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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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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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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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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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64)

DUMMY

두 황녀와 호위총사가 탄 마차가 성당의 광장을 출발했다. 진홍빛 사제복을 입은 추기경이 머스킷총과 단창으로 무장한 군사들을 이끌고 바로 앞까지 왔다. 마차 안에서 밖을 내다본 이사벨이 그에게 조소를 보냈다. 추기경은 평정을 유지하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살짝 웃었지만, 분을 간신히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말을 탄 호위총사 여럿이 만약을 대비하여 카비너 드라곤(기병용의 짧은 머스킷총)을 들어올린 채 그들을 경계하고서는 빠른 속도로 성 세바스찬 성당을 빠져나갔다.

마차는 빠른 속도로 아스티아노 시내를 활보했다. 이사벨이 지시를 내린 것도 아니건만, 근위총사대의 호위총사들은 각자 능동적으로 상황을 파악하여 이사벨 황녀와 디에네 황녀를 호위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교회의 군사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적은 황궁으로 무사히 귀환하는 것이었다.

벨린은 무표정하게 마차의 창가를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교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자 이사벨 황녀는 여유를 되찾은 듯했다.


"다 끝났어, 디에네."


이사벨이 동생에게 말했다. 안색이 질린 디에네는 겨울새처럼 떨고 있었다. 이사벨이 디에네를 안정시키기 위해 진정 효과가 있는 와인을 한 잔 먹였지만 디에네는 완전 울상이었다. 그녀가 십자가를 두 손으로 쥔 채 수녀복 위로 눈물을 떨어뜨리며 중얼거렸다.

"나는 파문 당할 거야."

"어느 누구도 너를 파문할 수 없어."

이사벨이 대답했다. 그러나 디에네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은 큰 죄 때문에 감히 언니의 대담한 행동에 화를 내지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내 말 잘 들어, 디에네."

이사벨이 단단히 말했다.

"더 이상 추기경한테 너를 맡기지 않을 거야. 앞으로 내 눈앞에서 교회 따위가 감히 제국의 황족을 좌지우지하는 꼴은 절대로 보지 않을 거야.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라면 차라리 너를 히스파니아에서 내쫓을 거라고. 내 말 알겠어?"

디에네가 겁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벨이 팔짱을 낀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디에네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이사벨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권력을 휘두르는 언니를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마차가 아스티아노 황궁 안으로 진입했다. 의장용 할버드를 든 황실근위대가 아스티아노 황궁 본관에 도착한 이사벨 황녀 일행에게 경례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가발을 쓴 황실 시종들과 황궁의 여러 행정관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마차에서 내린 이사벨 데 아라고른이 그들에게 냉랑하고 도도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제2황녀 디에네 데 아라고른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라. 앞으로 짐은 짐의 아우와 함께 살 것이다."

"하지만 마마, 마마께서 행하신 일을 미리 보고받았사오나, 교회 측이 감히 움직일 것이 자명합니다. 만약 추기경이 마마나 아니면 디에네 마마와 면담을 청한다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가발을 쓴 황실의 행정관 가운데 하나가 말했지만 이사벨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집무실로 걸어올라가며 대답했다.

"그에게서 디에네를 보호하라, 당분간 디에네의 외출을 통제하고, 그녀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어느 누구도 그녀와 만나게 해서는 안 된다."

행정관이 경의를 표하며 절을 했다. 은빛 드레스를 입은 황궁의 시녀들이 디에네 데 아라고른을 데리고 갔다. 이사벨은 디에네의 얼굴을 바라보려고 했지만, 디에네는 감히 언니의 얼굴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오늘 일로 단단히 겁에 질린 게 틀림없었다.

이사벨은 애써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2층의 집무실로 걸어 올라갔다. 벨린 데 란테를 비롯한 시종들, 황궁의 행정관들이 그녀를 따랐다.

이사벨이 집무실 앞에서 일렀다.

"짐은 오늘은 더 이상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아스티아노의 행정관들과 대신들이 오거든, 내일 짐이 친히 소집할 것이라고 전하라."

"포 임페라도 데 글로리아."

모든 이들이 그녀의 말에 복종했다. 이 아스티아노 황궁 안에서 그녀의 카리스마는 불가항적인 것이었다. 그녀는 오늘 분명 교회와 황실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지만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벨린 앞에서 황실 내에서 그녀의 권력 기반이 얼마나 단단한지 톡톡히 보여준 것이었다.

벨린을 제외한 황궁의 사람들이 각자 맡은 자리로 돌아갔다. 시종이 집무실의 문을 열자 그들은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이사벨이 데스크에 손을 짚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벨린이 물었다.

"오늘 일은 의도하셨던 것입니까?"

"아니다."

이사벨이 나직이 말했다.

"그대가 있기에 감히 해보았던 일이다. 짐을 위해서, 또한 짐의 아우를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해야만 했다."

벨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사벨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벨린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디에네도 잘 부탁한다, 데 란테. 디에네는 강한 아이가 아니다. 짐의 적이 표적으로 삼기엔 더 없이 좋지."

그녀가 창가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교회와 적잖은 갈등이 있을 것이다. 특히 그대는 교회의 기사단원들과 몸을 부딪혔으니 신변의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

"마마를 모시는 총사로써 그 정도의 위험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데 란테가 공손히 대답했다. 이사벨이 그에게 몸을 돌리며 웃었다.

"오늘은 아주 잘 해주었다, 데 란테. 이제부터 그대가 운영하는 로보 카사도르는 그 불온서적의 출처와 유포자를 찾는데 힘을 기울이도록 해야할 것이다. 황실의 종주지인 톨레도에서 그런 책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일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짐이 지닌 인물 가운데서 그대만큼 이 일을 잘해낼 수 있는 자가 없을 터, 사냥감을 보는 눈이 있는 그대라면 능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사벨이 벨린에게 다가서서 그의 입에 입을 맞췄다. 벨린은 가만히 그녀의 입맞춤에 응했다.

잠시 후, 황녀가 입맞춤을 끝내고서는 호위총사를 보며 웃었다.

"이것은 오늘 일에 대한 상이다. 다음에는 더 큰 상을 내리마."


-----------


어떡해요. 내일 훈련이에요.. 원래는 더 써서 올리려고 했는데 분량이 짧지만 별 수 없군요..; 그나저나 스토리 구상하려니 머리가 아파효.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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