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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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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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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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로 (6)

DUMMY

Post Station. Leachman



전방 0마일 앞, 쉬어가세요. 따위의 문구가 적힌 표지판에서 시설명이 드러났다.


자정까지 24시간 운영되는 도로의 휴게소. 로제카 시로부터 대략 22마일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역참 리츠먼이다.


입구의 톨게이트(도로요금징수소)에서는 역참 직원이 이미 멀리서부터 전조등을 켜고 들어오는 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제카에서 온 패트롤이고, 일행은 다섯입니다.”


일행의 책임자인 안젤린 경위가 공무수행 중임을 밝히는 문서를 보여주고 소지 무기를 등록하는 등 절차를 밟았다.


“목욕물은 미리 준비돼있는데, 우선 짐부터 푸시겠습니까?”


“아니요. 식사부터!”


다들 공복으로 기진맥진한 상태다.


“심야시간이라 메뉴는 우미엔 밖에 안됩니다.”


‘우미엔?’


“그거면 돼요.”


레인저들이 재촉하듯 말하자 곧 길을 안내해주었다. 그나마 식당문이 지금까지 열려있어서 다행이다.


“하아, 힘들었습니다.”


“배고파아.”


“비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늦어지진 않았을 거요. 아침에는 멀쩡하더니 원.”


그보다도 애초에 무리한 강행군이었을 것이다. 이틀 여윳길을 하루 일정에 우겨넣었다고 할까. 펠트로 경장이 괜히 그렇게 서두른 게 아니었다.


말과 개와 마차는 직원들에게 맡기고, 6명이 줄줄이 구내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뱃속이 요동칠 것 같은 냄새가 반겼다. 이런 야심한 시간에 다른 손님들도 있어서 몇몇이 이쪽을 돌아봤지만, 군데군데 축축하게 젖은 일행은 상관않고 자리에 엎어졌다.


테이블은 일자형. 주문받은 음식을 손님들 앞에 곧바로 내놓는 형태였다. 심야타임이라 다른 테이블은 쓸 수 없다. 여섯 명이서 나란히, 잭스필은 펠트로 경장과 레인저 사이에 끼어 앉았다.


5분 정도 말이 없다가,


“···요리 나왔습니다.”


펠트로 경장의 알림에 일행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금방 데워서 뜨끈한 그릇이 눈앞에 놓이자, 잭스필은 기이한 것을 본 표정이 되었다.


‘뭐지···? 이건···’


나머지는 저마다 반색을 띠며 포크를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그릇 안에는 면 요리가 담겨있었다.


진한 국물 속에 잠긴 통통한 면발과 우육 고명. 옆 사람들은 그것을 후룩후룩 익숙한 듯이 먹고 있다. 정말로 허기질 때는 맛을 음미하고 수식하는 감탄사 따위도 나오지 않는다. 테이블에는 담백하게 먹는 소리만 이어졌다.


잭스필도 당장 의문보다 식욕이 앞섰고, 따라서 포크로 건져먹기 시작했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런 음식은 처음 먹나 보네?”


옆에 앉은 레인저 아저씨가 말했다. 고트빌 씨였나.


“하긴 이게 헤메룬에서도 못 먹는 거거든.”


“고트빌 씨는 자주 먹어보셨나본데요.”


“여기에 들를 때면 꼭 이 우미엔을 먹고 가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으며 담소를 주고받았다.


그가 말하길, 이 역참은 대륙 중부를 가로지르는 횡단로드의 노선 무리에 속해있다고. 이 우미엔도 그렇기에 맛볼 수 있는 요리라고 했다.


저 멀리 동쪽에서 교역로를 따라 전파된 이국적인 음식.


“크하아.”


그릇째로 들이켰다. 개운하다. 쇠기름이 떠있어도 느끼하지 않고, 육수도 진하고. 이거라면 몇 그릇이라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그릇만 싹 비우고나면 배가 족히 든든할 것도 같다.


“이게 먹고 싶어서 들른 건 아니고요?”


잭스필이 농담을 하자 고트빌 씨가 낄낄 웃으며 설명했다.


