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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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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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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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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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74)

DUMMY

큐레시어(흉갑) 기병대의 지휘관 돈 벨라트리스는 까트린 데 세비아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는 야성적인 눈빛이 타오르고 있는 저 여성 기병대원이 이 일을 견뎌낼 수 있는지 가늠하고 있었다.

교회 기사단의 적으로 자리잡은 총사대원 벨린 데 란테와 그녀가 호적수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벨린 데 란테는..."


벨라트리스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가 작은 탁자에 놓아둔 담뱃대에 손을 댔다.

"1년 전, 신교도 광신도들의 음모를 성공리에 저지하면서 이사벨 황녀의 신임을 얻었다. 우리가 얻은 첩보에 따르면 그는 신교도들의 음모에서 두 차례나 황녀를 구했지. 첫번째는 톨레도로 황후의 묘를 참배하고 오던 중 그녀의 목숨을 노린 신교도 결사대를 저지했고 두번째는 화약음모사건으로 알려진, 변절한 총사대원 데 모레를 사전에 발각하면서 일약, 황녀가 가장 신임하는 무력행동대장이 된 것이지."

까트린이 비웃었다.

"그래봤자, 보병에 평민이겠군요. 전투경험은 풍부한가요?"

벨라트리스가 담뱃대를 입에 물고 신대륙에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는 그 독한 기호품을 맘껏 들이켰다. 그가 담뱃대를 까트린 데 세비아노에게 권했다.

까트린이 담뱃대를 들고 빨았다. 벨라트리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했다.

"30년 전쟁에 참전했으면서도 영웅적으로 살아남은 자다. 귀관이 그 자에게 권총을 먼저 겨눈다 해도 쉽지 않은 상대야."

"저는 총 따위는 쓰지 않습니다. 돈 벨리트리스."

까트린이 담뱃대를 내려놓고 연기를 뿜어내며 자존심이 상한 듯이 한마디 했다.

"그렇다고 말을 타고 덤비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 자는 굳이 말 위에서 제 검을 휘두르지 않고서도 죽일 수 있어요. 저는 그 자에게 결투를 신청할 겁니다. 저의 공을 빼앗고, 디에네 황녀 마마를 납치해 간 대가로 목숨을 바치게 만들 겁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다. 상관이 그녀가 벨린 데 란테의 적수가 되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벨라트리스가 차분히 말했다.

"데 세비아노 대위. 나는 귀관이 성 세바스찬 소속 기사의 후손이며, 고귀한 피를 물려받은 자라는 것을 안다. 허나 귀관이 감정적으로 그 자를 대할 수록, 그 자는 귀관의 심장에 단번에 비수를 꽂을 것이다. 나는 분명 데 란테가 귀관의 목숨을 구해주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까트린이 응수했다.

"그 자가 없이도 저는 그 빌랜드인들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때를 노리려던 찰나에 그 자가 등장하여 모든 것을 망쳐버렸죠. 그자만 없었다면 그 빌랜드인들의 대장을 제압하고 체포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귀관은 열 정이 넘는 권총 앞에서 살아날 정도로 목숨이 여러 개인 모양이군. 현실적으로 생각할 일이다. 귀관이 이미 경험해 보았듯이 우리의 흉갑은 총탄에 쉽게 뚫린다."

벨라트리스가 한마디 했다. 까트린은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말문이 막힌 듯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상관이 말을 이었다.

"그 자에 대해 설명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귀관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그 자는 여성편력이 심한 모양이더군. 그 자의 움직임에 대한 여려 정황을 두고 볼때 어쩌면 자신이 섬기는 주인과 내연의 관계를 맫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권력을 지닌 여성을 사랑에 빠트린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잘 알겠지? 거기다 예쁘장한 여성 노예까지 종으로 부리고 있다 하니,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얼마나 광범위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

까트린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그 자를 응징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군요. 아무튼 그런 자가 계집질을 많이 하든 제가 알 바 아닙니다. 돈 벨라트리스."

벨라트리스가 웃었다. 그녀가 불쾌한 듯 팔짱을 꼈다. 벨라트리스가 말했다.

"나는 그저 귀관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한마디 했을 뿐이다. 어쨌든 귀관은 사내가 아닐 뿐더러 그 자에게 생명을 빚졌으니까."

까트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지휘관이 명령했다.

