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군주(Univers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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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지누
작품등록일 :
2013.01.02 23:53
최근연재일 :
2013.02.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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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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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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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만능군주(universalist) - 4

DUMMY

@ @ @


번쩍!

순간적으로 눈을 감게 만드는 특수효과와 함께 어딘가에 발을 디딘 승훈은 이미 매뉴얼을 숙지한 이후였기에 짧은 시간 만에 약속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게 정말 가상현실이라고?’

그러나 상상과 현실은 언제나 차이를 보이는 법이 아니던가. 따사로운 햇살과 상쾌한 바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현실 앞에 승훈은 잠시 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

“새로 온다는 매니저가 너냐? 시간 없다. 레벨이 1이지. 살고 싶으면 목검부터 꺼내라.”

“네?”

“오늘 접속하기로 한 분 아니세요? 혹시 실수로 이곳에 오신 거라면 3일 후에 다시 캐릭터를 만드는 걸 권해드립니다. 아니면 일주일간 게임을 못하실 테니까요.”

반말과 존댓말을 오가며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는 사내의 모습은 승훈을 당황시키기에 차고도 넘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승훈이 이곳에 온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니지 않던가.

“제가 오늘 접속하기로 한 사람 맞습니다.”

첫인상은 사람을 만남에 있어 반 이상을 차지하는 바. 승훈은 마치 면접이라도 보는 사람처럼 정중하면서도 깍듯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라.”

“네?”

“내 이름은 기우(奇友)다. 기이할 기에 벗 우. 해석은 알아서 하고 잘 기억해 둬라.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많을 테니까. 하아! 내가 기범이 그 새끼 감언이설에 속아서 이게 무슨 고생을 하고 있는 건지…….”

뭐! 사내는 그런 예절과는 거리가 먼 존재인지 또 한 번 순식간에 변화해 승훈을 당황시켰지만 말이다. 하지만 매니저 팀장 기범은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 아니던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다년간의 사회생활이 헛일이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금세 현실을 받아들이고, 구십 도로 인사를 하는 승훈.

“사회생활 좀 해봤나보다? 우선 위기부터 넘기고 이야기 나누자. 지금 상황이 꽤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거든. 따라와.”

그 작은 행동하나로 승훈은 아까의 어리바리했던 첫인상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었다.

“곧 들이 닥칠 거다. 긴장하고 있어라. 네가 접속을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에서 접한 것은 모두 잊어야 할 거야. 이곳은 네가 보고 있듯이 성도 아니고 큰 마을도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들이 원해서 이런 곳을 선택했지만, 넌 지금 정상적인 게이머라면 절대로 오지 않을 곳에 던져진 거야. 아마 게임을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살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기우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손목을 잡아끌고 목책으로 향하며 자신이 할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라는 거군.’

그리고 승훈은 그 안에 들어있는 진실함을 눈치 챌 수 있었기에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작은 마을은 사방 300미터 정도의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 목책 안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집들이 전부인 곳이었다. 그리고 승훈이 자리한 목책으로부터 약 1키로 미터 전방부터는 울창한 숲이 초승달 모양으로 목책을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승훈을 가장 놀라게 한 건 뒤를 돌아보니 넓게 펼쳐진 지평선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웅장한 산맥이었으니.

‘미친. 고립지역인 건가?’

마을은 딱 봐도 생초보가 생존할 수 없는 문명과 완전히 동떨어진 언제 사라져도 모를 위험지역이었다.

“하아!”

그래서일까? 공식적인 정보라고는 쥐똥만큼만 제공하는 [판게아 온라인]이기에 개인적으로 올라오는 블로그의 정보만을 습득한 승훈의 입에서는 결국 한숨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니, 금지 중 하나인 마수의 숲에서 가장 가까운 사냥꾼 마을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던가.

정보를 들었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게임 상 지원되는 혜택이 하나도 없고, 상위계급의 유저들이 사냥을 위해 몬스터 숲으로 향할 때조차 거쳐 가지 않는 곳에서 게임을 시작한다는 건 딱 미친 짓일 뿐이었다.

‘대체 이런 곳은 어떻게 찾아낸 거야?’

그리고 이런 암담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는지 승훈의 생각은 이런 곳을 대체 어떻게 찾아냈는지에 대한 신기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미 일이 벌어진 이후인 것을 어찌 하겠는가. 때론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라는 말이 정답일수도 있는 법.

승훈은 [몬스터 숲과 접해 있는 헬로나 영지는 중수를 넘어 고수로 가는 길목에 있는 유저들이 꼭 들리는 영지다. 전투에 특화 된 영지였기에 전투 관련 직업에 대한 많은 스킬을 얻을 수 있고, 가까운 몬스터의 숲에서 마음껏 사냥을 할 수 있다. 영지 아래 귀속된 큰 마을 37개와 수백 개의 작은 마을을 거느린 백작 령이다.]라는 정보를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너도 한숨밖에 안 나오지? 그래도 마을 이름 정도는 알아둬라. 프로팅 마을이다. 아니, 여긴 마을이라기 보단 영주의 탄압을 이기지 못해서 도망친 사람들이 150명 정도 사는 화전민 촌이야. 아니, 사냥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니까 사냥꾼 마을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기우가 한탄 하듯 쏟아내는 정보들을 채워 넣었다.

“그보다 여길 어떻게 찾아냈는지 아냐? 영주와 영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세금조사원 조차 잘 모르는 마을을 찾아내기 위해서 매니저 몇 명이 며칠간 죽을 고생을 했단다.”

뭐! 그 중에 쓸모없는 정보가 상당히 많았기에 어느 순간부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신기를 발휘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건 딱 봐도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지거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깔아놓은 마법알람이 신호를 보냈으니까 금방 전투가 일어날 거다. 여긴 몬스터들이 뻔질나게 공격을 하는 곳이거든. 특별히 사냥을 나가지 않아도 알아서 와주는 건 좋지만, 가끔 감당이 안 되는 건 정말 큰 문제야. 그렇지. 한스.”

“그래도 자네일행이 와서 많이 살만해 졌어. 마을 주민들 모두가 감사해 하고 있다네.”

승훈은 기우의 말이 오직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을 금세 눈치 채고, 주변사람들을 천천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장을 한 채 긴장한 모습으로 목책 너머를 살피는 이들이 모두 NPC라 불리는 게이머 이외의 캐릭터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인간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니…….’

아마 특별한 구분법이 없는데도 그러한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는 건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놀러오는 세상이 그들에게는 현실이었기에 느껴지는 진지함 때문이었으리라.

‘이건 그냥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네. 살아남으려면 이 점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하는 거군.’

그리고 승훈은 그 안에서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NPC가 인공지능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우선 한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었으니.

“몬스터다. 화살을 준비해라.”

“레벨 1이라서 큰 타격은 없겠지만, 무조건 살아남아라.”

앞으로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던 승훈은 갑자기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바로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흔한 게임 동영상은 물론 사진조차 단 한장도 존재하지 않는 [판게아 온라인]이 아니던가.

난생처음 접해본 목책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는 1미터 70 정도의 근육질 이족 보행 몬스터의 모습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치게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 몬스터들은 평범한 중학생 정도의 능력치를 가진 레벨 1이 결코 상대할 수 없는 중급 사냥터에서 나온 마수가 아니던가. 수호자의 엠블럼조차 보유하지 못한 승훈이 급작스레 경험하게 된 첫 전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목검을 들고 서 있는 것 정도일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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