 가지 않는다. 바로


“아~ 악! 알았어, 알았다고. 우악! 일단 놔아악~!!”


남자는 그제야 잡은 팔목을 놔주면서 밀어 버린다. 그렇게 힘주어 밀지 않은 것 같은데도 지욱은 바닥에 나뒹군다.


“한.....별아.....”

“괜찮아? 그러니까 밤에 왜 함부로 다녀.”

‘나랑 다녀야지.’


그 강한 힘의 팔에 소유자는 한별이었다. 한별은 지금 상황에 대한 타박이 아니었다. 진심 어린 걱정의 말이었다.


“향미야 괜찮아?”


병길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향미를 안아 일으킨다. 한별은 바닥에 놔 부러져 있는 향미까지 보게 되자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처박아 버리고 싶지만, 입술을 앞니로 터질 듯 깨물며 간신히 분노를 억제한다. 그리곤 마지막 기회를 주는 배려를 한다.


“당장 사과해! 형들 같은데.”


좀 전 타는 고통에서 벗어났으니 같잖다는 듯 실실대며


“킥킥, 사과? 애플? 후아유?”

“나는, 나는 바반 친구다.”


지욱은 나는 또 하며 하찮은 게 귀찮게 군다는 표정으로 한별을 향해 헛웃음 친다.


“짜식, 귀엽네. 반 친구라고? 좋게 말할 때 가라. 형이 용돈 줄 테니.”


지갑을 꺼내 100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한별의 셔츠 포켓에 꽂아준다. 한별이 어이없다는 듯 응시하자.


“왜, 모자라? 짜식 통 크네.”


지욱은 잠시 한별의 행색을 스캔한다.


“어어, 좀 있는 놈이네. 알았다, 알았어. 친구들 앞에서 가오 좀 제대로 세워달라 이거지.”


100만 원짜리 수표 3장을 더 꽂아준다. 그러고는 좀 전에 한별의 힘을 봤으니 혹시라도 또 무슨 봉변당할지 몰라 재빨리 원래 있던 무리 쪽으로 뒷걸음친다.


“네, 친구 값이다. 이거 10만 원짜리 아닌 거 알지? 준 돈으로 가서 놀아. 지금부터는 네 친구 내 거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줄 알아? 내 세상을 달라는 거야.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허락도 없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대. 저, 입. 당장이라도 달려가 발기발기 찢어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버리고 싶다.


‘수현이는 너같이 더러운 입에 함부로 올릴 수 있는 존재가 아냐.’


한별은 눈썹을 추켜세우고는 장난하냐는 식으로 바라보다가 지욱의 반응을 보곤 얼굴빛이 확 바뀐다.


이미 기회는 줬다. 사과 대신 돌아온 것은 비아냥이니 평정심을 놓아 버린다. 상대방이 연장자든 상관없다. 이젠 배려 따위란 일절 없을 것이란 것을 암시하듯 주먹을 말아 쥔다.


“장난하냐? 후회하게 될 거다. 난 기회를 틀림없이 줬다. 그것도 정중하게.”


한별 순간 눈에 섬광이 번뜩인다. 하지만 끝까지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지욱


“하~ 고 무서워라. 무서워서 온몸이 다 떨리네. 그 눈깔 뭐냐? 잘못하면 눈에서 광선 나오겠다. 그러지 말고 허리웃가서 배우 해. 왜 있잖아. X맨 돌연변이. 왜, 울 아버지 통해서 소개시켜 줘? 하하하.”


조롱에 참지 못하겠다. 우선 받은 수표를 꺼내 손바닥에 쥐고 구겨 짓이겨 버린다. 그뿐이 아니다. 오른손으로 돌돌 말아 지금의 분노를 모두 실어 지욱의 얼굴로 던져 버린다.


스트라이크! 박찬호의 강속구는 저리가라였다. 만일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봤더라면 틀림없는 스카웃 각이었다.


한편 졸지에 수표로 얼굴을 강타당한 지욱, 틀림없이 종이였음에도 순간 휘청인다. 처음 겪는 일에 자존심에 빈정까지 상하는지라 희번덕거리던 얼굴이 급 굳는다.


감정이 상하니 열받아 말이 걸다.


“이, 새끼가! 어린놈이라 말길을 못 알아 쳐 듣네. 저런 놈은 좀 맞아야 해! 맞아야 정신 차리지 안 그러냐? 하하하.”


패거리들을 향해 허세 부리며 헛웃음 치자 무리들도 따라 비웃는다.


