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군주(Univers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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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지누
작품등록일 :
2013.01.02 23:53
최근연재일 :
2013.02.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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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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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만능군주(universalist) - 5

DUMMY

‘표정이 여유로운 걸 보면 이 정도는 막을 수 있다는 거네.’

하지만 승훈은 자신이 숫자나 채우자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주변을 살피는 것을 절대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잘하는 천재란 희귀한 존재였기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대부분의 범재들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해 나가는 법. 그러한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우친 승훈은 기우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앞으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일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승훈을 기다리고 있는 건 조금 예상 밖의 모습이었고, 온몸을 옥죄는 것 같은 긴장감은 비현실적인 모습 앞에 잠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기우는 다른 NPC들이 들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길이 170정도의 장궁을 들고 있었다. 자신의 키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라고는 하나 결코 다루기 쉽지 않아 보이는 무기를 말이다. 게다가 화살조차 없는 장궁의 시위를 당기고 있는데, 대각선으로 살짝 기울어진 장궁에서 선홍빛 화살이 발사되고 있지 않던가.

그 화살이 날아가 머리를 명중하자마자 강력한 힘에 의해 몬스터가 뒤로 날아가는 모습에 ‘아무리 현실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게임은 게임이라는 건가?’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름도 안 물어 봤네. 이름이 뭐냐?”

“한승훈 입니다.”

“여기가 현실이냐?”

“그냥 훈이라고 물러주십시오.”

“너도 귀찮은 거 무지하게 싫어하는 구나. 이름 짓기 싫어서 끝자리로 만든 거지?”

“네.”

그리고 전투에 대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기우의 목소리 덕분에 승훈 역시도 긴장감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죽어도 일주일 후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유저라고 해도 굳이 리셋 되는 페널티를 감수할 필요는 없는 법.

“그 옆에 있는 돌덩이 구멍으로 굴리고, 기어 올라오는 놈이 있으면 때리건 밀어버리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목책 밖으로 밀어내.”

“네.”

기우의 명령에 큰 소리로 대답한 승훈은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번쩍!

‘대체 저건 얼마나 할까?’

뭐! 장궁에서 창으로 변형 된 마법물품을 휘두르는 기우의 모습을 계속 힐끔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많은 이들이 [판게아 온라인]을 하고 싶어 하는 0순위인 마법물품. 승훈 역시도 로또나 다름없는 대박을 기대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유롭게 마법물품에 대한 망상을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던가. 같은 편 중 가장 강한 전투력을 지닌 기우마저도 접근전이 벌어졌기에 말을 나눌 정신이 없는 상황.

지금 이 순간에도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을 사용해서 몬스터들이 목책을 기어오르고 있었기에 승훈은 미리 준비되어 있는 돌덩이를 목책 아래로 굴리는데 온힘을 다해야만 했다.

“한 쪽으로 몰리지 말고, 자기자리만 지켜! 올라온 놈들은 내가 상대할 테니, 목책으로 올라오는 놈들을 먼저 막아!”

“기우 말대로 물러서지 마! 수호자의 엠블럼을 믿어라! 죽지만 않으면 돼!”

하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대도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어 갔다. 마을의 전투요원들이 아무리 숙련된 사냥꾼이라고는 하나 그 숫자는 불과 30명. 그 숫자로 화살 2~3발을 쏘는 사이에 동료들의 희생을 담보로 목책에 도착한 광기(狂氣)에 빠진 70여 마리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퍽! 우당탕탕!

“엠블럼이 파괴직전인 놈들은 뒤로 빠져서 화살을 날려!”

“기우. 저쪽부터!”

“으아 아아!”

펑!

그나마 수호자의 엠블럼과 간간히 터지는 기우의 폭발적인 스킬이 아니었다면 이미 전투는 막을 내린 이후였으리라. 그리고 그 뒤에 남는 건 포식(?)을 하고 배를 두드리는 몬스터뿐일지도 몰랐다.

게임이라기엔 너무나도 처절한 목숨을 건 전투……. [판게아 온라인]이 19금인 것은 물론 정기적인 심리 상담을 필요로 하는 건 다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젠장. 돌. 돌…….’

그리고 상상했던 것을 가뿐히 뛰어넘는 전투에 승훈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짝!

“정신 차리자. 한승훈! 으아 아아!”

그래서일까? 승훈은 두려움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뺨을 때리고, 소리를 지르며 온 힘을 다해 몸을 움직였다.

