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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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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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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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 경비병 (1)

DUMMY

야간에 두 경비병은 지상에서 8m 올라간 나무초소 위에 서있었다.


그들 앞에 펼쳐진 적막한 숲과 그 언저리의 넓은 공터지대, 로제카 시 외곽지역의 네크로폴리스(도시국가의 거주구에서 떨어진 곳에 조성되는 공동묘지 구역)를 감시하기 위함이다.


“왜 초소를 높게 지은지 알아?”


“···시야를 넓게 해서 이 구역 전체를 커버하려고”


또는, 동료경비병이 그의 말을 끊고


“이 묘지는 밤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일어나서 돌아다니지.”


말을 하는데 숲의 밤공기가 스산하게 초소 위로 불어들었다.


불빛이라고는 화톳불뿐인 초소 안에 두 경비병의 그림자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눈 뜬 시체Undead··· 그것들 못 올라오게 하려고.”


“소름돋네.”


저 아래 심연 같은 풀숲바닥을 향해, 초소 천장에 걸린 대형 원반—오목하고 반들반들한 청동거울로 불빛을 반사시켜 무덤들을 비춰보며, 듣고 있던 경비병은 자신의 목에 걸린 신성한 상징이 깃든 펙토랄레Pectorale를 만지작거렸다.


초소 안에는 적적한 대화가 이어진다.


“림보(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길 잃은 영혼이 헤메고, 육신은 묘지를 배회하는 망자가 된 거지.”


“지리겠는걸.”


출신지의 토속신앙을 들려주던 동료경비병은 문득 그 자신도 지릴 것 같이 되었다. 다른 뜻이 아니라 본 의미로. 초소 구석에 풀어둔 개인장구류 중 자신의 사브르를 찾아서 버클에 견착하더니,


“잠깐 내려갔다올테니 무서우면 찬송가라도 부르고 있어.”


“방금 니 입으로 시체가 돌아다닌다고···”


“나는 미신 따윈 믿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는 초소 끝으로 나와 사다리를 주의깊게 밟고 내려갔다.


어둠이 깔린 바닥에 착지하자 곧 위쪽에서 화톳불에 횃불 하나를 붙여서 떨어뜨려주었다. 경비병은 불똥을 뿌리며 발치를 구르는 횃불을 주워들어 밤길을 나섰다.


그냥 수풀길인데도 묘지 인근의 공기는 기묘함마저 감돌고 있다.


‘정말 마경魔境이 따로 없군. 어쩌다 이런 곳에 오게 된 건지.’


수천 구의 시체가 저 마을 밖의 임시터에 매장되어있다.


질병의 도시 로제카. 대규모 전염병 사태로 시 전체가 초토화된 중소도시국가.


이 인구 순위가 높지도 않은 도시에 추산 사망자는 이미 다섯 자릿수를 넘어섰다.


이들은 치안이 크게 악화된 로제카 시에 한시적으로 파병된 이웃 도시국가의 경비병들이었다. 확산 우려와 시로서의 기능마저 마비될 위기에, 현재 이곳에는 총 5개국의 타도시 경비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오솔길 옆으로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수풀지대에 갈대들이 눈높이까지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경비병은 갈대밭 속을 헤치고 들어갔다.


방향을 잃지 않았나, 중간에 초소쪽을 한 번 쳐다보는데,


초소 안에 그림자 하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달빛 아래 솟은 목재구조물. 초소에 혼자 남은 동료의 검은 인영까지 잘 보이고 있다. 동료의 작아진 모습이 이쪽을 향해 팔을 흔드는 것을 보고 그도 횃불을 든 손으로 원을 그려 이상없음을 표시했다.


피차 다른 지방에서 파견 온 처지지만 감시초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옆에 있는 함께 편성된 경계조와 잡담을 나누는 정도뿐이다. 다섯 시간 동안 별의별 시시콜콜한 얘기를 다 주고받고 터놓은 사이가 되었다.


