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커: 3. 한심한 놈
그것을 본 녀석이 갑자기 안전벨트를 풀고 벌떡 일어났다.
"아이 켄트 두 디스 퍽킹 트럭! 유 드라이브!"
(I can’t do this fucking truck! You drive! 젠장 빌어먹을 놈의 트럭 운전 못 하겠다. 네가 해라)
신경질적으로 소리치고 트럭 뒷좌석으로 불쑥 들어 가버렸다.
주차 브레이크도 하지 않아서 트럭은 경사를 따라 서서히 뒤로 밀리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할 틈이 없었다.
황급히 주차 브레이크를 당기고 운전석으로 옮겨 앉았다.
“문제 생겼냐? 우리가 도와줄까?”
창문 쪽으로 온 두 사나이가 물었다.
“그래, 오가는 차들을 좀 막아 주세요, 내가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게”
픽업트럭의 한 사나이가 양쪽에서 밀려오는 차들을 제지하고 다른 사나이는 트럭 앞에 서서 수신호로 트럭이 원활하게 회전할 수 있도록 안내 했다.
트럭은 간신히 그 삼거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픽업트럭의 사나이들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었는데 이놈은 자기한테 뭐라고 할까 봐 얼른 도망가고 나에게 떠민 것이다. 치졸하게 한심한 녀석이다.
그날 밤, 나는 회사 매니저(safety manager)에게 전화를 했다.
이러저러하니 어떻게 좀 해 줘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놈을 아무 데나 떨어뜨려 놓고 가겠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매니저는 즉시 홈 터미널로 오는 화물을 찾아 줄 테니 절대 아무 데나 떨어뜨리지 말고 꼭 데려오라고 신신당부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놈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군것질에 맛있는 것만 사다가 잘도 처먹는다.
틈만 나면 게임기에 몇 시간씩 붙어 있었다.
도대체 이놈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을까?
열어볼 수도 없고, 열어봐야 뻔하지 뭐. 똥만 가득 들어 있을 것이다.
3일째 아침, 운전대 안 맡기고 그냥 내가 계속 운전했다.
“현찰 좀 가불 할 수 있냐?”
갑자기 그가 묻기에 나는 무슨 소린가 하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내가 알기로는 트럭드라이버들은 트럭스탑에서 연료카드(fuel card)로 현찰을 꺼내 쓸 수 있다고 하던데···.”
어디서 주워듣긴 들었나 보다.
“그래, 맞아. 하지만 너는 아직 카드(fuel card)가 없잖아, 현찰을 200달러까지 찾을 수 있지만, 그 돈은 결국 내 월급에서 빠져나오는 돈이야.”
그랬더니 이번에는 욕설을 내뱉기 시작한다.
"빌어먹을 회사! 일 시작한 지 10일이 지났는데 돈을 안 준다고?“
투덜대기 시작한다
뭐라고 대답을 해주어야 할지, 정말 할 말 없다.
정부에서 주는 실업수당 받는 상황인데도 엄마가 트레이닝 기간 동안에 쓰라고 준 돈 대부분은 모두 군것질과 오락기에 낭비해 버렸다.
그리고 3일 만에···돈타령이다.
그 후로는 나는 말대꾸도 안 하고 조용히 회사 터미널로 돌아왔다.
잠시 후 매니저를 만나고 온 그는 얼굴이 벌겋게 돼서 씩씩거리면서 돌아왔다. 애매한 옷가지만 가방에 팍팍 처넣으면서 욕을 해댄다.
나는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엄마와 아내를 생각하니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어떻게 할 문제는 아니다.
"울프! 트레이니들에게 너무 심하게 하지 마라, 그 친구 오자마자 너에 대한 불평과 욕을 엄청 하더라”
매니저가 내게 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맞아 나는 나쁜 놈이다. 트레이니에게 스트레스 안 풀면 누구한테 할까? 너한테 할까?"
그가 웃으며 돌아섰다.
내 욕을 해?
그걸 누가 믿어 준다고···. 어리석기는···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그 후 며칠 동안은 나 홀로 조용한 운전을 즐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회사 매니져로부터 메시지가 날라왔다
오타와에 들러서 새로 오는 견습생을 직접 픽업하라는 메시지였다.
‘햐~ 이제는 가르쳐 주는 사람이 직접 모시러 집에까지 가게 되는구나!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일단 가보자.‘
오타와로 향했다.
크리스토퍼 사보우린.
이름에서 프랑스 냄새가 나더니 역시 프렌치 케네디언이다. 오타와에서 가까운 트럭 휴게소에서 전화하고 10여 분 기다렸다.
부인과 함께 나타난 그는 조그만 체격에 콧수염을 여덟 팔자로 기른 파란 눈동자의 전형적인 프랑스계 케네디언으로 쾌활하고 명랑해 보였지만, 바로 전에 한심한 놈을 만나 혼이 난 나는 처음부터 고자세와 딱딱한 어투로 사무적으로 꼭 필요한 말만 하였다.
하지만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눈 녹듯이 사르르 풀어지고 말았다.
워낙 쾌활한 데다가 농담도 잘하고 눈치까지 빨라서 내가 뭘 말하려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리고 팀 호톤스에만 들리면 얼른 뛰어가 내가 즐겨 마시는 커피 엑스트라 라쥐 더불더불을 뽑아 대령했다. 뇌물에 내가 그만 무너져 버렸다.
결국, 마음을 터놓고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몇 년 아래이고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종이회사에 그만 눌러앉게 돼 무려 10여 년이나 근무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최근 불황의 여파로 회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실직자가 되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운전을 시작했다고 하는 나와 비슷한 경우였다.
2주 동안 함께 하는 시간은 재미있었고 즐거웠으며 나 또한 그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했다.
후에는 서로 욕(fuck you)을 할 만큼 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
자기 집에 초대한다고 약속하더니, 훗날 정말로 그의 집에 초대받아 저녁 식사를 대접받았다.
내가 동양계라고 특별히 중국 음식 주문해서 푸짐하게 잘 먹었다.
크리스토퍼 사보우린은 내가 트럭운전을 가르쳐 준 사람 중 가장 출중한 제자였다.
마치 사부가 제자에게 무공을 전수 하듯 열심히 가르치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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