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방법이 없을까?
도시도 아니고 사냥터도 아닌 평범한 마을에 플레이어들이 여럿 보이다니 이해하기 힘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은 영지 내에 볼턴 마을이 있다는 것도 오늘 알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마을 안으로 들어갈수록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많아졌다.
‘이곳에 뭐가 있기에?’
혹시나 싶어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볼턴 마을을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어이없게도 수많은 글이 올라와 있어서 아예 10여 페이지의 글이 전부 볼턴 마을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 정도면 관련 글이 고작 두서너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칸트보다도 이곳이 더 유명하다고 봐야 했다.
‘아! 이곳에서도 전사와 기사 계열의 클래스가 전직을 하고 각종 퀘스트를 받는구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하나하나 읽다보니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볼턴은 왕국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는 전사와 기사 계열의 클래스가 전직을 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였다.
아울러 마을 곳곳에 여러 개의 무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작은 마을에 그런 기능이 있다니 특이했다.
‘혹시 이곳의 무관이 나름 괜찮은 것 아닐까?’
히든 클래스 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수고와 노력을 요구하는 것처럼 같은 전사나 기사라고 해도 어디서 전직을 하고 어디서 어떤 기술을 배우느냐에 따라서 약간의 편차가 생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괜찮은 것은 그만한 수고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게임의 기본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자리 잡은 무관은 다른 것에 비해서 상당한 수준을 갖고 있을 수 있었다.
‘아! 강한 녀석들이란 길드가 이곳 무관에서 시작했구나.’
게시판의 글을 계속해서 읽는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칸트에 본부를 두고 있는 강한 녀석들이란 길드는 이곳에 자리 잡은 특정 무관 출신이 모인 길드였다.
또 이곳 무관을 중심으로 다른 두 개의 길드가 만들어져 있었다.
‘칸트가 기반 시설이 없다보니 길드 본부를 다른 도시에 두고 있었구나.’
게시판을 통해서 볼턴의 무관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다른 두 개의 길드 명도 알게 되었다.
아울러 그들이 칸트가 아닌 왕국 내의 다른 도시에 본부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길드 명칭이 볼턴과 국가대표라고?’
볼턴과 국가대표라는 길드는 회귀 전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중소 길드인 것 같았다.
‘그래도 길드 하나가 아쉬운데......’
겨울에 있을 전쟁을 생각하면, 더 정확히 말하면 의용군을 생각하면 다른 도시에 본부를 두고 있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물론 길드 본부가 칸트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자신의 의용군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모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길드 본부를 칸트로 옮겨오게 할 수는 없을까?’
게시판의 글들은 강한 녀석들을 비롯해서 다른 두 개 길드에 속한 플레이어들이 올린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글들 중에는 칸트가 핵심 기반 시설이 부족해서 너무 불편하다는 내용도 제법 있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좋아진 지금이라면 길드 본부를 옮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니켈을 내세워서 이들과 접촉을 해보라고 해야겠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동안 몽펠 마을처럼 작동되지 않고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도 곧 텔레포트게이트가 연결되겠구나.’
영지의 모든 텔레포트 게이트는 칸트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칸트에서 이곳까지는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참고로 영지 내의 텔레포트 게이트는 전부 영지 내의 이동만 가능했다.
반면 다른 영지로 이동하는 광역 텔레포트는 칸트에서만 가능했다.
‘텔레포트 게이트까지 연결되면 칸트의 조건이 더욱 부각되겠어.’
칸트에 본부를 두면 볼턴과 국가대표의 길드원은 이곳까지 한 번의 텔레포트만 하면 된다.
반면 지금처럼 다른 도시에 있으면 칸트를 거쳐야 하기에 두 번의 텔레포트를 해야 한다.
텔레포트를 두 번 한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짐작이지만 그것만 모아도 길드 본부의 임대료는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저자가 왜 여기에?’
