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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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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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3
추천수 :
70
글자수 :
63,414

작성
16.03.1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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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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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 소요 (1)

DUMMY

무 대륙 남부의 어느 소도시.


마을의 뒷산에는 도시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언덕이 있다.


저 아래 조그맣게 보이는 민가들. 도회지에서 벗어난 교외지역에는 오두막들이 띄엄띄엄 퍼져있고, 시내 중심부로 갈수록 포장도로가 깔린 번화가와 3층·4층의 목조건물들이 밀집되어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 시가지 쪽은 완전히 어둠에 잠긴 밤거리다.


한 무리의 구름이 달빛을 가렸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뒷동산의 산등성이에 나무와 바위 등의 자연물들이 거무스름하게 솟아있다. 그 끝에는 이질적인 검은 형체들이 서있었다.


구름이 지나가자 달빛에 하나둘 모습이 드러난다.


——전신을 검은 로브로 감싼 무리들.


밤중에 소란이 들려온다.


소리의 진원지는 저곳, 수 마일 떨어진 도시.


도시국가 변두리의 어느 마을, 한 지점에 무수한 횃불의 점들이 어수선하게 움직이고 있다. 멀리 어둠 속에서 보이는 빛무리는 수십에서 백여 명 정도의 규모.


마을 축제 같은 게 아니다. 도심 쪽은 침묵하고 있는 반면에, 마을 어귀의 불길한 소요에는 간간이 고함과 비명소리 같은 것이 섞여있었다.





The plague was rampant in Logeca in M.E. 1002.

(무기 1002년, 로제카 시에 전염병 창궐하다.)





“이 마을은 저주받은 거야….”


마을 어귀의 인파 가운데, 누군가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섞여서, 나는… 뭘 하고 있지?


내 이름,


내 이름이 계속 불리고 있다.


——정신 차려!


“———핫!”


헛숨을 들이켰다.


“하아, 하아…”


사레 들린 듯 기침하고, 가쁘게 심호흡하자, 서서히 내가 처한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마다 낫과 도끼와 곡괭이를 든 군중들. 사방에서 어지럽게 흔들리는 횃불. 수많은 사람들이 난립하여 내는 소음.


나는 그 한가운데 서있다. 허리춤에 있는 칼을 나도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


농기구와 횃불을 든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서 대치 중이다. 우리의 앞을 봉쇄하고 있는 것은 나무 원목과 가구들로 급히 쌓아올린 방책.


정확히는 외부의 것들로부터 마을 안을 보호하는 방책이다.


그 방책 너머에, 어떤 존재들이 꿈틀대고 있다.


그 존재들은 들짐승의 울음소리도 없이 그저 벌레들이 우글대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방책 사이로 뻗어나와 발작적으로 목재를 긁어대는 그것은, 분명 사람 손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 틈새로 희번뜩한 눈빛이 횃불에 비치자 주민들 사이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이해를 벗어난 존재를 눈앞에 맞닥뜨린 순간. 인간은 그런 원초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만다.


“대체 뭐야…?”


미지에 대한 공포.


“그 검은 마법사의 저주가 사실이었어…”


“사악한 주술…!”


“죽음의 재앙을 퍼뜨리고… 시체를 다시 일으켜!”


상식이 무너진 현실 속에서 나 역시 이 상황이 무언가 현재를 벗어난, 악몽 같은 것에 홀린 기분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한 사람, 시민들을 진정시키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Necromancer.


“네크로맨서!”


그렇게 집단최면을 일으키듯 따라외치기 시작한다. 나는 그 주둥이들을 후려치고 싶어졌다.


“좀 닥치시오!”


그것은 상관의 목소리였다.


“전원 해산! 여기는 위험해! 당장 해산하라!”


마을의 중장년층부터 나이가 차지 않은 청년들까지, 십여 명 남짓했던 군중무리가 몇 분 사이에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사건의 시발점은 초소에서 최초 발견 시 쏘아올리는 한 발의 효시(嚆矢, 공격용이 아닌 신호용 화살로, 발사하면 구멍이 뚫린 화살촉이 바람을 가르면서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모두 그 소리를 듣고 나온 것이다.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 하지만 상관은 이 대인원을 통제하려 나서고 있다. 어떤 정해진 지침도 없이 그 스스로, 이 상황에도 이성적이다.


너저분한 농기구를 들고 나온 주민들과 달리 패트롤의 엠블럼이 새겨진 판금흉갑과 검으로 제대로 무장한 사람은 그 혼자뿐이다. 나도 있지만.


현재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초소감시병 한 명을 지구대로 보냈고,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던가? 불과 몇 분 사이의 일 같기도 하고 한참 지난 것 같기도 하다.


“지원병력이 오고 있다니까! 진정 좀 하고, 집으로 돌아가시오!”


그들이 올 때까지 현장에 남아서 계속 동태를 살피는 것이 우리의 역할. 그러나 나는 그 와중에도 악을 쓰고 있는 상관만 바라보고 있다.


지원병력만 오면, 정말 저것들을 물리칠 수 있는 건가?


“해산하십시오! 지원병력이 오고 있습니다!”


나도 따라서 소리쳤다. 일단 주민들을 돌려보내는 쪽으로 설득을—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다.


‘굳이 돌려보낼 것 없이, 같이 싸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앞으로 벌어지게 될 저 이형의 존재들과의 전투에 뜻밖의 원군이 합세해왔으니, 이렇게 압도적인 쪽수라면!


……아니야. 어중이떠중이들이 많아봤자 피해만 늘고 거기서 전염의 저주가 또 다시 번질 수도 있다. 나의 상관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걸까.


저 방책은 임시방편치곤 그런대로 버텨줘왔고, 팔랑크스Phalanx(창대 끝의 연결부Joint에 창 자루를 더 길게 연장할 수 있는 장창병대)로 편제된 경비병들은 안전거리를 확보한 채 방책 틈으로 찔러넣는 전술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그래.


“해산하십시오! 방책은 튼튼합니다!”


——우지직


그 순간 방책선 중간 부근에서 구조물이 불길한 소리를 냈다. 일순 뚝 멎은 아우성.


“——저, 저희한테 맡기십시오!”


한 사람의 애매한 외침만이 유난히 크게 남았다.


“네가 뭘 어떻게!”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 내 말에 질타가 돌아올 줄은 몰랐기에 말문이 막혔다. 그저 상관을 따라 외치던 말에 책임감 따윈 실려있지 않았고, 순간 저 말에 뭐라 대응해야할지, 사실 저런 말에 일일이 대답을 돌려줄 필요는 없었지만—


“……이건 경고다. 지금부터 열을 세겠다.”


마침내 상관의 손이 허리춤의 칼자루에 닿았다. 권고, 설득 끝에는 위협이다.


“그 뒤에도 남아있는 사람은——”


그러나 다시 높아지는 군중의 소음. 뒷말은 묻히고 만다.


나도 다시 따라서 외쳐보지만 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통제불가다.


“이, 이곳은 위험…!”


어떻게 하지?


“여…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하면 이들 전부를 당장 돌려보낼 수가……


“——여기 있으면 저주가 당신들에게도 퍼질 거야!!”


상관이 급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잠시 한밤중의 공기가 얼어붙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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