"이번 주는 푹 쉬면서 상처를 돌보도록. 다음주부터 귀관에게 추기경 각하의 호송병력을 호위하는 임무를 주도록 하겠다. 요즘 교회와 황실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디에네 황녀를 호위한 경험이 있는 귀관에게 적절한 임무일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벨린 데 란테에게 접근하여 경거망동하지 말길 바란다."

"그렇다면 불온서적을 유포했던 자들을 처리하는 제 원래 임무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까트린이 어이없다는 투로 물었다.

벨라트리스가 부드럽게 대꾸했다.

"귀관의 역할은 끝났다. 다른 이들이 그 일을 마무리할 것이다."


* * *


주안 스피놀라의 정보통 가운데 하나라는 그 사내는 추기경의 교회 기사단 실정을 아주 잘 아는 자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 전직 교회 기사단 병사였고, 지금은 은퇴금으로 술을 마시는데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 중년 사내는 작달만한 키에 불룩 나온 배, 형편없는 모직 코트를 대충 걸치고 술냄새를 풍기며 자신을 둘러싼 총사들을 흐리멍덩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총사대 본부 영창 취조실에 그런 자를 데리고 왔으니, 언뜻 봐서는 죄수를 취조하는 광경을 연상케 했다.

전직 기사단 병사가 말했다.

"성 세바스찬 큐레시어 기병연대는 기사단의 전통인 중장기병을 이어받은 유서깊은 기병연대입니다. 그 전통이 400년은 이어지죠. 옛날 이교도 원정이 열풍이었을 때도 선봉에 섰습니다. 빌랜드와의 옛 전쟁은 물론이고, 30년 전쟁 초반에도 활약했지요. 후사르(경기병)들과는 완전히 다른 기병들입니다. 아무리 머스킷총이 그들의 흉갑을 뚫는다고는 해도, 그들은 랜스 공격은 물론이고 보병의 전열을 무너뜨리는데 능숙합니다."

스피놀라가 잠시, 기사단 병사를 보고 있는 세 총사에게 눈을 흘겼다. 알레한드로와 조안은 옆에 있었고, 벨린 데 란테는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취조실 구석에서 벽에 등을 기대어 있었다.

주안 스피놀라가 말했다.

"호세. 우리는 자네에게 큐레시어 기병연대에 대해 물어본 게 아니야. 우리는 까트린 데 세비아노라고 하는 젊은 여성 기병대원에 대해 알고 싶네."

"까트린 데 세비아노 대위 말입니까?"

호세가 왜 진작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는 투로 되물었다.

"그녀는 기병연대 내에서 꽤 유명하지요. 보기 드문 여성 기병대원에 실력도 좋고 자존심도 강할 뿐더러, 미모도 출중하니까요."

"미모가 출중하다는 말은 좀 빼주지 그래."

벨린 데 란테가 조용히 말했다. 호세가 낄낄거리며 대꾸했다.

"그래도 말을 타고 다니면서 보병들의 목을 치고다니는 기병대원 치고는 예쁜 편이죠. 몸매도 괜찮았구요. 타이트한 기병대 제복이 그녀의 몸매를 살아나게 해서 참 보기 좋았죠."

"그녀의 출신은 어떻게 되나?"

벨린이 물었다. 호세가 대답했다.

"소문에 따르면 귀족가문 출신이라더군요. 데 세비아노 가문은 유서깊은 기사 가문이었대요. 그녀 때문에 대가 끊겨서 그녀가 가업을 물려받고 있다는 말이 있지요. 귀족가문 출신이라는 그 자존심 때문에 자신을 희롱한 남자 기병대원 몇몇과 결투를 벌여서 응징했다는 소문도 있어요. 가보로 전해져내려오는 오래된 검을 가지고 말이에요. 그런데 나으리께서는 무슨 일로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 하시는 거죠?"

벨린 데 란테가 간단히 대답했다.

"그녀에게 관심이 좀 있거든."


-----


후우. 여담인데 조아라에서 하던 이 글의 연재는 사실상 포기했어요. 리플 먹고사는데 조아라는 너무 심했어요. 거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네요.-_-


암튼 까투리 아가씨(쩝), 초고때와는 좀 재밌게 변했는데. 암튼 한 자존심 하니까(심지어는 이사벨보다도 더) 쉽지 않겠는데요. 그래도 초고적의 모습을 간혹 보이게 할 예정... 노련미보다는 아무래도 열정으로 커버하려는 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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