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군주(universalist)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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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게아 온라인]은 그 누구라 해도 하루에 8시간 이상 접속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접속시간만큼의 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다시 접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수면상태가 보통 일반인에게 70%의 효과를 누린다는 연구결과를 볼 때 [판게아 온라인]에 접속하면 대충 6시간가량 수면을 취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던가.
삶에 있어 더 많은 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판게아 온라인]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게임으로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돈 값은 톡톡히 하는 게 분명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게임으로서 [판게아 온라인]을 즐길 줄 아는 유저라면 가상현실 속 시간상 낮에만 게임을 했다. 모든 NPC들의 생활패턴이 낮 시간 대에 몰려있는 것은 물론 밤이 되면 몬스터들도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강해진 만큼 더 많을 경험치를 주기에 욕심을 냈다간 리셋 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승훈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현실에서 정해진 시간에 접속을 했다. 그리고 세상을 밝혀 주는 것이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달뿐인 상황에서도 목책 외곽을 달리는 것으로 [판게아 온라인]을 시작했다.
“헉! 헉! 제임스 아저씨. 아저씨~! 빨리 일어나서 문 열어 주세요. 시간 지났어요.”
“우웅.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덕분에 잘 잤다. 훈. 나중에 필요한 것 있으면 이야기 해.”
“네.”
아니, 단지 운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끔은 불침번도 대신 서주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는 상황. 승훈은 어느 새 프로팅 마을에 새로운 주민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일일 뿐이었으니.
목책 안으로 들어와 간단히 숨을 고르고, 목책 아래에 있는 작은 공터로 향하는 승훈. 그곳에는 딱 봐도 “난 무겁다.” 라고 말하는 듯한 돌덩이들이 놓여있었다. 양팔을 걷어붙이고 돌을 들은 채로 낑낑거리며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내려놓기를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그런 돌덩이들 말이다.
-띠링! 힘이 1 올랐습니다.
그러나 간간히 들려오는 소리가 결코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어찌 하겠는가. 그러기를 몇 시간… 승훈은 결국 돌덩이를 모두 목책 위로 올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승훈은 또 다시 숨만 고른 후 입에 빵을 우물거리며 한 편에 쌓여있는 통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곤 도끼를 들고 장작을 쪼개기 시작했다. 그것도 작은 흔들림조차 찾아보기 힘든 정확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이제 날이 밝아 마을 사람들 때문에 주변이 꽤 소란스러운데도 마치 통나무가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도끼를 내려치는 승훈.
-띠링. 집중이 1 올라갑니다.
이번에는 이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표정에 작은 변화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또 그렇게 꽤 긴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하지만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법이 아니던가.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느껴질 때 쯤 승훈은 지게에 장작을 올려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로 걸음을 옮겼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가 높이 쌓여있는 장작의 엄청난 무게를 보여주는데도 힘겨운 발걸음을 결코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
-띠링! 힘이 1 올랐습니다.
-띠링! 체력이 1 올랐습니다.
아마 승훈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가끔씩 들리는 이 신비한 소리였으리라.
“어유. 항상 고마워. 여기 방금 구운 빵이랑 새로 만든 버터야. 가져가서 먹어.”
“감사합니다. 근데 누님. 오늘은 피부가 더 고우세요. 햇살을 받아서 반짝반짝 눈이 부신데요.”
“오호호호호. 잠깐 기다려 봐. 내가 금방 짠 우유 좀 줄게.”
“이따 가져갈게요.”
“그래. 이따 봐.”
물론 순수하기만 한 NPC… 아니, 사람들의 웃음 역시도 큰 도움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
그러나 이런 소소한 재미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계속 이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 아니던가.
상부상조(相扶相助)하면서 남들이 성에서 당연히 지원받는 모든 혜택을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한 승훈. 마을 잡일을 도맡아 함으로서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을 모두 얻었으니,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상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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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훈
LV. 11 ( 6/100 )
종족: 인간 직업: 무
칭호: 무 소속: 무
명성: 0
HP: 325/540 MP: 210/210
[스탯]
힘: 30 민첩: 30 체력: 40
지능: 10 지혜: 10 카리스마: 15
추가 스탯: 50
[생성스탯]
집중: 9 끈기: 6
[속성저항]
화(火):0 수(水):0 지(地):0 풍(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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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2번의 몬스터 침입을 막으면서 레벨이 3 올랐고, 마을 일을 하면서 운동을 겸했기에 힘, 민첩, 체력이 올랐음은 물론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 덕분에 친밀도와 관련 된 카리스마까지 오른 상태가 아니던가.
거기에 더해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기에 생긴 생성스탯 끈기까지 얻은 상황.
고수들의 정보를 통해 기본 능력치를 올린 사람이 꽤 되겠지만, 이 정도 성과를 얻은 사람은 오직 승훈 뿐이었으리라.
하지만 승훈이 얻은 건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었으니.
‘[스킬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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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스킬]
내려치기. 도축.
[직업스킬]
무
[생활스킬]
무
[스킬북스킬]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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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확인 내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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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스킬]
내려치기 [액티브 >> 초급 4레벨] 1.03 %
- 둔기나 칼날이 있는 무기로 사용가능.
- 스킬 사용 시 엠피 10 소모.
- 공격력 20% 향상
- 크리티컬 확률 20%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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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을 패면서 자신의 유일한 일격필살 스킬을 꽤나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됐지 않던가.
도축은 겨우 스킬생성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제 전투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몫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승훈으로서는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이제 드디어 그녀들을 만나게 되는 건가…….’
좋건 싫건 [판게아 온라인]을 계속하려면 이제 조력자로서의 실험대에 올라야 할 때가 되었으니 말이다.
20일 불과했지만, 그 누구보다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낸 승훈.
매일 같이 생 때를 써서 아버지나 다름없는 장기웅의 허락까지 얻어낸 이상 이제 남은 것은 돈 한번 제대로 벌어보겠기 위한 투 잡(Too Job)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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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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