“그래, 그래.”

“맞아야지. 하하하.”

“형이 예쁘게 봐줄 때 갔어야지. 너 오늘 좀 맞자. 뭐하냐? 내 눈앞에 언제까지 거슬리게 놔둘 거야. 밥값 좀 해. 치워!!”

“자, 내 핸드폰으로 신고해.”


한별은 급히 자신의 핸드폰을 수현에게 넘겨준다. 지욱의 신호에 패거리들이 한별에게 몰아치고 눈치만 보고 있던 병길은 재빨리 한별 뒤로 몸을 피한다.


제일 먼저 달려들던 놈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유도 기술을 활용해 업어치기로 저 멀리 던져 버린다.


처음 놈이 이렇다 할 대응도 못 해보고 저만치로 내동댕이쳐지자 달려들던 놈들이 순간 움찔하며 주춤댄다.


“뭣들하고 있어! 이딴 식으로 하면 너희들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지욱의 다그침에 패거리들은 다시 달려든다. 한별도 물러서지 않는다.


물러나기는커녕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오히려 기다리지 않고 자신도 달려 나가 맞선다. 두려움 따윈 없다. 지금 한별에게는 오직 수현과 향미에 대한 복수심만이 있을 뿐이다.


한 놈씩 업어치기, 들어 메치기, 조르기, 밭다리, 모두걸기 등 그동안 TV에서도 볼 수 없었던 유도의 갖가지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제압한다.


유도 기술을 활용해 맞서자, 패거리들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 해보고 이번에는 자신들이 시멘트 바닥을 제집인 양 큰대자로 누워있거나 자유롭게 굴러다닌다.


낙법도 못 배웠는데 매트도 아닌 시멘트 바닥에 내쳐졌으니, 사지가 부러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속절없이 당하던 패거리 중에 그나마 하얀 염색 머리를 한 자가 잠시 자웅을 겨루는 듯싶더니 상의 옷자락이 잡혀, 한별의 주특기인 업어치기에 걸려 가장 멀리 날아간다.


지욱은 마치 자신이 싸우는 듯 몸둥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액션을 취해 보더니만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 전개를 지켜보며 적지 않게 당황한다.


그런 한별의 활약을 경악의 눈으로 지켜보는 이가 둘 있었으니, 수현과 향미였다. 향미는 풍부하게 제스처를 취해간다. 좀 지켜보더니 흥분해서는 추임새까지 넣어간다.


“그렇지, 이렇게, 그래 그거야. 지금이야 잡아! 그렇지. 이번에는 왼쪽 그래, 그놈 허벅지를 잡고 넘겨.”


흡사 유도 시합장에 한별은 선수, 자신은 코치와 같았다. 그러고는 결과에 감탄한다.


“와~ 한별이, 캬~ 아! 한별이 진짜 남자네. 수현이 니가 한별 일 좋아하는 이유를 알긋다. 어, 근데 병길이, 병길이는 어딜 갔노?”


방금까지만 해도 한별이 뒤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병길이 눈에서 사라졌다.


혹시 패거리들에게 구석탱이에서 얻어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 눈에 힘을 주고 눈여겨보지만 없다, 없어. 시야에는 없었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없으니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는 쭉 훑어보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병길은 보이지 않았다. 눈에 없으니 뻔하지 않은가, 바로 근심은 원망으로 바뀐다.


“이늠아, 도망갔네! 도망갔어. 아~ 고 백지장도 맞들면 나을 긴 데 몬 때리믄 대신 맞고라도 있으믄 한별이가 좀 수월할 긴데. 도망갔네. 혼자 살라고.”


병길은 한별이 6명을 상대해 바닥에 편하게 눕혀 놓은 순간에도 보이질 않았다. 나머지 놈들이 다시 한별에게 숨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친다.


넋 놓고 있던 수현이 번뜩


“핸드폰! 향미야 경찰, 경찰에 신고해야지.”

“그래 맞다. 내 증신이 읎어 갔고 잊고 있었네. 빨리 걸어라.”


아무리 어렸을 때부터 유도한 한별도 혼자서 10명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워했다.


“허억, 헉헉헉!”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러면서도 눈은 경계를 멈추지 않는다. 놈들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 독수리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상대들은 더했다. 다리, 허리, 어깨를 연신 만져대며 누워서 못 일어나는 놈에서부터 앉아서 허리를 부여잡은 놈까지 어디 하나 성한 놈이 없었다. 제대로 서 있는 놈이 없다.


