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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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나
작품등록일 :
2016.10.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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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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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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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과를 잡는 자, 수박을 잡는 자. (1)

추천과 선작 코멘트 항상 감사드립니다.




DUMMY

“젠장.”


작업대를 내리치며 게런은 입술을 깨물었다. 주위를 돌아다니던 종업원들은 움찔거리며 그와 거리를 두며 이내 작업실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게런이 저러는 것은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대처는 능숙하다.


‘오늘따라 더 심하네.’


작업실에서 빠져나간 종업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가 왜 그런지 이유는 대강 알 수 있었다. 선반 앞에 선 종업원 한 명은 가게의 전경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리으리한 크기, 여럿 종업원들이 청소를 하거나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크기에 비에 손님의 수는 턱없이 적다. 오픈 당시 사람은 물밀 듯이 찾아왔지만 그때 당시였을 뿐 다시 런트 대장간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사치를 부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찾아 올 뿐이었다.


“우리랑 같이 새로 오픈 한 다른 대장간 있잖아요...”


“쉿!”


청소를 하다 말고 잡담을 이어 나가려던 종업원의 말을 치프가 막아 세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게런의 귀에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종업원도 아차 싶었는지 벌린 입을 꾹 다물며 걸어놓았던 빗자루를 다시 들었다.


“하아.”


한 번 제지를 가하고 상황에 지쳐 카운터에 털썩 앉은 치프는 멍하니 열려있는 입구 쪽을 응시했다. 공교롭게도 새로 오픈한 세피르 대장간과 이 런트 대장간의 거리 차이는 고작 3블럭. 멀리 보이는 줄은 분명 세피르 대장간에 선 줄이리라.


‘꽤 시간이 흘렀는데.’


런트 대장간과 같이 손님수를 유지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치프의 추측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뒤였다. 여전히 세피르 대장간은 승승장구 하고 있었으며 런트 대장간은 침몰하고 있었다. 대장장이 가문으로써 수치도 이만한 수치가 없으리라.


게런이 저러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았을 때 치프는 게런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분노만 표출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타개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가격을 낮춰보죠. 너무 높은 가격 때문에 단골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뭐? 가격을 낮춰? 내가 만든 물건이 이 정도의 값어치도 못하다고?’


“하아.”


치프는 그와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존심을 세우는 것은 좋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굽힐 때를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대화를 끝으로 치프는 게런과 더는 상의하지 않았다.


괘씸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가 대화 할 의지가 없었다.


“치프, 이대 로면 곧 분기점을 뚫고 내려 갈 거예요.”


초반 반짝임으로 손님을 끌어 모아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얻은 이득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고 그것을 넘어서 이제는 적자로 들어 서기 직전이었다. 재무담당에게 받아든 표를 확인한 치프의 표정은 서서히 일그러져갔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역시 다시 말 해 봐야 하나...’


과연 자신이 다시 말을 한다고 해서 그가 받아 줄까? 아니 제대로 귀를 기울이기나 해 줄까? 치프가 내뱉는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대화 할 의지가 없다고 보이면 짐을 싸고 나갈 생각이다.


그런 다짐으로 치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와중에 무심코 입구 쪽을 바라본 치프는 잠시 그 자리에서 멍 하니 한 곳을 바라보다 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 어서 오십시오!”


치프의 다급한 인사를 들은 종업원들은 일제히 행동을 멈추며 입구 쪽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멘트는 치프와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 손님 한 명은 소중하다.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인사에는 필사적인 마음이 담겨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치프는 이내 고개를 들어 손님을 똑바로 응시했다. 과도한 인사를 한 몸에 받은 한 모험가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모습이 모험가 보다는 심부름꾼에 더 가까워 보인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 실은 길드의 대량 주문 때문에 왔습니다.”