아무리 가상현실이라지만 이대로 죽는 건 정말 싫었기에 바닥을 구르고, 기어서라도 하나의 돌덩이라도 더 목책 아래로 굴리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몬스터의 역겨운 체취도… 사방에 널려있는 사체와 피에서 풍겨 나오는 비릿한 향취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헉! 헉! 젠장……. 젠장~!”

그러나 현실과 비교해도 약하기만 한 평범한 중학생 정도의 능력치는 독기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 전투를 수행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치… 다른 평범한 유저들이었다면 간단한 퀘스트나 하고, 몬스터라 부르기 민망한 것들을 잡으며 10레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레벨에 이 정도 도움이 된 것만 해도 칭찬받을 일이었으리라.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

그리고 그 대가로 승훈은 재수 없게 목책에서 떨어지는 돌덩이에 머리가 박살난 몬스터 덕분에 남들이 몇 주나 걸려서 달성할 레벨을 단 번에 달성할 수 있었다. 현실감 넘치는 전투에 빠져있느라 알림 음이 울렸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퍽! 우당탕탕! 쾅!

“크아아아!”

“그냥 목책 안쪽으로 굴러 떨어져. 이거나 먹어라!”

펑!

그러나 지금은 레벨 따위는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차피 죽으면 모든 것이 리셋 되는 [판게아 온라인]. 돌덩이를 모두 굴려버렸기에 승훈은 결국 목검을 손에 잡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내가 죽자. 겨우 일주일일 뿐이야.’

아니, 승훈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처음만난 동료들을 위해 자신의 몸뚱이를 희생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건 오로지 승훈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니.

‘그 놈 물건이네. 레벨 1로 첫 전투를 치루는 상황에 저 정도까지 해내다니……. 이거 앞으로가 기대되는 걸.’

비록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고, 흙먼지와 몬스터 사체가 범벅이 된 상태지만, 아직 여유를 잃지 않은 기우와 NPC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전투를 치렀기에 30명의 능숙한 사냥꾼들은 수호자의 엠블럼을 거의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는 중이었고, 죽지만 않는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또 다시 전투를 치룰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신하나도 간수하기 힘든 초보자가 그런 사실을 어찌 알겠는가.

‘연습한 대로 하면 돼. 침착하자.’

승훈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현실에서의 훈련이 가상현실에서도 도움이 되었기에 일주일간 열심히 목검을 휘두른 자신을 믿고, 주위를 살피는 것뿐이었다. 작은 틈… 아주 작은 틈만 있다면 온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모두 자리를 잘 잡고 있어. 지금 내가 끼어들면 방해만 될 거야.’

그리고 미련은 물론 망설임마저도 모두 내려놓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한 상태로 점점 집중력을 높여갈 수 있었다.

아마 그 누구라 해도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자신의 모든 걸 쏟아내기 위해 잔득 웅크린 한 마리 야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으리라.

“으아 아아!”

그래서일까? 목책의 빈틈을 타고 올라오는 몬스터의 대가리를 발견한 승훈의 몸은 뇌가 보내는 움직여야 한다는 명령과 동시에 폭발적인 속도로 튀어나갔다.

거기에 더해 그 어떤 때보다 높아진 집중력은 근육 하나하나의 뒤틀림을 거의 온전하게 목검에 전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합쳐진 완벽한 내려치기가 몬스터의 눈을 정확하게 가격했고, 그 힘을 이기지 못한 목검은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파편을 뿌려댈 수밖에 없었다.

쿵!

하지만 무기를 잃은 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그 결과로 균형을 잃고 목책 아래로 떨어진 몬스터는 땅에 머리를 박은 2차 충격 때문에 그 자리에서 즉사했는데 말이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

마치 그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듯이 머릿속에서는 연이어 알림 음이 울려대는 상황. 그러나 지금 승훈은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아니, 부러진 목검을 양손에 잡고, 가빠진 숨을 진정시키는 것에 집중하느라 다른데 정신을 팔 여유 따위는 없었다.

모든 것을 쏟아내 탈진할 지경인데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승훈. 냉정한 그의 눈은 여전히 자신의 주변을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수고했다.”

하지만 승훈은 지금 오직 정신력만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던가.

“살아남은 걸 축하한다고.”

“…….”

살짝 장난스러운 기우의 목소리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승훈은 그대로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작은 한숨과 함께 대답할 기운조차 모두 소진한 첫 전투가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 @ @


작가의말

첫 전투가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어떠셨는지 댓글로 피드백 좀 해주세요. ^^

빠르게 적어서 꾸준히 올리겠습니다.

아! 선작과 추천은 글이 더 빠르게 올라오는 자양분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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