“병신 새끼들! 내가 저런 새끼들을 거둬들여서 믿고는 아흐!”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고 한별이 숨을 고르고 있던 사이 한별의 눈을 피해 어디론가 향한다. 지욱이 향한 곳은 편의점, 잠시 후 손에 무언가 들고나왔다.


들고나온 것은 맥주, 그런데 캔이 아닌 병이었다.


편의점에서 나온 지욱은 맥주병을 옷 뒤에 감추고는 눈치를 살핀 후 두 놈과 눈빛으로 사인을 주고받는다.


두 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동시에 달려들어 한별의 시선과 정신을 분산시킨다. 그 틈을 타 한별의 뒤쪽으로 돌아가 병으로 한별의 머리를 가격한다.


“팍!”

“억!”


맥주병은 주둥이만 남기곤 산산조각나 버렸다. 동시에 한별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쓰러진다. 단련된 반사 운동 신경으로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서 보려 안간힘 써 보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내 자빠진다.


정신을 가다듬으려 머리를 흔들어 보고는 다시 일어나려 해보는데 중심을 잃고는 바로 넘어진다. 다시 땅을 짚고 휘청이며 일어선다.


급기야 한별의 뒤통수에서 주르르 피가 흘러 내린다. 한 걸음 나가더니 다시 쓰러진다. 머리의 충격으로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의지와는 따로 노는 몸이었다.


그 모습을 보게 된 수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친다.


“한별아!”

“어디서 어린놈의 새끼가, 그냥 쳐 누워있어! 더 맞지 말고.”


그러고는 발로 걷어찬다.


“윽!”

“내가 누군 줄 알고 어디서 같잖은 새끼가 주접을 떨어. 봐봐! 내 말이 맞지. 맞으니까 고분고분해지잖아. 좀 맞아야 한다니까 하하하.”

“맞아, 맞아. 맞아야 정신 차리지.”

“하하하하.”


패거리들은 좀 전까지 자신들이 당한 것을 복수하자 재미난 구경거리가 난 것처럼 비아냥대며 웃어 재낀다.


한편, 한별이 병에 맞아 쓰러져 구타까지 당하자 이젠 수현의 눈에는 뵈는 게 없었다.


악에 받친 수현이 갑자기 달린다. 지욱에게로 달려들어 좀 전에 물었던 팔을 뜯어 찢어 버릴 듯이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진다.


“아아악! 악악악!!”


지욱은 수현을 떼어내려고 팔을 휘젓는다. 고통에 지랄 발광을 떨어보지만 그럴수록 수현은 사냥개처럼 악랄하게 물고 놔주지 않았다.


살점이 파여 찢어지는 고통에 간신히 수현을 발로 차 떼어 버린다. 지욱의 발로 배를 가격당한 수현은 그만 나동그라진다.


“퍽! 오마이 갓! 선 어브 어 비치”


어릴 때부터 유학 생활을 한 지욱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영어로 욕설을 내뱉었다.


나뭇가지처럼 야윈 수현은 시멘트 바닥에 쓸려나가 일어나지 못한다. 그런 수현을 발견한 지욱은 뭔가 결심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서서히 다가간다.


“한번은 앙탈로 봐주려 했는데 두 번은 못 봐주지. 이 암캐 같은 년아! 아까 내가 뭐라 했지? 다시 물면 그 이빨 다 뽑아 버린다고 했냐 안 했냐!! 큭큭 어떡하냐? 나는 약속은 꼭 지키는 성격이라.”


빈정대다 이내 눈을 선뜩인다. 갑자기 주위 바닥을 살피더니 좀 전 한별을 내리치고 남은 병 주둥이를 잡는다. 깨진 부위에 날들이 날카롭게 서 있어 보기만 해도 흉측하다.


갑자기 소리친다.


“그 주둥이, 다시는 물지 못하게 해줄게!!!”


병날로 일의 주저함도 없이 수현의 입을 향해 내리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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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윙크 24.09.17 10 0 16쪽
7 개만도 못한 인간 24.09.17 8 0 14쪽
» 병날 24.09.16 12 0 12쪽
5 너랑 하고 싶어 24.09.16 12 0 14쪽
4 클럽 24.09.16 14 0 10쪽
3 환상의 콤비 24.09.15 13 0 13쪽
2 ‘ㅈ됐다!!’ 24.09.15 15 0 13쪽
1 수학여행 24.09.15 23 0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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