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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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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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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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15)

DUMMY

"나는 함정에 빠졌어, 사이프러스 마녀의 아들."

벨린은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머스킷총을 돌렸다. 정조준 자세가 아닌 만약을 대비한 위협에 경계하는 지향자세였다.

벨린이 태연히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요. 박사."

"새 여제가 날 체포하라고 명했나?"

늙은 마법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벨린은 얼굴을 찡그렸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그의 본능적인 육감이 이 어둠의 저 건너편에 막강한 마력이 잠재된 호전적인 무언가를 감지하고 있었다.

벨린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이사벨은 그것을 모릅니다. 아직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죠."

자코모 다빈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직 그의 몸은 어둠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겨눈 호전적인 기운이 어느 순간 사그라들기 시작했기에, 벨린은 천천히 머스킷총의 총구를 바닥으로 내렸다.

"당신의 기분이 어떤지 짐작합니다. 자코모 다빈치." 벨린이 침착하게 설명했다.

"민감한 사항들이 당신과 얽혀 꼬이기 시작했지요? 황제 폐하가 갑작스레 서거하고, 당신이 쓴 책이 미치광이들의 장난거리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그 함정을 판 것은 내가 아닙니다. 비록 남들보다 먼저 눈치채긴 했지만요."

어둠 속의 자코모 다빈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벨린 데 란테가 긴장한 얼굴로 어둠 속을 응시했다. 그 조차도 이 상황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상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결코 그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벨린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자코모 다빈치가 없이는 놈들을 이길 수 없고 그것이야말로 놈들이 원하던 일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벨린이 긴장한 어조로 천천히 말했다.

"난 란츠베르크에서 당신에게 생명을 빚졌어요. 당신은 사이프러스 마녀의 냄새를 풍기는 나와 무언가 인연이 있을 거라고 했지요."

어둠 속의 다빈치가 대꾸했다.

"미안하지만, 총사 양반. 나는 정치적인 일에 휘말리기 싫어."

"이제는 단지 정치적인 일이라고 할 수 없어요." 벨린이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좋은 당신이라면 눈치챘을 텐데요. 놈들은 당신이 이곳에서 사라지길 원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당신의 책으로 성전기사단의 전설을 유포시켜 민심을 선동한 겁니다. 거기다 당신이 임무를 기만해서 당신이 이사벨의 미움을 받고 란툰반도로 추방당하도록 꾸민 거지요."

"그렇다면 그 작자들의 의도가 성공한 셈이야. 벨린 데 란테."

자코모 다빈치의 목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코모 다빈치가 어둠 속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에 자신의 검고 심플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검은색 여행용 코트에 대머리를 가려줄 하얀 가발과 삼각모를 쓴 상태였다. 자코모의 검은 지팡이 끝은 푸르스름한 마력의 기운에 아지랭이를 일으키고 있었고, 이것은 당장에라도 그가 마력을 증폭시켜서 라투니스어로 이루어진 강력한 란툰반도의 성마법 공격술을 부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빈치의 안경에는 그가 부리기 시작한 마력의 푸른 불꽃이 투영되어 있었다. 그 상태로 그가 웃어보이는 바람에 벨린 데 란테는 마치 그 마법사의 강력한 광기에 둘러싸인 느낌을 받았다.

"진저리가 났거든." 마법사가 소리없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런 식의 일에는 흥미가 없어. 무언가를 연구하고, 개발하기는 즐겁지만, 멍청한 음모 때문에 쓸데없이 힘을 빼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이만 비켜줬음 좋겠어. 자네를 죽이지 않고 조용히 이 나라를 떠날 참이니까."

"그 자들이 당신을 가만 둘 것 같습니까?"

"자네 조국에서 연대급 마법사를 열 명이나 보낸다 해도 난 끄덕없어. 나를 죽이려면 총사대를 1개 연대는 투입해야 할 걸세."

자코모 다빈치가 다가오며 말했다. 벨린은 일부러 문가로 가서 그의 진로를 막았다. 엄청난 위압감이 총사대 대위의 면전을 짓눌렀다.

벨린 데 란테는 인상을 찡그렸다.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고통스러워였다. 자코모 다빈치가 점점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저 란툰반도의 대마법사를 막을 길이 없어 보였다.

그때, 벨린의 뇌릿속에 스쳐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비어든 박사."

벨린이 뇌까리듯이 말했다. 자코모 다반치가 그 말을 들었다.

"혹시 빌랜드의 비어든 박사라고 압니까?"

자코모 다빈치가 자리에 서서 무언가를 곱씹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몇 초 후 말했다.

"처음듣는 이름인걸."

"아닐걸요..."

벨린이 머스킷총으로 바닥을 짚은 채 헐떡이며 말했다.

"마법사는... 거짓말을 할 때 표정에서 다 드러나죠. 오렌지공 마우리체 호에서 빌랜드 마법사 윌리엄 월콕을 처단할 때 그 이름을 들었어요."

자코모가 고개를 저었다.

"브리타니아인 이름 따위를 내가 알거라 생각하나?"

"그 자는 내가 처단한 빌랜드 마법사의 스승이었죠. 당신과 자웅을 겨룬다고 하던데요?"

벨린이 말했다. 자코모 다빈치는 잠시 동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사는 몇 초 동안 바닥을 내려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벨린에게 겨누고 있던 지팡이를 휙 거뒀다. 그러자 벨린을 압박하던 마법사의 마력이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벨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으로 쓰러져내렸다.

마법사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총사를 내려보더니 한마디 했다.

"어디서 듣기 싫은 이름을 하나 들어왔군. 하긴..."

자코모 다빈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런 짓을 꾸밀 놈은 그 자 뿐이지..."

벨린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코모 다빈치가 젊은 총사의 손을 잡아 그를 일으켜 세웠다. 마력에 짓눌린 벨린은 한 동안 가슴을 억누르는 기침을 참지 못하고 몸을 숙인 채 쿨럭거려야 했다.

자코모 다빈치가 벨린의 등을 두드리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어디 한번 자네 이야기를 들어봐야겠군. 어디서 그 비어든 박산가 하는 멍청한 브리타니아 놈 이름을 들은 거지?"

벨린이 힘겹게 대꾸했다.

"내... 예상이 적중했군요. 당신... 그 자와 악연이 있어..."

그 말에 자코모 다빈치가 빙그레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든 벨린의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자네에게도 끝내고 싶은 악연 따위가 있지 않나. 비록 나는 그 대상이 여인은 아니지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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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받아서 재빨리 썼습니다. 리플, 감상, 추천 대환영.(대환영이란 말은 즉 고대하고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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