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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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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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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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로 (4)

DUMMY

저 경장도 나이를 보면 이제 갓 경졸에서 진급한 것일 터.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나, 이 조직 안에 있어서는 그 끝이 어렵지 않게 보인다. 그는 벌써 자신의 경비병 인생에 종점을 찍었다. 더 올라갈 생각이라면 간부가 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헤메룬 시로 넘어가서 패트롤 지휘관 양성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휘관이 되기 위해선 결정적으로 필요한 게 있고, 그가 현재 경장인 시점에서, 아마도 그것이 없는 거겠지. 군의 부사관에 해당하는 형·경사 계급이 있었다면 다음 목표로 삼을만했을 텐데 나보다 상황이 안 좋다.


‘그래도 난 안 할 거지만.’


진급을 하지 않겠다!


잭스필은 그렇게 선언했다.


수렁 속에서의 밧줄이었고 현재의 내 밥줄이지만, 이 조직에 뼈를 묻을 생각은 없다. 생명의 은인이라고 꼭 평생을 바쳐 보답할 필요는 없겠지.


경장이 되면 업무의 범위가 넓어져서 더 많은 일을 떠안게 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살인적인 근무에 비해 박봉이다. 특별한 능력도, 배경도 없는 경비병에게 출세길의 장래 같은 건 없다. 그저 조직을 위해 죽을 때까지 일해주다가 말년에 퇴직될 뿐.


‘아랫사람을 갈지 않고는 조직이 유지될 수 없나.’


──윗사람들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는 거다.


경비병에게 경장이 있다면, 지휘관 중에는 경감이 있다고 간부들에게서 들은 바 있다. 경감이야 경위한테 다 떠넘기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의외로 초급간부와 고위 경정 사이에 끼어서 제일 고생하는 계급이란다.


경감은 경정에게 갈리고, 경정은 경령에게 갈리고. 경령에겐 총경이. 총경에겐 경무관이. 경무관에겐 경찰총감이. 이게 조직이라는 것의 작동원리인가. 하.


결국 일에서 온전히 해방되려면 내가 경찰총감이 되는 수밖에 없겠네.


“총감이 되고 싶다~”


“······?”


마부석에서 쿡쿡 웃음소리가 났다.


“뭔가 엉뚱하네.”


이쪽의 대화가 그녀에게도 들리는 모양이다.


뒷좌석의 두 남자가 그래도 묵묵히 있자 안젤린 경위는 그것마저 웃긴지,


“둘이 엄청 어색해~ 아무 얘기라도 해 봐.”


두 경비병은 서로 멀뚱히 쳐다볼 뿐이다.


“······.”


잭스필이 먼저 외면했다. 이런 식으로 멍석이 깔리면 더 어색해지는데.


‘별로 안 친한 사람이랑 장시간 앉아있는 건 꽤 고역이군.’


중간에 점심을 먹으면서 정차를 할 테니 그때 교대를 하든지 해야지 안되겠다. 차라리 마부를 하는 게 편하지.


펠트로 경장도 차창 밖으로 먼 산을 보다가, 문득 떠올리고는 말했다.


“가만, 개들이 없어졌는데요?”


“예? 짐칸에 없어요?”


“? 아 뭐야, 얘네들 언제부터···”


“이놈들이? 안 내려와?!”


밖에서 소리를 들은 테이머가 소리치자 개들이 깨갱거리며 요란스럽게 풀밭으로 튀어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몰래 타고 있던 거였냐.


“허어··· 저놈들이 아주 꾀만 늘어가지고.”





얼마 가지 않아 태양이 머리 위에 놓였고, 그 즈음 적당한 평지가 나와서 이동을 멈췄다. 경장과 잭스필이 잽싸게 점심을 세팅했다.


짐 위를 덮고 있던 짚단으로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식량이 든 바구니를 내리고, 불은 피울 필요 없다. 점심식단은 즉시 먹을 수 있도록 샌드위치로 주문했으니.


넙적한 잎으로 포장된 하얀 빵. 그 사이에 계란 샐러드와 양상추, 토마토 등 색색의 채소가 곁들어져있다. 출장업무자들을 위한 특식이다. 밖으로 나가면 평소보다 활동량이 늘어나기에 양도 부족하지 않게 있었다.