그런 말과 함께 그가 내민 문서를 받아서 쭉 살펴보던 치프의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내용은 그가 말한 대로 문서에는 장비의 대량 주문이 적혀 있었다. 이 정도의 의뢰를 맡는다면 어느 정도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기다려 주십시오.”


문서를 살펴본 치프는 곱게 문서를 돌돌 말아 양해를 구했다. 기꺼이 심부름꾼은 자리에 앉아서 그녀가 대답을 들고 올 때 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안심하고 치프는 작업실로 향했다. 꼭 성사시켜야한다.


좀처럼 흔치 않은 기회. 회생할 수도 있는 기회. 지금 그런 카드를 쥐고 있다. 사용 할 것인지 아니면 버릴 것인지 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게런이다. 치프는 작업실 입구 앞에서 심호흡을 하며 문을 열었다.





- - -





“레드너, 길드에서 개인적으로 맡기는 대량 주문은 꽤 의미가 있는 주문인데 괜찮은 거야?”


점심을 먹기 위해 미닫이문의 자물쇠를 걸어 잠그며 세라가 레드너를 향해 물었다.


길드와의 계약이 아닌 길드가 따로 의뢰하는 대량 주문은 고정적인 이용자를 늘리는데 탁월한 효과를 가진다. 기간도 넉넉하게 주었기에 차분히 만들어 나간다면 충분히 물량을 맞추고도 남을 기간이었다.


“조금씩 여분으로 두고 물량을 맞추면 원래 이용하는 사람들도 불편함은 없을 텐데.”


세라는 눈앞에 점심밥 보다 어째서 레드너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의 생각이 더 궁금했다. 그녀의 호기심은 집요하다. 그런 세라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레드너는 집었던 수저를 놓고는 입을 열었다. 베인에게 여러 이야기를 듣고 여러 대장장이들과 소통을 하다 보니 짐작이 가능했다.


“아마, 더 큰 게 올 거야.”


레드너는 그렇게 밖에 답을 해주지 않았다. 뭐가 더 크게 온다고 하는 걸까.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레드너는 묵묵히 수저를 들었고 어쩔 수 없이 세라 또한 더 묻는 것을 포기한 채 식기를 들었다.


식사가 끝나고 그녀가 다시 가게를 열었을 때 레드너가 했던 대답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손님은 쏟아져 들어왔다. 점심까지 거르며 줄을 서 있던 사람부터 시작해서 예약을 남기러 온 손님까지. 그런 와중에.


“아, 줄에서 이탈하시면...”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 있었다. 돌돌 말린 문서를 들고 서성이던 사람. 그런 사람 몇 몇이 순서대로 따로 줄을 서 세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말들을 전했다.


‘하이룬 길드에서 대량 주문을 맡기고 싶습니다.’


‘자글폼 길드에서 대량 주문을 맡기고 싶소.’


‘여기, 대량 주문을 맡기고 싶네만.’


길드의 이름으로 대량 주문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왔다. 영업이 끝난 뒤 세라는 그들이 내민 문서를 확인하느라 눈앞이 뱅글뱅글 돌았다. 종이의 공백만 보아도 활자가 보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세라는 눈에 힘을 주며 다시 처음부터 의뢰서를 살피기 시작했다. 벌써 5번째 재확인이었다.






- - -






[그러니까. 특성 시즌이 있어. 길드 활동이 왕성해 질 때. 그럴 때 마다 주문이 폭주해. 예비용을 만들어 두기 위한 거지.]


[마나가 범람하는 시기가 따로 있어서 말입니다. 그 때가 길드 활동에 가장 적기이고 예비용 그리고 여유분도 포함해서 꽤 많은 장비가 들어가야 해서 그 때가 되기 전에 주문 넣기 바빠집니다.]


“역시. 그런 시즌인가.”


메리아와 베인의 말을 곱씹은 그는 자신 앞에 놓인 많은 문서들을 보며 한 번 헛하고 웃음을 뱉었다.