“마을까지는 어차피 하루 만에 못 가. 로제카 시에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점은 이곳이 유일하거든.”


“한 군데뿐인가요?”


그러다가 그 한 군데가 장사 접으면 큰일나는 거 아닌가.


“이곳이 폐쇄되면 로제카 시에 타격이 크겠네요.”


“오우, 안 되지. 우미엔을 먹을 수 없게 된다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우미엔 너무 좋아하잖아 이 아저씨.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역사적으로 역참은 제국이 망하고도 영업해온 곳입니다.”


펠트로 경장이 쩝쩝거리며 끼어들었다.


“암. 제국 시절부터 이쪽 중부교역로는 보통 중요한 라인이 아니었으니까.”


대횡단로. 중앙도시를 경유하여 무 대륙의 동서를 잇는 장대한 교통로.


잭스필이 온 코스모폴리스 국제무역항이 해양수송로의 허브였다면, 육로수송의 허브에는 중앙도시 센트로폴리스가 있다.


“센트로폴리스가 망하지 않는 한 여기도 유지될 테고, 망한다해도 애초에 로제카 시가 이 역참을 그렇게 많이 이용하진 않으니까. 타격은 별로 없을··· 꿀꺽,”


의존도가 낮다는 건가?


의문했다. 가까이에 이런 무역거점이 존재하는데 왜 안 써먹고 있는지.


“도로가 위험하잖아. 오늘은 조용히 넘어갔지만 우리가 지나간 길, 종종 다이어울프Dire wolf가 나오기도 한다고.”


“또 로제카 시의 옆에는 강 너머 헤메룬 시가 있죠. 두 도시 간의 교류만으로도 충분히 살만합니다. 휴므브 대교를 건너면 간단하고.”


“강이 있으니 물자는 배로 운반하면 되고.”


수운이 발달하면 되려 육로가 경쟁에 밀려 퇴화하기도 한다. 로제카 시의 휴므브 강이 그런 작용을 한 것인가.


“이 도시, 원래부터 고립적인 성향이 있었어. 최근에는 더 심해졌지.”


“전염병 사태의 영향인가요?”


“그렇지. 어느 행상인이 질병의 도시에 발을 들이고 싶겠나. 그러니 경기가 위축되는 거야. 도시가 발달하려면 수출입을 해야 되는데.”


근데 이 아저씨 은근히 박식하네.


뉘앙스로 볼 때 젊었을 적 여러 도시들을 여행 다녔거나 본인이 행상인 일을 했는지도.





안젤린 경위까지 그릇을 비우자 6명은 식대를 치러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걸로 해산! 각자 편히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모여요.”


프론트에서 각자 방 열쇠를 받고 그녀의 말로 하루를 마무리지었다. 잭스필은 펠트로 경장과 한 방을 쓰게 됐다.


‘그럼 이제부터는 어쩔까.’


물론 곧장 이부자리에 파묻히고 싶지만 지금 잭스필은 젖은 옷 그대로이다. 방에 가서 옷부터 갈아입거나, 역참 안에 목욕시설이 있으니 바로 씻으러가서 빨래를 겸하거나··· 어느 쪽이든 마차의 짐칸에서 새 옷을 꺼내오는 게 우선이겠지.


“난 마차에 잠시 들릴 건데”


“그럼 저도 같이 가죠.”


경위와 경장의 얘기에 잭스필도 껴서 패트롤 셋은 마차로 가기로 하고, 나머지 레인저 셋은 자기들끼리 먼저 목욕탕으로 향했다.


밤중에 다시 역사 밖으로 나오니 이슬비가 약 올리는 듯 뚝 그쳐있었다. 이런 날씨야말로 고약한 날씨가 아닌가 싶다.


마차는 부지 뒤편의 천막 차고로 옮겨져있었다.


현재 이 역에 투숙 중인 무역상들의 짐마차 수십 대가 일렬로 주차돼있어 한참을 지나쳐야했다. 그중에는 말이 8마리나 달라붙어서 끌어야하는 대형 화물마차도 대어져있다. 말들은 마굿간으로 보내져 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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