“아시다시피 오늘 예정지까지 가려면 소화시킬 시간도 모자랍니다.”


펠트로 경장이 그렇게 말하고는, 급하게 먹다가 목이 막혀서 켁켁 댔다. 어쩐지 서두른다 했는데. 안젤린 경위가 키득거리며 양젖이 든 가죽주머니를 건네자 급히 들이킨다.


‘뭔가, 피크닉 온 기분이군.’


지구대 동료 녀석들이랑 왔다면 더 재밌었을 텐데.


바쁘다지만 소화시키는 시간 정도는 다 함께 돗자리에 둘러앉아 짧은 여유를 맛봤다. 식사 직후에 바로 흔들림이 심한 말이나 마차에 타면 위벽이 너덜너덜해질테니.


──라고 생각했는데, 레인저들은 말 위에서의 식사도 익숙한 모양이다.


겨우 10분 만에 레인저들은 남은 샌드위치를 하나씩 입에 물고 다시 말 위에 올랐고, 나머지도 샌드위치를 채 다 먹지 못하고 자리를 정리해서 다시 마차에 탑승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갈 길이 바쁜건가···?’


그러다보니 교대에 대해서도 말 못했다.


펠트로 경장이 먼저 마부석에 올라버렸다. 오전에는 안젤린 경위가. 오후에는 펠트로 경장이.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해왔나?


“아~ 편하다.”


그런 이유로 지금 옆 자리에는 미모의 경위가 앉아계신다.


땋은 머리를 점심 때 잠깐 풀러서 양 어깨로 갈색에 가까운 금발이 곱슬곱슬 흘러내렸다. 옆에서 곁눈질하는데 새삼 그녀가 예쁘다는 것을 알겠다.


이런 용모로 경위라니, 주변에서 가만둘리 없지.


자신의 풍성한 머리카락에 파묻혀 편안하게 기대고, 다리를 흔들거리며 샌드위치를 마저 우물거리는데 마차를 몰던 펠트로 경장이 한 마디했다.


“이렇게 덜컹거리는데 먹어집니까.”


안젤린 경위는 혼자 많이 먹고 있는 것 같아 뺨이 붉어지며 입가를 닦았다.


“난 오래 씹느라 얼마 못 먹었다고.”


“그러다가 혀 깨뭅니다.”


“뭐어? 넌 급하게 가다가 엎어져라.”


엎어지면 마차도 같이 전복되잖아.


“전 그저 걱정이 돼서··· 늦게 도착하는만큼 저녁도 늦어지니까 서두를 수밖에 없어요. 저 역시 다 먹지도 못했습니다.”


“덜 먹었어? 좀 줄까?”


그녀가 손으로 샌드위치를 약간 떼어내더니, 마부석으로 손을 뻗어 경장의 입으로 넣어주었다.


‘···부럽군.’


내가 마부했으면 저리 해줬을라나?


둘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는 건 잘 알겠다. 지금까지 이런 여정을 여러 번 같이 해왔겠지.


···혹시 몰래 지구대 내에서 사귀는 사이?


‘설마.’


그나저나 이동 중에는 정말 할 일이 없구나.


마차 밖으로 초원길의 풍경이 끝없이 이어질 뿐 별다른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 간간이 두 사람끼리 담소가 오가도 잭스필은 양쪽 다 친하지 않은 관계로 끼기 어려웠다.


파병군이라는 애매한 위치 때문에 경장과는 서로 존대하고 있지만, 계급 상 잭스필이 이 중에서 제일 낮다. 안젤린 경위와는 3계급 차.


아랫사람 입장에 하물며 이성이라니, 먼저 다가서기에는 장벽이 높다. 잭스필은 사교성이 풍부한 편도 아니고 인맥관리에 그리 필사적이지도 않다.


한가해진 그는 창밖을 보거나 수첩을 열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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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도로 (2) +1 16.03.22 108 0 7쪽
11 3. 도로 (1) +1 16.03.20 139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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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 경비병 (6) +1 16.03.19 118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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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경비병 (1) +1 16.03.18 217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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