볼턴과 국가대표를 칸트로 끌어들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아주 유명한 플레이어가 시야에 들어왔다.
‘저자는 트라이앵글의 메칸더인데 왜 여기 있는 거지?’
메칸더는 세계 랭킹 22위자 한국 4위의 유명 플레이어였다.
아울러 그가 길마로 있는 트라이앵글 길드는 도경민의 태풍과는 동맹 길드로 한국을 대표하는 길드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회귀 전에는 트라이앵글과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저자와 트라이앵글을 그나마 괜찮았어.’
트라이앵글도 초반에는 자신의 척살에 가담했다.
그러나 분쟁에서 패한 허리케인이 길드를 해체한 이후에는 약속대로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토록 유명한 트라이앵글의 길마가 이런 곳에 있다니 의외였다.
‘어! 길드 문양이 다르잖아?’
트라이앵글은 길드의 문양이 이름 그대로 삼각형으로 생겼다.
그런데 메칸더의 가슴에 새겨진 문양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왜 그러지?’
이상한 생각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랭킹 순위를 살폈다.
메칸더는 지금도 한국 4위였는데 소속 길드가 트라이앵글이 아닌 국가대표로 나왔다.
게다가 놀라운 사실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도 루팡이 볼턴 길드 소속이라고?’
대도 루팡은 세계 랭킹 30위이자 한국 5위의 랭커였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기로 대도 루팡은 트라이앵글의 부 길마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자신의 기억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에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한참 이후의 미래였다.
‘이후에 트라이앵글에 가입하나?’
혹시나 싶어서 이번에는 랭커들의 면면을 살펴봤지만 트라이앵글 소속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트라이앵글의 위치를 생각했을 때 랭커에 이름을 올린 이가 한명도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대신 메칸더와 대도 루팡과 함께 트라이앵글을 대표하는 또 다른 강자의 이름을 찾았다.
세계 랭킹 135위에 한국 랭킹 15위의 그는 태권브이였는데 강한 녀석들 소속이었다.
‘이게 어떻게......아! 세 개의 길드가 통합을 하는 것 아닐까?’
트라이앵글은 삼각형이란 뜻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강한 녀석들과 볼턴 그리고 국가대표가 통합을 하면서 트라이앵글이란 길드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맞아, 그게 틀림없어.’
추측이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모든 상황이 맞아 떨어졌다.
즉, 아직은 트라이앵글 길드가 생기기 전인 것이 틀림없었다.
‘이건 기회야! 트라이앵글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겠어.’
도경민을 칠 때 부담스러운 것은 태풍만이 아니라 동맹 길드도 함께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트라이앵글은 태풍과 동맹을 맺은 여러 개의 길드 중에서도 가장 부담스러운 길드였다.
그런데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도경민의 힘을 약화시키고 반대로 자신은 힘을 키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었다.
‘어떻게 해야 이들을 확실하게 끌어들일 수 있을까? 내가 직접 만나볼까?’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는 것이 최고였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우선은 길드의 본부부터 칸트로 옮기게 해야 해.’
지금처럼 길드 본부가 다른 도시에 있게 되면 통합 이후에는 강한 녀석들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이 되면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처럼 태풍과 동맹을 맺을 것 같았다.
그러니 회귀 전과 다른 결과를 갖고 오려면 확실한 변화를 일으켜야 했다.
‘방법이 없을까? 아! 인스턴트 던전을 이용해볼까?’
아직은 실패를 우려해서 시작도 안하고 있지만 영지 내에 450레벨 이상의 인스턴트 던전만 생성하면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서 꿇릴 것이 없었다.
막말로 그렇게 되면 볼턴과 국가대표가 알아서 칸트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노출하지 않고 인스턴트 던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물론 익명으로 홈페이지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릴 수는 있지만 확실한 소문을 내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근거가 있어야 했다.
‘인스턴트 던전을 잘 이용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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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마무리 잘하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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