경계작전의 최소인원이 2인조인 까닭은 서로의 뒤를 봐주기 위함도 있지만, 역시 누구랑이든 입이라도 털어야 시간이 잘 가기 때문 아닌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적당한 터를 잡았다.


쏴아아아——


볼일을 보면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지만 딱히 눈에 띄는 건 없다.


불빛이 미약하게 번지는 어스레한 갈대밭이나 그 위로 드문드문 솟은 나무들.


주위에 풀벌레 따위의 자연물의 소리들이 사람의 기척에 어느샌가 뚝 그쳐, 몸을 부르르 떨며 털어낼 때는 버클벨트 부속의 쇠 부딪히는 소리만 이질적으로 났다.


횃불을 들고있어 한손으로 불편하게 끝마무리를 하고 다시 초소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동료의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 계속 팔을 흔들고 있었다. 아까 전부터 쭈욱 저러고 있던 건가?


돌아가는 길은 유난히 조용했다. 아마 풀벌레들이 전부 숨어버렸기 때문이리라.


뒷간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르다고 아까는 무심히 지나쳤던 까마득한 숲속이 새삼 음산했다. 그 와중에 멀리서 정신산만하게 팔을 흔들어대는 동료 때문에 공연히 더 불안해졌다.


‘알았다니깐 자식이. 가고 있잖아.’


내색하지 않고 걸으면서도 초소에 가까워질수록 동료의 몸짓은 역력하게 전해져왔다.


어쩐지 다급해보이는 게, 왜 저러는 거지?


‘저 손동작은···’


동료의 동작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그 의미가 생각났다.


내 주위에 뭔가 있나?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한 번 사방을 둘러보지만 자신은 온통 빽빽한 갈대밭 한가운데에 서있다.


바람이 스치면서 갈대밭에 흔들림이 물결처럼 지나갔다.


불길한 예감에 그는 점차 걸음을 재촉했다.


초소 쪽으로 최단거리인 갈대밭을 가로질러 가는데, 등뒤로 자신이 헤집고 간 갈대들이 소리를 냈다.


스슥—— 스스슥——


마치 갈대밭 속에서 무언가가 따라오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경비병은 돌부리에 걸려 요란하게 넘어질 뻔하면서 그 다음부터는 거의 뛰기 시작했다.


스슥—— 스스슥——


초소의 모습이 점점 다가온다. 그 안에서 동료의 그림자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긴박하게 알려오고 있다.


‘새끼, 지랄하지 말라고!’


파악——


거칠게 갈대밭 속을 뛰쳐나와 길가로 나오자 초소의 밑동이 나타났다. 전력으로 초소에 다다른 경비병은 즉시 횃불을 모래통에 던져넣고 초소 사다리에 매달렸다.


텅, 텅, 텅, 허리춤의 사브르가 성가시게 부딪혀온다.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는 동안 심장이 쿵쿵 울렸고, 뭔가가 쫓아오는 오싹한 감각도 줄곧 따라와 등골에 달라붙었다.


이쯤이면 괜찮겠다 싶은 지점에서 간신히 숨을 몰아쉰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


‘뭐야?’


없다. 시체든 야생동물이든 쫓아오는 것 따윈 보이지 않는다.


횃불이 꺼져들면서 사다리 밑은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 심연으로 가라앉은 밑동을 가만히 지켜보지만 어떤 기척도 찾을 수 없었다.


“······.”


알았다. 이 자식이 날 놀려먹은 것이다.


‘십 년 감수했네.’


안도감이 찾아오고 열기가 서서히 머리로 올라왔다.


‘니가 날 낚았다 이거지? 땀 뺐잖아, 젠장. 달밤에 똥개 훈련을 시켜!’


씩씩 거리는 것을 애써 가라앉히며 사다리에서 초소 바닥을 짚고 올라섰다.


동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 뒤통수가 이쪽으로 돌아섰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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