일전에 베인이 맡겼던 대량 주문하고는 차원이 다른 수량. 그것만 보아도 곧 그가 말한 범람의 시기가 가까워진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메리아가 남겼던 조언 중 ‘섣불리 결정하지 마!’ 라는 말의 뜻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모든 길드가 똑같은 조건과 똑같은 수량 똑같은 기간으로 의뢰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곳은 요청 수량이 적었고 어떤 곳은 기간이 촉박했으며 어떤 곳은 조건이 열악했다.


[레베트의 대장장이라면 기회는 굴러들어오는 곳이야. 다만. 그 굴러들어오는 기회 중 어떤 기회를 잡을 것인가.]


메리아는 거기서 말을 끊었었다. 굳이 말을 잇지 않아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모를 수가 없다. 어떤 기회를 잡느냐. 그건 바로 본인의 몫이다. 레드너는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자신에게 제안된 총 다섯 건의 문서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세라가 먼저 정리해둔 포인트가 있었기에 비교가 한결 쉬웠다. 그렇게 분석을 하던 와중에 세라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작업실로 내려왔다. 평소보다 더 깊은 피로가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돌돌 말린 문서들을 팔에 안고 있었다. 숫자는 대략적으로 보기에 5개 정도. 레드너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고 세라가 힘없이 작업대 위해 문서들을 쏟아내자 설마 하는 생각은 확신으로 변했다.


“대량 주문 의뢰서들이야.”


레드너의 작업대 위에 올려 있던 5개의 의뢰서에 더해서 세라가 그 위로 들고 있던 의뢰서들을 쏟아냈다. 그녀가 들고 있던 의뢰서는 5개가 아닌 7개. 순간 레드너는 그 수량에 아득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1, 12개인가..”


“조항, 조건 전부 정리해 놨어.”


“어, 어...그래.”


그 사이에 이 의뢰서들을 정리 해 놓은 건가.


짤막한 감탄을 남기고 그녀를 칭찬해주기 위해 돌아보는 사이 어느새 그녀는 간이 의자를 끌고 와 작업대 위에 엎어져있었다. 레드너는 언제라도 잠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촤락


그녀가 새로 가져온 의뢰서 하나의 끈을 풀어 빳빳한 종이를 폈다. 의뢰서의 중요한 점이 여러 모양으로 강조되어 있었다. 중요한 조항부터 시작해서 요청 사항 그리고 의뢰를 맡기는 것에 대한 보수. 빠진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촤륵


다음, 의뢰서를 펼쳐 봐도 마찬가지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내용에 레드너는 무심코 감탄을 뱉어냈다.


하지만 어느새 세라는 새근거리며 잠에 빠져들어 있어 그의 감탄은 듣지 못해 보였다. 그리 칭찬을 좋아하던 사람이지만 잠 앞에서 무력하다는 말 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세라는 꿈속에서 칭찬이라도 들었는지 베시시 웃었다. 잠꼬대였다.


그런 세라를 보고 있던 레드너는 무심코 튀어나오려던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입으로 손을 가리며 조용히 숨죽여 웃었다.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세라는 그저 세상물정 모른 채 입을 오물거리며 잠에 취해있었다.


웃음을 멈추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레드너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덕을 약하게 가동 한 뒤에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곧 뜨끈한 온기가 올라왔다.


“아직, 확인 할 게 산더미니.”


어깨를 으쓱이며 레드너는 다른 의뢰서를 집었다. 빳빳한 종이를 펴는 소리, 종이와 종이가 맞닿는 소리 그 소리는 작업실에 항상 울려퍼지던 날카로운 망치질 소리와는 달리 감질거리는 소리였다.


한동안 그 소리는 작업실에 울려퍼졌다.


오랜만에 세피르 대장간의 주위는 적막이 내려앉았다.




재밌게 읽어 주셨다면 추천과 선작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저는 사실 사과가 더 좋습니다. 맛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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